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떠난 지리산 당일 종주기(사진첨부) |
◆.두번째 떠난 지리산 당일 종주기
◆.날짜 : 2004.07.19 ◆.함께한 사람 : 나 너른 숲, 바람소리. 초지일관. ◆.산행코스 및 시간 : 성삼재(05:00)-노고단(05:50)-임걸령(06:40)-삼도봉(07:25)-화개재(07:50)-연하천 (09:25)-벽소령(10:55)-세석 산장(13:20)-장터목(14:55)-천왕봉(15:50)-중산리 매표소(18:50)
1.대전 집 - 성삼재(성삼재 도착 5시 00분)
새벽 1시에 집을 나서는 남편을 위해 속으론 투덜대도 점심 도시락도 챙겨주고 기타 행동식도 이것저것 준비를 해준다. 소월 산악회 버스 출발점 법동 소월 아파트에서 나와 초지를 태우고 시내 한바퀴를 돌아 오늘 종주산행에 동참할 31명을 태운 소월 버스는 대진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까만 어둠을 질주하면서 함양IC를 거쳐 88고속도로 갈아타고 쌩쌩 잘도 달린다. 잠을 청해도 그리 쉽게 잠은 오지 않는다. 대전에서 출발할 때 하늘은 장마끝자락의 하늘답게 하얀 새털구름 사이 파란하늘을 보여줘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기대와 설레임으로 성삼재에 도착했는데 한치앞도 볼수없는 안개와 거센 바람으로 잠시도 주차장에서 지체할 수가 없다.
2.성삼재 - 노고단( 출발: 5시00분 / 도착: 5시 50분) 2.5km/2.5km 참고로 지리산은 면적으로 485평방km 국내 최대이고 지리산은 해발 1915.4m의 천왕봉을 비롯해 노고단에 이르는 100리 능선에 해발 1400m가 넘는 봉우리만도 20여개에 이른다.
우리를 싣고 온 소월 관광버스가 성삼재에 도착해서 버스문을 열어놓는 순간 꿩 새끼들이 사람을 만나면 순식간에 흩어지듯 등산화 끊을 조이고 카메라 좀 챙기는사이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온 일행은 모두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우리 3명만이 주차장에 덩그러니 남겨진 체 권 사장님 말씀 오늘은 뒤에서 처진 사람 좀 관리를 해 달란다.
안개는 자욱하지만 손전등 불빛이 없어도 걸을 수 있는 새벽의 여명이다. 나름대로 종종 걸음으로 함께 온 일행을 따라 잡아보지만 후미그룹 누구 하나도 만날 수 없고 방학을 이용해 단체로 등산을 즐기는 대학생 그룹만이 보인다. 연세가 제법 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버스에 많이 올라타시기에 저런 분들이 당일 종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기우였단 말인지 오히려 내 자신을 걱정해야할 신세는 아닌지 의문점을 찍으며 따라가 본다.
작년 종주때는 노고단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했는데 올해는 1시간 먼저 도착했으니 아침 식사를 다음 휴식처에서 하기로 하고 노고단 휴게소 취사장에 북적대는 산꾼들을 뒤로하고 노고단을 급경사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간다. 이곳에서 소월 산악회에 함께 동행한 아주머니를 처음으로 만나 일행들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모두들 앞서 갔단다.
노고단 정상에 오르니 일출을 기대하고 카메라를 준비하고 마음졸이고 초소 뒤 바람을 피해 움츠리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잠시도 머물 수 조차 없는 강한 바람과 자욱한 안개로 숨이 막혀와 급하게 임걸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잠시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지만 걷는데는 지장이 없고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예전에 멧돼지가 자주 출현 했다해서 돼지평전이라 이름지어진 돼지평전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하니 드디어 먼저 도착한 일행 몇명이서 지리산에서 가장 물맛이 좋타고 소문난 샘터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도 임걸령의 약수 한사발을 들이키며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는 마음으로 고시레를 왜치면서 임걸령을 떠난다.
