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책 : 와일드로봇|피터 브라운 (177-186)
일 시 : 9회 2022년 7월5일(17:41)
장 소 : 통합지원반
대 상 : 냥냥군(5학년 남)
읽은 사람 : 박경희
후기 :
1. 책 읽어주기 준비
브라이트빌과 로즈가 이별한다.
청년이 된 아들은 먼 비행에 설레면서도 혼자 남아있을 엄마를 걱정한다.
긴 여행 전날 밤 뒤척이던 브라이트빌은
어린 시절처럼 엄마의 팔 안으로 기어 들어가고,
로즈는 어릴 때처럼 아이를 토닥여준다.
멀리 떠나가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삽화가 나오는 곳까지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로즈가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던 냥냥군이
둘의 이별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진다.
워낙 문장들이 간단하고
묘사보다는 말과 행동이 많으니
그 안에 스며들어있는 걱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2. 책 읽어주기
□ 와일드로봇|피터 브라운 (177-186)
오늘 읽을 곳을 책갈피로 표시해두었는데
냥냥군이 자리에 앉자마자 책장을 앞으로 넘겨
로즈가 로그아웃되어 있는 삽화를 보며
“죽었어요”
한다. 내가
“에잉?”
하니까
“애 죽었어요.”
한다. 바로 이야기에 들어올 수 있는 냥냥군을 내심 부러워하면서...
“죽...었....지...하지만 단추를 누르니까 또...”
하며 말을 흐렸더니
냥냥군이 웃으며
“지징이 되었어요”
한다. 내가 지징이라는 말이 웃겨서
“지징~하면서 다시 일어났지요,
딸깍하면서 힘이 돌아왔어요. 그리고 나서 가을에...”
하며 말이 길어지니 냥냥군이
“기러기떼...여기...”
하면서 오늘 읽을 부분을 가리킨다.
‘지징’이 하고 싶은 말의 포인트였나보다.
곧 섬을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은
엄마와 함께 라우드윙을 찾아가 여행에 대해 묻는다.
네다섯 달 뒤에나 섬에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브라이트빌이 요즘 더 긴 비행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말하자
로즈는 그것이 본능이며 모든 동물은 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본능이요? 어떤 본능이요?”
하고 냥냥군이 묻는다.
아예 그 단어를 모른다기보다는
본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더 알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떤 본능?”
하고 내가 다시 묻자
“맛있는 본능”
한다.
“맛있는 본능?”
다시 되묻자
“네, 돼지”
한다.
“돼지는 맛있게 먹고 싶은 본능 아닌가?”
했더니 끄덕거린다.
“그러니.... 냥냥군의 본능은 뭐지?”
물었더니 모른단다.
어차피 다음 문장에서
로즈가 본능이 뭔지
아주 잘 설명하므로
얼른 다음 문장을 읽었다.
<그건 네가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 거란다>를 읽고
“아, 모든 동물의 본능은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 거래.”
라고 다시 반복하니 냥냥군이 아무 말이 없다.
아까 돼지의 본능을 이야기해놔서
“그럼 돼지는....맛있게 먹어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나?
더 잡아먹히는 거 아니야? 사람들한테?”
하고 물어보았다.
냥냥군 표정이 진지해지더니
“사람들은 다 돼지 목숨(목살?)만 먹어요”
한다. 목숨이든 목살이든 먹는 건 확실하다.
“그러게”
했더니
“돼지는 어디서 가져와요?”
한다.
“어디서?”
물었더니
“네”
한다.
슈퍼에서 파는 돼지고기 팩을 이야기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그...농장 있잖아”
했더니
“안 놈만 가요?”
한다.
못 알아들어서 다시
“어?”
했더니
“돼지 안 농만 가요?”
한다.
너무 뜬금없는 말이지만 내 귀에는 암놈만 가냐는 말로 들리긴 해서
아니라고 암놈만 있으면 아기를 못 낳으니까
암수돼지 모두 갈 거 같다고 아주 진지하게 답해주었다.
