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낮췄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6%로 높였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더 오른다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긴축 기조는 6개월보다 길어질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도 예고했는데, 경기 활성화에는 통화·재정 정책보다 구조조정이 답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경쟁입니다. 여야는 “민생과 예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국회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또는 우회 법안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예타 면제 예산 규모가 44조 원에 달하는데, 11조 원대 달빛고속철, 3조 원의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11조 원대 대구공항 이전 특별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다 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여당은 노인 임플란트 지원과 명절 여객선 반값 요금을 내걸었습니다.
한결 같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물가 거품으로 실질소득도 좀먹는 결과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대한민국의 건전 재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에서 거대 야당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이를 막기 위해 헌법은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그리고 국회에는 예산 삭감권만을 부여했다.
야당이 마음대로 예산을 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정치는 옳지 못하다. 예산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기보다는 이른바 브랜딩을 통해 진영을 가르고, 민생보다는 총선에 매달리는 야당의 모습은 보기 안쓰럽기까지 하다.
2024년 예산안 규모는 전년 대비 18조2000억원이 증가한 657조원으로, 총예산 증액의 93%를 보건·복지· 고용 분야에 지출한 역대 최대의 민생 예산이다. 총예산 대비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비중은 36.7%로서 문재인 정부보다 2.6%p 높다. 더욱이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다른 분야의 지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야당이 문제 삼은 것은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다. 연구개발 분야는 그동안은 성역이었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연구개발은 경제 성장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연구개발 패러독스가 발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연구개발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에 비해 성과는 많이 떨어졌다. 경제성장률과 정부 연구개발 지출 증가율은 오히려 역의 관계를 보였다.
정부 연구개발 지출의 효율성은 의심받아왔다.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과 관리 방식에도 논란은 많았다. 모두 성공하는 연구가 과연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였는지도 문제다. 1985년 이후 정부보다는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정부에 의존하는 분야는 늘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수월성보다는 형평성과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되다 보니 투자 성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상승 억제와 재정 건전성, 그리고 민생이 중요한 시점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계속 증액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지금은 연구개발 지출에 대한 재검토 호기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연구개발 예산은 2023~2027년 5년간 연평균 0.7%로 증가한다. 이번에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예산을 재편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예산 전략으로 판단된다.
새만금 사업 예산도 논란이다. 새만금 관련된 예산 전부에 대해 정부는 수용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야당은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사업은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과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그리고 새만금항인입철도 사업 등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들은 결정되기 전에 타당성 조사를 면밀하게 받았어야 했다.
지자체 갈등도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더라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타당성이 있는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들의 투자 계획과 입주 시기, 그리고 투자 규모와 지금 진행되는 사업들은 서로 연계돼 검토돼야 한다.
고추 말리는 공항,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고속도로, 생선 말리는 항만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철저한 검토를 통해 종합계획을 세워 민간 투자 유치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선심성 정책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이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다. 2018~2022년 2조8246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그동안 지방비까지 포함하여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의 골목상권이 활성화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정책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다. 사업의 목적과 대상, 그리고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받는 사람만 혜택을 본다.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사업 목표에도 불구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은 대부분 마트와 주유소, 병원에서 사용된다. 혜택도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혈세는 투입됐지만 혜택 본 사람이 서민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사업에는 지방비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재정지출 증가를 통제하면서도 서민 밀착형 지출 분야만 늘렸다. 재정을 늘려서는 모두 피해자가 된다. 국회도 민생을 위해 재정 통제에 동참하길 기대한다.>디지털타임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디지털타임스. 오피니언 양준모 칼럼, 우려스러운 거대 야당의 예산 정치
최악으로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진기록을 만들고 있는데, 여야 협치를 내팽개쳐 놓고는 느닷없이 헌정 사상 최다 공동 발의 법안을 탄생시켰습니다.
국민의힘 109명, 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 261명이 무더기로 이름 올린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심의 중이라고 합니다.
애초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이 2021년 6월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들어간 것부터가 이례적이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년간의 연구 끝에 2021년 4월 22일 공청회에 공개한 잠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고, 다른 철도 사업에 비하면 시급성이 떨어져 후순위인 24개 추가 검토 사업에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달 뒤인 6월 발표된 확정안에서 24개 추가 검토 사업 중 유일하게 달빛철도만 ‘발탁’됐습니다.
4차 계획에는 ‘단선·일반철도’ 건설을 전제로 4조5158억 원의 예산이 잡혀있는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그보다 2.5배(11조2999억원) 더 드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니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 주자고 여야 의원 261명이 특별 법안에 숟가락을 얹었다고 합니다.
고속철도 놓으면 84분, 일반 철도로 고속 운행하면 그보다 2분 더 긴 86분 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니까 고속철도를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약간 물러섰지만 대구와 광주가 주장하는 ‘복선·일반철도’ 건설에 최소 8조7110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정말 볼썽사나운 여야 협치가 아닐 수 없고 나라 망치는 지름길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횡포를 우리 국민들이 왜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지 걱정일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