4.임걸령 - 삼도봉( 출발 6시 45분 / 7시 25분 도착)2.3km/8.0km
5.삼도봉 - 화개재(출발 7시 30분 / 도착 7시 40분 )0.8km/8.8km
6.화개재 - 연하천 산장(출발 8시 00분 / 도착 09시 25분 )4.2km/13.0km
이정표가 있으니 토끼봉이라는 것을 알고 조망을 할수 없으니 그냥 스쳐 지나갈뿐 명선봉이 어드메 인지도 모르고 지나쳐왔는데 어느새 내리막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끝자락에 자리한 연하천 산장에 도착이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연하천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이 풍부한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도 해결하고 부족한 물도 채우고 그냥 스쳐지나갈 수 없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산장이다.
배낭을 벗고 간식 거리를 풀어놓는데 바람소리님 어느새 반바지 차림이다 나도 잽싸게 반바지로 갈아입으니 이렇게 편안할수가....바람소리님 쇠주 한잔 하자는데 쇠주는 천왕봉 정상에서 정상주로 한잔해야 하니 남겨두고 이곳 연하천 에서는 술을 구입할 수 있으니 초지가 캔 맥주 3병을 사서 산행의 맛을 달래고 다음에 술 파는데가 없다하니 아니 된다면서 작은 팩 소주 2병을 준비해 배낭에다 챙긴다.
맥주한잔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도 한결 가볍다. 그리고 행동식 사탕과 초콜렛으로 당분도 보강하면서 잡담을 늘어 놓다보니 우리 일행 중 남아있는 사람은 또 아무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좀은 느긋한 휴식을 취한후 벽소령으로 발자국을 내 딛는다.
7.연하천 산장-벽소령 산장(출발:09시 50분 / 도착 : 10시 55분 ) 3.6km/16.6km
이렇게 형재봉에 도착했지만 안개에 문혀버린 바위가 형제 모습처럼 보이질 않는다.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작년 첫 도전보다 이곳까지 1시간 앞서고 있으니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피로도는 지난 종주때보다 느껴지지가 않는다 초지와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벽소령까지 1.6㎞ 남아있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뒷전으로 하고 또 쉼 없이 걷는다.
크고 작은 돌로 형성된 너덜 지대를 지나 작년에 좀 쉬었다간 넓직한 바위가 나타났지만 아직 까지 짙은 안개로 지리의 산자락을 조망할 수 없으니 그냥 지나친다. 작년에는 이곳에 앉아 세석이 어디고 천왕봉이 어드메인지 손가락으로 가르켰던 기억을 뒤로하고 터덜터덜 걷다보니 길이 좀 좁아지면서 갑자기 오른쪽에 벽소령 산장이다.
바람소리님의 배낭속에 나온 3홉짜리 쇠주한병 아직은 찬기가 느껴진다. 3명이서 홀짝 홀짝 한잔씩 어떤땐 쓰디쓴 쇠주 한잔이 오늘은 달디달다. 한잔이 두잔되고 그리고 서너잔을 기우리니 취기도 오르고 피로도 덜하고 완전히 보약을 먹은 듯 그렇지만 도대체가 걷히지 않는 안개 거센 바람 때문에 벽소령에서도 오랜 시간 지체할 수가 없어 빨리 자리를 뜬다.
8.벽소령산장-세석산장(출발:오후11시10분/도착:오후1시20분)6.3km / 22.9km 오늘 구간별로 목적의식을 갖고 산행하는데 가장 긴 거리 그리고 가장 힘든 코스.작년 이 코스를 걸을 때 참 말로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일단은 쇠주 몇잔을 했으니 알콜의 힘을 빌어 걸어보자....
1차 목표 선비샘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한동안 평지인 듯 임도를 소풍가는 기분으로 걷고 있지만 조금씩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서 침을 이틀이나 맞고 왔는데 왼 무릎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선비샘에 도착하니 몇 명의 산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작년엔 이곳에서 머리에 물도 축이고 간단하게 양치질도 했는데 이번 산행은 체력적으로 별문제가 없어 물 한모금과 수통에 물을 갈아넣고는 덕평봉을 뒤로한다.
