2023년을 살아내며, 4월의 일기, 아내의 여고동창생/하나 둘 서어이
카톡!
2023년 4월 23일 일요일인 바로 오늘 낮 12시를 막 찍고 넘어가는 시각에, 내 핸드폰으로 그렇게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아내가 띄워 보내준 메시지였다.
궁금해서 바로 확인해봤다.
‘하나 둘 서어이’
그와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아내의 여고동창생 다섯과, 나를 비롯해서 그 동창들 남편 셋이 함께 어울렸던, 바로 어제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여고동창들 모임에 끼어든 남편들의 숫자를 헤아려 붙인 제목 같기도 했고, 또 ‘찍사’라고 해서 사진 찍기를 자처한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외치는 숫자를 상징해서 붙인 제목 같기도 했다.
‘선한표정 임시덕님 기도는 진심이라 생각합니다. 기원섭님의 열정으로 남겨진 사진은 추억입니다. 민은식님의 하모니카 연주로 해맑게 웃었습니다. 오인방 반평생 친구님들 언제나 함께라 좋습니다. 옆지기님들 앞에서 조금 나댔다 싶어 창피하지만, 우리들 모임을 응원한 것 같아 든든합니다.’
따라붙은 남편들 셋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그렇게 글머리에 담고 있었다.
이어진 글을 한 편 시였다.
어제 우리 함께 어울린 그 순간들을, 처음부터 끝가지 4행시의 형식을 빌어서 순차적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알록달록 단풍 옷 황홀했는데
싱그러움 내뿜는 봄이 되었네
신랑님들 세분과 우린 뭉쳤고
손을 맞잡고 눈 맞춤하며 웃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이
한차에 모두 타고 삼목항으로
질리지 않는 순서 없는 수다는
행복을 채워 웃음보 터뜨리다
선적을 위해 차는 줄서기 하는데
신분증 없으면 안 되다니 어쩔꼬
귀혜랑 진애는 증명서 발급위해
마음에 날개 달고 단거리 달리기
허탕치고 돌아서며 미안해할까
안타까워하며 기다렸던 우리들
목적지가 바뀐다고 볼게 없을까
30대 초반에 비박했던 그곳으로
배 안 타고도 섬에 간 70줄 천재들
진애 신랑 처음이라니 더욱 좋고
해변 거닐며 쉬며 놀며 연주 듣고
배 대신 산을 타고 끙끙 헐레벌떡
하룻밤 자며 칠순 잔치 하자고
날짜 짜 맞추기 논의도 하면서
커피 차 부럽지 않은 수다방 차로
신록우거진 도로를 누비며 씽씽
좋더라며 진애가 추천한 곳인데
못 갔지만 신랑은 처음 간 무의도
진애가 못 가본 귀혜네 동네에서
갈치조림에 밥 먹고 까페도 가고
커피마시며 ××부진에 ××질이란
단어에 소녀인 듯 하마처럼 웃고
조금 이른 헤어짐에 아쉬움 갖고
멀리 갈 진애네 안전귀가 하기만//
글 끝에, 이렇게 특별히 나에 대한 칭찬을 따로 해주고 있었다.
‘진애남편 친구님까지 협조를 해주시니 더없이 감사합니다. 아낌없는 박수 보냅니다라고 전해줘.’
그래서 아내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내게 띄워 보내준 그 글의 본문을 쓴 주인공이 수영이라는 친구임을 알았다.
문인의 글 솜씨가 있음을 익기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 고마웠다.
그러잖아도 어제 우리 만남의 사연들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고심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수영씨의 그 글은, 내가 쓸 글의 소재로 충분했다.
그래서 내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답글을 썼고, 아내에게 당부해서 대신 전해주게 했다.
다음은 그 메시지다.
‘안 그래도,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까 하고 고심하고 있던 중인데, 참 잘 됐네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김희진의 ‘영원한 우리 사랑’이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한 시간 쯤 뒤에 게시할 것이니까요.’
내가 그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던 것은, 어제 함께 했던 아내의 여고동창들 모두가, 그 노래만큼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그 어울린 이야기들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