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의 침체로 주요 아파트 전세매물 호가가 2년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세 시장 침체가 심화하면서 서울 주요 아파트 전세 매물 호가가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전세수요가 감소하면서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잇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몇 달 사이 전세가격이 30% 넘게 하락한 사례도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여유가 없는 갭 투자자들은 에어컨 설치, 인테리어 교체 등을 제시하며 세입자를 모시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해지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전세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 인기 주거지역 대단지 아파트에서 전세 시세가 2년 전 실거래가격을 밑도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 전세는 2020년 10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되었지만, 최근 전세 호가는 7억5,000만원 수준이다. 2년 만에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들이는 집주인이라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빼주기 위해 2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여건이 좋아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76㎡ 매물 호가가 6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2년 전 전세가격(7억원)보다 1억원 가까이 낮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등 강북권 주요 단지도 2년 전과 비교해 보면, 전세 시세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 넘게 내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가을 최악의 전세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였다. 2020년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세입자들이 가세하면서 새로 전세주택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임대인들은 4년 치 시세 상승분을 받으려고 보증금을 올릴 것이라는 논리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해졌고, 전세 수요가 반전세나 월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매물이 쌓이고 전세시세이 내려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월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2,344건으로 한 달 전(36,247건)보다 17%, 3개월 전(29,656건)과 비교하면 43%나 늘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2만건대 중반 수준이었지만, 6월 이후 매물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에선 전세가격 내림세가 더욱 뚜렸하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약 4,500가구 입주가 진행 중인 인천 검단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예미지트리플에듀 전용 84㎡는 지난 6월 3억2,0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는데 9월에는 2억5,000만원에 계약되었다. 지난달 입주한 검단신도시 2차디에트르더힐은 전용 84㎡ 매물 호가가 1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힐스테이트 영통 84㎡는 작년 5월 전세 실거래가(8억원)보다 2억7,000만원 떨어진 5억3,000만원에 지난 8월 거래되었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40대 집주인은 지난달 800만원을 들여 천장형 에어컨을 모두 교체해주는 조건으로 세입자를 구했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충남의 한 아파트를 전세 매물로 내놓으면서 1,000만원 넘는 명품 핸드백을 선물로 주겠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전세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 투자자가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세입자까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확산할 수 있다. 지난 정부 때 과도하게 오른 전세가격의 하향 안정은 바람직하지만, 전세시장 경착륙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주택 주인이 퇴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깡통 전세에 대비한 보증 상품을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