갈수록 길은 험해지고 곳곳에 밧줄이 드리워진 자그마한 암들의 경사길을 넘고 또 넘어 머릿속엔 아무생각 없이 그 누가 만들어놓은 이 길을 내가 어드메쯤 걷고있는지도 모르면서 숲의 향에 취해 걷다보니 넓다란 바위에 산꾼 몇명이 걸터 앉아있는 곳에 이르니 갑자기 확 트인 시야로 세석산장이 조망되어 카메라를 꺼내려는 순간 너무도 빠른 안개에 세석의 흔적조차 찾을수가 없다.
앉은자리를 박차고 읽어나 일곱 선녀가 서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칠선봉을 지나쳐 보시만 선녀들의 모습을 확인도 하지 못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이젠 걸으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걸어짐은 그만큼 가야한다는 목표의식 이제 영신봉만 지나면 세석이다 또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점차 고도를 높여 가는데 앞의 봉을 오르고 나면 또 나타나는 작은 봉들이 더욱 더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는 길가의 풀 향기와 노루오줌, 산 비비추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의 향에 취해 세석에 도착하여 점심을 해결한다.
거친 바람 탓인지 야외 벤취엔 인적이 한산하고 좁은 취사장엔 산꾼들로 북쩍인다. 우리는 내가 준비해간 도식락으로 점심을 대신하는데 밥알이 입안에서 꺼칠 꺼칠 해져옴을 느낄 수 있으니 내 몸이 피곤하기는 피곤한 모양이다. 도식락에 물을 부어넣고 한마디로 남겨진 여정을 위한 수단으로 입안에 밥알을 우겨 넣고 우물 우물대니 그래도 먹을만한 밥상이 아닌가? 찬물에 밥을 말아먹는 맛 거기에다 멸치와 오이 장아찌 환상에 콤비다.
그렇게 밥을 먹고 냉 커피한잔을 하고 다 떨어진 물통에 식수를 보충하면서 머릿속에 장터목을 그려본다. 장터목까지만 가면 오늘 산행 목적의 80%는 달성이다.
9. 세석산장 - 장터목(출발 : 오후 1시40분 / 도착: 2시 55분) 3.4km/26.3km
▼.작년 지리산 종주때의 모습.
작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우리는 첫 산행이라 행동식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휴식을 취하는 산꾼 중 오징어를 먹는데 그리 맛나 보여서 올 두 번째 산행에서는 육포를 준비를 했는데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쇠주 안주로 다 먹어버렸으니 아쉽다.
함께온 일행중 어느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갑천 마라톤 클럽 소속이란다. 그래서 마라톤 이야기며 이런 저런 야기를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푸름이 부부님과 이런 저런 야기를 주고 받으며 지루하지 않게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안개가 거치면서 드디어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에 의해서 목숨을 다하고 고사목이 되어 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초원지대는 원추리등 야생화와 절경을 이루니 오늘 하루의 피로도 이것으로 대신하는 것 같다.
한시간 정도만 걸으면 장터목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성삼재에서 꺼놓은 휴대폰을 처음으로 켜보니 울 부산의 뫼오름이들 문자로 꽉 차있다. 모두들 응원의 메시지 정말로 고마운 사람들 문자 메서지에 힘을 얻어 걷는 발걸음에 간간히 스쳐가는 안개 사이로 순간, 순간 지리의 절경이 조망된다.
