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관한 단상
이흥근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마시지 않으면 섭섭 하다. 커피는 야생 커피나무가 발견된 에티오피아의 지명인 ‘카파에서 유래됐다.’카파’는 힘을 뜻하는 에티오피아 단어이다. 먹으면 힘이 나는 열매이기 때문에 힘을 뜻하는 카파가 커피로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 커피 대중화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인스턴트커피 유통으로 시작됐다. 커피문화의 역사는 짧지만,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대다 수의 작가, 화가 등 문화예술가들에게 커피는 필수적인 기호 음료가 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편안한 일상처럼 보인다.
겨울철 노동 현장에서는 추위를 녹이기 위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일을 시작한다.
검단면에 근무할 때 쌀 생산시책으로 추수가 끝나고 볏짚을 논에 깔고 논을 갈아엎었다. 트랙터로 논을 갈 때 트랙터 기사가 커피를 좋아하여 다방에 주문하면, 다방 레지가 스카프를 두르고 빨간색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논으로 가져왔다. 다방 레지 도 함께 마신다. 정이 담겨 있다. 아침에 다방에 쌍화차를 시키면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워 주었다. 바쁠 때 식사 대용으로 먹었다.
내가 담당한 양도 마을에 고등학교 삼 학년 때 담임인 이성일 선생님이 살고 계셨는데 부업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식량 증산으로 풀베기 독려로 새벽마다 담당 마을에 출장 나갔다. 선생님 사모님께서 커피와 달걀부침을 해주어 맛있게 먹은 생각이 난다. 그때 커피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사모님은 암으로 십여 년 전에 고인이 되었지만, 가끔 생각난다. 지금도 선생님이 제자를 만나면 딸이 카페를 운영하다면서 원액 커피 한 병을 준다.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 맛이 있다.
미혼 때 일요일에 12시에 근처에 있는 다방에서 직장 상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의 집이 검단면과 인접한 양촌면이다. 당시 아내가 검단면 재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가까이 있어 자주 만나다 보니 정이 들었고 양가 부모님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그때도 커피를 마셨다.
다방은 정이 있고 농촌 냄새가 난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다방이 근대적이라면 카페는 현대적이다. 다방이 주로 지하에 있다면 카페는 지상에 있다. 다방의 음악이 흘러간 노래라면 카페 음악은 빠르고 경쾌하다.
카페 커피는 세련되고 과학적인 냄새가 난다. 다방 커피는 정이 많이 담겨 있지만,
카페 커피는 향기가 많다. 다방 커피가 정적이라면 카페 커피는 동적이다. 다방 커피는 단순하고 은은하지만, 카페 커피는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다방 커피는 순하지만, 카페 커피는 신선하다. 다방 커피는 구수 하지만 카페 커피는 달콤하다.
다방 커피가 남성적이라면 카페 커피는 여성적이며 젊은 사람들이 주로 애용한다. 지금은 음식점에 가면 식사를 한 후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흔한 것이 카페다. 나는 추억 담긴 다방 커피가 더 좋다.
달리는 열차에서 차창 밖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환상적인 낭만과 추억을 남겨준다. 남녀가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 앞에 놓인 커피는 더 따뜻하고 그 맛은 달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슬픈 일을 논하는 이의 앞에 놓인 커피는 더 씁쓸하고 외로워 보인 다. 커피가 우리나라의 문화, 경제, 사회생활의 주연이 됐다. 매일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한잔의 커피는 더는 음료가 아니라 여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