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스님 출판글방 가상 편집

[메주스님]

메주스님 출판글방 가상 편집 / 메주스님 고제웅

       가칭: 보리 밭 가슴으로

          자드락 보리향香

시            11.   돼지 머리

               14.   송월 松月

               16.   내 심경心經에 달이 기울어

               19.   메주탄트라13

               21.   아름다운 상처

               23.   한옥 - 무소유로 가는 연화 천 불 촛가지

               28.   억새 1~5

               34.    정情

               35.    능소화

               36.    꽃무릇     

               37.    제비꽃

콩    트     38.   검무 추는 자라목

산    문     40.   꼬리치는 아주마를 개가 물었다

수    필     43.   새 노아 방주 시대에 오지 않기를 원한다

               48.   꽃피는 배알 그리고 오졸

시작노트: 퇴고는 더 해봐야겠지요.

 돼지 머리

 고사/告祀를 지내다 보니 돼지 머리가

 명태를 수장으로

 뫼

 탕

 전

 포

 떡

 사과, 배, 곶감, 대추 등을 권속으로 거느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막걸리를 흠향하며 대자대비를 베풀고 있었다

 양 귀는 퇴계 이황이

 두 콧구멍은 신사임당이

 입은 세종대왕께서 정사가 바쁘시고

 비나이다….

 축원소리에 돼지 머리가 살포시 웃으며

 나는 해탈을 할 것이니

 너희는 자손 창성/昌盛, 재수 대통, 부귀영화 다, 이루어라

 이 몸은 돼지라서

 멱따 이고 할복해 오장육부를 내어주고

 사지는 사지대로 갈비는 갈빗대로 추슬러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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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 참회했나니

 두려움과 걸림이 어디에 있겠는가 

 매도 먼저 맞고 나면 속이 후련하듯이 죽음도 당하고 나니

 거꾸러진 가슴이 바로 섰다

 더는 잃을 것이 없다

 신라의 원효대사가 말씀하셨다

 중생이 불난 집에 윤회함은 탐욕을 버리지 못함이요

 모든 부처님이 적멸궁*을 장엄하심은 자비로 보시함이다 하셨으니

 이제, 당신들께 드리려야 드릴 것이 없어 

 넋마저 바쳐

 복과 안녕과 평화를 드린다

 핀 꽃이 시들 듯

 태어난 자는 이윽고 가고야 마는데

 고맙다,

 덕택에

 보시와 죽음을 배우고

 생사/生死를 건너 열반을 걷게 되었다

                                                               12page

 세상에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인가?

 죽음보다 더한 게 있는가?

 칼로 살과 뼈를 에일 때

 숨이 끊어질 때

 절망과

 비애를 건너 

 나 자신을 항복 받고

 가장 고귀하신 부처님이 가신 곳으로 가게 되었다

 보라, 죽은 부처가 수제자 가섭존자를 위해 두 발을 관 밖으로 내여 보였듯이

 나도 족발 집 진열장에서 네 발을 선보였다

 돼지로 와서

 닦을 것 다, 닦고 보일 것 다, 보였으므로

 원망과 증오를 건너 한 송이 꽃으로 웃는다.

 *적멸궁: 번뇌의 세상을 벗어난 높은 경지로 장엄된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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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월松月

 거창 정토원 옆에는 연세를 알 수 없는 곰솔 노인이 한 분 계신다

 품에는 깊은 우물이 있어

 어느 여름 밤 목이 말라

 두레박을 내리는데

 줄이 끊겨

 훅-,

 뜨거운 바람이 숨을 막는다 

 타는 목으로 혼수 속을 얼마나 걸었나

 솔 그늘 널펀한 바위 위에서 노인 몇 분이 바둑을 두는데

 도끼 구멍에 풍란이 향기롭다

 "유세차" 축문 소리가 나서

 그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십 대 조부 운운하는데

 함자가 내 이름이다

 아차, 서둘러 지게를 챙기는데

 한 노인이

 솔가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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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그늘이 몇 번 바뀌었더냐

 한 생각에도 천 년 만 년 무한 세월이 흐르거늘

 이놈아, 이 돌이 별이다

 가만히 보니

 돌 한 점에 초신성이 일고

 나는, 아이고 하느님!

