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방송일: 20051020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조성희
씬1/ 방송국 복도(D) - ENG
어깨 축 처진 미자. 고개 숙인 채 걷고 있다.
그러다 마주오던 누군가의 가슴께에 쿵...
머리 부딪힌다.
미자 (올려보지도 않은 채 꾸벅 숙이며) 죄송합니다..
여전히 땅 보며 터덜터덜 가던 길 간다.
보면, 미자와 부딪혔던 사람. 현우다.
힘 빠진 미자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는 현우 표정에서
타이틀 - 꿈꾸는 도시
씬2/ 녹음실 (D)
지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미자, 화난 목소리로 통화하며 들어온다
미자 (화난) 이보세요! 저 결혼 열흘 남았거든요? 지금 와서 이러심 곤란하죠. 물건 구할 수 있대서 딴덴 알아보지도 않았는데.. (사이) 아우~ 몰라요. 약속대로 내일 찾으러 갈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끊고) 가뜩이나 이래저래 심난한데 왜 이거까지 속을 썩여?
미자, 지친 듯 소파에 털썩 앉는다.
지영 무슨 문제 있어? 왜 그렇게 날카로워?
미자 (지친) 결혼 한번 하는데 뭐가 이렇게 어렵니.. (절레절레) 진짜 힘들다 힘들어..
지영 원래 웬만한 준비 다 끝냈다 그래도 여전히 힘든 거래.. 머릿속도 복잡해지구.. (분위기 바꾸려 밝게) 끝나고 기분 풀러 갈까? 최미자 위해서 까짓거 학원 한번 땡땡이치지 뭐~
미자 (고마운 듯 미소, 이내 지친 표정) 그러구 싶은데.. 오늘은 내내 더빙 있어...
지영 ....
미자 이러다 결혼도 하기 전에 머리 터져 돌아가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냥 확 다 때려 치고 도망 가버릴까?
지영 (씩씩하게) 친구!! 힘내! 힘 힘!
미자 (지영따라) 힘힘! (하는데 어딘지 씁쓸)
현우, 문 앞에서 미자 말 다 들은 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있다.
씬/ 오피스텔 외경(D)
씬3/ 원룸 복도(D) - ENG
정민,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데,
(*이번회 정민-한 손에 계속 압박붕대 감은 모습)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윤아 보인다.
멈칫하는 정민. 붕대 감은 자기손 본다.
윤아 정민씨!
정민 (손 슬며시 감추며, 덤덤) 이제 출근해?
윤아 어. 정민씨도?
정민 (말없이 끄덕)
엘리베이터 타고, 별 말 없이 있는데
SE) 윤아 핸드폰 벨소리
윤아 (전화 받고) 네 민혁씨
정민 (어쭈? 괜히 승질난다)
SE) 엘리베이터 1층 도착음
윤아 (계속 통화) 그럼 저녁에 거기서 봐요. 네~ (끊고 보면)
정민, 어느새 내려 저 앞에 성큼성큼 가고 있다.
씬4/ 출판사 (D)
희도 통화중. 옆에 부록 듣고 있다.
인쇄소 (F) 나도 최부장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어쩌겠어.. 우리 인쇄소도 먹고 살아야지..
희도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인쇄소 (F) 근데 그쪽 책이 자릴 차지하고 있어서, 딴 작업도 못하고 있어. 어려운 거 알지만 어떻게 빨리 해결 좀 해줘.
희도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그럼 저희가 가서 책이라도 먼저 치워드릴까요? (사이) 예.. 그렇죠.. (사이) 예.. 죄송합니다.. (끊고)
부록 아무리 쓰레기 된 책이지만.. 인쇄소 입장에선 대금도 안 치른 책을 먼저 넘겨 준다는게 말도 안되는 얘기긴 하지...
희도 (한숨) 무슨 방도를 내던가 해야지..
부록 내.. 면목 없네..
씬5/ MBS 로비 (D) -ENG
기운 없이 걷는 미자
SE) 미자 핸드폰 벨소리
미자 (전화 받고) 어, 자기야..
현우 (F) 일 끝났어?
미자 어. 방금
현우 (F) 자기 보구싶은데... 술이나 한잔 할까?
미자 미안. 나 오늘은 그냥 들어갈게. 많이 피곤하네...