드디어 장터목이다 작년 종주 산행때보다 2시간 앞선시간 하지만 피로는 작년보다 훨씬 덜하다. 전화기를 꺼내 먼저 아내에게 장터목까지 왔노라 보고하고 뫼오름이들 쥔장한테 전화한통 날리니 그저 부러운 목소리 내 지금 장터목에 왔노라 그리고 초지와함께 보고하니 깜짝 놀란다. 웬 초지냐고 그래 목소리 통화로 확인하고 인터넷에 우리 장터목 도착소식 올리라 전하면서 문자 메시지 보내준 울 회원님 모두 모두에게 감사함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10.장터목 - 천왕봉(출발 : 오후 3시5분 / 도착: 3시 50분) 1.7km/28.0km
푸름님 부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모처럼 간간히 조망되는 길을 따라 제석봉에 도착하니 주목을 벌목해가면서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불을 질러 화전으로 변해버린 땅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불에 탄 고사목과 어우러진 초원은 그때 화염을 잊고 너무도 평온한 가운데 아무 말이없다. 각종 야생화와 초목이 어우러진 파아란초지 위로 안개가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면 빠르게 지나친다.
하늘로 향한다는 통천문에 올라 우리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작년 새벽 산행때는 후렛쉬 불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한 여름밤 반딧불의 축제를 보는 듯 했는데 오늘은 산 등선 허리에 안개만 걸쳐있네.
철 계단 위로 올려 보이는 천왕봉의 파란하늘과 안개구름이 반복 교차된다. 주변 바위돌 틈에 피어난 야생화는 원색에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하고 힘들게 여기까지 달려온 산꾼의 육체적인 피로를 한순간 날려 버린다.
드디어 지리산 종주의 종점 천왕봉!!! 노고단에서 5시 50분에 출발해서 3시 50분에 도착했으니 정확히 10시간 그 시간동안 지리산 첫 산행에 따라나선 초지일관이 대견하다. 그리고 나서 지리산 천왕봉 표석(1,915m)에 입맞춤을 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먼저 앞서간 바람소리님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내려갔나 보다 하고 중얼거리는데 바람소리님이 오래 기다려서 춥다고 우비를 입은 모습으로 나타 나는것이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두 눈을 부릅뜨려 하지만 좀처럼 눈이 잘 떠지지를 않는다.
▼.오늘 함께 산행한 나, 그리고 바람소리님, 초지일관님.
천왕봉 표석앞과 뒷부분 "韓國人의 氣像이 여기서 發源되다"를 배경으로 잽싸게 사진 몇장을 남기고 바람을 막아주는 정상 주변 바람막이가 되어있는 아늑한 자리에 앉아 푸름님 부부와 함께 자리를 편다. 푸름님이 준비한 삶은 계란과 번데기 그리고 우리의 쇠주 한자이 어우러지니 정상 주 한잔은 쓰디쓰다 보다는 달디 단 꿀맛이다.
11. 천왕봉 - 중산리 매표소(출발: 4시 15분 / 도착 : 6시50분)5.4km/33.4km
하지만 오늘 종일토록 짙은 안개와 바람으로 조망하지 못한 지리의 비경들이 한 시야에 잡히니 그 맛으로 한계단, 한계단 발걸음에 힘을 준다. 두 둥실 떠나니는 구름이 초록으로 물들여진 지리의 도화지에 각각의 그림을 그리며 바람 따라 그림자 그림도 모양을 달리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푸름님이 하산 길에 약한가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 남군 님한테 껌 2개를 건내주고 함께 씹으면서 사이좋게 손잡고 내려오세요 하고 우리는 법계사로 향했다. 법계사 우리나라 사찰중 가장 높은고지에 자리산 절 하지만 무거운 발걸음은 법계사 대웅전으로 내를 안내하지 않고 그냥 벤치에 주저앉게 만든다.
벤치에 그대로 누워 하늘을 보니 정말 파란하늘에 뭉게구름만이 둥실 떠다닌다. 이렇게 좋은 날씨가 와 오늘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비가 내려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움과 감사를 드리며 칼바위를 향하여 다시 벤치에서 일어선다.