 바람이 소나무를 흔들고

 밝은 달빛이

 솔가지 사이를 들락거린다

 나는, 여전히 초신성 수없이 일고 지는 우주의 중심에 서 있고

 솔가지와 달빛 사이에 서 있다 

 다만, 시간이 그네를 타고 내 의식과 하늘 사이를 들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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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심경心經에 달이 기울어

 들숨 날숨 수레를 타고 반의식이 신들의 영역에 불사약을 훔치러 갔다

 그곳 시녀들은 어떤 음모가 숨겨지었는지 모른 채

 안내원이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희희 하며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될 곳으로

 안내하며 금지선을 넘었다

 길은 사태로 끊겨 차량통행이 불가했고

 통신주도 뿌리가 드러난 채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덜컥 겁이나 살펴보니 그래도 선은 끊기지 않았다

 휴-, 한숨을 쉬며 추파를 던지는 시녀의 손을 잡고

 구슬 같은 땀으로

 정상에 오르자 길은 丘陵 길

 시녀들은 자신들의 집을 선보였다

 이집저집 구경하다가 신의 집으로 숨어들어

 옛 진시황이 그토록 찾던 불로초 불사약

 신께서 금단하신 선악과 너머

 그 환약을 찾았다

                                                                 16 page

 

 아무리 뒤져도 없다,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다

 급한 김에

 화분의 신선초를  입에 넣고 오물 거렸다

 밖은 신이 귀가하는지 인기척이 났다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 귀가하느냐

 문틈으로 밖을 엿보며 기회를 찾고 있었다

 뚜벅뚜벅 신이 걸어오고

 깜짝 놀라 순식간에 방문을 잠가 버렸다

 신의 권속들이 모여들며

 나를 잡으려 혈안이다

 밖을 살피며

 기회를 엿보다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필사적으로 도망 치다

 우거진 수풀 밑에 납작 엎드렸다

 머리 위로 불빛이 춤을 추고

                                                          17 page

 잡혀 죽는구나 생각이 들 때

 이게 뭐야

 한 신이 발로 냅다 걷어찼다

 퍽, 소리와 함께

 공중재비가 되어

 깜깜절벽으로 떨어지다

 실낱같은 여명에 깨이어

 뒤통수를 만지니

 손끝이 끈적거린다

 떨리는 손끝을 당겨 보니 혈흔이다

 거창 기백산 암벽을 타다 미끄러져 머리를 다쳐

 기절했다 깨어난 사이

 혈관과 신경을 따라 내가 나를 훔치고 있었다

 내 심경心經에 달이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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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 탄트라13

 찬 바람이 휙 숨을 막더니

 현기증에 다리가  비틀 꼬이는강치,

 살결이 찢기며

 들소와 늑대가 가슴에 들어왔어요

 회오리가 툇마루 거울에 들어

 야수(野獸)가 우~~ 울고

 놀란 소떼의 간이 떨어져요

 어쩌면 좋아 내 안은 눈보라 천지

 주린 창자 끊어질 듯 꼬르륵

 언 땅 발굽으로 차며 먹이를 찾다

 사나운 짐승들에게 쫓기고 있어요 

 남으로 몰리다 동으로 그러다 서북으로

 뿔과 발굽으로 대항해도

 이빨과 발톱이 칼인 맹수

 늙은 우두머리 엄마는

 우리를 지키려 동분서주하다

 숨차 대열에서 낙오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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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다 멀리 몰아가더니

 물고 뜯고 할퀴고 숨통을 죄여

 뚝,

 어머니는 생명의 끈을 놓쳤어요

 한겨울이 우리를 괴롭혀도

 지긋지긋한 저 年이 가고 이 年이 와서

 시렁에서 내려와 황토방에 갑니다

 나란히 누워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연정

 여기 안식만이 있다 하지 마세요

 살아남은 수소의 숨 막히는

 사랑의 전투

 싸우다 다리 갈비뼈 부러진 놈 죽는 놈

 최후 승자만이 오르가슴에 들어요

 낱낱 메주가 사량(思量)과 분별을 떠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애간장 태워 장맛을 내는 모습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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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상처

 몸을 다쳐 붉은 피가 흐를 때

 핏방울에 뜬

 아뢰야식*에 기억된 지도가 보였다

 어느 때인가 먼 세상에서 나는 눈먼 점성술사였고

 별자리를 따라

 누군가의 운명을 읽을 때

 죽어가는 별자리의 신음이 들렸다

 아직도 체세포에 또렷이 뜨는 구름이며

 혈관을 따라 흐르는 은하수라든가

 별자리에 어떤 별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본다든가 하는

 생활이 내 안에 성시를 이루고 있다

 어둠이 오고 캄캄한 밤일수록 별 밤이 아름답듯

 분분한 일상을 접고 눈을 감고

 나 자신이지만 너무도 낯선

 내면,

 텅 빈 절벽에 낙관落款을 찍으면 

                                                                 21 page

 내 안의 별 밤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수억 만겁이 넘도록 나는 별의 종족이었고

 수억 만겁이 넘도록 나는 별을 품고 울었다

 여행을 가면, 처음 접하는 곳인데도

 언젠가 와 본 듯한 그리움이 배어나고

 마치 고향에 온 듯 심정이 포근하다

 내 영혼이 저 별들과 가슴과 영토를 나눈 탓이다

 아름다운 상처에

 아뢰야식이 좌표를 찍고 있었다

*아뢰야식:阿賴耶識 모든 법의 종자(種子)를 갈무리하고 지각 작용

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심층 의식. 과거의 인식, 경험,

행위, 학습 등에 의해 형성된 인상이나 잠재력을 말한다.

