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최민식이 소리 지르던 '취화선' 촬영지

[이사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최민식이 소리 지르던 '취화선' 촬영지

외암리는 전국의 여러 민속마을 중에서 옛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글줄이나 읽던 사람들이 큰 기침하며 집을 거창하게 지어놓고 살던 동네가 아니라 기름진 전답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순박한 사람들의 동네다.

능소화, 접시꽃, 나팔꽃이 담장에 기대어 피고 박이 뒹구는 동네. 주말이면 떡메 치는 소리가 요란하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입에 콩고물을 묻힌 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정겨운 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는 현재가 아니라 400~500년 전의 어느 시골 마을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했다. 나이든 사람들이 외암리에 가서 보면 밤에는 촛불을 켜고 땔감으로 불을 때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할 것이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고 뒤뜰에 감잎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 살림집들을 들여다보고 시멘트 범벅의 아파트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던 옛날이 한편으로는 더 살기 좋았다고 할 것이다.

살구나무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등의 유실수와, 삼태기 고무래 키 등 농경물품이 즐비하고 정자, 물레방아, 솟대, 연자방아 등이 널려 있는 외암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꽃이 만발한 돌담을 따라 걷노라면 경운기, 탈곡기, 바지랑대, 쇠스랑, 자개 고리가 달린 고리짝 등 옛 것들이 눈에 스친다. 동네는 온통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그 총 길이가 5km를 넘는다. 담은 높지 않고, 막돌을 아무렇게 쌓아올렸기 때문에 위압적이지 않고 그저 소박하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앙증맞은 풀꽃들이 나타나고 나비가 그 속을 배회한다. 넝쿨식물들이 뻗쳐 있는 돌담에는 능소화가 화려하게 핀다. 기왓장에도 풀이 자라고 있고, 맑은 도랑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한들거린다. 굽은 골목에서 검정 고무신을 신은 아이들이 왁자하게 뛰어나올 것 같다.

외암리는 전국의 여러 민속마을 중에서 옛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글줄이나 읽던 사람들이 큰 기침을 하며 집을 거창하게 지어 놓고 살던 동네가 아니라 기름진 전답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순박한 사람들의 동네다.

마을 지형을 보면,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이다. 광덕산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내를 이뤄 마을 앞으로 흐르고, 뒤로는 해발 441m의 설화산이 버티고 있다. 설화산의 강한 불기운(불화 火)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 안쪽에도 물이 흐르도록 했다. 동네 골목을 비롯해 여러 양반집으로 물이 흐른다.

마을 전체의 가구 수는 40여 채. 대부분은 초가이며 기와집은 10여 채에 불과하다. 사랑채 안채 문간채 등 양반집의 기본 형태를 갖춘 한옥이 5가구, 안채와 문간채만 있는 집이 24가구 있으며 기타 슬레이트 따위로 지은 집이 10여 가구 있다.

마을이 형성된 것은 약 500년 전이다. 예안 이씨가 집성촌을 이뤘으며 주민들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땅이 기름지다. 하지만 진사 생원 등 벼슬에 오른 인물도 11명이나 된다. 그래서 뒷산인 설화산을 문필봉이라고도 한다.

가옥 중 건재고택(중요 민속자료 233호), 참판댁(195호), 교수댁, 송화댁 등 이른바 양반집들은 정원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건재고택의 담벼락 밑으로 흘러드는 물은 정원의 폭포와 연못 등을 지나며 무릉도원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향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 정원을 장식한 수종도 다양하다. 아쉬운 점은 집 자체가 중요한 문화재로 여겨져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까닭에 일반인은 특별히 허가를 얻어야만 들어가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국 기자도 쉽게 못 들어가는 집이다. 조선시대 영암군수를 지낸 인물이 살아서 영암군수댁이라고도 한다. 영화 '취화선'에서 최민식이 장승업으로 나와 기와지붕 꼭대기에 걸터앉아 소리를 지르던 집이 건재고택이다.

또 다른 양반댁인 참판댁은 이조참판 이정렬에게 고종이 하사한 집이다. 이정렬은 할머니가 명성황후의 이모인 까닭에 왕의 총애를 받았다. ㄱ자 형의 곱패집 2개 동이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튼 ㅁ자' 모양으로 마주하는 집이다. 이 집 정원 또한 매우 아름답다. 교수댁은 건재고택 바로 뒤에 있으며 정원이 아기자기하다. 성균관 교수를 지낸 이용구의 집이다.

그 외에도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국사댁 등의 양반집들이 있다.

외암리는 정통체험마을이다. 주말마다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판다. 두부 만들기 등 농촌 체험도 연중 즐길 수 있고, 민박도 가능하다. 입장료 주차료 다 무료이지만, 집안을 둘러볼 때에는 집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풀 포기 하나라도 훼손하지 않도록 예의를 갖춰야 한다.

교통 - ◎자가용 : (1)경부고속도로 천안IC~21번국도~온양 이정표~호서대를 지나 예산 623번 도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유구, 공주 39번국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송익~외암리 (2)서해고속도로 서평택IC~두번째 4거리에서 아산, 평택항 방면 좌회전~대명금속 사거리의 다음 4거리에서 39번 국도 당진 아산 방면으로 좌회전~7.7km가서 우경삼거리에서 좌회전~250m 가서 아산방조제 방면으로 우회전~ 방조제 지나 온양온천을 지나 39번 도로로 따라간다. ◎대중교통 : 서울역~온양온천역 열차 30분 간격, 서울강남터미널~아산터미널 고속버스 30분 간격 운행. 온양온천역이나 온양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송악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하차해서 송악농협과 초등학교 사잇길로 걸어 들어간다.

음식&숙박

◎음식 : '낙원가든(041-541-6866)' 갈비탕 냉면 버섯불고기 등 푸짐. 아산온천호텔 옆에 있는 대단한 맛집. '방수마을(041-544-3501)' 숙박도 할 수 있는 한정식 집. 인주면 문방리 장어구이 집들.

◎숙박 : 외암리 민박집 7곳. ' 아산온천호텔(041-541-5526)' 대온천장이 있으며 방값은 5만5000원부터.

여행정보

◎주변명소 : 맹씨행단(맹사성 고택. 아산시 배방면 중리). 아산스파비스(041-539-2000) 대온천탕과 야외 온천수영장, 노천탕, 가족탕 등을 갖춘 국내 최고의 온천시설. 온양민속박물관(041-542-6001) 농경생활 자료가 매우 많다. 필자가 가본 전국의 민속 박물관 주중에서 으뜸. 세계꽃식물원(041-544-0746~8)

◎전국의 민속마을 안내 : 경주 양동마을(054-762-4541), 제주 성읍마을(064-787-1179), 고성 왕곡마을(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2), 순천 낙안읍성(061-749-3347), 안동 하회마을(054-854-3669).

외암리 마을 관리실 (041)544-8290

아산시청 문화관광과 (041)540-2468 www.asan.go.kr

혼동하지 마세요 : 온양온천은 아산시에 편입돼 현재 온양온천 1동, 2동 등으로 불리고 있음. 따라서 온양시라는 지명은 이제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