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새싹이 움트는 봄처럼 다시 시작하고파… 평생 노래하는 가수 될 것"
기사입력 2019-04-26 21:53:04 | 조광형 기자 | theseman@naver.com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밤…." 세상에 수많은 히트곡들이 있지만 첫 소절부터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는 많지 않다. 1982년 제6회 MBC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차지한 '잃어버린 우산'이란 노래는, 시작부터 듣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그런 노래였다. 전형적인 마이너 발라드 곡으로, 잔잔하게 시작하다 후렴부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80년대 한국형 팝발라드의 전형을 제시한 노래이기도 하다. 이후 이 노래의 스케일을 차용한 수많은 발라드 명곡들이 탄생해 가요계의 판도를 바꿨다.
이 곡을 부른 가수는 아직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당시 한양대 작곡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우순실(57)은 이 노래 하나로 전국민이 주목하는 스타가 됐다. 풋풋하고 앳된 외모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노래를 잘했다. 세련된 창법은 아니었지만 삶의 풍파를 거친 듯한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평론가들은 '우순실의 목소리에는 스무살의 감성을 뛰어넘는 묵직함이 느껴진다'며 '모처럼 만에 천재 가수가 탄생했다'는 호평을 내놨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과 감성으로 이 노래를 불렀을까?
"원래부터 애늙은이 같은 성격이 좀 있었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그러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간접 경험을 많이 했죠. 마치 내가 겪었던 것처럼 상상해서…. 사실 삶의 희로애락을 제대로 모르고서 어떻게 그걸 표현할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제가 부르는 노래가 진짜 내 노래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약관의 나이에 원숙미가 느껴지는 곡을 만들어낸 오주은·오주연 자매도 훌륭했지만,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시적인 가사를 마치 본인의 이야기처럼 풀어낸 우순실의 곡소화력은 정말 대단했다.
84년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따로또같이' 2집 음반과 옴니버스 음반 '젊은이의 노래'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88년 이장희와 손을 잡고 '꼬깃꼬깃해진 편지'를 타이틀로 내세운 2집을 발매했다.
옴니버스음반.Life Continue(feat.김동희)
《K-pop. Classic 2》
https://naver.me/xEjHmXxC
전반적으로 성인가요에 가까워진 이 앨범은 우순실의 보컬 역량이 여실히 드러난 명반이다.
탁월한 보컬 실력으로 이선희, 이승환, 심수봉 음반의 코러스로도 참여한 우순실은 '쌕쌕', '환타', '코카콜라 라이트' 등 당시 인기가 높았던 CM송도 도맡아 불렀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우순실은 91년 결혼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96년과 99년에도 신보를 내긴 했지만 TV 출연과 공연 활동을 대폭 줄이면서 우순실은 어느새 잊혀진 가수가 되고 말았다. 무엇이 그의 발목을 잡았을까.
"그때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이를 키우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는 게 제가 해야할 일이었고 제가 전념해야 할 일이었어요. 물론 TV를 볼 때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 무대인데….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답니다. 그래도 전 행복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껴지는 행복함이나 만족감이란, 아이를 키워 본 엄마들만 알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살면서 '헌신'과 '인내'가 아로새겨진 그의 마음판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졌다. 보통 사람 같으면 몇번이고 좌절했을 숱한 위기 속에서도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고 했던가. 인고의 세월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에서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을 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전영록 씨와 높은음자리의 김장수 씨가 하는 콘서트 리허설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전영록 씨께서 요즘 한창 노래를 만들고 있는데 마땅히 곡을 줄 만한 가수를 못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아무래도 제가 적임자 같다며 저한테 음반 취입을 제안해오셨어요."
당시 전영록이 우순실에게 들려줬던 노래는 '어느 벚꽃이 흐드러진 날에'가 아닌 다른 노래였다. 당초 우순실은 3~4곡만 녹음해 싱글앨범을 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녹음실에서 우순실을 테스트해보던 전영록은 아껴뒀던 다른 곡들까지 불러 보도록 했다. 결국 녹음한 곡들이 열 몇곡으로 늘어났다. 나중에 앨범에 담을 곡을 추리면서 애당초 전영록이 염두에 뒀던 곡이 빠지고 대신 '어느 벚꽃이 흐드러진 날에'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전영록 선배님의 도움으로 무려 14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게 됐는데요. 이 앨범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서를 표현한 앨범이에요. 이번 콘서트는 지금 절기에 맞춰 모든 생명이 소생하는, 그런 봄에 관한 노래 위주로 꾸며봤어요. 다시 도약하고 재시작하자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전영록 사단에 합류한 우순실은 26일 서울 마리나에서 개최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5월 구미 공연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전국 투어에는 전영록, 김범룡, 김장수, 한서경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과 함께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무더운 여름철에 전국을 돌아야 하는 만큼 각별한 체력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겸사겸사 건강 유지 비결을 물었더니 예사롭지 않은 답변이 나왔다. '63년생 우순실'을 지탱하는 힘은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호흡'에 있었다.
"2004년부터 기체조를 시작했어요. 남궁옥분 씨의 소개로 입문했는데 나중엔 김범룡 씨에게 제가 소개를 시켜줬죠. 김범룡 씨가 한동안 스트레스가 심해 목소리가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요. 기체조를 하면서 다시 소리가 나왔어요. 정확히 말하면 '절체조'인데요. 합장하는 모습을 본 따 만든 동작이 있어요. 온 몸의 관절을 다 써야 하는 체조인데요. 그러면서 호흡법으로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있죠."
이밖에 대학 시절 한 '인간문화재'로부터 국악을 사사한 것이 우순실의 목소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조선시대 여류예술가 황진이가 불렀던 여창가곡(女唱歌曲)을 전수 받은 그는 '맑은 탁성'으로 고음에서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대중가요에 '국악 창법'을 섞은 우순실은 조만간 국악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색다른 앨범도 낼 계획이다.
"여창가곡과는 조금 다르지만 국악 스타일의 곡을 녹음 중이에요. 앞으로 공연을 할 때마다 관객 여러분께 선보일 계획입니다."
우순실의 목표는 단 하나 뿐이다. 그저 오래도록 건강하게 노래하는 것. 자신의 사전에 '은퇴'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그는 "제 노래를 듣고 마음이 정화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만큼 가슴 벅찬 일도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힐링'이 되는 노래를 평생 부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뉴데일리TV 인터뷰
https://youtu.be/hljHwdXPlGg
●Life Continue 우순실(Feat.김동희)-신세대.젊은감각!
https://youtu.be/J7xDngtp6sc
●어느 벚꽃이 흐드러진 날에 (전영록 작사곡)
(영화:봄날은 간다:엔딩장면)-이영애.유지태
https://youtu.be/isj3YXcaJcM
●채널A 행복한 아침.우순실 -건강비결♡
https://youtu.be/uWWhK8kD8zE
●2019.(전영록)8090릴레이콘서트(1':20")
어느벚꽃이 흐드러진 날에 (비하인드스토리)
: (40~47분)사이에 이야기와 전영록노래
https://www.youtube.com/live/gAUeSbCVRC0?feature=share
●콜라같은 사랑 1992.
우순실 CM송=> 가요로 재편곡(이승희 작사곡)
https://youtu.be/rRPb92hgFVw
●코카콜라 라이트 우순실 CM송
(지금~이순간~ 코카콜라~라이트~)
https://youtu.be/f_XYWnmp6pQ
●쌕쌕광고
https://youtu.be/6dSFi4bKaZo
●CM가요송 모음
https://naver.me/Gt9rUU6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