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의 시세계 영원한 생명과 사랑의 시적 진실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영원한 생명과 삶의 원리 현대시의 경향이나 주제의 투영(投影)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다변성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문명의 발달로 복합화(複合化)하는 현실적인 삶의 방식에서 추출(抽出)되는 정신적인 다양한 정서나 사유(思惟)가 그만큼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는 작금(昨今)의 당면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다원적 현상은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거나 정신문화의 퇴보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우리 시인들은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실적인 모순은 결국 우리들에게 고뇌와 갈등이 팽배해져서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변모하는 사회를 우리는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향기로운 편지(Aromatic Letter)』를 일독(一讀)하면서 우선 이러한 사소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가 시적 소재나 주제로 창출(創出)하는 시적 상상력의 원류가 바로 삶과의 밀접한 상관성으로 불가분(不可分)의 시법(詩法)을 이해할 수 있어서 그가 시적인 진실을 구현하려는 고차원의 의식을 흡인(吸引)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이미 ‘시인의 말’에서 ‘제가 거듭남을 체험하고 보니, 그 이전의 삶은 의문과 어두움 그리고 죽음이었으나, 이제는 해답과 빛 그리고 영원한 생명이 되었습니다.’라고 그의 심중(心中)을 밝힘으로써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시적 주제의 향방은 '영원한 생명'의 탐구에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의식(consciousness)은 우리 주변의 것들을 포함한 온갖 사물과 관계를 추측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현대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존재의 한 방편으로 시의 언어로써 포착할 때 이를 시의 의식이라고 하는데 우리 문학상의 기법은 이 의식의 흐름을 중시하고 있다. 이성경 시인은 이러한 의식의 원류에는 이 생명성에 대한 지대한 성찰(省察)을 포괄하는 삶의 원리를 탐구하는 의식이 충만해 있어서 작품 전체에서 그의 심저(心底)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우리들 마음에 아픔이 괴로움이 상처가 말씀 세례로 모두 씻겨 나가면 이제 남은 것은 진리의 함성 새로운 삶의 깊은 여정 --「말씀 세례」전문 그렇다. 이성경 시인의 '새로운 삶의 / 깊은 여정'에는 그의 ‘진리의 함성’인 ‘아픔’과 ‘괴로움’ 그리고 ‘상처가’ 그의 내면에 잠재한 진실의 ‘말씀 세례로 / 모두 씻겨 / 나가’는 삶의 여정을 깊게 사유하고 있다. 그는 작품「양심 선언」전문에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 당신은 / 양심선언을 하였습니까 // 하늘을 우러러 / 정직하게 살리라 / 선언 하였습니까 // 인간의 힘으론 / 불가능하다 해도 / 당신은 / 오늘 이 하루를 / 살기 위하여 / 양심선언을 하였습니까’라는 어조(語調-tone)로 자신을 채찍하면서 의문형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시적 상황을 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情況-situation)은 그가 평소에 간직한 의식의 세계에서 창출하는 시정신이 구도자적인 가치관을 진실과 융합(融合)하는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그가 궁극적으로 삶과 합일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써의 진실이며 그가 탐색하는 인생의 결정적인 주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당신은 한 알의 밀알 생명을 주러 온 사람 사는 것이 생명인데 왜 죽으라 하나요 당신이 혼자 살면 한 알로 남지만 당신이 땅속에 심겨 죽고 다시 산다면 그 밀알 열매를 맺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가 되지요 --「죽어야 사는 밀알」전문 이성견 시인의 삶에는 영원한 생명의 반려지안 시적 화자 ‘당신’이 자리 하고 있다. 