                                                                   22 page

한옥 - 무소유로 가는 연화 천 불 촛가지*

詩 짓기를 걱정하며 자리에 누웠더니

혼魂, 식識이 후생後生에 들었다

그리고 

빛과 어둠을 건너 꽃대를 타고 올라갔다

연밥에 손이 닿자

연밥은 좌대가 되고 연꽃이 열리며 연화사 주지로 태어났다

희유한 일이다, 꽃송이 안에서 도량이 열리다니

이상한 일이다,

방금 피어난 꽃인데

법당은 풍화 우습으로 서까래가 썩고 있다

아마도 물속에 잠겨있다 올라온 꽃이라 그런 것인가

수리가 시급했다

사찰 현황을 파악하려 종무소에 갔다

직원도 없고 동자승 몇이 무표정한 얼굴로 맞이한다

여왕개미가 하늘을 날다 오지에 떨어져

알을 낳고

일개미를 키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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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개미를 키우며

왕궁을 건설하듯이

사찰을 수리하고 도량을 확장하고 가꿔야 했다

다행은 사람들이 관광을 온다는 것

연화사 중수 불사를 말하자

기와값으로

기둥값으로

또는 명목을 정하지 않아도 목돈이 들어왔다

한 번은 마루에 앉은 한 거사가 거액을 시주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는데 다리가 무척 불편해 보였다

시주자 기록도 마다하고 가는 바람에

코끝이 찡해 종무소로 갔다

장부는 두서가 없고

아쉬운 대로 에이포 용지에 투명을 기록해 두었다

법당 뒤로 갔더니

얼굴이며 가슴이며 온몸에 신도들 이름이 새겨진 미륵불 불상이

쓰러질 듯 방치되어 있었다

이승에서 자신만 잘 되게 해 달라고 시주한 신도들 이름 같았다

시주를 받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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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예불 종소리가 들렸다

예불이 끝날까 봐 가사 장삼도 수하지 않은 채 급히 법당에 들어섰다

불단은 옛(이승) 모습이 아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부처님은 없었다

작고 형식적인 불상이 초라한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 섰을 뿐

그 옆 3층 불단은 위가 넉넉하였다

안정된 불단에는 부처님 대신 난데없는 스님이 세 분 앉아 계셨다

대중이며 내방 객들이 방석에 앉은 채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예불은 목청만 가다듬는 예불이 아니다

명상으로 이루는 연화 천 불 예불이다

가슴에 빛이 스미게 하는 연화 천 불 예불이였다

나무아미타불...

몸은 새인데 얼굴은 미녀

날개가 있어 날 수 있고

손이 있어 사람에게 선과(仙果)를 올리는

가릉빈가의 염불 소리를 따라 명상에 들면

가슴은 빛으로 가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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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빛이 몸 안에서 밖으로 비치면

산하대지와 빛이 둘이 아니고

빛과 몸이 둘이 아니며

몸과 산하대지가 둘이 아닌 불이문(不二門)이 섰다

나는 주지였지만

신비한 예불에 방해 될까 불단에 올라갈 수 없었다

좌복도 없이 그냥 법당 바닥에 착석 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앉았던 방석을 양보 했다

앉아 명상에 들었다

가사 장삼 수하지 않음을 걱정해

대중방에 걸었 놓았던 가사 장삼을 부탁했다

다른이들 명상이 방해될까 글로 써서 부탁했다

삐틀 삐틀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언어와 문자를 여인 곳이 아니던가

불입문자 처가 아니던가

얼마나 갈고 닦아야

연화 천 불 보좌에 부담없이 앉을 수 있을까

                                                                26 page

주지로 환생했지만 수행은 모자랐고

불신을 한채의 법당으로 볼 때

내, 어찌 연화가 조각된

촛가지에라도 이를 수 있으랴

이 곳은  하품하생

상품으로 갈 수록 무소유가 여비라 한다

오직, 염불도 무소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다

염불에 틈이 생겨

연당수에 풍덩! 빠지는 순간 눈을 뜨니 이승이다

시를 안고 꿈이 깨였다

한옥 공포의 부재 아리따운 촛가지를 바라보며.

 *촛가지: 첨자나 두공과 직각으로 만나는, 끝이 소의 혀 모양으로

삐죽하게 내민 공포 부재나 익공

 *식識: 사물을 분별하는 인식 작용

                                                                 27 page

  억새

  1.

