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신임 검찰총장에 천성관 서울지검장(51)을, 국세청장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53)을 각각 내정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검찰총장은 검찰조직의 일신이라는 것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인선을 했다”면서 “검찰에 상당한 세대교체가 과감하게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국세청장의 경우 앞선 3명의 청장이 내부 출신이었는데 2명이 구속되는 등 불명예 퇴직한 점을 감안해 외부 인사와 전문성에 주안점을 뒀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천 검찰총장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2기로 선임 기수 검찰 간부(10기 2명, 11기 4명)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백 국세청장 내정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거쳐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자문기구인 바른정책연구원(BPI) 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참모그룹 출신으로 국세청 개혁작업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선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인사가 배제되고 충청권 출신이 발탁됐다는 데도 특징이 있다. 천 내정자와 백 내정자는 각각 충남 논산과 보령 출신이다. 특히 충청권 출신 검찰총장 발탁은 김대중 정부말기에 김각영 총장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약 4개월간 재임한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에 충청권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김석휘 전 총장(충북 청주·1982년 5월∼1985년 2월)이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강희락 경찰청장은 각각 경북 영주와 경북 성주 출신이다. 이로써 4대 권력기관장의 지역 분포는 TK 2명, 충청 2명이 됐다. 두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검찰총장 '서열파괴'…천성관 발탁 검찰 "한마디로 쇼크" 현직 고검장·검사장급 3분의 1이 퇴진할 수도 "쇄신하다 연륜 잃을라" 일부에선 우려 목소리
지난 5월 말 박연차 게이트 수사 도중 벌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발칵 뒤집혔던 검찰이 21일 공석 중인 검찰총장에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51·사시 22회)이 파격적으로 발탁되면서 다시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특히 이날 인사의 키워드가 '검찰 쇄신'인 것으로 알려지자 "또 다른 쇄신 카드가 더 있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임 임채진 총장보다 사법시험 횟수가 3회나 아래인 천 내정자의 발탁으로 검찰은 고위 간부들의 무더기 퇴진 등 대대적인 '인사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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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發) 인사 쇼크… 어안이 벙벙한 검찰
대다수 검찰 관계자들은 총장 내정을 앞두고 청와대가 '쇄신'보다는 '안정' 카드를 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때문에 임 전 총장(사시 19회)의 1년 후배인 권재진(사시 20회·TK) 서울고검장을 차기 후보 0순위로 꼽았고 문성우(사시 21회·호남) 대검 차장을 대안 카드로 주로 거론했다.
하지만 휴일 오후 전혀 예상치 못한 천 내정자 기용 소식이 알려지자 검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장은 "한마디로 쇼크"라며 "청와대가 검찰 쇄신을 한다는데, 인사 쇄신뿐만 아니라 중수부 폐지 등 조직과 수사시스템도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중견 간부도 "최소한 지난 정권에서 승진한 고검장급 이상 간부들은 다 나가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청와대가 검찰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이 검찰과 국가시스템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상 최대 물갈이 인사 목전에
이번 총장 내정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순용(사시 8회) 검찰총장을 4기수를 건너뛰어 발탁하면서 검사장 이상 13명이 무더기로 옷을 벗었던 일이나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서열 파괴'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사장 이상 14명이 퇴진했을 때보다 더 큰 규모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현직 고검장급에 천 내정자의 사법시험 선배 기수인 사시 20회와 21회가 무려 7명이나 포진해 있는 데다 천 내정자는 현직에 있는 사시 22회 동기생 5명 중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천 내정자를 발탁한 것을 보면 동기생 중 일부를 빼고는 나가라는 얘기 같다"며 "인사 핵폭풍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천 내정자의 선배 기수와 동기생 대부분이 퇴진할 경우 고검장 승진 대상이 사시 24회나 25회까지 내려가면서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사람들 중 일부까지 옷을 벗을 가능성이 크다. 대검의 한 중견 간부는 "다음 달 중순쯤이 될 후속 인사를 전후로 총장 아래 현직 고검장·검사장급 53명 중 최대 3분의 1가량이 옷을 벗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일선 지검의 차장급 등 검찰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40대 중·후반의 중견 간부들이 검사장으로 대거 승진하면서 세대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인한 여진(餘震)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에 지나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천 내정자의 동기생들은 현직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2005년 말 정상명 총장이 임명됐을 때도 동기생인 안대희·이종백·임승관 고검장 등이 현직에 남은 적이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사시 21회나 22회 간부들이 대거 옷을 벗는 것이 좋게 보면 쇄신일 수 있지만 검찰 입장에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연륜과 경험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연차 수사팀도 공중 분해될 듯
