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수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심자로서 제딴에는 궁금해서 여쭈었는데 꾸중을 들은 적이 두어번 있습니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림사랑방에 스님의 글이나 보살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집사람은 스님과 제가 비슷한점이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저야 칭찬으로 알아듣고 기분이 좋지만 스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도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느낀점이 혹시 스님이 저를 보시면서 느끼시는 점과 비슷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장에 있으면 흔히 받는 질문중 하나가 가라데가 더 세냐 아니면 다른 무술이 더 세냐 하는 질문입니다.
가라데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뭐라 대답이 나올까요?
보통은 가라데가 세다고 대답합니다. 다른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수련하는 무술이 세다고 하겠지요. 이런 대답하는 사람들은 고수가 아닙니다. 아직 쓴맛을 못봤으니까 철없는 소리를 하는것이죠
제 대답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세다" 입니다.
그렇게 답을 해주면서도 저는 기도 시작하면서 능엄주냐 대비주냐 관음정근이냐, 제딴에는 열심히 비교 연구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밑 바닥에는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고자하는 얄팍한 경제 논리가 깔려있었습니다.
도장에서 한때는 홍보 차원에서 저를 앞세워서 반 강제로 수업을 주게 했었습니다.
여러 사이비 도장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동양인이 수련하는 곳이니 대외적으로 정통성을 보일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합니다.
얼굴마담, 술상무,바지사장.....드디어 얼굴 사범도 나왔습니다.
지금은 유단자만 가르칩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제가 수업주면 학생들이 오래 붙어 있지 못하고 다 나가버립니다.
도장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오는 것이지요.
가라데를 수행의 다른 한 방편으로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과 타협하기가 싫었습니다.
가라데를 배우러와서 배우는 놈이 온갖 핑계대면 가르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내쫓는 일 뿐입니다.
"힘들다, 살살하자, 오늘은 피곤하니 다른 것 연습하자"
그런 소리 나오면 "그럴려면 다른 도장 알아보라" 고 합니다.
학부모가 항의하면 부상이 무서우면 차라리 발레나 민속춤이나 가르치라고 하기도 하죠.
제 아들도 저하고는 연습을 안하려고 합니다.
덕분에 관장한테 싫은 소리도 몇번 들었습니다.
이해는 가지요. 저야 수련이고 그사람은 생계방편인데.....
수행자던 수련자던 그것을 생계로 삼는 사람들 보면 좀 측은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긍지를 숙여가면서 까지 현실과 타협을 해야하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여담으로 산후안에 여러 한국 가정들이 있지만 모두 기독교인들입니다.
전도사까지 불러다 모시면서 신앙생활을 하는데 제가 볼때는 성직자라기 보다는 생활인이였습니다. 남들 노는데 다끼어들고, 하고 싶은것 다하고.....
저와 비슷한 연배이고 유일한 비기독교인인 저를 전도하려고 열심히 집에 드나들었습니다.
하루는 맘 터놓고 차라리 나이도 젊은데 신념이 없으면 입으로 먹고 살지말고 다른일 찾아보라고 충고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하나님의 종을 핍박한 사탄의 아들이되어 교민들과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죠. 소수가 다수를 핍박할 수 있는 줄은 이때 알았습니다.
학생들은 제가 맞아도 안아프고 어떤상황에서도 악당과 맞서 이기는 슈퍼맨으로 상상을 합니다.
그런데 저도 맞으면 아프고 때로는 엉뚱한 실수로 어이 없이 얻어 맞고 쓰러지기도 합니다.
저보다 더 센 사람 만나면 질수도 있을겁니다.
가끔 다른 도장이나 힘 좀 쓴다고 폼잡는 이들이 도장으로 도전을 해옵니다. 여기서는 일명 도장 간판 떼기라고 합니다.
속으로야 찔끔하지만 꾿꾿하고 결연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면 대게의 경우는 시합까지 안가고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그럴때 학생들의 놀라는 얼굴을 보면서 별것 아닌척, 당연하척하지만 속으로는
"자식들아 나도 엄청 쫄았어" 그럽니다. ㅎㅎㅎㅎ
단지 많이 연습을 했으니 그런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뿐이지요.
또 그나마 유지를 위해서 얼마나 애쓰는지는 모릅니다. 샌드백 쳐보고 힘이 빠졌다 싶으면
집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몸이 굳었다 싶으면 요가도 하고...끝이 없습니다.
저는 처음에 수행을 해서 도가 트이면 모든게 다 좋게좋게 해결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먼 수행이지만 짐작해보면 내맘대로 장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애 앞에서 침착하고 여여할수 있는 힘을 기르는것이 수행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틀리면 스님한테 또 야단 맞는것은 아닌지.....
초보들은 일주일에 두세번 도장나와 마지못해 연습하면서 너무 한꺼번에 많은걸 바라곤 합니다. 실은 도장에서 배우고 집에서 연습하는 것인데 말이죠.
절에서 법문듣고 생활에서 실천하듯 말입니다.
학생들이 어떻하면 덜 고생하고 고수가 될까 머리를 굴리는 것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수행에 들어서면 저도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었네요.
이래서 제눈의 들보는 못보면서 남의 눈의 티는 보인다는 말이 나왔나봅니다.
학생들 보기도 부끄럽네요.
수행 시작한 사람들이 다 그런것인지 제가 좀 모자라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기도 수행을 하면서 보니 혹시 스님이 저를 보실때 비슷한 느낌이 안드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렇게 보실겁니다
첫댓글^_^ 수행과 수련이라...'나를 빗대어 남을 헤아린다...'라는 말이 있죠. ^_^ 가라데도 머리를 써서 고수가 될 수는 없겠지요. 고수가 되기 위해선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위에서 본인이). 자신을 바꾸어 가려는 수행도 머리를 써서 될 수 있는게 아니지요. 그저 애쓸 뿐이고 애 쓴만큼 달라질겁니다.
그리고 김동현거사도 멋진 말을 했네요.-"수행은 장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애 앞에서 침착하고 여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류의 말은 내가 늘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수행은 불행이 없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애써야죠. ^_^
첫댓글 ^_^ 수행과 수련이라...'나를 빗대어 남을 헤아린다...'라는 말이 있죠. ^_^ 가라데도 머리를 써서 고수가 될 수는 없겠지요. 고수가 되기 위해선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위에서 본인이). 자신을 바꾸어 가려는 수행도 머리를 써서 될 수 있는게 아니지요. 그저 애쓸 뿐이고 애 쓴만큼 달라질겁니다.
그리고 김동현거사도 멋진 말을 했네요.-"수행은 장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애 앞에서 침착하고 여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류의 말은 내가 늘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수행은 불행이 없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애써야죠. ^_^
그렇겠지요...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문제겠지요.... 하지만 노력은 조금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고 싶어 하는 것, 사람이기에 그런 맘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가다 가다 보면 조금씩 가까와지고 있겠지요....
'그럴려면 다른 도장 알아보라'.... 이 점은 확실히 우리 스님과 닮은 점...^^
맞아! 맞아!
ㅋㅋㅋ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