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정에서 한달만 살자!

[대은(大隱)]

3월 9일 09:52

늦었다.

강정포구를 지나는데 경찰이 움직임이 이전같지 않았다.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펜스 안으로 달려들어가다 이 친구들을 만났다.

순간, 어쩌지, 구럼비까지 가야하는데....

촬영만 하고 바람처럼 지나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순간의 망설임 때문에 촬영도 제대로 못하고 이 친구들과 2박3일 동부경찰서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날 해군기지사업장 내로 들어온 29명 전원 연행되었고 이정훈 목사와 김정욱신부는 구속되었다.

몇 일 뒤 서귀포경찰서에서 보내 온 편지 내용의 일부다.

'범죄사실의 요지 및 현행범인체포의 이유'

".....

피의자들은, 2012.3.9.10"10경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숨비소리 펜션 남측 100미터 지점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이명박 조차 기자회견에서 해군기지라고 했는데 아직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 적는 경찰들.... 이거 뭐하는 거지.

  ?를 단 것 보니 경찰들도 뭔가 정리가 안되는 모양이다.. 웃기지 않나 ㅋㅋ)

공사 현장 외측 펜스 앞으로 몰려가서, 위 공사 현장구럼비 해안에서 진행되는 암반 제거 작업을 방해 할 목적으로,

위 공사 현장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철제 펜스(높이 약 6미터)의 하단부를 양손으로 잡고 뜯어내거나

절단기와 배척(건축 공구)으로 수십번 내리쳐서 손괴하여가로,세로 1m 50cm 가량의 통로 두개를 만든 후, 공사 현장으로

순차적으로 걸어서 들어가서 구럼비 암반 발파 작업까지 진입하였다."

이 날 서귀포경찰서 경비과장 구술환의 목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서 멤돌고 있다.

"체포 해!"

언젠가 당신도 이런 말을 들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니 매사 엄격 공무집행 하시길.

"체포 해!"

세상사 다 알 수는 없는 일.

3월 12일 09:03

강정포구를 살짝 지나치면 너른 들이 나온다. 강정사람들은 '정의논'이라 부른다.

여기에 서면 왜 강정을 일강정이라 부르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직접 느껴보시길.

플랭 사이의 기동대.

그만 제자리로 돌아가시길.

새벽 다섯시, 어둠을 가르며 마을 싸이렌은 울린다.

매일 반복되는 비상싸이렌 소리 엄청 스트레스다.

나도 그런데 다른이들은.... 이 마을의 어린이들은 노인들은 또 어떨까?

09:38

해군기지사업본부  정문 앞

두번째 '여균동'감독.

늘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 강정에서 그 누구도 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여감독.

나만 그를 미워한다. 왜 일까?

컴플렉스? 분명, 나 보다 못생겼는데...ㅎ

10:07

강정포구

서귀포 해경은 요즘 주민과 활동가들을 상대로 합숙 실전훈련 중이다.

눈 덮인 한라산.

' 이유'에는 관심없는 자들. 

무엇 때문에 이 작은 시골마을 사람들이 국가권력을 상대로 6년이나 싸워오는지.

관심없다. 그저 한마디면 된다.

"너 폭도!"

"너 빨갱이!"

하나가 추가되었다.

"너 종북좌파!" 그러면 된다.

잡혀가야 할 이유가 되고 죽임을 당해야 할 무조건의 이유가 된다.

60년 전 그 때도 그랬다.

4.3항쟁 당시 미군정의 '브라운'대령이 한 말이다. 신천지 1948년 7월호에 실려있는 fact다.

"사건의 원인에는 관심없다.

  내 계획대로라면 제주도 사태는 2주일 안에 평정될 것이다."

2주는 커녕 6년이 걸렸다.

아니, 지금도 진행중이다.

10:23

세리 벤자민 송박사 , 위태롭게 서 있다.

하지만 구럼비 발파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만은 굳건하다.

여기에 원래 있었던 글을 삭제했습니다.

이미 읽어버린 분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니 머릿속에서 지워주기 바랍니다.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라는 권리 주장에 동의했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대신, 봄날 애닯은 시 한편 올립니다.  

...