현우 (F) (걱정스럽게) 그래 그럼... 들어가서 일찍 자~
씬6/ 기차역 매표소 (D) - ENG
미자와 통화하다 전화 끊는 현우 보면,
매표소 앞에 서 있다.
씬7/ 집 앞 + 거실 (N)
축 처진 부록. 집 앞에 서서 거실안 들여다보면,
할셋과 우현, 웃으며 TV보고 있다.
부록, 네사람 모습 물끄러미 보다 대문 열고 들어간다.
SE) 거실 전화벨 소리
씬8/ 거실(N)
전화 받는 영옥
영옥 여보세요. 어.. 김선생이 웬일이야? (듣다가 표정 어두워진다. 안타깝게) 아유.. 아유.. 쯧쯧
그때, 거실로 들어서는 부록
부록 (일부러 더 힘있게) 다녀왔습니다!
심각한 전화같자 영숙, 부록 보며 ‘쉿!’
영옥 (한숨) 오래 고생하시더니 이젠 편해지셨네.
부록, 눈치보고 조용히 앉는데,
혜옥,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하고
TV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영숙, 조용히 하라고 혜옥 때린다
혜옥 아! 왜 때려!
영숙, 눈치 주고 TV 끈다
영옥 (계속 통화) 어디? 무슨 병원? (메모할 것 찾는 듯) 잠깐만..
우현, 급하게 볼펜과 메모지 건넨다
영옥 (적으며) 한국병원 영안실? (사이) 그래. 들어가~ (끊고 잠시 눈 감고 기도)
우현 (조심스럽게) 누가 돌아가셨나봐요?
영옥 봉사 같이 다니던 형님인데, 한참을 고생하시더니.. 결국 가셨대네..
영숙 신장 때문에 10년 넘게 고생하셨다던 그 분이요?
혜옥 (그제야 분위기 파악한 듯 안타깝게 끄덕끄덕)
영옥 (한숨) 이거 갈 수도 없고.. 안갈 수도 없고..
고민되는 영옥, 눈치보는 영숙/혜옥
씬9/ Bar (ENG) + 카페 (N)
정민, 바에 앉아 혼자 술 마시고 있다.
SE) 정민 핸드폰 벨소리
// 카페 - 동직, 전화 중이고
지영, 옆에서 회화책보며 영어 연습중이다.
동직 정민아. 와서 나랑 좀 놀아주라.
정민 F) 어딘데 ?
동직 여기? 비트!
정민 F) 혼자 있어?
지영, 계속 영어로 중얼
지영 there wasn’t program for...
동직 (못마땅하게 지영 보며) 아니. 지영이랑 나왔는데 공부해야 된다구 책만 보고 있다.
// 바 -통화중인 정민
정민 윤아...씨는?
동직 F) 윤안 약속 있다고 먼저 갔어
정민 (보나마다 서피디다) 됐다. 이따 집에서 보자 (끊고 바텐더에게) 같은 걸로 한잔 더요~
여자 (외모 세련, 쿨) 들어서 정민 옆쪽으로 앉는다
여자 (메뉴 고르다 정민 마시는 거 보고) 저도 (정민 가리키며) 저분 마시는 걸로 한잔 주세요
정민 (뭔가? 하며 쳐다보다 귀찮은 듯 다시 원위치)
여자, 칵테일 마시다 정민 손보더니,
여자 싸우셨나봐요? (싸우는 모션 하며) 이거?
정민 (여전히 귀찮은)
여자 괜찮으면 같이 한잔 할래요?
정민 전 그만 가보려던 참이라서요..(일어서려는데)
윤아. 서피디랑 같이 들어온다.
그 모습 보고 다시 자리에 앉는 정민
정민 (태도 돌변) 그러죠 뭐! 혼자 심심했는데.
정민, 여자 바로 옆자리로 옮겨 앉고.
윤아와 서피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는다.
정민 (윤아 의식하며 오버) 우리 건배 한번 할까요? ( 잔 드는데)
윤아. 그제야 정민 발견하고 와서는,
윤아 (반갑게) 정민씨!
정민 (지금 봤다는 듯) 어! 윤아씨가 여긴 웬일이야?
윤아 약속 있어서 (여자보고 가볍게 눈인사)
여자 (목례)
정민 그래? 나도 약속이 있어서..
