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일본 전국에서 야구 열기가 높아졌다. 프로야구가 아닌 고교야구다. 일본에서는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봄과 여름에 실시한다. 봄은 가을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각 지역에서 선발된 30여 개교가 출전한다. 그리고 여름은 전국 47개 현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49개교(도쿄도와 홋카이도는 2개교씩)가 출전하는 대회가 있다. 봄은 78회, 여름은 88회의 역사를 자랑하며, 대회는 일본 야구의 성지인 고시엔 구장에서 벌어진다.
이 가운데 특히 여름 대회는 '여름의 풍물'이 되고 있다. 모든 경기를 NHK에서 전국 지상파로 중계방송하며, 야구에 대한 관심 여부에 상관없이 남녀노소가 주목한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서 흙투성이가 돼 뛰는 선수들을 보고 자신의 청춘 시대를 생각하면서 성원을 보낸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시대에 가족이 모여서 좀처럼 TV를 보지 않는 가정이라 해도 이때만은 모든 세대가 모인다. 고향 팀은 무조건 응원하지만 그 이외의 경기에서는 지고 있는 불리한 팀을 응원하는 것이 일본인의 특성이다.
중계 방법도 고교야구는 좀 다르다. 최근 프로야구 중계는 화려한 화면을 연출하고, 데이터 분석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고교야구 중계는 아직도 심플한 재래식 중계 방법을 고수한다. 아나운서나 해설자도 실책한 선수를 탓하지 않고, 실패한 플레이는 슬로비디오를 보여 주지도 않는다. 이런 고교야구를 보고 있노라면 변하지 않는 소박함이 마음을 온화하게 만들어 주고, 고교생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과거 기요하라 가즈히로(오릭스ㆍPL학원고)나 마쯔자카 다이스케(세이부ㆍ요코하마고) 등 초고교급 스타가 등장한 해에 고교야구는 이례적인 붐을 이뤘다.
올해는 역전극이 연속돼 '끝까지 단념하지 않는다'는 고교야구 특유의 패기가 주목을 끌고 있다. 올여름은 만원 관중인 5만 명이 모인 것이 6게임이나 되며 85만2000명의 관중이 고시엔 구장을 찾았다.
유례없는 관심을 끈 올해 고시엔 대회는 그 마지막도 극적이었다. 2년 연속 여름 대회 우승자인 고마다이 토마코마이고(남홋카이도 대표)와 와세다 실업고(서도쿄)의 결승전은 양쪽 에이스의 호투로 연장 15회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다음날 재경기를 하게 됐다. 결승전 무승부 재경기는 37년 만이다. 이튿날 결승전에서도 에이스 투수가 연투한 결과 와세다 실업고가 전국 예선 출전교 4112개교 중 정상에 섰다.
한국과 일본은 고교야구 팀 숫자에 있어 약 70배 차이가 난다. 이처럼 그 저변과 역사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의 젊은이가 백구를 쫓는 모습에서는 한결같은 상쾌함을 느낀다. < 전 TBS 해설위원>
첫댓글 부럽다...........울나라도 프로야구 출범전에는 고교야구가 정말 인기짱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