이 ‘당신’은 그가 추구하는 ‘죽어야 사는 밀알’로 그의 뇌리에 충만되어 있어서 삶과의 상관성은 ‘당신’이 준 생명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 그는 작품 「당기어 사는 삶」전문에서도 ‘천국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 있는 것이 아니라 / 거듭난 자의 마음 거기라 // 육신이 종말을 당해 / 혼과 육이 나누일 때 / 우리의 영혼이 갈 거기 // 거기엔 미움 질투 악함 없으니 / 지금 이 순간 천국을 살면 / 괴로움 가시고 // 기쁨과 사랑 충만해져 / 황홀하리라’라는 어조처럼 그의 내면에는 ‘천국’이라는 영원의 세계가 항상 동행하는 정서가 있어서 시적 공감이 유로(流路)되고 있다. 또한 ‘이 놀라운 삶의 원리는 / 수 세기동안 역사에 증명되어져 왔고 / 그 기찻길을 타고 나에게로 온다 // 때론 견딜 수 없을 만큼 혹독하고 / 용서하지 못할 만큼 잔인한 / 삶의 수레바퀴 안에서도 당신은 / 화가 복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 바라보고 있는가?(「화가 변하여」중에서)’와 같은 삶의 원리에 충실하게 부합(附合)하는 영원한 생명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2. 그리스도와 ‘향기로운 편지’ 이성경 시인의 인생적 혹은 시적 지향점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삶의 행로(行路)와 더불어 작품이 창작되어지는 특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그의 작품「천국의 열쇠」전문에서 ‘천국의 열쇠는 / 그리스도의 십자가 / 내 죄가 / 그분을 살인하였음을 / 시인하는 표 // 천국의 열쇠는 / 예수의 십자가 / 그분의 사랑과 / 공로를 / 믿는 바로 그 / 믿음’이라는 기독교적인 신앙을 초석(礎石)으로 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에 심취(深趣)하면서 신앙적인 원형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진정성과 유연성이 동시에 발양(發揚)하는 시법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일찍이 덴마크의 종교 철학자 키에르케고오르(S.A. Kierkegaard)가 그의 글「사랑의 생명과 섭리」에서 ‘속세의 지혜는 사랑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라고 말하지만, 기독교의 가르침은 사랑이 인간과 신과의 사이의 관계라고 말한다. 그 근거는 신이 사랑의 매개이기 때문이다’라는 명언과 같이 이성경 시인도 ‘그분의 시랑’을 절대적으로 수용하는 시학(詩學)에서 진솔한 인생관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은 향기로운 편지입니다 그리스도로 옷입고 마음에 시온의 강 흐르는 그대여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면 또 꽃축제가 열리듯 인생의 얼음 수없이 얼고 또 녹은 후에 더욱 견고해진 터에 심겨진 씨앗 이제야 눈을 뚫고 예쁘게 돋지요 그대 향기 맡으며 우린 춤추고 그대 편지는 내 영혼의 한줄기 빛 사랑과 생명으로 피어나네 --「향기로운 편지」전문 이 작품은 이 시집의 표제시(表題詩)인데 ‘사랑과 생명으로 / 피어나네(As love and life / It blossoms)’라는 어조로 종결하면서 ‘그리스도로 옷입고 / 마음에 / 시온의 강 흐르는 그대(You who dressed up in Christ / And in heart / The river of Zion is flowing)’에게 메시지로 전하는 ‘향기로운 편지(an aromatic letter)’이다. 그는 우리 인간의 사랑이 무엇이며 그 근원이 어디인가를 그의 철학과 함께 감수성으로 매개체를 토로(吐露)하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의중(意中)에는 확고한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으며 ‘그대 편지는 내 영혼의 / 한 줄기 빛(Your letter in my spirit / Is a ray of light)’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Christian Dior의 쟈스민 향은 매혹적이다 쟈스민 허브의 그윽한 향기는 마치 사랑하는 이의 품 같고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 같다 크리스찬인 나에게도 향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윽한 튜울립 꽃향기일까 아니면 내 사랑 예수를 닮은 수선화의 강렬한 향기일까 나는 살고 싶다 쟈스민 향기처럼 --「쟈스민 향기처럼」전문 이성경 시인은 ‘크리스찬인 나에게도 / 향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의문형 수사법(修辭法)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결론으로 ‘나는 살고 싶다 쟈스민 향기처럼’이라는 어조로 그가 지향하는 크리스찬인적인 사유와 정서가 쟈스민의 향기로 풍겨지고 있다. 그의 강렬한 기원(‘나는 살고 싶다’)의 내면에는 그가 평소에 좋아하는 ‘튜울립 꽃향기’도 아니며 ‘내 사랑 예수를 닮은 / 수선화의 강렬한 향기’도 아니다. 