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心街 風俗圖(중심가 풍속도)
#장면1
동생들을 만나려 서면으로 갔다. 전철의 곁에 붙어 앉은 60대 사내는 습관적으로 다리를 떨어댄다. 다리가 맞대어 더운데 마찰을 해대니 더욱 덥다. 피해도 따라왔다. 뒤통수를 한대 쥐어박으려다 참았다.(복나간다. 떨긴 왜 떠니? ㅎㅎ)
옮겨탄 지하철에서 내리니 지하 분수대옆엔 늙은이들이 진을 쳤다. 영광도서앞 그곳 나무그늘 아래도 온통 늙은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노인 세대가 많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세상, 그런데 도심의 중심부까지 지배할 줄이야...
점심시간이어서 약속이나 한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타났고, 만나서는 어디론가 흩어져 갔다.
동생들이 도착했고, 우리들도 식당을 찾아 들었다. 다른때 만남에선 미리 식당을 염두에 두고 만났지만, 이번은 내가 주장해서 만날 위치만 잡고 먹이의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두달 간격으로 만나는 기회, 값비싼게 맛나다면 우린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어선지 아무거나 맛있게 잘먹는 편이다.
물론 동생도 직장 다니며 외국 여행길에 입맛교정도 했으련만 그래도 비싼 음식먹고 서로 계산하겠다고 카드 끝발 대결하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이번엔 시장통 근처 맛집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골목을 찾아들다가 동생이 무엇을 발견한 모양이다.
"뭔데? 하고 내가 물었다.
"저기 괜찮아요?" 동생이 가리키는 곳은 집밥이었다.
"좋지! 가보자."
식당엔 우리가 1착이었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갈치조림, 김치찌개 등등 조선사람이면 아무거나 선택해도 좋은 것들이다.
갈치조림을 시키고 있었더니 손님들이 들어온다. 여자 두명이 운영하는 식당, 인건비나 나올까? 하는 주인의 걱정도 해보았으나 이런 곳의 점심시간이란 직장 근처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이 느선할 것이란 생각으로 우려를 대체해 버렸다.
재료대가 워낙 비싸니 품질이나 양을 따지는건 현상의 도리에 어긋나는 계산법이고, 그런대로 한끼 때우기엔 괜찮겠다 싶었다.
벽에는 우리 나이또래 유명가수의 사진과 싸인이 붙었다. 두 동생이 덜어주는 밥까지 배를 채우고 나오며 주인더러, "000씨도 맛을 아는가보네." 라며 한마디 하였더니 웃으며,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하고 인사했다. 알아주니 고마운겨?
#장면2
식당을 나와 2층 커피집으로 올라갔다. 믹스커피 아니면 공짜라도 시큰둥해하는 내가 동생들을 배려한 것이다.
넓은 실내엔 사람들로 거의 찼다. 주로 60~70대들이다. 동생은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안오는 커피점 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시각, 이 번화가를 중늙은이들이 통째로 점령해 버렸다는게 흐뭇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국심의 발로인가?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승용차보다 화물차가 더 우선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더러었었다.
사람들의 차림새들을 보니 일을 하다 점심후 커피한잔이 아니라, 서로들 만남의 기회 연장인 것 같았다.
순간 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어느새 문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촌놈이 되었나? 그래도 세상에 뒤질세라 눈을 뜨고, 생각들을 교환하는 토론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그러한 조류에서 한참을 밀려나 버렸단 말인가?
이들의 하루는 차림새를 고치고 집에서 나와 지하철 공간이나 도로변 나무 그늘에서 서성이다 짝쿵을 만나 점심을 먹고, 이렇게 커피집에서 열띤 토론을 하다가 해질녁까지 그렇게...
세상은 갈수록 분화한다. 갈라파고스가 그렇고, 마다가스카르가 그렇듯 모체로부터 지형이 분리되면, 사람들의 의식도 분열하며 진화(?)한다.
그걸 지켜보며 가진자(권력+재물)들은 지배의 방식을 탐구하고, 부풀려진 탐욕이 투쟁(전쟁)으로 뒤바뀔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권력이 명분상 민주주의며 사회(공산)주의란 독재적 지배방식이다.
지금처럼 수없이 쏱아져 나오는 노인세대를 정부가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사회 분위기를 선도해야 할텐데...가진자들은 더 가지려 힘을 쓰고, 국가란 체제는 무너앉을 것이란 혼자만의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무기력해져 오래 앉아있기 싫었다. 바깥기온은 34도, 큰동생은 국제시장 투어를 할거란다. 짐도 있는데, 만류해도 소용없다. 이제 나보다 등산과 트래킹을 더한다. 나더러는 (운동을)어쩔거냐?며 물었다.
"글쎄! 어디론가는 가야지. 그런데 덥다 그지?"
첫댓글 가끔 수필을 가볍게 올리시는데 독자인 제게는 멎진 작품입니다
현실에 처해있는 노인천국 어딜가나 눈에띄는 모습들이 좋아보이지 않고 걱정으로 혀를 차게 만듭니다
저또한 다를바 없어 그대열에 끼고싶지 않아 피하는것도 사실이거니와 아직은 노인임을 거부합니다
이렇게 자신감 있는것도 두렵긴 마찬가지 곧 그렇게 될거니까 말이죠 매일 배낭에 김밥 물한병
책한권 넣고 가까운 산에 오르긴 합니다만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료하게 모여서 어쭙짢은 정치에 끼여들어 입에 침튀기는게 꼴보기 싫어선니다
형제 우애가 좋으시군요
부럽습니다
저흰 그렇지 못하거든요
다음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