봄이 아프다

                                      /이근대

몸이 몹시 아프다

꽃나무 밑으로 걸어가

나는 고요히 누워 잠들고 싶은데

... 걸음을 옮겨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오늘 아침에

하얗게 울고 있는 목련꽃나무 밑을 걸어

출근을 했다

내 피부도 따라 하얗게 울었고

몸도 울었다

어느 개새끼 같은 봄을

어리석게, 어리석게도 홀로 사랑한 탓에

발가벗은 몸으로 목련나무가 울듯이

개뼈다귀 같은 인생을,

인생이라고 사랑한 탓에

이 아침, 울음 젖은 소주를 생각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꼴의 몸으로 나는 어디까지 가서

내 여정을 풀고 꽃밭 위에 누워 죽을 수 있을까

어깨에 내리는 햇빛이 무겁고

몸속에 떠도는 구름이 무겁다

머리 속에 떠다니는 꽃잎이 아프고

몸속에 흐르는 바람이 칼날이다

바람이 분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최소한 4월 20일까지 앞으로 한달만이라도 강정에서 살자!

한달만 강정에서 살자!

한, 달, 만!

15:07

'다우리'이 놈 강정에 오자마자 또다시 연행되었다.

'다우리' 보기가 부끄럽다.

15:18

고착을 뚫고 카약을 띄워 보지만 그뿐이다.

'꼼짝마라' 다.

그러면 바다로 뛰어든다.

어떻게 해서든 구럼비로 가야한다.

하지만 너 보기가 너무 안쓰럽다. 막아서는 그도 이 상황이 참담할 것이다.

이 친군 이름이 '평화'다.

이제 막 스무살 되었다.  

이 친구도 대단하지만 그의 아빠도 대단하다. 이런 사지에 딸을 보내다니.

청둥오리의 무심이 경지이에 이른 것 같다.

하긴 하루 이틀인가. 이 상황이.

철통이다. 겹겹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시도는 노력은 해야지.

마냥 무릎 꿇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16:02

요리조리 온갖 머리를 쓰서 카약을 띄워볼 요량이지만 방법이 없다.

일단 쪽수에서 밀린다. 둘이서 셋이서 뭘 하겠는가?

그러니까 당신이 달려와야 한다구. 이럴 때 옆에서 도와주면 되잖아!

'부러진 화살'이라도 있으면 저 번호판에다가 한방 날려주고 싶다.

그러면 또 '난리' 나겠지.

등신들!

해군제독이라는 작자가. 참모총장을 지냈다는 작자가 '해적'이라는 표현 한마디에

눈물 글썽이며 징징대며 왈왈거리는 모습... 쯔쯔 꼬락서니하구는.

내가 다 쪽팔린다...에라이 이 한심한 해적놈들아!

여기와서 이곳에서 이 참담함에 눈물 흘려라! 이 등신들아!

16:06

늘 해군기지 공사장 앞을 지키던  '평화바람' 버스가 포구에 왔다.

방파제 위에 쳐진 철조망은 해군기지 사업장이 아님에도 해군이 불법 점거 설치했다.

그런데도 시청과 경찰은 그 불법을 비호, 적반하장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연행 체포해 간다. 

지들 집을 저렇게 철조망으로 둘러버리면 어떻게 반응할까.

가운데, 박도현수사.

연행 횟수로만 따지면 강정에서 탑클래스다.

나완 동갑이다. 61년 소띠. 함께 우직하게 호흡맞춰 가자고 해놓구선 늘 따로 국밥이다.

하이에나는 먹잇감을 찾아 킬로만자로를 어슬렁거렸지 난 사진깜을 찾아 구럼비를 어슬렁거린다.

싸우는 사람도 잡아가는 사람도 다 나의 사진깜이다.

누군가는 국가가 벌리는 이'블록버스트 코메디'를 기록해 두어야 하질 않겠나..

물론, 비극이다. 슬픈 코메디.

미사를 올리는데 저런 나무들이 왜 필요할까?

골고다언덕을 오르는 나사렛예수가 떠올랐다.

 결국 모두가 포구에 오르지는 못하고 그자리에서 미사를 진행한다.

'장엄 미사'라고 불렀다.

16:34

구럼비를 파괴하던 포크레인 위로 누군가 오르고 있었다.

세리와 벤자민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때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지금 내가 봐도 그랬던 것 같다.