윤아 그럼 나중에 봐..(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는)
정민, 신경 쓰이는지 윤아쪽 보다가
윤아랑 눈 마주치자 급하게 피한다.
정민 (여자에게 오버) 자~ 건배~! (마시면서도 눈은 계속 윤아쪽 보는)
씬10/ 집 앞 (N)
미자, 피곤한 모습으로 계단 내려오는데
집 앞에 현우 서있다.
미자 (놀라서) 자기야!
현우 (미소 지으며 팔 벌리는) 우리 자기 고생 많았네..
미자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날씨도 쌀쌀한데.. (손으로 현우 볼 만져보는)
현우 (미자 얼굴에 가깝게 대고 뚫어져라 본다)
미자 (쑥스러운 듯) 왜..
현우 됐다 이제! 자기 얼굴 봤으니까 갈께. 피곤한데
들어가서 쉬어.
미자 진짜 그냥 가? 미안하게..
현우 (가려다) 미안해? 미안하면 부탁 하나 들어줄래?
미자 부탁?
현우,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니 미자 손에 쥐어준다
미자 (손 펴 보고) 어? 기차표네? 춘천?
현우 (끄덕)
미자 춘천은 왜? 지방 녹음 잡혔어?
현우 아니...
미자 그럼.. 왜?
현우 자기 내일은 일 없다며~ 그러니까 다녀오라구..
미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러니까.. 일이 없는데.. 왜 내가 여길 가야 되냐구..
현우 일이 없으니까... 기차 타고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좀 걷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좀 쉬라구.
미자 자긴.. 낼 출근해야 되잖아~
현우 자기 혼자 가는 건데?
미자 (에?) 나 혼자? 나 혼자 가서 뭐하라고?
현우 아까 다 얘기했잖아. 어쨌든 가. 갈 거지? 이거 내가 직접 역에 가서 예매한 거란 말이야.
미자 에이.. 지금 같은때 여행은 무슨.. (기차표 다시 주며) 생각할 것도 많은데... 이거저거 생각하면 부담도 되고...
현우 (미자 어깨에 양손 올리고) 그래서 더 다녀오란 거야. 복잡한 거 정리도 하구, 머리도 식히구... 자기한테 지금 제일 필요한건 휴식이야.. 내 부탁 들어준다 생각하고 다녀왔음 좋겠어.
미자 ... (가겠다 아니다 뭐라 대답 못하고 있는데)
현우 참! 선물 있는데.. (하더니 주머니 뒤진다)
현우, 번호표 달린 열쇠 꺼내
미자에게 준다.
미자 (열쇠 받고) 이건 뭐야?
현우 궁금하면 내일 청량리역에서 확인해봐. 이거 궁금해서라도 우리 미자씨 꼭 가야겠네? (웃고) 내 부탁.. 들어줄 거지? (손 흔들며 가는)
· 미자 (기차표와 현우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고민스럽다) 아니, 뭐~야...
씬11/ Bar (N) - ENG
여자, 정민에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여자 (한참 얘기 중이었던 듯) 그땐 이제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금방 또 잊게 되더라구요. 정민씬 그런 경우 없었어요?
정민, 얘기 안 듣고 망연히 딴데 보고있다.
여자, 정민시선 따라가보면,
서피디랑 얘기하며 웃고 있는 윤아 모습.
여자 (눈치챈 듯) 저 여자분 좋아하시나 봐요?
정민 (그제야 정신 차려 놀라서) 예?
여자 마음고생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죠?
정민 (무슨 소린가?)
여자 그럼 빨리 마음 접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정민 (이 여자 뭔소린가?)
여자 같은 여자가 보기엔 그쪽이랑은 가능성이 없어 보이네요.
그때, 윤아, 정민쪽으로 오고
윤아 정민씨.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봐.. (여자에게도 목례로 인사하고 간다)
정민, 서피디와 나가는 윤아쪽 보고있다.
여자 따라 나가고 싶음 나가도 돼요
정민 아니요.. (하면서도 계속 윤아 나가는 쪽 보는)
씬12/ 부록방 (N)
우현. 곤히 자는데, 옆에 누워있는 부록. 잠 못 자고 뒤척인다.
일어나서 한숨쉬다, 다시 누웠다가.. 고민 많은 모습
씬/ 원룸 외경 (D)
씬13/ 남자원룸 (D)
정민, 동직. 아침 먹고 있다
동직 너 어제 여자 만났다며?
