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거리는 질감과 향취가 있는 죽순은 옛날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담양의 향토요리이다.
우리나라 죽림의 90%가 몰려있는 담양군에서는 5월1일∼5일 까지 대나무축제를 개최한다.
담양은 기후와 토질의 조건이 대나무의 생육에 알맞아 대의 품질은 물론 죽순의 맛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나무이자 풀인 대나무는 번식력이 강한 늘푸른나무라는 점에서 영생과 불변을 상징한다. 속은 비어 있으며 잎은 늘 푸르고 수 십 년간 꽃이 피지 않으나, 불과 한 두달 동안에 성장을 끝내고 마는 특성이 있다.
대나무의 어린순인 죽순은 5∼6월에 비늘모양의 껍질에 싸여 땅위로 솟아 신비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죽순은 돋아나 30∼40㎝ 크기로 자랐을 때 채취하는데 10일(旬)이면 대나무로 자랄 만큼 생장이 빠르다. 그래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생겼다한다.
죽순은 땅 속에 있는 것을 캔 것은 백자(白子), 땅 위에 나온 것은 흑자(黑子)라고 부른다. 백자에는 감칠맛이 많으나 채취 후 시간이 지나면 잡맛 성분이 증가하므로 채취하자마자 빨리 가공 처리해야 한다.
이 잡 맛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쌀뜨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죽순의 겉껍질만 벗겨내고 쌀뜨물에 삶아야 맛과 향이 살아있다.
죽순의 하얀 속살을 썰면 빗살무늬가 특이하여 죽순요리를 시각으로도 즐기게 한다.
죽순은 단백질이 2.5%나 들어 있고 비타민 B군과 C, 칼륨이 있는데 칼륨은 염분의 배출을 도와주어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좋다. 죽순은 정신과 피를 맑게하고 숙취와 스트레스, 불면증, 비만해소, 변비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조금씩 계속 먹으면 좋다. 그러나 수산성분이 있어 결석(結石)이 있는 사람이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피해야한다.
죽순으로는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채썬 죽순을 넣어 지은 죽순밥은 별미이고, 죽순의 등에 다진 고기를 채워 넣고 쪄낸 죽순찜은 고급스럽다.
과음 후 속풀이로 으뜸이라는 죽순탕, 들기름을 발라서 살짝 구워내는 죽순구이, 죽순에 버섯, 완두콩, 당근, 밤, 은행, 피망 등에 들기름을 넣어 지은 죽순오행밥은 양념장에 비벼 먹는데 맛도 영양도 만점이다. 특히 죽순에 쫄깃쫄깃한 우렁살을 넣어 새큼달큼하게 무친 죽순회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죽순육회는 한우고기와 죽순을 양념고추장으로 무친 것이다. 죽순의 씹히는 맛과 시원하고 단 배, 부드러운 육회가 곰삭은 고추장과 어우러져 혀끝에 착 감기는 맛은 최고이다. 죽통밥은 ‘죽력’이라는 대나무의 수액이 쌀에 스며들어 대나무 향기 은은한 별미밥이 되는데 당뇨병과 신장질환에 효과가 있다.
대는 줄기뿐만 아니라 잎도 활용가치가 크다. 대잎은 방부작용을 하므로 떡을 대잎에 싸서 찌면 며칠씩 두어도 부패하지 않는다.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고 삶으면 빨리 삶아지고 더디 변한다.
대잎은 알카리성이 높은 건강식품으로 근래에는 항암작용이 인정되었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徑)’에 보면 대잎은 해열, 거담, 청량 등의 목적으로 썼으며 대잎죽은 고혈압, 노화방지에 좋다고 했다.
죽순의 효자담도 전해온다. 중국 맹종(孟宗)의 병든 어머니가 한 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여 맹종은 죽순 얻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눈 속에서 죽순이 돋아나 어머니를 봉양했다한다. 그 때 맹종이 캤던 죽순을 사람들은 맹종죽이라 하여 귀하게 여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대나무숲에서 자연의 정기를 흠뻑 밟아보고 무공해 자연식품인 죽순요리로 맛의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행복의 지수를 높이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