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외국인들, 삼성물산 넘보지마”
삼성, 의결권 지분 9% 불과… 외국인은 44%
그룹차원서 지분확보 나서 SDI 700억 출자
장원준기자 wjjang@chosun.com
입력 : 2004.09.21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주회사와 M&A(인수·합병) 테마’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칼’을 뽑았으므로, 삼성물산 주가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룹 내에서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20일 1만6150원까지 올랐다가 21일 1만5900원으로 약간 떨어졌다.
‘M&A 테마’의 불을 새로 댕긴 것은 “삼성물산에 700억원을 출자한다”는 삼성SDI의 지난 17일 발표다. CLSA증권은 이에 대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주요한 자산으로 생각하는 분명한 신호”라며 “그룹 차원의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입이나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예상이 나오는 것은 그룹 전체의 삼성물산 지분이 외국인 지분보다 현격하게 적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700억원 출자가 끝나더라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지분은 16% 남짓이고, 그나마 의결권이 제한되는 삼성생명 지분이나 자사주를 제외하면 지분율은 9.3%로 떨어진다. 반면 외국인들은 플래티넘, 헤르메스, 베일리기포드 등 5% 이상 대주주만 3곳인 데다, 전체 지분은 43% 내외에 이른다.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대주주 3곳이 연합해 삼성물산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그룹은 이에 대적하기 위해 의결권 지분율이 현재의 9.3%(삼성SDI 출자 완료 기준)에서 15~20%로 올라갈 때까지 추가 매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원·LG투자·메리츠증권 등도 경영권 변수를 호재로 평가하며, 삼성물산 주식을 살만 하다고 추천했다.
삼성물산 이외의 주요 지주회사들도 ‘M&A 테마’가 부각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과의 경쟁을 의식한 그룹의 지분 확보가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SK㈜, GS홀딩스 등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는 20일 상한가까지 올랐다가 21일 200원 내렸다.
이에 대해 한양증권 김경신 상무는 “삼성물산의 경우 출자한 기업이 워낙 많고 비상장, 비등록사도 적지 않아 이 기업들의 장부상 평가액이 실제 시장 가치와 큰 차이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자산가치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M&A 가능성만을 겨냥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