정민 (응?) 누가 그래? 나 여자 만났다고?
동직 윤아가.. 그래서 내가 불러도 안왔냐? 의리 없게시리
정민 (윤아 반응 궁금) 윤아씨가.. 뭐라 그래?
동직 별 말은 없구.. 그냥 바에서 너 어떤 여자랑 있는 거 봤다고.. 짜식~ 또 언제 소개팅을 한 거야?
정민 (실망) 그런 거 아니야 임마...
그때 윤아, 반찬통 가지고 들어온다
윤아 지영이가 갖다 주래~ 기집애 자기만 바쁜 척...
정민 (태도 돌변, 오버) 와~ 어제 그 여자. 쿨~한 게얘긴 또 얼마나 재밌게 하던지! (윤아 눈치 보는)
윤아, 아무 반응 없다.
윤아 나 출근한다~ 안녕~ (나가면)
정민 (괜히 동직에게) 야! 쩝쩝거리지 좀 말고 먹어!!!
동직 이~씨. 만만한게 나야.
씬14/ 서점 (D) - ENG
부록, 출근하니 희도와 이대리,
심각하게 얘기중이다.
부록 (미안한듯) 뭐 하러 이렇게 일찍들 나왔어..
희도 사장님. 어제 대한 출판사 사람들이랑 접촉을 해봤는데요.. 얘기만 잘되면 우리 책 값 절반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록 (번쩍!) 그게 무슨 소린가?
희도 대한측에 우리가 이미 찍어둔 책을 넘기는 네고를 하겠다고 얘기 했습니다. 어차피 같은 내용 이고 급하겐 만들었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대한측에선 표지만 바꾸면 되니까 부담도 줄 거구요.
이대리 출판 업계도 불황이고, 알아본 바론 대한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구요.
부록 (혹하는 표정)
희도 일단 그쪽에서 오늘 아침 회의 때 의논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얘기가 좀 쉬워질 겁니다.
부록 그래? (희망 보이는 듯) 그럼 내가 오후에 대한에 들어가서 직접 사장을 한번 만나봄세.
씬15/ 청량리 역 (D) - ENG
미자,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통화중
미자 일단 역까지 오긴 왔는데.. 그냥 안가고 다음에 자기랑 가면 안돼?
현우 (F) 어제 내 부탁 들어준다고 약속했으면서.. 아무 걱정말구 그냥 자알 쉬다 오세요~
미자 그래두..
현우 (F) 참. 열쇤 잘 챙겼어?
미자 맞다! 열쇠. 어디 뒀더라..(가방 앞주머니 뒤져 찾다가 열쇠 꺼내며) 여?다!
현우 (F) (급하게) 자기야. 나 지금 회의 들어가야 되거든? 나중에 또 걸께!
미자 근데 이 열(쇠..하는데 보면 전화 끊겼다. 입삐죽)
둘러보니 물품 보관함 보인다.
미자, 번호에 맞는 사물함 열어
안에 있는 물건 하나씩 꺼낸다.
카메라, 얇은 책 한권, MD, 약간의 먹을 것.
미자 입가에 잔잔한 미소 흐르기 시작한다.
그때, 빠앙~하고 기차 들어오는 소리 들린다.
미자, 물건 챙겨 플랫폼쪽으로 간다
씬16/ 기차안 (D) - ENG
미자, 기차표 번호와 좌석번호 맞춰보며
두리번거리다 자리 찾아 앉는다.
평일이라 한산한 분위기..
귀대하는 듯한 군인들 몇 명,
엄마 손 잡은 꼬마 등이 간혹 보일 뿐이다.
아직은 혼자 기차 탄 게 어색하고 낯선 미자.
혼자 가는 여행에 아직은 부담을 느끼는 표정.
씬17/ 마당 (D)
문상 분위기로 차려입은 혜옥과 영숙.
영옥의 배웅을 받는다
영옥 손녀 결혼하는데 친할미가 도움은 못될망정 안 좋다는 건 피하는 게 낫지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대신 니들 보내는 거니까, 제대로 잘 하구와. (영숙에게 조의금 봉투 건넨다)
영숙 (봉투 받아들고) 걱정 마요.