"어쩔려구!"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여기 지금 강정에 제정신인 사람 아무도 없다.

있어보면 안다.

어젯밤에 '다우리'아빠와 술한잔 했다. 다우리가 아무런 말도없이 강정으로 와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왔단다. 옆에 있던 동원에게 술취해 뭐라뭐라 했는데...

일어나보니 이런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감독님이 이 마을에서 제일 제정신입니다. ...."

김동원! 이건 욕이다. 이놈아! 강정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여튼, 지금, '제정신'인 인간들아! 여기와서 한달 만 같이 살자!

한달만 제정신 아닌 인간으로 살다 한달 뒤 제정신으로 돌아가라!

어찌할까.

미사를 찍어야 하나, 포크레인 위 두 사람을 찍어야 하나?

발과 맘이 저절로 포크레인으로 간다.

어느새 문규현신부님이 먼저 달려가고 있었다.

벤자민은 강정에서 '벤자리'로 불린다.

제주의 자리돔 물회를 먹어보았는가? 그 '자리'.

아무도 그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엔딩을 남기고 추방되는 사람이 지구 위에 몇이나 될까?

구럼비에 있을 땐 내가 친 텐트를 그가 차지해 살았다. five star hotel이라고 했다.

그 텐트 때문에  '공유수면매립법 위반'으로 검찰에 조사 받고 있는 중이다.

아마 기소할까 말까 고민 중일게다. 또 하나의 코메디.

잘가! 벤자민!

"해군기지 결사반대"

어느새 누군가 깃발을 흔들려 쉰목으로 외쳤다.

예수회 정만영 신부님의 말씀이다.

“구럼비는 제주, 강정마을의 문화와 정신, 역사가 깃들인 바위이기도 하지만,

 가톨릭의 입장에서 보면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언어, 존재 방식입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 현존 방식을 파괴한다는 것은 하느님을 파괴하고,

 그분께 도전하는 것이며, 존재를 부정하는 큰 죄악입니다”

범섬 앞에 케이슨 하나 툭 떨어트려놓았다.

8일 03:30 구럼비발파 이틀 째 
케이슨이 도둑처럼 다가왔다.

새벽 인근 화순항에서 옮겨온 '케이슨 1호'를 수중에 임시로 놓는 작업에 들어갔다.
길이 38m, 폭 25m, 높이 20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 1호는 무게가 8800톤에 달한다.

구럼비 작은 바위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생명들이 숨쉬고 있다.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 건드리지 마라!"

"강정아,

 너는 이 나라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누리 온 세계의 평화가 이미 오고 있다."

문규현 신부님의 글 중에서.

"우리는 단지 지금 수십 수만년 걸려 형성된 용암단괴 너럭바위 구럼비와 그 앞바다를 지키자며 싸우고 있지는 않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치게 정당한 이유가 되겠지만 구럼비를 지켜야 할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평화로 전쟁과 무력을 이기는 것, 반민주적 절차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

 대결과 전쟁의 역사를 넘어서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

 소수지역민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것 등등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하느님 나라의 의로운 가치가 모조리 너무도 잔인하고 폭압적으로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럼비는 그 모든 것이 담긴 시대의 징표요 상징, 우리 모두의 이름이 된 것이다."

미사를 마친 신부님과 신자들이 하나 둘 다가왔다.

철망과 경찰을 뚫고.

18:01

18:47

엔지 젤터

이 철조망을 자른 댓가로 그녀 또한 추방된다. 22일까지 강제출국.

강정에 머문 몇 일 이 짧은 시간 '젤터' 만큼 가열차게 싸운 사람은 여지껏 아무도 없었다.

이 날 이후 그녀는  '엔젤 카터'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철망안으로 들어갔다.

그중 13명이 연행되었다.

19:04

다들 아프다. 아파한다.

견뎌내는 일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  

"희망은 결국 '절망의 끝'을 본 사람들의 것이다."

[모임방]

아 증말 ㅠㅠ

[나은]

우쒸~~뭔지도 모르면서 눈물나고 지랄이야...ㅠ.ㅠ

[진달래]

연행되고 구속 되어도 포기 하지 않고 끈질기게 구럼비를 지키는 여러분들 그저 놀랍고 감탄할 뿐입니다.
6년이라니요, 포크레인 위도 두려워 하지 않는 세리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