암튼 거기서 아기가 생겨서 새끼돼지가 되고
또 되고 그런다는데
“그런데 돼지는 왜 안농망가요?”
냥냥군이 다시 묻는다.
이런... 암놈이 아니라 안도망가냐는 말이었나보다.
냥냥군은 내가 잘못 알아듣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말을 꿰맞추고 있으면 가만히 다 들어주다가
내 답이 끝나면 다시 자신의 질문을 되풀이한다.
오늘처럼 비음과 파열음 사이의 경계는 그래도 더 수월하다.
“돼지가 왜 안도망가냐고?”
했더니
“네”
한다.
“못 도망가는 거 아닐까?”
했더니
“왜요?”
하고 인상을 쓴다.
“다 막아 놓은 거 아닐까?”
했더니
“뜰게 했어요? 겨딸이 잡기르서이”
한다. 흥분했는지 말이 빠르고 뭉개져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오늘은 노랑이 뿐 아니라 분홍이까지 계속
소리를 질러서 더 들리지가 않는다.
도망을 못가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거기에 맞춰서
“문이랑 다 꼭꼭 닫아놔서 못 도망가게 하고....
야생돼지랑 집돼지는 다르지 않을까?”
했다.
“야생돼지는 부(무)서워요?”
해서
“야생돼지는 산에서 살지 않아?
우리 읽었던 책에도 야생돼지 나온 적 없었던가?”
했더니 그런단다.
도망 못가는 이유를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내 입은 또 엉뚱한 이야기를 내뱉고 있다.
“아. 그래? 저번 주에 선생님이 꿀꿀돼지란 책을 가져왔거든”
“네”
“그거 옛날이야기인데 돼지를 왜 꿀꿀돼지라고 하는지 나왔었거든.
그거 담에 가져와서 읽어줄까?”
“아니요”
“아니야? 그럼 간단하게 이야기해줄까?”
“아니요”
해달라 그랬으면 정말 민망했을텐데 역시 냥냥군은 나보다 낫다.
철새같은 야생의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본능은
인간이 만든 로봇과 야생의 동물들을 뚜렷하게 대비시켜주는 훌륭한 단서중 하나인데....
귀가 얇은 건.......나의 생존본능인가....훌쩍
“아니야? 그럼 뒤에 이어서 읽어볼까?”
하며 얼른 내가 스스로 빠진 꿀꿀돼지지옥에서 빠져나왔다.
브라이트빌이 엄마도 본능이 있냐며 묻는 문장을 읽으며
“로봇이 살아남기에 좋은, 도움이 되는 게 뭘까?”
혼자 중얼거리는데 냥냥군이 대뜸
“본능”
이라고 외친다.
우리가 주고받은 말이 그대로 다음 문장에 이어져서
기분 좋게 읽었다.
브라이트빌이 로즈보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냥냥군이
“헤엄쳐서 가!”
한다. 나도
“헤엄쳐서 가야지 그럼”
맞장구치고 이어 읽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엄마가 어떻게 지낼지 걱정하는
기러기 아들에게 엄마는 고작 겨울동안이라며
걱정 말라는 말로 그 장이 끝났다.
다 읽고 나는
“그래도 네다섯 달 동안 떨어져 지내야하는데... 그래도 따라갈 방법은 없지?”
하고 지난 시간에 이어 냥냥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냥냥군의 대답은
“네”
단호하다.
단호한 대답에 지난 시간 따라가라는 자신의 말을
기억 못하는구나 싶어서
“그래도 방법은 없지?”
하고 더 아쉬워졌다.
그런데 냥냥군이 갑자기
“기러기 파”
하고 외친다.
“기러기 팔?”
의아해했더니 냥냥군이
“기러기 위에 타요”
한다.
“그러게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여러 마리가 이렇게 옛날이야기가 망 짜가지고 들고 가잖아.
그럼 너무 힘들 것 같아. 로즈가 엄청 크지 않니?”