혜옥 (철없이 촐랑) 얼마 넣었어? 심부름 값은 따로 안줘? (봉투 보려는데)
영옥 (혜옥 손 때린다)
혜옥 아! 아퍼어~
영옥 (영숙에게) 이거 가서 사고 안치게 한시도 눈 떼지 말고
혜옥 (삐죽)
영숙 걱정 말아요. 얌전히 다녀 올테니..
혜옥 영숙 가고,
영옥 (안타깝게 혼잣말) 형님. 미안하우. 손녀 딸내미 결혼 시키고 바로 산소로 찾아뵈리다..
씬18/ 정민 사무실 (D) - ENG
정민, 책상에 앉아 판례집 보고있다
정민 (E) 어제 윤아씨가 그 여자 진짜 오해한 거 아냐?
다시 책으로 눈 돌렸다가
눈에 잘 안들어 오는지 금세 덮는다.
그러다 책상 위에 종이컵 집으려는데
뻗은손 보면, 붕대감은 손이다.
멀쩡한 손으로 바꿔 집어 커피 마시는.
정민 (씁쓸) 옛날엔 향수만 바꿔도 금방 알더니.. 이젠 이렇게 붕댈 감고 있어도 모르네.. (괜한 승질) 아~씨 거 서피딘가 하는 자식.. 생각 할수록 거슬리네.. (커피 원샷 해버리는)
씬19/ 장례식장 입구 (D)
혜옥. 영숙. 문상 마친 분위기
영숙 (유가족에게 인사하며) 그럼 저흰 가보겠습니다
유가족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옥, 영숙. 나오는데,
혜옥, 식장 앞에 나란히 붙은 두 개의 이름표에
눈이 간다.
<이름표 인서트- 김말순 / 김용순>
혜옥 (왼쪽 가리키며) 김말순. (오른쪽 가리키며) 김용순.. 우리가 들어간데는? (오른쪽 가리키며) 김용순. 큰 언니가 아는 형님 이름은? (왼쪽 가리키며) 김말순. (눈 깜빡깜빡 하다가, 영숙에게) 언니. 뭔가 이상하지 않어?
영숙 뭐가? (이름표보고 한참 꿈뻑거리다가) 아이쿠~잘못갔네. 잘못갔어.
씬20/ 장례식장 안 (D)
혜옥 영숙, 조의금 받는 사람 앞에 서서
서로 말하라며 쿡쿡 찌른다.
조의금 무슨 일로..
혜옥 사실 저희가..조의금을 잘못.. (하는데)
OFF) 아이고 누님~ 소리 들리며
친척인듯한 사람 들어오고, 그 바람에 눈물바다 된다.
영/혜 (말하긴 글렀다.. 난감한 표정)
씬21/ 기차안 (D) - ENG
미자,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며 책 읽고 있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에 미자가 듣고 있는
잔잔한 음악이 겹친다. (M) ㅇㅇㅇ
얼마 후. 다 읽었는지 책 덮고 이어폰 빼자, 음악 멈추고..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만 선명하게 들린다.
쭉~ 기지개 켜며 주위 둘러보는 미자.
의자 위에 서서 창밖 내다보며 신난 꼬마,
책 읽고 있는 청년 등이 보인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미자,
창가에 턱 괴고 바깥 풍경 본다.
미자 좋다.. (E) 나에겐 여유가 필요했던 거였다.. 이렇게 한 박자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너무 행복하다.. (ON) 오길 잘했네.. (흐뭇한 미소)
미자, 카메라 꺼내 창 밖 풍경 한번 찍어본다.
기분 좋은 듯한 얼굴로 계속 풍경 찍으며
한결 여유를 찾은듯한 표정.
씬22/ 장례식장 안 (D)
조문객 꽉 찬 식장 안.
유가족2명이 조문객 대접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상주, 조문객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영숙.혜옥, 상에 앉아 떡 집어 먹으며
조의금 받는 사람 응시하고 있다.
혜옥 눈치 봐서 봉투만 슬쩍 찾아서 조용히 나가자. 이런 분위기에선 사람들한테 돈 봉투 다시 달라는 게 더 실례야.
영숙 그럼. 세상에서 젤 섭섭한 게 줬다 뺐는건데.