결과적으로 이번 인사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라인도 '인사 폭풍'을 피해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미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임채진 전 총장이 사퇴했고, 이인규 중수부장(검사장)도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그러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의 재판을 위해 일부 수사팀은 대검에 남아 공소 유지를 담당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장관급 백용호씨가 차관급 국세청장으로 가는 까닭은… 공정거래위원장 맡은 후 출총제폐지 잡음없이 처리 세무행정 경험 거의 없어 "조직 장악하겠나" 지적도
21일 국세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국세청 사상 처음으로 국세행정 전문이 아닌 교수 출신이 국세청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가 'MB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릴 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신임 국세청장으로 내정된 백용호(53)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융·증권을 전공한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세금을 깊게 공부하거나 세무행정을 해본 경험이 없다. 이화여대 교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공정거래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그의 경력 어디에도 세금과 직결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1월 19일 사퇴한 후 5개월간 거론된 국세청장 후보군(群)에 그의 이름은 전혀 없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사'였다.
▲ 신임 국세청장으로 내정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그런 그에게 이 대통령이 국세청장직을 맡긴 것은 '국세청을 개혁하라'는 임무를 준 것이라고 국세청 안팎에선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선 국세청 개혁의 청사진을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백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의 강력한 지원 속에 국세청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자출신인 그가 내부결속력이 강한 조직인 국세청을 과연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용호 내정자는 누구?=백 내정자는 지난 13년간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핵심 경제 참모로 활동했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서울 서대문을 후보로 출마하면서 당시 신한국당 총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과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15대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나있을 때는 이 대통령이 세운 동아시아연구원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이후 대선 캠프에서는 '바른정책위원장'으로 대선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백 내정자는 사석에서 "(대통령이) 필요할 때마다 자주 찾으신다. 나만큼 MB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해 3월 "공정거래법 전문가가 아니다"는 논란 속에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해 출자총액제도 폐지 같은 과감한 규제 개혁을 큰 마찰 없이 추진했다. 그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선 "경제학자답게 복잡한 사안을 단순화시켜 속전속결 처리하는 효율적인 업무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평가가 많다. 백 내정자는 그동안 공정위에서 튀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해왔다고 공정위 직원들은 말한다.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일처리하는 스타일이지만 개혁 성향도 갖추었다는 평이다.
백 내정자는 작년 말 전체 부처 가운데 공정위가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하자, 직원 조회 때 "아이들 보기에 아빠가 공정위에 근무한다는 데 얼마나 창피하겠냐"고 질타하고, 외부 사람과의 식사를 금지시키는 등 강력한 공정위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외부로부터의 개혁 신호탄?=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이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임명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내정 발표 직후 국세청 간부들은 "백용호 위원장이 도대체 누구기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 내정자는 일상적 세무행정은 국세청 관료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국세청 개혁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미 청와대는 국세행정선진화TF를 만들어 국세청을 감독하는 외부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세청 개혁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백 내정자는 국세청 내부 출신에겐 맡기기 어려운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백용호 내정자는
▲충남 보령 ▲중앙대 경제학과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경실련 국제위원장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이화여대 교수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