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시인과 함께 떠나는 섬여행(8)
-부산 오륙도를 오르다
오륙도는 부산 남구 용호동 앞바다에 솟아있는 6개의 바위섬이다.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도 잘 알려진 부산의 명물이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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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는 용호동 오륙도 주차장에서 여객선을 타면 각 섬에 오를 수 있다. 여객선은 거의 매시간 각 섬을 돈다. 일출 30분 전부터 일몰 30분 후까지 운항하며, 요금은 대인 10,000원, 소인(7-13세) 5,000원이다. 여객선은 성조 1호(정원 38명, 승무원 3명 포함), 성조 2호(정원 49명)라고 부르는 배인데 여객선이라기 보다는 낚싯배 수준이다. 주로 각 섬에 갯바위낚싯꾼들을 실어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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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나뉘어진다. 이들 섬은 12만년 전까지는 육지에 이어진 하나의 작은 반도였던 것이 오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분리되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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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오르면 제일 먼저 방패섬을 돈다. 방패섬은 섬 모양이 방패같은 모양으로 북항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오륙도 여객선을 타려면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갯바위(오륙도섬 및 똥섬)에 가는 사람들은 구명동의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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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섬은 솔섬. 멀리서 보면 방패섬과 솔섬은 한 개의 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섬 사이가 칼로 자른 듯 갈라져 있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방패섬과 솔섬 아래가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우삭도라고 불리는 하나의 섬으로 보이나, 밀물일 때는 두 개의 섬으로 나뉘어져 보이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또, 동편에서 보면 6봉으로 보이고 서편에서 보면 5봉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솔섬은 꼭대기에 바위섬에서 자라기 힘든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여객선이 솔섬을 한바퀴 돌아 갯바위에 낚싯꾼들을 다시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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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섬은 수리섬. 수리섬은 갈매기나 가마우지가 많이 찾아드는 섬으로 수리류가 이들을 사냥하기 위해 날아오곤 하여 수리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수리섬 역시 갯바위낚시하기에 좋은 해안으로 되어 있다. 수리섬 뒤로 송곳섬이 우람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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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섬은 섬 봉우리 모양이 송곳처럼 뾰족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방이 수직암벽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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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줌을 당겨본다. 송곳섬의 바위봉우리가 매우 기묘하다. 두개의 암봉이 하나로 붙어있는 모습이다. 마당바위에 앉아있는 사람 모습 같기도 하고 송곳 또는 촛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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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섬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오륙도 역시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인다. 송곳섬은 약간 멀리서 보면 정상에 송곳을 세워놓은 것 같이 봉우리가 날카롭기 그지없다. 이에 비해 바로 옆섬인 굴섬은 모자 모양으로 둥그스름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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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섬은 오륙도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방향에 따라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보이기도 하며, 바위섬 중간에 동굴이 있어 굴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이 능히 한 사람 몫의 음료수로 충분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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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섬 다음의 마지막 섬은 등대섬. 유인등대가 세워져 있는 섬이다. 등대섬은 오륙도 다른 섬들에 비해 평탄한 편이어서 밭섬이라고 불리워지다가 등대가 세워진 뒤부터 일반적으로 등대섬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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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섬은 등대가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선착장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다. 필자 일행은 사전에 부산해운항만청에서 주선하여 등대섬에 오르게 되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일반인들도 항로표지관리소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별도허가 없이 등대섬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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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안내판에 등대섬은 평탄한 바위섬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경사가 완만한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등대섬 역시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야 등대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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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관리소의 정식 명칭은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오륙도 항로표지관리소'. 이곳에는 항만청 소속 직원 3명(소장 김흥수)이 상주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시인인 이생진 시인, 김소양 시인, 가수 현승엽 등과 함께 했다. 김흥수 소장은 업무차 육지로 나가고 정태헌 씨 등 직원 2명이 필자 일행을 맞아 주었다. 총 3명 중 1명은 4박5일 교대근무한다고 한다.
