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그립다]
지난달 28일 별세 사카모토 류이치
사물놀이 김덕수 명장의 추억
“저에겐 오랜 시간 교류해온 한국인 음악가 친구들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 음악 밴드 ‘사물놀이’ 리더이기도 한 김덕수와는 35년 된 친구 사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전통 음악의 요소들을 ‘남한산성’의 사운드 트랙에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암 투병 끝에 별세한 영화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坂本龍一·71)가 남긴 생전 인터뷰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2017년 자신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한국 영화 ‘남한산성’ 개봉을 앞두고서다. 그의 말대로 영화 ‘남한산성’엔 북, 장구, 징, 꽹과리 등 사물놀이는 물론 대금, 피리, 아쟁 등 한국의 전통 악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류이치가 김덕수 한예종 명예교수와 서울에서 2박 3일간 함께 작업한 소리다.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에서 만난 김덕수는 “류이치는 내게 40년 이상 국경을 넘어 음악적 교감을 나눠 온 좋은 친구이자, 같은 세대를 살아왔다는 게 자랑스러운 천재 음악가”라며 “그는 한국인의 에너지, 한국인의 신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고 했다.
1952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은 겉보기엔 전혀 다른 음악을 하는 듯했지만, 각자 자리에서 늘 서로를 응원해 온 음악적 동지였다. 김덕수가 수준급 일본어를 구사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했다. 호칭은 ‘덕수 상’ ‘류이치 상’. 냉면을 좋아하는 류이치가 한국에 올 때면, 둘은 서울 장충동의 한 평양냉면집을 찾아 회포를 풀었다.
◇김덕수가 본 40년 지기 류이치
1981년 일본 도쿄에서 당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자리가 있었다. 일본 현대문학 작가 나카가미 겐지(1946~1992), 사진가 시노야마 기신이 서울 ‘한강’을 주제로 한 작품집을 내면서다. 김덕수와 류이치는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각각 사물놀이패와 일본 전자 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김덕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없이 통했다”고 했다. “류이치는 그 시기에 이미 요즘 DJ처럼 ‘스크래칭(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레코드판을 손으로 밀어 음을 내는 것)’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맞춰 나는 장구를 쳤다.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통한다. 류이치와도 그랬다.”
같은 해 류이치와 김덕수가 영화 ‘남한산성’ 음악 작업 중 상의하는 모습. /(사)사물놀이 한울림
이후 류이치는 김덕수의 사물놀이가 일본에서 해외 첫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돕는다. 김덕수는 “류이치는 자신의 조국엔 더는 남아있지 않지만, 자신의 유전자 속엔 기억되고 있는, 문화적 뿌리에 대한 향수가 있었다”고 했다. “한·중·일은 음악적 공통분모가 있다. 중국은 문화 대혁명 이후 그 명맥이 끊어졌고, 일본에서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한국은 종묘제례악 등 우리 전통음악이 여전히 살아 내려온다. ‘남한산성’ 음악 작업 때도 당시 조선 왕조는 정치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발전했음을 많이 이야기했다.” 김덕수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한 이 음악 작업에서, 류이치는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 교향악이 결합한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을 만든다.
김덕수에게 류이치는 ‘세심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류이치가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탄 이후, 재즈 뮤지션 빌 라스웰 등 세계 최고 가는 연주가들이 다 같이 모인 적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목도 축이고, 이야기가 이어졌다. 류이치는 이곳에 끝까지 남아 모든 사람을 주인처럼 보살폈다.”
◇음악 통해 사회에 적극 목소리 낸 사람
류이치는 환경과 생명, 반전, 평화를 위한 활동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류이치가 2001년 발표한 앨범 ‘Zero Landmine(지뢰 폐기)’은 그의 사회 참여적 성향과 작곡가의 면모가 빚어낸 대표적 결과물이다.
김덕수는 신디 로퍼 등 전 세계 여러 아티스트가 협업한 이 앨범에 유일한 한국인 뮤지션으로 참여했다. 당시 이들이 여러 현장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모습이 일본 TBS방송을 통해 다원 생중계됐는데, 김덕수는 6·25전쟁으로 일대가 지뢰밭이 된 강원 철원의 노동당사 건물에서 연주해 그 의미를 더했다. 김덕수는 “굉장히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다”며 “음악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늘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친구다. 자기 이름으로만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류이치는 국내 가수 유희열이 만든 ‘아주 사적인 밤’이 자신의 곡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류이치는 “두 곡의 유사성을 확인했으나 어떠한 법적 조치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덕수는 “평소의 그다운 태도”라며 “저작권과 관련된 일이니, 음악계에선 보기 드문 사례다. 그렇지만 류이치는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서, 이 동갑내기 친구는 생전 류이치가 가장 좋아했다는 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를 다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류이치의 음악은 따뜻하면서도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건 신이 류이치에게 준 축복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예술 세계는 우리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열공 파이팅😃
잘봤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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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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