조문객1 저희 물 좀 주세요~
유가족 예. 잠시만요~ (하는데 엄청 바쁘다)
혜옥 (옆에 있던 물통을 집어, 조문객1에게 갖다 준다)
조문2 OFF) 저희도 물 좀 주세요~
혜옥 (두리번거리다가..‘응? 나?’ 싶고.. 조문객2에게도 물 가져다준다)
씬/ 병원 외경 (D) - 시간경과 느낌으로 짧게
씬23/ 장례식장 안 (D)
어느새 바쁘게 음식 나르고 있는 영숙과 혜옥.
남이 보면 영락없는 유가족 일원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영숙. SE) ‘우두둑’ 관절소리
조문객들 많이 빠진 듯한 분위기다
숨 돌리고 앉는 혜옥,영숙
혜옥 (투정) 힘들어 죽겠어. 그냥 가자아~
영숙 그러다 엉뚱한데 조의금 갖다낸 거 큰언니가 알면 어쩌려구. 가만있을 거 같애?
혜옥 얘기 안하면 되잖아~
영숙 (퉁박주며) 거짓말 할 게 따로 있지~
상주, 식혜 들고온다.
상주 고생 많으셨죠? 이거 한잔씩들 드세요.
영/혜 (식혜 받아들며 어색한 웃음)
상주 근데.. 저희 어머니하곤 어떤 관계셨길래 이렇게 제 일처럼..
혜옥 (당황)
영숙 고향 친구예요.
상주 (반갑게) 아유. 그러셨어요?
영숙 고향에서 든 정이라 그런지 쉽게 발걸음이 안떨어져서..
상주 (영숙의 손까지 꼭 잡으며) 이렇게 감사할 때가.. 어머니 고향이 평양이시라.. 친구분들 하곤 연락이 다 끊기셨는 줄 알았는데..
혜옥 (당황)
영숙 (천연덕스럽게 평양 사투리로) 기레니께니 최근에 욘락이 닿지 않았가써..
혜옥 (눈 동그래져 영숙 본다)
그때, 또 한무리의 조문객 우루루 몰리고,
상주, 조문객 맞으러 자리 뜬다.
영숙, 자동으로 일하려고 일어나는데,
혜옥. 안 일어난다.
영숙 (발로 혜옥을 툭 차며) 일어나. 일해야지.
혜옥, 그제야 툴툴대며 일어난다.
씬24/ 춘천역 앞 (D) - ENG
미자, 역을 빠져나와 양팔 벌려 크게 심호흡한다.
미자 아~ 좋다..
미자, 어디로 갈까.. 둘러보다 방향 정하고 가는데,
현우처럼 생긴 사람이 저 멀리 보인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현우 같다..
진짜 현우다. 현우, 환하게 웃는다.
미자 어!... (말 못 잇고, 얼떨떨)
현우, 미자 앞으로 다가온다.
현우 (웃으며) 왔어?
미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 나 혼자 가라더니..
현우 (천연덕) 맞잖아. 여기까지 자기 혼자 온 거.. 근데 어째 별로 반가운 표정이 아니다? 그냥 가야겠네~ (하고는 몇 발자국 가다가 미자쪽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미자 (그제야 같이 웃는)
씬25/ 산책로 (D) - ENG
나란히 걷고 있는 미자와 현우. 걷고 있던 미자가 앞으로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현우 (당황) 넘어지면 어쩌려고... 미자 (가쁜 숨을 내쉬며 웃는다) 풀냄새, 나무냄새, 흙 냄새가... 너무 좋아서. 달리면 그게 다 나한테 들어올 것 같아.. 현우 (그런 미자를 보며) 자기 그렇게 뛰어오니까 꼭 소풍가서 과자 따먹기 하러 뛰어오는 애 같아... 미자 (치..) 그거, 욕이지? (다시 앞으로 달려간다)현우 (따라가며 큰 목소리로) 귀엽다구~ (NA) 지금 나는.. 당신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씬26/ 대한 출판사 앞 (D) -ENG
출판사 건물 올려다보고 있는 부록.
부록 (기도하는 심정) (E)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제발..나 최부록 좀 살려주십시오.
대한 출판사로 들어가는 부록 모습에서..
씬27/ 장례식장 안 (D) -ENG
영숙, 지친 표정으로 다리 주무르고 있고,
혜옥,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조의금 받던 사람, 핸드폰 받느라 자리 뜨자
영숙 (혜옥을 쿡쿡 찌르며) 혜옥아. 혜옥아!