 찬바람이 불면

 머리가 하얗게 세어, 하얀 상복 날리며

 소복 가슴으로

 후유

 숨 가쁘신 할머니

 웬 백 상여 행렬이 이리도 눈부시옵니까

 이 땅

 기막힌 삶을

 일구며 지켜 오신

 후유

 숨 가쁘신 할머니

 할아버지 기일이 언제이온데

 장에 가시는 

 걸음 걸음

 서걱서걱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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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그리도 가쁘십니까.

 서리꽃 하얗게 피었습니다

   2.

 억새를 한해살이 풀이라 마옵소서
 대공은 말라 사각대고
 머리는 희어
 바람에 날리지만
 우리임 백 상여 행렬 같지만
 억새가 우는 울음을 타고
 하산하면
 뿌리의 행진곡을 들을 수 있나니
 드럼이며
 나팔이며
 아아, 태평소까지
 머릿결 하얀 울음이
 저 하늘을 양양히 가듯
 내 삶이 양양히 가나니
 

                                                             29 page

 억새를 한해살이 풀이라 마옵소서

 그리움과 설움이 망망히 가옵니다

  3.

 황토밭 질펀한 길에

 사락사락

 자음과 모음으로 치맛단을 내리옵고

 가슴 속 깊이 맺힌 사연을 보내옵니다

 오실 재 길이 멀어서

 아니 오시나

 세월이

 서릿발을 세워서

 행여, 발이라도 다치실세라

 고의적삼일랑 벗어서 언 땅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내리밟고 오시옵소서

 오시다가

                                                   30 page

 솔잣새* 우는소리를 들으셨나요

 우리네 인연도 어긋나서

 기다리다 바람맞아

 구안괘사를 앓고 있사옵니다

 혈 자리는 어디옵고

 침은

 얼마나 깊이 놓아야 합니까

 북풍이 엉치 마저 때리고 있사옵니다.

 4.

북풍에 주저앉아 목놓아 우시나요

하얀 꽃 빛이

창천을 가듯이

한숨이 지천에 흐르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꽃이 아름답다 하지 마옵소서

한설보다 차가운 설움이

                                                            31 page

뿌리를 타고

시내를 이루다 강으로 흘러

종 내는 한恨 깊은 바다를 이루옵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 때부터

손바닥에 박힌 못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역을

낱낱이 들춰 가면서

쓴, 일지 속에

제 삶이 꽃피고 있사옵니다

박토 속에 향 빛도 그윽하게

5.

몸이 서릿발에 얼다가 녹다가

풍장 속을 걷다가

순백 세상이 되었을 때

희고도 누렁 뼛골이 드러났사옵니다

                                                    32  page

옷은 마지막 한 잎 풀잎마저 다, 벗고

어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사리舍利 같은 의지로 

선,

나신裸身에

바람이 불고 있사옵니다

생의 백서를 받치오리까

휘적휘적 걸어온 생이

일회적이었고

눈꺼풀이 감기는 사이

정처없는 나그네가 되었사옵니다

장례식을 돋우지 마세요

본래 한 물건도 없었사옵니다.

 *솔잣새:"겨울 철새 몸 길이 약14㎝ 출현기/12월,1~2월 분포/한국,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전설/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

못을 뽑다가 부리가 어긋났다 함."

                                                       33 page    

 정情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자전, 공전하며 떨어질 수 없다

 진공에 들어도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중력이 있어 영혼이 서로 당기며

 달빛같이 은은한 사랑

 반중력*이 온다 해도

 꽃보다 아리따운 관계

 때문에 이별은 블랙홀보다 어둡고

 재회는 별밤이 된다

 *반중력: 중력과 반대되는 힘,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영화처럼 공중에 정지하는 어려운 비행은 반중력 기술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34 page

 능소화

 계집들이

 바람이 나

 화냥기 가득

 담도 나무도 휘감아 올라

 속살을 내밀며 웃고 있다

 탱탱한 육체미

 놰쇄 되는 아득한 벼랑

 뙤약볕 여름이 식고 있다

 

                                                               35 page

  꽃무릇

 고창 선운사 동구에서 처녀가 나신으로 다리맵시를 선보였다

 얼굴은 수줍어 홍조를 띠고

 속눈썹 깜박깜박

 어매

 나 죽어

 석산의 임아,

 사미승이 열아홉 순정에 울었다

                                                                   36 page

 제비꽃

 기백산 정토원 진입로는 곰 바위 학 바위가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곳 밤이면 도깨비도 살림살이에 재미를 붙인다 다롱이는 도깨비 처

녀와 신이 났었나 보다 내 차를 보고 깜짝 놀라 뛰어간다 마당에

도착해도 제 집에서 숨을 다 고른 다음 꼬리를 치며 다가와 발밑에

뒹굴며 야단이다 나, 집 잘보고 있었다 시치미 떼는 녀석 모른 척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날 윗 밭주인을 보고 사납게 짖는다

얀마, 주인이 없을 때 꼬리치고 야단이던 놈이 오늘은 주인한테

아부 한다고 나보고 짖어 하면 짖기를 멈추고 살며시 숨던 녀석,

모내기 땐 모 밥을 얻어먹고 아랫마을 상갓집 문상도 다닌 녀석이

어느날 영 떠나가더니, 이듬해 논, 밭둑 바위 덤에 제비꽃이

피었다, 껑껑 짖으니 별들이 그리움을 와르르 쏟는다.

