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배경
세계적인 물류 중심 국가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역시 네덜란드이다. 우선 네덜란드는 해양국가로서 16세기에는 동인도회사(The United East Indian Company)를 설립해 실론, 말라카,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을 했고 17세기부터 300년 넘게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지배하기도 한 나라다.
로테르담항에 대한 투자는 지난 1950년에서 1975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이 항구를 광석, 석탄, 석유 등과 같은 유럽화물의 환적 기지로 만들기 위한 막대한 투자가 계속되었던 것. 그러나 1973년 석유파동과 함께 로테르담항의 물동량은 현저히 줄었고 1983년에는 30만명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네덜란드인이 자국을 물류 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이 시기다. 당시 EC(유럽 공동체)는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었고 세계화 추세와 함께 다국적 기업들은 경영자원을 세계적으로 배치하는 경영 전략을 전개하고 있었다. 또 화물을 박스화 해 운송하는 컨테이너 수송과 항공수송이 교통기술 발달과 함께 도입돼 새로운 운송시대가 예고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물류 중심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이들은 우선 예산 동결 조치를 단행했다. 격렬한 노사 분규가 계속됐고 정부는 노조와 장시간의 토론 끝에 결국 합의점을 이끌어냈다. 노조는 임금을 삭감하고 기업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8시간(뒤에 다시 36시간으로 단축)으로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며, 정부는 세금을 대폭 내려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삭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바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Pact)이다.
◎지리적 조건과 운영
로테르담 항만은 유럽 물류의 관문이다. 로테르담은 유럽 최대의 내륙수로인 라인(Rhine)강과 마스(Mass)강 하구가 형성하는 삼각주에 위치하고 있고 수심이 16~23m에 이른다.
게다가 도로, 철도, 운하 등을 통해 유럽 각지의 항구, 주요 도시가 거미줄같이 연계되어 있는데다 간만의 차이가 없고 교량과 운하 갑문을 거치지 않고 북해 해안 지대와 유럽 중심부로 항해할 수 있는 천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는 자체적으로 5200㎞에 달하는 내륙 수로를 건설 중인데 이 수로가 완공되면 발칸 국가들까지도 연계가 가능하다.
로테르담 항구는 13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13개의 선석을 가지고 있다. 연간 2천20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하며 이 항구만으로 네덜란드 GDP의 10% 창출한다. 지난 2002년에는 컨테이너 화물 처리 면에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이 항만의 운영은 민간 회사인 ECT(Europe Combined Terminals)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항만 내 컨테이너 야드에서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라고 불리는 자동 시스템으로 컨테이너를 선박에서 내려 지상에 깔린 레일로, 다시 운반 차량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이 리모컨으로 실시되는데 모두 33명이 3교대로 이 야드의 관리탑에서 컴퓨터로 원격 조정하고 있다.
항만정보시스템(INTIS)을 통해 세관, 기업, 공공기관이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터미널의 모든 정보는 EDI 시스템을 통해 순간적으로 교환된다. 부산항이 PORT-MIS와 같은 항만 운영체제를 갖고 있지만 세관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단일화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로테르담 항만 주변에는 물류 창고 시설을 비롯해 물류 기지(Distirpark), 물류산업기지(Industripark), 물류업무기지(Businesspark)가 형성되어 물류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에서 볼 수 없는 이 기지들은 부산신항 개발에는 계획되어 있는 사항이다.
◎추진기구와 정부정책
우리나라의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와 같은 NFIA(Netherlands Foreign Investment Agency:네덜란드 투자진흥청)가 있어 외국 기업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 건설과 단지 계획, 물류에 관한 모든 정책은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와 기업간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물류 센터를 지원하는 민간 기구로 HIDC(Holland International Distribution Council)가 있는데 650개 민간기업과 정부의 출연으로 설립되었는데 관계 부처가 주주로 되어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전국이 자유경제지대로 경제특구가 따로 없다. 정부 차원의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이 없고 법적 지위도 동등하다. 외환거래도 자유롭고 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입도 완전 개방되어 있는 상태다.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은 ꡐworld wide taxꡑ라 하는데 자국에서 내던 세금과 같거나 보다 유리하다. 이익 배당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화물이 항구에 입항할 때는 관세가 없고 최종 구매자에게 화물이 전달되는 시점에서 관세가 부과된다.
공유용지는 25년 기한으로 싼 가격에 임대하고 있다. 정부의 물류 지원책 중 하나가 외국어 교육에 대한 지원인데 전체 인구의 73%가 1개 이상, 44%가 2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대학과 기타 교육기관에서 물류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네덜란드는 물류산업의 발전으로 그야말로 ꡐ유럽의 관문(Gateway to Europe)ꡑ이 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는 유럽 수입 물량의 30%, 수출 물량의 65%를 처리한다. 또 다국적 기업이 유럽에 설치한 유통 센터 중 대략 그 반을 유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이 유럽에 설치한 유통 센터 611개 중 344개, 아시아 기업의 344개 중 193개가 네덜란드에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가 1인당 GDP 2만5천169달러를 달성하기까지는 수출 2천억 달러, 수입 1천920억 달러(2000년 통계)의 무역과 물류 산업이 그 바탕이 되었다. 물류 산업이 창출하는 직접적인 부가가치가 GDP의 약 16%이지만 간접효과는 더 어마어마하리라고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의 하역이 직접적으로 창출한 고용은 6만1천명인데 반해 간접적으로 창출한 고용은 25만 2천명에 달했던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