혜옥 (졸다 일어나면)
영숙 (턱 짓. 전화 받으며 나가는 사람 가리킨다)
영/혜 (마주보며 ‘지금이다’ 라는듯 고개 끄덕)
영숙, 혜옥. 슬금슬금 조의금자리로 간다.
영숙, 쌓여있는 봉투를 슬며시 들춰보는데
떨려서 못하겠다.
혜옥이 다시한번 시도하려는 찰라,
조의금 받던 사람이 돌아온다.
괜히 찔려 지레 겁먹은 영숙과 혜옥.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씬28/ 병원 정원 (D) -ENG
가슴 쓸어내리며 벤치에 앉는 두사람.
영숙 심장 떨려서 도저히 두 번은 못하겠어. 한번만 더했다간 여기서 내 초상까지 치르게 생겼으니...
혜옥 큰 언니가 뭐 진짜 확인하겠어? 그냥 가자니까~
SE) 영숙 핸드폰 벨소리
영숙 (전화 받고) 여보세요
영옥 (F) 밥 때 다 되가는데 왜들 안와?
영숙 (영옥 목소리에 뜨끔)
영옥 조의금 잘 전하고 인사도 잘 드렸지? 나중에 다 확인할거야~
영숙 (뜨끔) 그럼요. 혜옥이도 얌전히 잘 있었어요.(사이) 거 걱정 말아요. 금방 가요. 예.. (끊는)
혜옥 뭐래?
영숙 (지갑에서 돈 꺼내며) 나중에라도 언니가 알면 우린 미자 결혼식도 못보고 죽어. 가진 거 다 내놔봐.
혜옥 우~씨.. (툴툴거리며 지갑에서 만원 꺼낸다)
영숙 오만원은 채워야지. 만원 더내놔.
혜옥 봉투도 안 열어봤는데 오만원냈는지 어떻게 알아! 그냥 있는 것만 내.
영숙 (허리춤에서 만원 더 꺼내다가) 근데 10만원 넣었으면 어쩌지?
혜옥 큰언니가 10만원이나 넣었겠어? 그냥 대충 내고 빨리가자아~ (떼쓰는)
영숙 그렇게 따르던 형님이었다는데.. 못 와서 미안한 마음에 무리했을지도 모르잖아.
혜옥 이~씨. 하루종일 일해서 힘들어 죽겠단 말야. 대충내고 빨리 가자아~
영숙 있는 거 빨리 다 줘봐. 미자 결혼식은 봐야지.
혜옥 잉.. 부라우스 살라구 모은 돈인데.. (여기저기서 꿍쳐뒀던 돈 꺼낸다)
씬/ 오피스텔 외경 (N)
씬29/ 남자 원룸 (N) -ENG
나란히 앉아 TV보는 정민. 동직
동직, 깔깔거리며 보는데 정민, 딴생각
정민 E) 윤아씨도 내가 딴 여자랑 같이 있는 거 보고 철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한테 미련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아닐까?
동직, 깔깔거리다가 멍한 정민보고
동직 자식아. 뭘 그렇게 넋 놓구 있어?
정민, 무반응. 여전히 생각중
정민 (E) 근데.. 혹시 윤아씨가 그 여자랑 내 관계를 오해 했으면? 그럼 다 소용 없는데.. 그냥 바에서 우연히 만나 몇 마디 한 것뿐이라고 얘기할까?
동직 힘 좀 내라 임마. 내가 뭐 도와 줄 거 없냐?
정민 (심각) 지금 좀 도와줘야겠다.
동직 (반색) 뭔데?
정민 좀 일어나라
보면 동직, 붕대 감은 정민 손 깔고 앉아있다
동직 (미안+뻘쭘) 짜식.. 진작 말을 하지.(어정쩡하게 일어나는)
그때, 지영 들어온다
지영 윤아 거의 다 왔다고 전화 왔어. 오면 다같이 저녁먹자. 불고기 양념 재놨어.
그 말에 정민, 일어나서 소파 위에 있던
겉옷 집는다.
지영 (정민 손보고) 어? 오빠 손 왜그래?