                                                     37 page 

 검무 추는 자라목 (콩트)

 거창군 마리면 고학리 병항마을은 자라목이라 불렀다

 지형 지세가 자라가 알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자라목 등 너머에 연중이가 외양간을 짓는다기에 가서 보았다

 자라목에서 맑은 우물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우물을 메워버리는 것을 보고 「어이 연중이 우물은 덮지 마소

자라목 숨구멍이네!」 충고하자 연중이가 「형님 시시콜콜한 소리

하려면 가소」하며 안색이 변하더니 「형님이나 그딴 것 많이

믿으소 난 미신 안 믿소」하는데 적의가 보였다. 봉변당할까 두려워

「도와 드리지 못해 미안하네! 그럼 수고하시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

 기백산에 안개가 짙게 깔리던 날

 연중이네! 집 굴뚝 연기가 땅으로 머리를 풀었다. 하산을 작정한

안개가 마을까지 내려왔다, 이윽고 안개가 연기와 살을 섞고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

 며칠 후 밭에 가던 만식이 형이 「연중이가 죽었다네」 하는 뜬금

없는 소리에 「뭔 소리야 아침에 보니 팔팔 하던데」 의아해하자

「약수 정 식당 앞 힌듬이 양반 논 써레질 해 주려고 진입하다가

                                                                 38 page 

냇가로 뒹굴었다 네」 말했다. 듣고서 「죽을 자리가 아닌데」

의아해하자 「트랙터가 넘어가니까 살려고 뛰어내리다가 트랙터

밑에 깔려 버린 것 같아.」 하더니 입을 다문다. 나는 「저런」

하고 혀를 차다가 아, 그랬구나! 안개와 연기가 오리무중 속으로

가며 저들끼리 나눈 말이 바로 그거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자연도 인격이 있다

 자연에도 사람보다 더한 감정이 흐르거늘

 자라목 숨구멍을 막았으니

 지형지세인 자라와 그 숨결인 안개와 연기로 승화한 목신이 합세

하여 검무를 추더니 연중 이를 진달래꽃 아지랑이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구나!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초상집 막걸릿잔에서 끄륵 끄르륵 자라의 숨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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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아줌마를 개가 물었다 

 내 나이 사십 대 중반에 개를 길렀다

 집을 잘 본다 해서 돈냥이나 들여 진돗개 암 강아지를 사왔다

 묶지 않고 정성을 들여 길렀더니 성정이 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놈이 어느 날 사람을 물었다

「스님 초롱이가 물었심니더」 하기에 「어이구! 어쩌다가 물렸습니까?」 묻자

「모르겠심니더 화장실에 소변보고 밖에 나와 문을 닫는데 엉덩이를 물어 버렸심니더」

 이상 하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왜 물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광견병 주사는 맞혔지만 그래도 은근히 걱정되었다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합시다」

 개에 물린 병철 이 엄마를 차에 태우고 침례병원 앞 동아 의원에 가서 주사를 맞히고 

약을 타는데「김양아 스님께 돈 받지 말라.」 하며 원장 선생님께서 좇아 나오신다. 

  일하다가 작업복 차림으로 수염도 더부룩한 모습인데스님인줄 어찌 아실까 

의아해하며「원장님 치료비를 드리는게 당연한데 왜? 치료비를 거절 하십니까」묻자

「스님께서 밀양 석골사 계실 때 퇴마불공을 해 주시어 저희 집안이 조용해져 

저희들이 잘 살고 있습니다 그간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하기에

「그렇다면 치료비는 내지 않겠네」나는 말을 놓아 버렸다

그 당시 내 위치는 신도들에게 과히 신적인 존재였다

병원에서 낳지 않은 원인 모를 병들이 내가 불공만 해주면

80~90%는 완쾌 되었다. 산바람 묘지탈도 말끔히 없어지고

                                                              40page 

 그 병원 의사 선생님 집안도 그랬나 보다

 병철이 아버지는 암으로 갔다, 

 암은 내가 고칠병이 아니였고

 병철이 아버지는 살아생전 윤회설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런 그가 병이들어 간다는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당신 내가 가고, 과부가 되어도 깨끗이 사소 만약에 바람을 피우면

내가 당신한테 붙어 가만 안 놔 둘 거야 알았지 당신,」내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러고 난 뒤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왜? 개가 아는 사람을 물었지

 일을 하면서도 문득 문득 왜? 개가 사람을 물었지 생각이났다.

