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할배의 이쁜 짓
서율아!
할배가 오늘 이쁜 짓 하나 했다.
너를 위한 이쁜 짓이다.
뭘까?
한 번 맞춰볼래?
너를 위한다 했으니, 네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너, 안기는 거 좋아하잖아.
그러나 너는 ‘아나조’하면서 너 엄마한테만 안기는 걸 좋아하지, 다른 사람이 안아주는 건 안 좋아하잖아.
그러니 할배가 하는 짓으로는 안 맞는 거지.
너, 장난감 놀이 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러나 너는 아빠하고 노는 걸 좋아하지, 할배나 할매 해서 다른 사람하고 노는 건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러니 그 또한 할배가 하는 짓으로는 안 맞는 거지.
너, 먹는 거 좋아하잖아.
그것도 다섯 가지.
고기를 좋아하고, 과자를 좋아하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빵을 좋아하고, 과일을 좋아하잖아.
그 중에 하나가 힌트야.
일단 그 하나를 맞춰야 해.
그 중 뭘까?
할배가 서율이 너한테 뭘 주고 싶었을 때, 너 엄마가 좋아할 건가 안 좋아할 건가를 생각하면 돼.
단박에 답이 나오지?
과일이라고.
고기나 과자나 아이스크림이나 빵 같은 것은, 너무나 사랑하는 세 살배기 아들인 서율이 너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함부로 못 먹게 하잖아.
딱 일정한 양만 먹게 하는 것이 너 엄마야.
그런데 어때?
바나나나 참외나 딸기나 사과나 수박 같은 과일들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 하는 것이 또 너 엄마잖아.
서율아!
이제 그 중에서 하나 고르면 답이 나오는 거야.
서율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야?
단박에 답이 나오지?
수박이라고 말이야.
맞아.
그 수박과 관련해서 내가 이쁜 짓을 했다는 거야.
그러면 또 뭘까?
수박 사다 주는 거?
아니지.
서율이 너는 오늘 서울에 있고, 할배는 거기에서 반 천리 길 먼 땅인 문경에 있는데, 그 수박 한 덩이 사주려고 서울까지 그 먼 길을 갈 수는 없는 거지.
배보다 배꼽이 크다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서율아!
그게 아니면 과연 뭘까?
옛 이스라엘을 영화롭게 한 솔로몬의 그것보다 더 지혜로운 서율이로서는 이쯤에서 답을 낼 수 있을 거야.
아니야, 내 믿어.
분명 답을 낼 것이라고
그래 맞아.
서율이도 벌써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는 할매 할배의 농장인 ‘햇비농원’ 그 텃밭에 수박 모종을 심었다는 거지.
그것도 다섯 포기나 심었다.
그래서 올 여름에 서율이가 엄마 아빠 누나 큰엄마 큰아빠 그리고 이모할매 할배하고 그 텃밭에 와서 실컷 따먹게 하려고 그렇게 심은 거야.
할배의 이쁜 짓, 맞지?
안 그래?
서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