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난다. 길 옆에 텐트를 친 날은 최대한 일찍 일어나서 정리하는 것이 혹시나 있을 사람들과의 충돌을 예방 하는 길이다. 바로 정리 후 이동 준비. 아침 부터 산책로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 출근 전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 하고 몸을 간단하게 풀어준 뒤 출발!
오늘은 느낌이 아주 좋다. 워싱턴 까지 이어진다는 자전거도로에 올라왔기에. 약 500km정도나 도로가 이어지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500km면 서울-부산의 거리 아닌가? 차가 다니지 않는 순수한 자전거 도로라니 정말 스케일이 큰 나라이다. 하늘은 조금 우중충 하긴 하지만, 뭐 괜찮다.
강변으로 난 길을 달리니 기분도 좋고, 풍경도 멋지다. 잘 포장된 길을 조금 달리다 보니 포장이 사라지고,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축축하게 젖은 비포장 도로에 내 자전거의 뒷바퀴가 계속 파고 든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날이 풀리며 얼어 있던 길이 녹으며 길이 너무 물렁해졌다. 거기에 짐의 무게까지 있으니 아무래도 달리기가 쉽지 않다. 평지에서 기어를 최대한에 가깝게 놓고 달려본다. 이게… 아닌 데. 내가 생각한 라이딩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좀더 상황을 보기 위해 계속 달래며 가본다.
이 길은 피츠버그에서 워싱턴까지 이어지던 구 철길을 제거하고, 그 곳을 자전거 도로로 만들었다고 한다. 10~20 km 정도 마다 캠핑장도 있다. 물도 나오고, 장작도 준비 되어 있어 불도 피울 수 있게 되어 있다. 강변으로 난 길이었는데 표지판을 보니 강을 따라 카약킹을 하면서도 이런 캠핑장을 이용 할 수 있게 설계 되어 있다. 모든 것이 무료로 사람들의 자율에 맞겨 두었다.
나도 MTB나 오프로드 타이어를 꼈다면 아주 좋았을 것 같다. 아니 시기가 이런 해빙기만 아니 었다면 길도 딱딱했을 테니 참 좋았으리라. 길은 잘 이어져 있고 풍경도 멋진데, 지금의 계절적인 문제로 노면상태가 아주 최악이었다.
40km 정도를 달려왔건만 길은 변함 없이 쭉 비포장 도로이다. 딱딱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물렁한 상태이다. 달리다 쉬며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10km/h 로 500km 를 달리려면 50시간, 내 하루 라이딩 시간은 7~8시간. 그럼 워싱턴까지 6일 정도가 걸린 다는 이야기 인데… 앞으로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결국 이 도로에서의 탈출을 결심 한다.
도로를 탈출 하니 바로 언덕이다. 이 언덕을 넘으니 또 다른 언덕이다. 아… 이건 차라리 자전거 도로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전거 도로로 다시 진입한다. 다시 진입로가 보여 들어가 본다. 10km/h로 달리며 다시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언덕이 좋겠다. 5km정도 달리다가 다시 탈출. 자전거 길을 몰랐다면 아무 생각 없이 산길을 달려 갔을 텐데. 선택지가 하나 생기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산을 하나 넘어서 Consville 마을에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 표지판이 보여 확인해 보니, 오늘의 목적지와의 중간쯤이다. 차도를 사용한 것이 고갯길을 넘어야 하지만 확실히 빠르다. 자전거 도로는 철길의 특성상 강을 따라 빙빙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노면이 좋다면 모를까 지금은 차도 쪽이 달리기 편하다. 산 넘기는 힘들지만 차라리 이 길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고 다시 달린다.
한참 올라간다. 계속 올라간다. 정상에 올라가니 2,800ft (약 930m) 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에 왔지만 기쁘지 않다. 눈 앞에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 보인다. 달리고 달리고 오르고 내리고, 산 4개를 넘어 Milrun 도착.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었다. 원래 계획한 목적지인 Ohiopyle까지는 12km정도 남았지만 이미 더 진행하기는 위험한 상황이라 이쯤에서 쉬기로 정하고 잘 곳을 찾는다.
아주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마을 풋볼장의 응원석인데 지붕이 있다. 바로 텐트설치, 근처에 수도도 보인다. 날이 따듯해지는 것도 문제구나. 해빙기, 생각도 못한 데서 발을 잡혔다. 언제나 그렇듯 하루를 무사히 보냈음에 감사하며 정리하고 취침.