대답 없이 급하게 나가는 정민
씬30/ 원룸 앞 (N) - ENG
윤아 기다리는 정민. 잠시 후 윤아 오고,
윤아 정민씨 여기서 뭐해?
정민 저기.. 윤아씨. 어제 바에서 봤던 여자. 나랑 아무사이도 아니거든? 그냥 혼자 마시다가 몇마디 한거 뿐인데.. (뭔가 계속 변명하려는데)
윤아 (대수롭지 않게) 그랬어? 근데?
정민 (윤아의 반응에 상처 받았다)
SE) 윤아 핸드폰 벨소리
윤아 (받고) 어 지영아. 지금 올라가는 길이야. 동직 오빠랑 먼저 먹고 있어. (끊고, 정민에게) 올라가자. 우리 기다린대.
정민 (윤아 반응에 멍) 어... 윤아씨 먼저 올라가.. 난 살게 있어서..
윤아 그래? 그럼 먼저 올라간다~ 빨리 와~ (간다)
정민, 그런 윤아 뒷모습 보면서
정민 (씁쓸) 하긴.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어야 질투도 하고 오해도 하지.. 무관심이 미움보다 무섭다더니.. 윤아씨.. 정말.. 무섭다.. (한숨 E) 어쩌냐..? 이제 난 아무리 버둥거려도 오윤아 아니면 안되게 돼버렸는데..
씬31/ 춘천역 대합실 (N) -ENG
나란히 앉아 기차 기다리는 미자와 현우.
현우 오늘 많이 걸었는데... 안 힘들었어? 미자 아니~ 좋았어. (행복한 표정으로) 기차, 정말 오 랜만에 타보는 거였어.. 자기두 아까 타고 올 때 바깥 풍경 봤어? 우와...현우, 신나게 얘기하는 미자를 보고 있다. 미자 근데..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현우 왜? 이상해? 미자 아니 뭐... 이상하다기보다는...현우 예전에 통신할 때..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너에게 기차표를 선물하고 싶다' 요즘 자기가 많이 지쳐보여서... 오늘 같은 이런 여유... 선물하고 싶었어. 미자, 미소 지으며 현우손 깍지껴 잡는다.
씬32/ 기차안 (N) -ENG
덜컹거리는 밤기차 안. 나란히 앉아있는 미자와 현우.
미자, 고개 잘 못가누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현우, 그런 미자 모습 보며 웃다가.. 앉은키를 낮춘다.
혹시라도 깰까봐 조심조심 미자 머리를 움직여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는 현우. 미자, 그제야 편안히 잠든 표정.
현우. 미자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자기 머리를 포갠다.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잠든 두 사람의 모습. 밤기차 창에 비치는데서..
씬33/ 주방 (N)
저녁 먹는 할셋. 우현.
영옥 그 형님. 정말 천사 같은 분이었는데.. 자기 몸 아픈데도 말년을 봉사하는데 다 바치시고..
우현 좋은데 가셨을거예요
영옥 형편만 좋았으면 조의금이나 좀 더 넣을걸... 달랑 3만원 밖에 못 보냈더니 마음이 더 짠.. 한게..
혜옥 (깜짝 놀라) 뭐!!? 3만원!!!!!
영숙 (급하게 혜옥 입에 컵 물리며) 물도 마시면서 먹어야지..
우현 액수보다 마음이 중요한거죠. 우리 사정 다 아시고 다 이해해 주실거예요.
너무나 억울해서 말이 안나오는 혜옥의 모습에서
F.O
씬34/ 할머니 방 (N) -에필로그
F.I// 혜옥, 다리 벌리고 앉아 애처럼 울고 있다
혜옥 내 부라우스.. 내가 오만원만 넣자 그랬지! 언니 미워! 엉엉. 내 부라우스. 엉엉
영숙 내가 등신이지.. 등신이야. (스스로 책망하는)
그때, 영옥 들어오자 조용해지는
영옥 (혜옥보고) 얜 왜 이렇게 훌쩍거리고 있어?
영숙 (당황하다가) 혜옥이 얘가 원래 정이 많잖수. 문 상가서도 어찌나 제 일처럼 울던지..
영옥 (기특한 듯 혜옥 쓰다듬으며) 아유~요 여린 것.. 아유~ 요 착해 빠진 것
혜옥, 영옥이 그럴수록 블라우스 생각에
더 크게 꺼이꺼이 우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