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익은 연산초 화단의 구기자
나무 열매를 찾아 날아든 한쌍의 부부새
11월이 저물어 간다. 이틀 후면 올해 마지막 달력 종이도 넘기고 막냇달 12월을 맞이해야 한다. 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공주 갑사의 11월 풍경 사진을 보면서 한 달을 보냈는데 모레부터는 백설이 내린 고창 선운사의 12월 달력 사진을 보면서 남은 한 달을 보내야 한다. 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실려 11월이 지나가듯 12월도 햇살에 눈이 녹아 사라지듯 조용히 지나갈 것이다. 너무나 질서정연한 세월의 흐름이 고맙다.
팔팔 끓인 온수와 몇 가지 차를 준비하고 사과와 배, 방울 토마토 등 과일과 스낵 과자를 챙겨 수요 훈련장 사직으로 향했다. 지각 제로인 달하니 샘과 레지에로 샘, 그리고 부지런한 몇 분이 먼저 와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동래고 망월 회원인 정동일 샘과 이삼해 샘은 벌써 주로에서 달리기 중이다. 가야지 회원으로 달리마, 오궁, 꾸니, 김홍은, 이종철 샘도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부산의 일몰 시간은 5시 12분이다. 훈련 시작 시간인 5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운동장도 초저녁 으스름으로 썰렁하다. 아직 관리실에서 음악을 틀지 않아 운동장의 스피커들도 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바람은 세게 불지 않는데 겹겹이 입고 온 옷을 선듯 벗기가 주저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두꺼운 패딩을 시작으로 기모 조끼와 기모 셔츠를 벗고 츄리닝 긴바지 차림으로 변신한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챙긴 반팔과 반바지는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마라톤 가방 안에서 휴식이다.
꾸니, 달리마, 이종철 샘과 무리를 지어 함께 8바퀴를 달리며 예열을 마쳤다. 달리기 전에 느꼈던 한기는 싹 가시고 열기가 올라왔다. 목에 둘렀던 워머도 벗고 기능성 기모 내복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5바퀴를 더 달려 5km를 채웠다. 일요일 양산마라톤 10km를 달리기 위한 마무리 훈련으로는 적당하다. 달하니 샘과 꾸니 샘이 대회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듯 늦게까지 실전처럼 연습을 하셨다.
식사 자리에는 이종철 샘을 제외한 8명이 함께했다. 정동일 샘도 모처럼 동석하여 식당 <동해>의 테이블 2개를 꽉 채우는데 일조를 하셨다. 허리 수술로 통증에서 해방된 사장님(남)이 유쾌한 분위기로 기분좋게 서빙을 해주셨다. 김치찌개에 앞서 식탁에 올라온 계란 프라이가 접시에 수북이 담겨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가스레인지 불 위에 주문한 김치찌개가 올라오고 국물이 보글보글 끓자 레지에로 샘과 오궁 샘이 가위를 들고 일어서서 길쭉한 묵은지를 한입에 먹기 좋게 잘라 주셨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찌찌개가 맵거나 짜지도 않고 여린 단맛을 내어 밥과 술을 부른다. 오늘은 막걸리의 높은 칼로라가 체중 증가에 부채질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탁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소주가 주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추위를 물리쳐 주었다. 오늘 만찬의 시혜자는 김홍은 샘이다.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마셨다.
회장님은 이사 문제로 바쁜 나날을 보내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주중 이사가 끝나면 일요일 양산마라톤에서는 뵐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질 것이다. 오늘밤도 부산은 영하 1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갈 거라는 일기예보가 떴다. 추위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이 돌아가는 곳이 가야지다. 최근에 가입인사를 한 두 회원님(만덕네, 이뻐져라)이 동반 출석하여 함께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싶은 것이 기존 회원들의 신나는 바램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새해에도 가야지의 문을 두드리는 분이 끊이지 않아 새로운 가족들이 속속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오늘은 근거리에 사시는 회원님 세 분(달한, 레지에로, 정동일 샘)과 동승하여 귀가하였다. 늙은 애마가 손님을 가득 태웠는데도 힘들다 하지 않고 잘도 달린다.
秋去冬來
南都釜山冬訪來
登降零下夜氣寒
金井丹楓歌秋離
山陰濃谷薄氷結
長長冬天三個月
猛冬將軍舞寒刀
騎在走路當干走
擊退寒氣克自己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남녘 도시 부산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밤공기가 차다.
금정 단풍도
가을을 노래하고 떠나고
산그늘 짙은 골짜기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길고 긴 겨울
삼 개월
사나운 겨울 장군이
추위의 칼을 휘두르겠지만
주로에 올라
달리기를 방패로 삼아
추위를 물리치고
자신을 이겨낸다.
첫댓글 조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달리려고 할때 신발 바닥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신발 바닥을 확인하니 아주 작은 못이 신발을 뚫고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헐~~
5키로 지속주를 3키로쯤 채웠을때 화장실앞 커브를 도는데 바람이 휙~하니 불어 모자가 휘리릭~날아가서 다시 돌아가서 모자를 주워 손에 들고 마지막 2키로를 채웠습니다.
뛰는 동안 두가지 시련(?)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채운 것이 뿌듯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과 12월도 즐겁게 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