 그런던 어느 날

 아하,

 그렇구나

 꼬리는 내가 쳐야 되는데 왜? 네가 꼬리쳐,

 개가 저희 주인한테 꼬리치는 여자의 가슴을 눈치 체었던 모양이다

 그랬다, 병철이 엄마는 미인이다

 40대 후반 나이답지 않게 예뻤다

 그런 그녀가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자주 갈아입고 오는 것이 犬초롱이 신경을 거슬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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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는 내가 쳐야 하는데

 왜, 아줌마가 꼬리쳐 하며 엉덩이를 물어 버렸던 모양이다

 그놈 참

 나는 그녀가 나를 좋아 하는 줄 몰랐었는데

 그놈 참

 머리도 좋지

 나보다 눈치가 빨랐구나

 결국 병철이 엄마는 끓는 피를 삭이지 못하고 재가 하였다.

                                                                    42 page 

 새 노아 방주 시대에 오지 않기를 원한다   

 내가 어렸을 때 뵌 전북 정읍시 신월동 유 병자 기자 노인은 대나

무로 세공된 죽의(竹衣)에 모시옷 받쳐 입고 합죽선을 들고 다니셨다,

땡볕이 뜨거우면 합죽선을 펼쳐서 양산처럼 사용하셨고 그늘에 쉴 때

는 부채로 사용하셨다.

 길을 가시다가 정자나무 그늘에 쉬시며 부채질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신선도(神仙圖) 같았다, 생각해보면 유 노인이 신선이었다.  

이제 내가 그때의 유 노인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차를 몰고 다니면 시간이 남을 것 같은데 시간에 더욱 쫓긴다,

다른 사람도,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타면 돈에 쪼들린 얼굴, 수심이 가득한 얼굴, 갖가지 사연을

안고 구걸하는 얼굴들이 생활에 쫓기고 있다.

오늘은 누군가 허풍을 쳤다.

듣다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부족한 사람을 보고 웃다니, 나는 신선의 가슴이 없는 것 같다

 신선도(神仙圖) 속의 신선 같은 사람, 그런 유 노인이 길을 가시다

가 정자나무 밑 그늘에 쉬실 때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 노인 곁에

앉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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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노인 곁에 앉아 쉬면 마음이 푸근해졌다.

유 노인은 별 말씀이 없으셨다.

그저 빙긋이 웃는 인자한 모습이 마냥 좋았다.  

요즘은 그 같이 인자하신 노인이 곁에 있다 할지라도

정자나무 그늘에서 같이 쉴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곳곳마다 도로가 잘 닦여져 있고 교통이 너무 편한 탓이다

차 안은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쉬는 곳은 정자나무 밑이 아니다 휴게소다.

휴게소는 식당, 매점이 있어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다,

누가 합죽선 들고 불편하게 걸어 다니겠는가, 그래서 신선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신선보다 더 잘살게 된 것은 1960년대 새마을 운동 덕분이다,

그 당시 우리에게는 위대한 지도자가 계셨고 그 지도자 밑에 일치단결

하여 잘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신이라 할지라도 잘 살려 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표적에 오른 신이 있었다

 초산동과 신월동 경계에 서 있던 정자나무다,

수령이 한 오백 년은 넘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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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자나무가 미신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서낭당 나무는 이름 때문에 미신이란 낙인이 찍혀 당시의 상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용감한 신월동 청년들이 나무를 잘랐다

 둥치는 제재소로 끌려가 판재가 되었고 뿌리는 파헤쳐져 뒹굴다 눈

밝은 사람에게 발견되어 다도 하는 찻상이 되었다.  

서낭당 고개에 서 있던 서낭당 정자나무는 1960년대 새마을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오고 가는 신월동 사람들의 수호신이었다,

6.25 때는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각기 가정의 무사 안녕을 빌었다. 

그래서일까?

신월동 사람들은 별 탈 없이 6.25를 넘겼다 전한다.

사람은 쉽게 배은망덕 하는가 보다,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잘살아 보

려고 자신들의 수호신을 무참하게 베고 뿌리째 캐내어 죽인 것이다.  

이같이 자신들의 수호신인 자연에 대하여 만행을 저지르며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인가 반문해 본다. 

 우리 인간은 잘살기 위해 과학을 발전시켰고 산업화를 이룩하였다.

 덕택에 물자는 남아돌고 겨울은 난방 여름은 냉방, 천국이나 극락이

따로 없다.