1. 이동 | MCKEEPORT | 에서 | MILRUN, PA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94.37km / 7:08h | 누적거리 : 1384.59 km | |
3. 사용경비 | 치킨 한조각 : 1.50불 물1L : 1불 커피+도넛 : 2.05불 | 총 : 4.55불 | |
4. 잠자리 | 831번 도로에 산골마을 Milrun 풋볼장 응원석, 텐트 | ||
5. 상태이상 | 양쪽 아킬래스 건 조금. |
[3월 16일, 여행 16일차, 흐림]
오늘도 기분 좋게 일어난다.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기분 좋게. 어제 밤에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린 듯 하다. 하지만 지붕 덕에 텐트는 조금도 젖지 않았다. 자리에 만족하며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한다. 천천히 정리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목적지였던 Ohiopyle로 향하다가, 네비를 확인해 보니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다. 자전거 도로를 생각하지 않으니 경로가 단순해 지지 좋다. 패스하고 이동한다.
고개를 넘어도 넘어도 산이다. 어제 부터 3,000ft(약 1,000m) 근처의 고갯길의 연속이다. 원래 산에 자전거로 오르는 것은 좋아했지만 지금은 뒤에 실린 짐 때문에 완전 죽을 맛이다. 게다가 앞에 산이 몇 개가 남았는지도 모르니 성취욕도 안 생기고 좋아 할 수가 없다. 달리고 달려 다시 자전거길이 있는 마을인 Conference 까지 왔다. 힘든 마음에 또 다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보지만 어제와 같은 상황에 바로 빠져 나온다. 이 길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힘이 드니까 맘잡기가 쉽지 않다.
산길을 달리다 보니 목이 탄다. 물이 떨어져 길 가까운 곳에 집에서 물을 얻고 길을 물어본다. 아까 갈림길에서 반대쪽으로 갔으면 바로 나왔을 그 마을이 20mi(32km) 정도에 있다고 한다. 아저씨가 언덕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하하. 좋아합니다. 미치도록 좋아합니다. ㅠㅠ 억울하지만 뒤로 갈 수는 없다. 앞으로 전진!
동쪽과 남쪽으로 계속 전진해 간다. 아이팟의 배터리가 다되어 지도 확인이 안된다. 그냥 길 표지판에 S와 E만 보고 간다. Rockwood라는 마을에서 자전거 도로가 또 나를 유혹한다. 더는 넘어가지 않으리. 워싱턴까지 한 눈 팔지 말고 정한 대로 가자. 작은 편의점이 보이기에 들어가 피자를 먹으며 아이팟 충전.
네비를 검색해 보니, 워싱턴DC까지 250키로 정도 남은 듯 하다. 나쁘지 않은 이동 거리이다. 오늘 30키로 만 더 달려야 겠다. 조금 더 40번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니 교회가 보인다. 그 교회 옆에는 묘지들이, 그 옆에는 어제와 같은 지붕이 있고 테이블이 있는 장소가 있다. 명당의 느낌이 난다. 이곳에서 자자.
빠르게 텐트를 치고 정리한다.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가 배터리 비어있다. 처음 아이팟이 꺼지고 네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오니 당황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 섰는데, 하루를 달리며 네비에 의존하지 않고 길을 찾아 다녀보니 걱정할 만큼 못할 짓은 아닌 듯 하다. 여행에서 장비는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이동 | Millrun | 에서 | Frostburg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102.48km / 7:46h | 누적거리 : 1487.07 km | |
3. 사용경비 | 피자2조각 : 2불 딸기잼 : 2.89불 | 총 : 4.89불 | |
4. 잠자리 | Frostburg 조금 못간 40번 도로 옆 교회 야외쉼터, 텐트 | ||
5. 상태이상 | 양쪽 아킬레스건 조금 저림, 왼쪽 무릎 조금 아픔. |
[3월 17일, 여행 17일차, 흐림에서 맑음]
상쾌한 아침이다. 하지만 오늘도 태양이 보이질 않는다. 태양을 보고 싶다. 오늘 아침은 든든하게 뽀글이와 참치로 해결한다. 간만에 든든하게 먹은 느낌이 든다. 텐트를 걷고 정리하고 다시 워싱턴을 향해 패들링 시작.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산의 연속이다.
3,000ft (1,000m) 급 고갯길이 계속 나온다. 한계령, 미시령 같은 고개를 몇 개를 넘은 건지 모르겠다. 구글맵으로 루트를 짰을 때는 평평하리라 생각했는데 급하게 짠 루트라 조금 문제가 있나보다. 조금 특이한 지형인 듯 하다.
