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의 시대 -
가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있는
동대문 DDP에서 시스템을 점검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DDP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ongdaemun Design Plaza)의 약자이면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꿈꾸고 만들고 누린다(Dream, Design, Play)'는 의미를 담아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이 DDP에 관해 글을 쓰기로한 이유는 서울시 홍보물에 DDP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 공로 중 하나라고 치켜세운 내용때문이다.
개관이래 올해 처음으로 한해 1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는 수입을 얻었다는 사족도 달려있었다.
그렇다 육중한 은빛외관의 DDP는 우주선을 닮아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건축미도 인정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으로 끝이다.
건축비 5.000억원을 들인 이 건물은 거대하고 특이하지만 공공건축으로 무엇을 말하고,무엇을 목적하는지 불분명하다.
또 동대문 상권을 살릴 수 있는 거점시설로 작동하지 못하고있다.
무슨말이냐 하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라면 그 건물 존재만으로 방문객을 모아서 주변에 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상권들이 부흥하고 살아난다.
또 공공건물은 공간의 효용성과 접근성에도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그런데 이 건물은 밖으로는 창문하나 없이 폐쇄적이다.
자연채광하나 제대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건물은 친환경과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유선형의 실내는 미로처럼 복잡해서 목적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가 않고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유기적이지 못하다.
일단 복잡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소비를 이곳에서 끝내야한다.
이런 패턴을 알고있는 서울시측은 유명메이커와 프랜차이즈를 대거 입점시켜 먹고,마시고,즐기고,
배설하기까지 원스톱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때문에 주변 상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DDP가 있던 이곳은 동대문야구장터다.
야구를 구경하기위해 몰려온 관중들이 운동장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운동기구를 사고,단체 유니폼을 맞춰가기도 했다.
이처럼 거점이 되는 건물 하나로도 체육과 관련된 상권이 이뤄지는 '상권의 거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은 상가 개발을 하더라도 설계의 기본적 요소가 되는 법인데 동대문 DDP는 오히려 주변 상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해버렸다.
현실이 이럴진데 이게 어떻게 오세훈 시장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동대문 DDP가 겨우 시설운영자금을 외부에서 차용하지않고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수입을 창출했다는 신문 기사의 맥락을 살펴보면, 약 100억원의 수입도 자구적인 노력보다 시설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대관비와 주차비가 주를 이뤘다.
이런걸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꼴이 우습다.
동대문은 패션의 메카다.
섬유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의류명품들이 존재하고 그 기업가치는 극대화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가지고있는 뛰어난 섬유기술과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성이 합쳐진다면 세계 제일의 명품브랜드를 능가할 수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남대문시장에 이르는 섬유, 패션산업 벨트를 주도하는 공공건물을 이곳 동대문에 세워 창의력을 갖춘 디자이너와 기관산업을 지원하는데 세금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문화시설이 주변을 문화 도시로 바꾸지 못한다면 그건 문 닫힌 신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다.
동대문은 3개의 전철역이 지나가는 교통요충지에다 동대문시장이라는 역동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런 내재된 문화폭발력을 가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철옹성처럼 밀봉된 건물로 도시의 한축을 차지하며 한계점을 드러낸 DDP는 치적이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고의 한계이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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