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桃花)
온갖 꽃이 피고 지는 절기이다. 봄날의 고독과 애상(哀想)을 노래한 ‘이화에 월백하고’의 시조를 떠올리며 읊조리게 한다. 삼오 형제와 영대 북문 쪽에 차를 주차하고 숲길을 산책하며 걸었다. 자주 가는 길인데도 엇길을 가곤 한다. 길이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꼬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는 동안 여러 정보를 교환했다. ‘K-자동차보혐’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이 보험은 주행 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며 매월 후불로 정산하므로 우리와 같이 차를 세워두는 날이 많은 이에게 유리한 보험이라고 했다. 어떤 지인은 외제 차를 모는데 매월 많게는 삼만 원대 적게는 이만 원대의 요금을 낸다고 했다.
또 하나는 ‘D-마켓’이라는 제도이다.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곳으로 중고 물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온갖 생활용품이 거래되는 곳이다. 더군다나 편리한 것은 가까운 동네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니 다른 부대 비용은 들어가지 않는다. 요즘 물건을 구하는데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지 않고 사이버상에서 쉽게 구하며 신속한 배달로 살 수 있으니 편리한 시대이다.
다음은 실버타운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서울이나 경기도 일대에서 장년이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실버타운이 인기이며 그곳에 입주하려고 대기자가 많다고 한다. 온갖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불편함 없이 노후생활을 보람 되고 즐겁게 산다고 했다. 우리 남부 지방에는 아직도 그런 시설이 없는 편이나, 부산 기장에 대형회사에서 실버타운을 건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대학 내에 있는 민속촌에 이르렀다. 그곳에 벚꽃은 지고 없었지만 색다른 예쁜 꽃이 눈길을 끌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꽃은 예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역시 겉모습만 화려한 화류계의 여인처럼 느껴졌다. 그 꽃은 복숭아꽃으로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도화’라고 했다.
씨 없는 수박이 먹기 좋고 맛도 좋은 것처럼 겉모습을 봐서는 진가를 모른다. 옛날 화류계의 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뻤으며 뭇 사내들을 호리었는가. 그러나 그 화려함도 일장춘몽이며 화무십일홍이 되고 말았다. 그 여인들처럼 저렇게 예쁘고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며 뭇사람을 호리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그래도 꽃을 내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니까 말이다. 옛 풍습에 시집온 며느리가 자식을 낳지 못하면 쫓겨나기도 했고 대를 잇는 아들을 낳지 못하면 대리모를 들이기도 하면서 여인의 한을 품게 했다.
남천 변을 둘러보면 민들레나 갓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꽃이 피어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번식한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랫말처럼 바람에 날려 씨앗이 이곳저곳에 내려앉아 생명을 이어 간다. 아름다운 꽃이 열매까지 맺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