항로표지관리소 건물이 꽤 아름답다. 1998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정연근 건축사가 설계한 것으로, '자연과 인공의 극적인 만남'이라는 주제로 거칠고 어두운 색조의 기암절벽 위에 순백의 세련된 구조물을 절묘하게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안내판을 보면 '건물의 주덩어리인 2,3층이 전체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띠고, 끝부분이 육지 쪽으로 향해 마치 잘려나가는 형태를 보이는 것은 완성된 모습 보다는 미완의 형태로 여운을 남겨 대륙을 향한 웅비의 기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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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오륙도 항로표지관리소 정태헌 씨의 설명을 들은 후 필자일행은 잠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생진 시인의 시 '五六, 七八'이라는 시를 낭송하는 등 즉석 시낭송회를 갖기도 하였다. 부산의 오륙도와 신안 비금도 앞바다 칠팔(발)도를 함께 묶어 쓴 시다.
부산에 오륙도
신안에 칠팔(발)도
五六, 七八
섬은 방향에 따라 오륙으로 나뉘고
마음에 따라 칠팔로 바뀌네
나는 어디로 가는 배인가
내 배를 타고서도
내 방향 헷갈리네
갈매기 따라 오륙도로 가는가
아니면 바다제비 찾아 칠팔도로 가는가
五六, 七八
동 서 남 북
나는 어디로 가는 배인가
내 배를 타고서도
내 방향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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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계단길을 돌아 등대가 있는 건물 옥상을 올라가 본다.
이곳 오륙도 등대는 1937년 11월에 최초로 점등되었다. 76년의 연륜을 가진 등대인 셈이다. 10초에 한번씩 섬광하며 광달거리는 35km에 이른다고 한다. 1995년에 선착장이 건설되었고, 2003년 태풍 매미의 피해로 2층 사무동 및 3층 전시실에 해수가 유입되어 보수한 바 있다고 한다. 2010년년에 갈매기 조형물이 설치되었고 2011년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도 만들어졌다. 등대의 높이는 27m, 섬 높이 해발 26m를 합쳐 등고 53m이다. 등대섬에는 항로표지관리소 사무실 및 등대 뿐 아니라 전시관 및 갈매기 조형물 등도 있다. 전시관에는 오륙도 등대 연혁, 등대발전사, 우리나라의 주요등대, 세계의 등대 소개 등 등대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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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난간에서 바로 앞 굴섬을 다시 본다. 글섬 역시 등대섬 쪽은 깎아지른 수직절벽이다. 절벽이 하얗게 변색되어 있다. 정태헌 씨는 가마우지의 똥 때문이라고 설명해 준다. 가마우지 떼가 굴섬에 내려앉는 장면 역시 장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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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섬에는 선착장이 두군데 있다. 섬에 오를 때는 북항 방면 선착장을 이용했는데 돌아갈 때는 그 반대방향의 선착장을 이용한다. 등대섬 허릿길을 돌아간다. 반대편까지 돌아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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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섬에서의 멋진 추억을 담고 다시 육지로 돌아간다. 굴섬 암벽을 마주보면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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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가 점점 멀어진다. 여객선은 굴섬을 돌아 북항 방파제 방향으로 향한다.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나란히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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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에게 배가 바로 선착장으로 가지않고 방파제로 가는 이유를 물으니 북항 일자방파제는 낚싯터로서도 매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낚싯꾼들을 태워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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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패섬 쪽으로 돌아가는 배. 오륙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방패섬과 솔섬 만 조금 떨어져 있고,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은 서로 가깝게 붙어 있다. 배는 섬들을 돌면서 낚싯꾼들을 다시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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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때는 선착장 역시 다르다. 전망대 아래 선착장에 필자 일행을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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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선착장 앞에는 기암들이 즐비하게 서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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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올라 오륙도를 다시 바라본다. 선착장 부근에는 해삼, 성게, 미역 등을 따는 해녀들의 모습도 보인다. 4-5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가까이에서 보니 나이 70세 전후는 족히 돼 보이는 듯한 할머니들이다. 이분들의 물질 모습에서 바닷가 여인들의 굴곡진 삶을 가슴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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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중 일부는 해녀복을 입은 채로 선착장에서 방금 잡은 해산물을 팔고 있다. 해삼이 먹고싶은 데 해삼은 없다. 성게 알 한 스픈에 소주 두 잔. 이생진 시인의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읊조리면서 선착장에 앉아 소주를 마신다.(글,사진/임윤식)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 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 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 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이생진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에서 시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