했더니 냥냥군도 그림을 그려보고 안 될 것 같은지
“발이 길어요.”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로봇을 기러기 위에
올려볼 고민을 하는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근데 얇아요”
덧붙이다 신이 나서 말이 빨라진다.
“얇아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로봇 무거워요.
다리가 얇아요. 다리가 얇으니까 이렇게...
에이 무거워서 안돼”
한다. 또 한참을 고민하다 안타까운 듯
“손도 얇아요.”
한다, 나도
“그래 손도 얇으니까 이렇게 딱 잡고 막 날아가면....”
하다가 둘이 고개를 저으며
“안돼 안돼. 진짜 그러면 로즈 놔두고
브라이트빌이 여행 갈 수 밖에 없겠네“
하고 포기했다.
떠나기 전날 밤 두 모자는 서로 품에 안고 잤다는 말만 나오지
주고 받는 대화도 아쉬움도 슬픔도 없다.
너무 간단한 문장에 읽는 내가 아쉬워서 괜히
“이동하기 전 날이구만. 아 전날 밤이야.
그럼 내일 아침 떠나는 구나.”
하고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다람쥐 칫챗이 나왔는데
냥냥군이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칫챗이 귀여운데 냥냥군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서로 좋아하는 인물이 다르다.
냥냥군은 사슴이랑 족제비, 여우를 좋아하고
나는 칫챗이랑 너구리를 좋아한다.
“칫챗 오랜만에 나왔네”
하고 서운함을 달랬다.
떠날 준비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비행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엄마들은 머릿수를 센다는 문장을 읽는데 냥냥군이
“왜 로봇 엄마에요?”
하고 물었다.
“로봇?”
하고 되물었더니 냥냥군이 로즈를 가리키며
“애, 여자에요?”
한다. 아니, 몇 달을 기러기를 키운 로봇 엄마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느닷없이 왜 그러지 싶어 당황스러웠다.
“로즈?”
하고 되묻기만 했다.
냥냥군은 심각하게
“네”
한다. 내가
“여자지, 아닐까? 왜냐면 엄마, 엄마 했잖아”
하고 변명하듯 말했다.
냥냥군은 떠오르는 말들을 계속 내뱉는다.
“그건 오리가.......로봇은 성별이 없지........
근데 왜 애기가 엄마라고 하지?..........성별이 없는데”
한다.
나는 냥냥군의 질문하는 의도를 짐작 못해 여전히 당황스러웠다.
180여 쪽을 네다섯 달을 읽어오며 쌓아온 서사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떠오르는 대로
“로봇은 성별이 없는데...이름이 로즈라서 그런가?
아닌데 원래 이름 로즈....좀 비슷하긴 했지
로즈 유닛 7134입니다. 로즈라고 불러도 돼요. 라고 했잖아.
겉으로 봐서는 여잔지 남잔지 알 수가 없어 그리고 필요도 없지“
하고 말했다.
냥냥군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서
“응 근데......로봇 ----.....뭐라고 불렀지”
하고 중얼거린다.
나는 어떻게든 로즈가 당연히 엄마라는 것을
냥냥군에게 설득하고 싶어서
“필요에 따라서 그럴까?
로봇이 하는 일이 엄마이면 엄마라고 하고 음....
근데 엄마일 아빠일 엄마나 아빠나 굳이 엄마라고 할 필요는 없는데
키워서 엄마라고 하는 거 아닐까?”
했다.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냥냥군이 눈을 빛내며
“처음 보니까 엄마 아닐까”
한다.
냥냥군의 생각을 못 따라가서 나는 멍하니
“태어나기는”
하고 중얼거렸다. 냥냥군이
“탁 까기”
하고 외친다.
“탁? 각인?”
했더니 끄덕거리며
“알에서 부화할 때 처음 봤을 때 엄마라고 착각한 거 아닐까요?”
한다. 그제사 나도
“아~ 착각한거라고. 새들이 각인현상이라고 하잖아.