한참 달려 Maryland 주에 들어왔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미국의 52개 주 중에 반 정도는 발을 디딘 것이 될 듯 하다. 미국의 서부는 전에 렌트카로 돌았고, 동부는 자전거로 도니까, 이제 남은 곳은 중부 뿐인가.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달리다 보니 맥도날드가 보인다. 정말 그리웠다. 맥도날드도 없는 산골 마을들은 이제 끝 인가보다. 바로 들어간다. 아이팟과 카메라를 충전한다. 커피 하나 시켜놓고,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이빨 딲고, 옷도 갈아입는다. 1불의 행복. 드디어 다시 켜진 아이팟. 네비로 길을 검색해 오늘 진로를 정한다. 대충 보아하니 오늘도 산의 연속일 듯. 오늘의 목적지는 Winchester 근처이다.
검색한 길을 따라 열심히 달려본다.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언덕이 있어도 계속 낮아지는 것이 산악지대는 끝난 듯 하다. 갓길도 넓어서 자전거 타기 아주 좋다. 해도 떴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고 잘 풀리는 듯 하다. 계속 달린다.
한참 달리다 생각한다. ‘가만, 네비에서 아까 좌회전이 하나 있었는데 ㅡ,.ㅡ;’ 맵 체크, 지나왔다. 그것도 20km 정도. 돌아가기는 싫다. 이 길로 갈 수 있는 길을 검색한다. 조금 돌아가도 이 길로 가기로 한다. 30km 쯤 돌아간다고 죽지 않는다. 이것도 여행이니까 괜찮아.
날씨가 좋으니 반팔에 바람막이만 입고도 괜찮다. 이제 슬슬 날이 풀리는 듯 하다. 좋은 길, 좋은 날씨. 기분이 정말 좋다. 해를 못 본 몇 일 우울한 마음이 계속 생겼었는데 한방에 다 날라간 느낌이다. 가다가 38번 East 도로가 나온다. 탄다. 갈림길이 나와 네비를 검색 해 본다. 오른쪽으로 가라고, 간다. 왼쪽으로 가야 되는데 길이 안 보인다. 그냥 기분도 좋은데 대충 남쪽으로 향해 달려 본다. 오늘은 길 찾기로 고민하고 싶지가 않다.
갈림길에서 그냥 남쪽과 동쪽으로 그때 그때 정해서 달린다. 시골로 계속 들어 가고 있다. 길을 물어 볼 사람도 없는 촌. 자동차가 가끔 다니는 것을 봐서 큰 길과 연결 되어 있는 듯하다. 그냥 달려보자. 농장이 주변에 많이 보인다. 말을 타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적한 풍경이 보기 좋다. 마음을 바꾸고 이것도 조금 돌아가는 것도 다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불안하지 않다. 좀 돌아가도 언젠가는 도착 하리라.
시골 길을 빠져 나와 달리다 보니 50번 국도가 나왔다. 조금 더 가니 갈림길이다. 아이팟을 켜서 지도를 검색하려고 하는데 꺼져버린다. 뭐, 동쪽으로 가다보면 나오겠지. 달리다 보니 Rommey라는 마을이다. 마을 주유소에서 물을 받고 길을 물어본다. 아마도 조금 돌았겠지만 대충 맞게 왔다.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보인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친구를 만난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여행자들의 일행인줄 알았지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히치하이킹으로 전 미국을 다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고향이던 오레곤 주 (서부해안) 부터 여기까지 1년에 걸쳐서 왔다고 한다. 돈이 떨어지면 몇 일 일을 하여 돈을 만들고 다시 이동하는 방법으로 전 미국을 다 돌고 있는 중 이란다. 참 대단한 친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윈체스터가 오늘의 목적지라고 한다. 같이 가고 싶지만 어찌 할 수 없으니 인연이 되면 또 보자고 하고 헤어진다. 아마 나보다는 너가 더 빨리 도착할꺼야! 마을을 벋어나니 표지판이 보인다. 윈체스터 40mi (64km) 허허허. 조금 많이 돌아왔나 보다. 오늘 목적지였는데. 이미 지난 일 어쩌리오.
달리고 있는데 어떤 차가 빵빵 클락션을 울린다. 뭐지? 신경 끄고 다시 달리는데 그 차가 유턴까지 해서 따라온다. 자전거를 잠시 세우니 그 차도 선다. 한 아저씨가 내리더니 말을 걸어온다.
