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여덟 번째 - 3)
(광양시∼삼천포, 2023년 10월 28일∼29일)
瓦也 정유순
관음포 끝 지점에 있는 첨망대(瞻望臺)는 충무공께서 순국하신 장군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이락산 마지막지점에 2층 팔작지붕으로 남해군에서 1991년 2월에 건립하였다. “한려수도를 따라 유유히 남해 앞바다에 이르면 관음포가 보이니 이곳이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께서 조일전쟁 7년 중 노량해전에서 순국하신 곳으로 1991년 이락사 마지막 지점인 곳에 이충무공이 순국하신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세운 정자”로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다.
<첨망대>
이락사 앞 광장에는 <이순신순국공원>이 조성되었고, 상징조형물이 관음포를 주시한다. 이 조형물은 이순신장군의 순국일(1598년 11월 19일)에 맞춰 전체높이가 11.19m로 제작되었으며 이순신장군의 탄신 472주년인 2017년 4월 28일에 건립되었다. 바닥은 판옥선이 파도를 가르며 향해 나가는 모습으로 ‘必死則生(필사즉생) 必生則死(필생즉사)’ 각오로 독전하는 형상이다. 독전기(督戰旗)에는 ‘적과 싸움에 있어 명령을 어긴 자는 처참한다.’는 ‘凡軍臨敵不用命者處斬(범군임적불용명자처참)’을 새겨 넣었다.
<이순신 순국공원 조형물>
순국공원을 지난 발길은 이순신호국길을 따라 설천면 노량리로 향한다. 노량(露梁)은 물살이 빨라 흩어져 물방울이 이슬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섬진강줄기가 남해 노량으로 연결돼 지리산과 하동지역에 수해가 나면 지리산 온갖 통나무 등이 이곳으로 떠내려 왔다. 선조들은 이러한 물길을 이용하여 해인사고려대장경 원목인 지리산 산벚나무와 자작나무를 이 물길에 띄워 관음포에 옮긴 뒤 바닷물에 절여 사용했으며, 충무공은 이 지역 물길과 지형을 활용하여 해안으로 왜군을 몰아넣은 뒤 섬멸했다.
<이순신호국길>
<이순신호국길(벚나무길)>
이순신호국길은 남해바래길 13코스다. 남해바래길은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하며 다니던 길이었다. 엄마가 그리운 날, 갯벌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 어깨가 축 처진 엄마의 그늘진 모습을 보면서도, 마냥 엄마의 얼굴이 반가웠던 그 섬 바래길을 걸어 충무공의 호국정신도 다시 새겨본다.
<멀리 하동화력발전소가 보이고>
이순신순국공원을 지나면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마을이다. 고현면(古縣面)은 남해군 북부에 있는 면으로 이락사와 관음포 등 이충무공 유적지가 있다. 차면리(車面里)는 서·남·북쪽의 삼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마을의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에는 840년(신라 문성왕2)에 장보고(張保皐)가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널리 퍼졌다고 하는 유자(柚子)가 신 맛을 돋운다.
<유자나무>
이순신호국길을 따라 월곡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철 늦은 장미 한 송이가 얼굴 붉히고, 그 옆에는 천일홍이 가을을 붉게 수놓는다. 천일홍(千日紅)은 쌍떡잎식물로 이판화군 중심자목이며 비름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으며, 꽃은 7∼10월에 피고 보라색, 붉은색, 연한 홍색, 흰색 등이다. 꽃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으므로 천일홍이라고 부른다. 꽃말은 불후 불변으로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천일홍>
<장미>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에서 오전을 마감하고 당도한 곳은 남면 석교리 월포마을이다. 남면(南面)은 남해군의 서남쪽 끝단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으로 앵강만(鶯江灣)과 이동면(二東面), 북쪽으로 서면(西面)에 접하고 남쪽으로 남해(南海)에 면하며, 서쪽으로 바다를 끼고 전라남도 여수시에 면한다. 국가지정 명승인 가천마을 다랑이논과 남해골프와 스파리조트, 두곡, 월촌, 사촌해수욕장과 더불어 설흘산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월포마을>
석교리(石僑里)는 남쪽으로 남해와 바로 접해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응봉산이 마을 남쪽과 서쪽을 감싸고 있다. 자연마을로 석교, 월포, 비료정 마을이 있다. 석교 마을은 돌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월포 마을은 바다에 면한 마을로, 객선 기항지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비료정 마을은 석교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월포마을 앞으로는 월포·두곡해수욕장이 있다. 두곡은 남면 당항리에 속한 마을이다.