우리 이야기에서도 많이 있었다.
여우가 데려다 키웠는데도 알에서 딱 깨어난 순간
엄마 엄마 아빠 아빠 그랬잖아
근데 우리 읽을 때 엄마라고 누가 먼저 그랬지?”
하며 책을 뒤적거렸다.
얼른 앞장을 뒤적여서 브라이트빌이 태어난 장면을 찾아보았다.
냥냥군이 궁금해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책 안에서 찾는 것을 보니
갑자기 너무 행복해져서 책장을 뒤적이면서
“우리 냥냥군이 엄청 똑똑한 질문을...”
하며 실실 웃었다.
책을 다시 뒤져 그 부분을 찾았다.
“아. 니 말이 맞다.
기러기들 로즈가 다 기러기 사고나서 다 죽었잖아.
근데 삐약삐약 나는데 그 안에서 알속에서 작게 옹알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그래서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엄마라고 했나봐.
깨어나는 장면 여기다.
탁탁탁 냥냥군 니 말이 맞았어.”
그 장면을 다시 함께 읽고
“아, 이렇게 됐구나”
했다.
로즈가 떠나는 청년 기러기 아들을 꼭 껴안는 문장 아래
떠나는 기러기 무리를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바라보는 로즈의 뒷모습이
본문 양 쪽에 걸쳐 넓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냥냥군이 기러기 떼가 너무 적다고 세어본다. 14마리다.....
냥냥군이 상상한 것보다 너무 초라한 기러기 떼인가 보다. 내가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더 있는데 조금만 그린 거 아닐까?”
하고 소설적 허용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려는데 냥냥군은
“근데 이거 새 순거 그린 거 같은데? 기러기 아닌 것 같아요”
하고 형태에 대한 불신까지 이야기한다.
“기러기 아닌 것 같아?”
물으며 다시 보니 사람들이 갈매기 그림 그릴 때 흔히 그리는 형태이다.
평소 브라이트빌이 나는 모습 같지가 않기는 하다.
그래도 작가의 권위에 기대
“이거 쓴 사람이 피터브라운이잖아. 이 그림도 그렸대”
하고 시치미 떼고 이어 읽었다.
솔직히 핸드폰으로 얼른 검색해서 기러기떼 이동 이미지를 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아까 빠진 꿀꿀돼지 지옥이 떠올라 살짝 움츠려들었다.
계속 이상하면 더 생각이 나겠지 하고 말았다.
나중에 혼자서 ‘기러기 떼 이동’을 찾아보니
V자 대형 사진이 정말 많다.
무리마다 마리 수는 대중없지만 세 보니
50여 마리가 넘었다는 목격담들이 있다.
3. 오늘 시간을 돌아보며
오늘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책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지난 시간 이후에도
브라이트빌과 로즈를 떠올리며
종종 생각에 잠겼었겠구나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든 아이들이 소리를 계속 질렀고, 말리는 선생님들 목소리도 커졌다.
녹음을 들어보니 냥냥군이 말을 할 때마다 다른 소리들이 더 크게 덮어버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많았다.
냥냥군에게 다른 곳에 가서 읽자 하니까 괜찮다고 한다.
냥냥군이 읽는 1교시는 아이들이 대부분 모두 있어서 가장 소란스러운 시간이다.
레이와 유우에게 읽어주는 3교시는 둘밖에 없을 때가 많고
둘은 아주 조용한 편이라 읽어주기 너무 좋은 시간이다.
그때마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1교시가 아쉽고
특히 냥냥군의 말을 못 알아듣게 될 때마다 속이 상한다.
작년처럼 냥냥군이랑 방과후 시간에 읽을 방법이 없나
담당선생님과 고민해봤지만
많은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란스러워도 수업시간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나을지....
작년처럼 빠지지 않고 출석해준다면 오후에 내가 한 번 더 올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오전 시간에 조용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노랑이와 분홍이, 마망이도 소리를 덜 지를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