그는 오로지 ‘쟈스민 허브의 그윽한 향기’로 영원히 살아가고 싶은 여망이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품「하루의 일상」중에서 ‘예수님은 공생애를 이렇게 사셨네 / 가르치고 전하고 고치고 // 예수님은 진리를 가르쳤네 / 복음을 전했네 / 병든 자를 고쳤네’, 작품「십자가」중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신다 / 십자가 지신 분 / 잠시 멈추어 나를 바라 보신다--중략--눈물을 타고 / 부활의 예수가 흐른다 / 내 몸에 그분의 피가 / 흐른다’, 작품「당신 인생의 운전자」중에서 ‘예수님이 내 안에 오시면 / 피어나는 향기 / 더는 불안이 없고 / 나의 계획도 없지요’라는 어조처럼 그리스도와 상관된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동시에 시적인 삶으로 형상화고 있다. 그리고 작품「인간의 종말」전문에서도 ‘사람들은 말합니다 / 내일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 천국은 마음에 있다고 / 누가 하나님을 보았냐고 // 그러나 내 삶의 종말은 / 나의 죽는 순간인 것을요 / 천년을 하루같이 사시는 하나님 / 그 분 앞에 나의 삶은 / 한 낱 하루살이도 안 된다는 걸 / 나는 압니다 // 인간의 종말은 / 지구의 종말이 아니요 / 내 삶의 끝 // 살 같이 빠르게 흐르는 / 삶 속에서 / 종말을 맞을 준비는 / 다 되었는지요’라는 예비적인 심경(心境)의 일단이 시적으로 용해(鎔解)되고 있어서 그의 삶과 하나님의 교감에서 그는 진실을 탐색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일찍이 프랑스의 시인이며 비평가였던 발레리(P. Valery)는 ‘기독교는 인간 정신세계에 세상에서 가장 미묘하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풍요로운 문제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한 것을 보면 우리 인간들과 접맥(接脈)하는 정신적인 최상(最上)의 사유를 제공하는 종교적 차원에서 이성경 시학은 정중하게 전개되고 있다. 3. 신앙에서 발현된 기원 의식 이성경 시인의 심연(深淵)에는 신앙을 통해서 발현된 다양한 가치관이 삶에서 탐구하는 생명과 사랑이 이제는 간절한 기원의 의식으로 분출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진리로 간직한 삶의 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나아가서는 온 인류에 대한 경외(敬畏)의 일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평생에 나를 지키시는 막대기 내가 사망의 골짜기를 지날 때 나를 지키며 원수의 앞에서 내게 맛있는 상을 베푸시는 여호와여 나는 언제나 어디에서든지 주를 따르리니 내 빛과 힘이 되신 주여 내 하루를 통해 큰 영광 받아 주소서 --「네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다닐지라도」전문 이 기원의 시법은 ‘주소서’로 종결하는 수사법이 대부분인다. 이러한 수사법은 자신이 무엇인가 성취를 소망하거나 간절하게 기구(祈求)하는 염원이 내재되어 있어서 그 시인의 주체적인 심리적인 현상과 일치하게 된다. 이성경 시인도 ‘내 빛과 힘이 되신 주여 / 내 하루를 통해 / 큰 영광 받아 주소서’라는 어조로 그가 여망하는 간구(懇求)의 의식이 절절하게 현현되고 있어서 그가 평소에 ‘나’와 ‘주’에 대한 사랑과 빛과 힘이 되는 그 ‘큰 영광’의 수용을 위한 기도로 나타나고 있다. 마음이 빈 자에게 내려오는 하늘의 양식 사람이 그로 인해 생명 얻을 하늘의 만나 성스러운 주의 말씀 주여 저에게도 허락하소서 날마다 --「맘이 빈 자」전문 이성경 시인의 기원은 ‘주’에게로 지향하는 그의 신심(信心)과 일치한다. 그의 돈독(敦篤)하고 경외에 넘치는 그리스도에게 심취한 그의 내면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주’의 ‘성스러운 말씀’을 구하는 기도문이다. 나는 없고 나는 연약하며 나는 지혜가 없고 아무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성령의 힘 그리고 당신의 지혜로 우리 여기까지 왔사오니 모든 일 통하여 홀로 영광 받으소서 --「모든 영광 아버지께」전문 이러한 이성경 시인의 애절한 기원의 원형(原形)은 바로 이 ‘모든 영광’을 ‘당신-아버지’에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삶을 영위해 온 지표이며 앞으로도 지향해야 할 대도(大道)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로지 ‘나’에 대한 ‘연약’함과 ‘지혜’ 없음과 무능력이었으나 ‘성령의 힘 / 그리고 당신의 지혜로’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까지 와서 살아가는 그 ‘영광’을 ‘아버지’가 수용해서 그것을 영원히 누리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라는 기원의 의식으로 흐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다시 작품「순교자 예수」중에서 ‘순교자의 신앙 따라 / 나의 믿음 지켜야만 / 하늘나라에 가는 걸 / 이제 내가 아오니 // 순교자 예수여 / 나를 도우사 / 큰 믿음으로 / 승리하게 하소서’라거나 작품「이브의 절규」중에서 ‘주님! /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 주님! / 저를 깨닫게 하소서 // 주님! / 험한 세상 나그네 길에 / 저를 도우사 / 천성길로 행하게 하소서’ 또는 작품「LBK SOM」중에서도 ‘이병구 / 아름다운 이름 / 한국전쟁의 영웅이여! // 영적 과수원 뜰 / 이 매혹적인 땅에서 / 당신의 희생이 밝히 빛나소서 // 영원토록!