<월포마을 앞 너럭바위>
월포·두곡해수욕장은 남해읍에서 남쪽으로 14km 정도 떨어져 있는 해수욕장이다. 주변에 방풍림으로 조성한 송림과 몽돌과 모래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곳곳에는 갯바위 낚시도 할 수 있어 가족단위로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아담한 해수욕장이며, 가까이에 해안 관광도로가 있어 빼어난 해안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폭 70m, 길이 약 900m의 백사장에는 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고, 평균수심은 1~2m이다.
<월포·두곡해수욕장>
당항리(唐項里)는 송등산 남쪽 기슭 바로 밑에 있고, 동남쪽으로 남해와 접하고 있는 전형적인 반농반어(半農半漁)마을이다. 마을 면적의 대부분은 평지이나 비옥한 토지는 아니어서 어업이 더욱 활발하다. 자연마을로 당항, 두곡, 우형마을이 있다. 당항마을은 신당이 있는 목이 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곡마을은 당항 동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우형마을은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당항리마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섬 남해’를 지탱해 주는 곳이 넓고 깨끗한 앵강만이 아닌가 싶다. 서해나 남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패류 양식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양식 대신 해삼이나 전복 종자를 방류하여 자연 상태에서 키우기 때문에 바다도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앵강만에는 갯게, 기수갈고둥,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들도 서식하고 있었고, 가장 깊숙한 자리에는 400년 이상 조성된 방풍림이 아늑하게 보호해 준다.
<앵강만>
앵강만이 잘 보이는 산자락에 미국마을이 있는데, 아마 독일마을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이동면 용소리에 있는 미국마을은 모국에 들어와 노후생활을 보내려는 재미교포를 위해 조성된 정착마을로 한눈에 봐도 좋은 자리에 마을이 들어섰다는 느낌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마을 앞에 상징적으로 서 있고, 미국풍 건물과 메타세쿼이아의 단풍이 골목을 물들여 미국 같은 정취가 물씬 난다. 울타리에는 노란염료로 사용하는 치자나무열매가 아름답다.
<미국마을>
<치자나무>
바닷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자세히 보니 석방렴(石防簾)이다. 돌로 둑을 쌓아 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어로방법으로 서해안지역에서는 독살 외에 독장·쑤기담이라고도 부르고, 제주도에서는 원담이라 부른다. 어로방법은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돌담에 갇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얕은 물에 놀게 되면 뜰망(족바지)으로 떠서 잡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주로 숭어, 전어, 새우, 멸치 등 연안의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
<석방렴(石防簾)>
미국마을을 지나 용소리 마을 울안에는 참다래(또는 양다래)가 알알이 맺혀 있다. 참다래는 중국이 원산지라 중국에서는 양도(揚桃)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전해져 개량을 거듭하면서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야행성 새인 키위의 깃털과 닮았다 하여 오늘날 키위(Kiwi)가 되었다. 키위는 원시적인 새로 날개는 없고 털 모양의 깃털이 온 몸에 나며 크기는 닭만 하고, “키위키위” 하고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참다래(키위)>
용소리(龍沼里)는 비교적 평준한 지대로 이루어진 농촌 지역이다. 마을 북쪽으로 호구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북서쪽으로 송등산이 있으며, 남쪽으로 남해 바닷가와 닿아있다. 용소리마을은 용소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화계리(花溪里)는 남해에 있는 목단도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면적이 평지로 이루어진 반농반어마을이다. 숲이 많은 신전리(薪田里)에는 야영 나온 나들이객들이 숲속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고 있다.
<텐트촌>
앵강만 바다 멀리 보이는 노도(櫓島)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구운몽>, <사씨남정기>의 작가인 서포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이 유배 왔던 곳이다. 김만중은 1689년(숙종 15) 노도로 유배 와서 숙종(肅宗) 18년 56세의 나이로 이곳에서 운명했으며, 유배기간 동안 <사씨남정기>와 <서포만필>을 집필하였다. 섬에는 김만중이 직접 팠다는 우물과 시신을 잠시 묻었던 허묘(墟墓), 초옥이 있던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남해 앵강만과 노도>
<해당화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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