헬기장을 지나 오늘 함께한 소월 산악회 회원님들의 모습을 어쩌다 간혹 대하면서 입으로 나오는 것은 한숨과 마음속에서 터지는 것은 욕이라고 할까. 다리의 힘은 그런 대로 견딜만한 데 외이리 하산 길은 힘들기만 한지? 돌이 아닌 흙길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흙길이라면 장마철에 다 쓸려나가고 이 자리에 또 돌덩이만 고스란히 남아있겠지. 그런 저런 투덜거림으로 칼바위를 지나니 앞서가던 바람소리님 목욕하자며 계곡으로 발길을 돌린다.
더 내려가면 사람들 눈에 띤다나 계곡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물살이 장난이 아니다 각자 조그만한 웅덩이를 찾아 발을 담그니 방금 전까지 그리도 뜨거웠던 발바닥의 화기는 온데간데없고 내 육신마져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에따 모르겠다 이렇게 시원한데 온 몸을 다 담그자 하고 풍덩 너무도 추워지는 지리계곡의 물속에 단 몇분을 견디지 못하고 주섬, 주섬 옷을 챙기고는 넓다란 바위에 두 다리 쭉 펴고 누우니 세상이 다 내것인 듯 마음까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제는 굴러가도 매표소까지 20여분 느긋한 마음으로 하산하니 돌로 이어지던 하산길이 흙길로 이어지면서 나타난 조약돌로 포장된 지리산 초입을 알리는 오늘 산행을 종착지 아 드디어 당일 종주를 끝냈구나 하는 산꾼으로서의 부듯함으로 다리위 난간에 기대서 내가 하산한 천왕봉을 바라보니 천왕봉이 보이는지 아니 보이는지 알수가 없구나.
매표소에 도착해서 중산리 버스 주차장까지 하산길 그 또한 장난이 아니다 버스가 올라오지 못하니 알아서 내려오는 차 타고 오라 했으니 내려 가는차를 우선 한 대 세워보니 자리가 없단다. 터벅, 터벅 그리 많은 발걸음을 내 딛지 않았는데 다행이 어느 산꾼이 산행후 우리의 심정을 헤아리고 차를 세워준다 어찌나 고마운지 그리하여 소월 산악회 버스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이것으로 오늘 산행의 마침표를 찍고 맛나고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
12. 뜻하지 않았던 푸름님 환자 발생
아픈 사람 심정이야 오죽 하겠냐마는 갑자기 막걸리 맛이 쓰디쓰다 하지만 어쩌라 함께 산행한 푸름 님이라는데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니 간다고도 못하겠고 몇 명이서 소월 버스를 타고 다시 매표소에 도착하니 사람이 적다고 관리소 직원이 투덜거리며 짜증이다.
날씨가 어두워진다 후렛시 하나를 챙겨들고 그들을 따라가 보지만 도저히 할딱거리는 숨소리에 따라 갈수가 없다 에라 내도 모르겠다 내 힘이 있는데 까지 좀 천천가자 그리고 내려오면 교대로 들것을 들자 이리 마음을 정하고 천천히 내려온 산길을 따라 후미에 처져 다시 올라갔다. 몇 십분을 올라갔을까 도대체 푸름 님은 어디 있지 여기 주저앉아 기다려 볼까 망설이고 있는데 119아저씨 두분 이서 오시면서 우리의 일행을 찾는다.
그러면서 후렛쉬는 자기 주고 여기서 기다리던가 천천히 내려가란다. 금새 깜깜해서 돌길을 혼자 하산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느린 걸음으로 한 자국씩 내 딛으며 지리산 입구에 도착할 즈음에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는 푸름님 나타난다.
▼.부상을 당한 푸름님 부부.
관리사무실에 도착하여 사고경위 조사보고서 작성 끝내고 도착한 소월 산악회 버스에 올라 무사히 함께 대전까지 가게됨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박수를 친다. 푸름님의 남편이 꾀나 고생을 하면서 많은길을 부축하며 업고 내려오신 것 같다. 푸름님의 남군께서 어느새 준비했는지 캔맥주 하나씩을 돌린다. 참으로 맛있는 맥주로 오늘하루 길고도 긴 시간을 마감하면서 중산리 주차장을 오후 8시 50분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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