 음식도 먹고 남아서 음식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45 page

잘 살기 위해서는 한없이 매연을 배출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기온이 상승하여 남, 북극 빙하가 녹고 있다

히말라야 설산도 녹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어떻게 될까?

수고가 높아지고 수표면이 넓어져 침수되는 나라가 생기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사막은 더욱 사막화되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수해로 말미암아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곳이 세계 곳곳에

비일비재하게 뉴스로 뜨고 있다 

온대지역인 우리 한반도도 아열대가 되었다 

몇 년 전 강원도 인제 평택 등이 폭우로 아수라장이 되어 그 처참

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가 폭우 앞에 안전할 수 없다.

앞으로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할 리 없다. 

 성경에 노아 방주가 생각난다,

옛날에 신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노한 나머지 인간을 물로 심판

하였다. 성경 속의 비유와 상징이다,

그러나 노아 방주의 신화는 얼마든지 현실로 재현될 수 있다,

그 재현되는 신화는 신이 봐 주려 해도 봐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46 page    

각종 매연의 열기 앞에 신과 부처님의 신경도 마비되어 힘을 쓰실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소원성취는 몰라도 기상이변 앞에서는 신이나 부처님을 찾지

말기 바란다. 

 이제 새로운 노아 방주 시대에 드는 것을 느낀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시여 이 쓴잔을 받아야 합니까, 고뇌하셨듯이 나는

될 수 있으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새로운 노아 방주 시대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새 노아 방주 시대와 맞서 싸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해가 되겠는가? 나는 원한다, 가난 속에서 어렵게 살지라도 죽의에

모시옷 받쳐 입고 합죽선 부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다고 나는

원한다.

 유 노인이 살았던 시대 그런 삶이 이 땅에 다시 올 수 있다면 차라리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후세에 우리가 잘못 살아서 지구를

망쳐 놓았다는 그런 말 듣지 않기를 원한다.

 신선도 같은 세상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폭우에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수해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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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피는 배알 그리고 오 졸 

 배알은 "성미나 자존심, 또는 자기만의 생각이 자리 잡은 가상의

처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속언 '오졸'도 배알과 같

이 자기만의 주관이나 정심頂心을 뜻한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배알도 없고 오 졸도 없는 쓸개 빠진 자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특유의 성격으로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 하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처세를 한다. 이런 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하다 보면 내심 "개만도 못

한 인간," 하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순 자연식품 정토원'은 거창군 마리면 기백산에 위치한다.

 터를 닦기 전에는 허허벌판 다랑이 논이었다, 모를 심는데 논 한

배미가 없어졌다. 논이 어디로 갔나 아무리 찾아도 없다. 삿갓을

쓰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삿갓 밑에서 삿갓 배미가 나왔다. 이러한

험지를 봄, 새싹같이 팔팔한 창국이 혜관이 기산이가 행자(승려가

되려고 수행하는 자)로 있으면서 일을 도왔다, 혜관이가 순천 선암사

에서 계를 받고 선혜 스님이 되더니 부천시 친구 스님 절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왔다, 강아지한테서 개나리꽃 같은 정서가 피어났다.

터가 닦여지고 건물이 선 후, 모두 인연 따라 흩어지고 성장한 개,

다롱이만 남았다.

 나는 부산 동구 초량동 화엄사와 거창 정토원을 오가며 항상 바빴다,

내가 없는 날은 견犬 다롱이 혼자 집을 보았다. 큰 그릇에 사료를

                                                                 48 page  

듬뿍 부어 놓으면 사료를 아껴 먹었다.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는 생각에 그런 것 같았다. 사료가 떨어지면 주인과 친한 사람 집을

찾았다. 새벽같이 찾아온 다롱이를 본 통지 댁 할머니가 "양식이

떨어졌나, 배고프지." 하며 밥을 주면 허겁지겁 먹고, 할머니께서 

"그래 올라가 있으라, 날이 새면 올라가서 항아리 사료를 꺼내 줄게"

하면 꼬리를 치며 집을 지키려 언덕을 오르던 녀석이 시집을 갔다.

그것도 진돗개만 한 녀석이 발발이 한 테 시집을 갔다, 시집을 간

후, 아무리 덩치 큰 미남 견도 마다하고 일편단심으로 조강지부

작은 개만을 사랑했다. 등 너머 고대 마을 개였다, 잡아 묶으려

해도 절대 잡히지 않는 놈이 집은 잘도 지켰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놈이거나 해탈 승쯤 되는 놈 이리….

 영리한 두 마리 견 사이에서 방울 이가 태어났다. 개도 산정기를

받고 태어나면 총명하기 그지없다고 전한다.

 방울 이를 부산에 데려다 길렀다.