(Lee Byung Ku / Beautiful name / Korean War’s a Hero! // Spiritual Orchard Meadow / On this charming soil / May your sacrifice be radiant // Forever!)’이라는 그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비움’과 사랑의 서정성 합주 이성경 시인에게서 다시 읽을 수 있는 시적 큰 줄기는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고차원의 지적 혜안(慧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기원에서 획득한 가치관이 주지적인 차원으로 상승함으로써 정립된 사랑과 ‘비움’의 철학이 탐색되고 있다. 삶의 언저리에서 비움을 논한다 팔복의 최 춘선 목사님이 맨발로 다니시며 그토록 몸으로 전하려 했던 것이 비움이었나 땅을 비우고 자식들을 비우고 나의 소유를 비우고 말씀으로 채운다 자랑을 비우고 지식을 비우고 생각까지 모두 다 비운 후 성령으로 채운다 사랑으로 채운다 --「비움」전문 이 작품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비움’의 성찰을 통해서 구현하려는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 ‘삶의 언저리에서 / 비움을 논’하는 주된 내용은 ‘땅을 비우고 / 자식들을 비우고 / 나의 소유를 비우’고 다시 ‘자랑을 비우고 / 지식을 비우고 / 생각까지 모두 다 비운 후’에는 ‘말씀’과 ‘성령’과 ‘사랑으로 채’우는 진리가 발현되고 있어서 우리 인간 속물(俗物)들에게 교시적(敎示的)인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법은 작품「소중한 사람에게」「편지」「사랑은 영원한 것」「사랑하는 선생님께」등에서 삶과 사랑과 비우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흰 눈이 소복소복 겨울인가 봐 까치가 반기는 하얀 정월 사르르 얼어버린 고드름처럼 반짝이는 꿈 품은 하얀 세상 --「겨울」전문 다음으로 이성경 시인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시적 진실은 서정성이다. 서정에는 주로 자연 서정을 말하지만, 인간의 주정적(主情的)인 서정도 포괄하는 특성이 있다. 우선 그는 시간성에서 추출해낸 서정이 하나의 동심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그는 ‘겨울’의 서정을 통해서 ‘흰 눈’과 ‘까치’와 ‘고드름’은 그가 심연에 간직한 순수와 순정미가 발현되는 시각(視覺) 이미지에서 ‘반짝이는 꿈 품은 / 하얀 세상’을 반추(反芻)하고 있어서 서정적 시법이 한결 안정된 상황에서 흡인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는 다시 작품「향기」전문에서 ‘당신은 백합처럼 / 진한 향기를 가졌습니다 / 그 향기 속에는 / 생명이 있습니다 //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 / 당신을 쓰러뜨린다 해도 / 당신 향기는 / 없애지 못할 것이기에 / 풀꽃처럼 / 다시 일어납니다 / 그리고 / 그 향기 봄바람타고 / 저 하늘나라로 / 올라갑니다’라는 어조는 인간적인 본령(本領)에서 ‘당신’과 ‘향기’의 상관성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인본주의(人本主義-humanism)에 주안점을 두고 현실과 자연 등 만유(萬有)의 순리(順理)를 투영하는 시법은 이성경 시인의 관념에서 변할 수 없는 하나의 생리로써 진리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 밖에도 작품「이별을 부를 때」「만물은 살아 있다」 「만물은 비어 있다」「그대」「소중한 사람에게」「꽃잎은 비」등에서 서정적 주제를 음미할 수 있는 언어를 많이 읽을 수 있게 한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이성경 두 번째 시집 『향기로운 편지(Aromatic Letter)』를 마무리한다. 그는 그리스도와의 밀접한 삶의 철학에서 생성하는 영원한 생명과 삶의 원리를 탐구하면서 신앙을 통한 기원 의식으로 간절한 그의 여망을 나타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려는 욕구와 거기에 동행하는 사랑의 서정성이 적나라(赤裸裸)하게 표징되고 있어서 그의 시학은 더욱 그 위의(威儀)가 발현되고 있다. 그러나 르네쌍스 시대 휴머니즘을 나타낸 전형적인 영국의 시인 스펜서(E. Spenser)가 남긴 말에서 시는 보통의 이성의 한계를 지닌 신성한 본능이며 비범한 영감이라고 했듯이 너무 지나친 감성의 발현은 자칫 작품의 주제를 약하게 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