“너 어디가니?”
“뉴욕이요. 워싱턴, 발티모어와 필라델피아 경유해서요.”
“오늘 어디서 잘껀데?”
“윈체스터 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조금 돌아서 늦었어요. 그래서 그냥 달릴때 까지 달리다가 잘려구요.”
“너 웜샤워(Warmshowers.org)라고 알아?”
“아니오. 처음 듣는데요. 그게 뭔가요?”
“나는 그 사이트 회원인데, 그 사이트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Couch Surfing 같은 사이트야.”
“그런 곳이 있었군요. 전 카우치서핑은 5번 정도 시도 해봤는데 모두 실패 해서 안 쓰고 있었어요.”
“하여튼, 그건 그렇고 너 우리집 가서 안 잘래? 여기서 2mi(3.2km)정도 뒤로 가면 우리 집인데.”
솔깃하지만 고민이 된다. 워싱턴에 내일까지는 들어가야 앞으로 일정에 지장이 없다. 여기부터 200km 정도 남은 상황. 아직 2~3시간 정도 더 라이딩이 가능하다. 4~50km정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거절한다.
“감사하지만 갈 길이 멀어서요. 죄송합니다.”
“겨우 2mi 뒤야. 앞은 고갯길의 연속이라 텐트 칠 곳 찾기도 쉽지 않을텐데?”
“사실 25일 까지는 뉴욕에 들어가야 되요. 비행기 티켓때문에. 관광할 것 까지 생각하면 23일까지는 들어가야 되어서요.”
“그래? 하지만 휴식도 중요할 텐데? 마지막 기회야. 갈래 말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시간 제한이 있어요.”
“그래. 그럼 행운을 빌어줄께. 여행 잘 하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어지고 다시 이동을 시작한다. 아저씨 말대로 정말 산의 연속이다. 하지만 정상은 계속 낮아진다. 3,000ft(1,000m) 이던 정상이 이제는 1000ft(330m)정도 까지 낮아졌다. 이 정도는 이제 뒷 동산이다. 훗. 계속 가다, 마켓이 보여서 빵과 잼, 햄을 구입한다. 시간은 이제 7:30분. 잘 곳을 찾을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니 아까 그 아저씨 말을 들을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든다. 내가 뭘 믿고 그런 도움을 거절한거지? 뭐가 씌여있었나 보다. 하지만 아마 어떤 선택을 했어도 후회가 되긴 했으리라 믿는다.
달리다가 괜찮은 자리를 발견했다. 텐트를 치고 아까 산 통조림을 데워 먹는다. 먹다가 좀 심심한 듯 해서 고추가루를 풀어 먹는다. 치킨 스프였는데 고추가루 풀고나니 닭 볶음탕 비슷한 맛이 난다. 대만족이다. 내일은 윈체스터에서 몸을 좀 녹이고, 워싱턴에서는 호스텔에서 잘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남았을까 워싱턴까지? 아이팟이 꺼지고 나니 조금은 답답하다.
1. 이동 | Frostburg | 에서 | Winchester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133.1km / 7:49h | 누적거리 : 1,620.17 km | |
3. 사용경비 | 빵, 햄, 통조림 : 4.28불 맥도날드 커피 : 1.06불 | 총 : 5.34불 | |
4. 잠자리 | 50번 국도 옆, 언덕 위 공터, 텐트 | ||
5. 상태이상 | 왼쪽 무릎과 양쪽 아킬레스 건에 조금 무리가 간 듯. |
[3월 18일, 여행 18일차, 맑음]
상쾌한 아침이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따듯하다.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간단하게 요기한 후 윈체스터로 향한다. 많이 달려와서 3자리 숫자이던 워싱턴이 표지판에서 2자리 숫자로 줄었다. 85mi (약 130km). 그리고 저 멀리 도시의 향기(?)가 느껴진다. 향기의 출처는 월마트!!
바로 들어간다. 월마트와 맥도날드는 나를 충전해 주는 충전기 같은 곳이다. 여행 필수 코스랄까? 오랜만에 통닭을 보니 자제가 안된다. 한 마리를 사버렸다. 잼, 초콜릿, 통닭, 양말6개, 타이어 예비튜브, 등등 산다. 다사고 나니 28불. 나와서 통닭 한 마리를 뜯어 먹고, 방금 산 물건들을 패니어에 패킹한다. 월마트 입구 앞 이지만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굳이 마트 입구나 그 근처에서 정리하는 이유는 구입한 많은 짐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윈체스터 도착. 영국스런 이름의 깔끔한 도시이다. 조지 워싱턴의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관계가 있었나 보다.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도시 구경을 마치고 다시 워싱턴으로 향한다. 50번 국도를 타고 신나게 밟아본다. 날씨가 좋으면 속도가 잘 나온다. 기분이 좋아져서 일까? 길도 좋고 오늘은 워싱턴 근처까지 밖에 못 갈 줄 알았는데, 이 속도면 오늘 워싱턴까지 가능하겠다.