 방울 이가 성견이 되어 새끼를 낳았는데, 그 아들을 오래 살라고

"개똥이"란 천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개똥이를 차에 태워 거창을

가던 날, 함양군 안의면에 볼일이 있어 개똥이 머리에 수건을

씌워주며 "개똥아 말썽 부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부탁한 뒤

볼일을 보았다. 농협에 가서 온라인 입금도 하고, 시장도 보고,

식당에서 식사하고 돌아왔다 한 시간도 더 지났는데 녀석이 조수석

                                                               49 page  

에서 수건을 머리에 쓴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 수건

이 떨어지겠다, 그럼 주인이 자신을 말썽꾸러기로 알겠다 싶어, 말

잘 듣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내 사찰은 내가 젊었을 때 부지를 사들여 창건한 화엄사와 중년에 

사들인 공덕 암이 윗 절 아래 절로 붙어 있는데 공덕 암이 불이 났다 

다시 지으려는데 경제가 여의치 않아 화엄사를 전세로 놓아 그 돈으로

공덕 암을 중건했다.

 거창 정토원에 다니며 농사짓고 메주 쑤고 장을 빗기 위해 집을 방울이

한 테 맡겼다 "방울아 너 아이들 데리고 집 잘 보고 있어라." 부탁하고 가

면 방울 이가 개똥이 등 서너 마리 개들을 데리고 공덕 암을 지켰다,

녀석이 어찌나 영리한지 나이 어린 개들이 다른데 가지 못하도록

거느리고 집을 참으로 잘 보았다, 당시의 개들은 중형, 소형 개들로 

순하고 영리해 묶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덩치가 크고

힘센 놈이 방울 이의 명을 따랐다. 방울 이에게는 힘 이상의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인가 방울 이를 꾸중했더니 녀석이 아래 절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녀석을 보고"야 방울아 너 잠깐만, 너 소속이 어디지, 지금

내려가면 너 공덕 암 식구 아니다, 어떻게 할래" 하니 내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더니 공덕 암을 향해 올라왔다, 분명히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았다

                                                                            50 page  

 화엄사에 세든 법진法眞스님이 구포시장에서 개를 사다가 길렀다,

화엄사 개들이 병들어 죽기 시작하더니 공덕 암의 개들도 병이 들었

다 병든 개들이 죽어나갔다, 방울 이도 병이 들었다. 하루는 병든 녀

석이 찾아도 없다.

 일꾼을 얻어 벽을 미장하는데 방울 이가 집 뒤 처마 밑 물건을 쌓아

놓은 곳에 있었다, 방울 이가 앉아 있는 플라스틱 상자를 옮기며

방울아 미안하다, 조금만 비켜 있으라 벽을 미장해야 하니까" 말하고 

작업을 하다가 보니 방울 이가 없다. 아픈 몸으로 어디를 갔지 일을

하다 말고 모두 방울 이를 찾았다. 온종일 찾았다, 그 이튿날도 찾고

내내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방울 이는 나 오늘 죽겠다, 죽어가는 나를 편안히 죽게 놓아두지 왜?

옮겨, 죽는 것도 편안히 죽을 수 없나, 배알과 오 졸이 솟았나 보다,

 배알과 오 졸로 아픈 몸을 이끌고 몸을 감추고 죽은 것 같다

 짐승도 배알과 오 졸이 있어 정신이 청청하다면 분명히 인도 환생할

것이다

 방울아, 너 사람으로 태어나 공부는 잘하고 있지

 너를 위해 수필을 썼다

 후일 이 수필을 읽고 나를 용서해다오. 손을 모은다.

                                                                      51 page  

[메주스님]

가상 편집을 하여 봅니다, 돼지머리 1편의 시가 3page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2권의 시집을 출판 하면서
위와 같이 가상편집을 하여 출판사에 넘겨 드렸더니
페이지 수가 별로 착오난점이 없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같이 해보면
자신의 글을 실을 수 있는 량을 혜량하여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주스님]

줄 수가 한두 줄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와 지기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고요
참석자가 6명이시니
한 분당 40페이지는 올려야 하지 않나 생각 듭니다.

[상아 반정호]

옳습니다
잘하시네요.
출판을 해 보신 분만이 아는 일이지요.
이렇게 잘 만들어 주시니 표본으로 삼겠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장문의 글이 없다는 겁니다
모두 단편이지만 알차고 좋습니다
다 같이 완성되기를 빌어봅니다
이 글을 한글 파일로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아 반정호]

새 노아 방주 시대에 오지 않기를 원한다 ..

이 부분에서 노아의 시대에....가 아니고 노아의 시대가.....아닌지요.
조심스럽게 여쭈어 봅니다

[메주스님]

노아의 시대에......가 맞습니다. 기독교의 교리속에 불교의 윤회를 접목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