여행을 하다 보니 부모님과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다. 대화할 상대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이리라. 가끔 말 걸어주는 사람들이 아주 반갑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누군가 한명 동행 하면 좋겠는데. 직장을 이미 잡은 친구들은 움직일 수 없다고 하고, 클럽이나 카페에서 만난 사람은 성격을 모르니 같이 다니기 불편할 느낌이고 이래저래 구하기가 힘들다.
50번 국도는 라이딩 하기 정말 좋다. 길 가던 중 만난 수 많은 오토바이족들. 이 도로는 역사가 나름 깊은가 보다. 남북전쟁과 시민전쟁 등등의 역사 표지판이 많다. 달리다가 배가 고파온다. 요즘 하루 4~5끼는 먹는 듯 하다. 그만큼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으리라. 적당한 장소를 잡아 자전거를 낮잠 재워준다. 그리고는 나도 충전 시작. 오늘은 월마트에서 식량 보충을 한지라 풍족한 식사다.
다시 라이딩 시작. 조금 더 달리니 Fairfax에 도착한다. 도시가 크다. 워싱턴의 위성도시인 듯 하다.
맥도날드가 보인다. 이제는 맥도날드를 찾아 해멜 필요없이 바로 바로 보인다. 도시가 그리웠다. 장비들을 충전해야 하는데 콘센트가 안 보인다. 스타벅스가 옆에 있기에 그 쪽으로 이동해서 충전한다. 집에 전화 한통 하고, 친구들에게도 전화 해서 일본이라도 같이 자전거로 여행 같이하자고 꼬셔본다. 한 친구가 관심을 보이기는데 어떻게 될지…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맵을 보니 이미 워싱턴 근처이다. 대략 30km 정도 남았다. 목적한 만큼 왔기에 워싱턴 시내로의 이동은 하지 않고, 근처에 잘 곳을 찾기로 한다. 구글 맵 상으로 보니 근처에 큰 공원이 있다. 오늘은 그곳에서 자리라.
그리고 어제 길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들은 Warmshowers.org에 접속해본다. 좋은 사이트 같다. 카우치서핑의 경우 답장이 안 오던데 과연 웜샤워는 어떨까? 일단 내일 갈 발티모어 근처에 사는 친구한명에게 메일을 보내본다. 뭐,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라는 심정이랄까?
어느 덧 8시경이다. 5시 반쯤에 들어왔는데 전화통화와 인터넷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잘 곳을 찾아 이동한다. 도착해보니 골프장이다. 구석에 텐트를 치면 되긴 한데 조금 안 좋은 자리 같다. 공공공원이 아닌 사유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워싱턴과 경계가 되는 강변에 있는 공원 까지 가기로 한다.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달리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야간 라이딩 개시.
공원은 자연공원 비슷한 곳으로 공원 안쪽은 캠핑 금지라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그래서 나는 주차장에서 캠핑을 한다. 여기는 아직 공원이 아니니까 괜찮겠지. 피곤하다 빠르게 텐트를 치고 침낭에 들어간다. 내일은 드디어 고대하던 워싱턴이다. 정말 기대가 된다.
1. 이동 | Winchester | 에서 | Washington DC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131.13km / 6:44h | 누적거리 : 1,751.30km | |
3. 사용경비 | 세제 : 1.25불 햄, 잼, 통닭 1마리, 초콜릿, 예비튜브1, 양말6 : 28불 스타벅스 녹차 : 2.05불 | 총 : 31.30불 | |
4. 잠자리 | 125번 국도 옆, 이름 모를 생태 공원 주차장, 텐트 | ||
5. 상태이상 | 왼쪽 아킬레스 건 부었음. 태양빛에 탄 피부가 쓰라림. |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날씨가 풀려 다행인데 길이 질퍽거리니 그또한 문제요..고난의 연속입니다. 필자님은 고생이지만 읽는 저희들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다고 하는 일인데 고생은요 ^^;;
잘 보고 계신다는 댓글에 글 쓸 힘이 생기는 것같아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