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 만은 분명하다. 정부의 법인약국 도입이 결코 약사를 위한 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정부는 13일 대통령 주재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약사만 참여하는 영리 법인약국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약사만 참여하는 법인이라는 사실에 일부 약사들은 안도할지도 모른다. 약사 자본을 모아 대형화 함으로써 근래들어 약국을 위협하고 있는 '뷰티 앤 헬스점(일명 약없는 드럭스토어)'과 대등하게 견줄 수 있다는 허망한 꿈도 꿀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리는 법인약국'의 형태가 1법인 1약국 등 '약사의, 약사에 의한, 약사를 위한 제도'는 아니다. 약사의 독점을 풀어야 한다는 시각을 견지해온 정부가 약사만을 이토록 어여삐 여겨 이처럼 친절한 정책을 펼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돈은 스스로도 부풀려지고 싶어 안달한다고 했던가.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자본들은 규모의 싸움을 벌일 것이다. 돈 푼깨나 모아 놓았다고 스스로 지부하는 기득권 층 약사들은 1법인 3~5개 약국이라는 소박한 꿈을 꿀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니 게임에서 작은 자본은 이 보다 큰 자본에 필연 굴복당하게 돼있다. 약사들의 자본은 도매자본이나 제약회사 자본 보다 아주 작다. 약업계 자본이 크다한 들 외부 대기업 자본에 견주면 이 또한 왜소하기 짝이 없다. 약사만 참여한다면야 무슨 문제가 생길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지금도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못해 그렇지 도매상 자본으로 움직이는 약국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법인약국에 외부 자본이 흘러드는 건 어렵지 않다. 상거래에 밝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은 약사만의 법인은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약사와 약국들에게 법인약국은 일반약 편의점 판매와 질적으로 다른 위협요소다. 편의점 판매 역시 약사와 약국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손실을 안겨줬지만, 법인약국은 이른바 동네약국과 약사의 지위를 상전벽해로 만들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이 움직이는 CVS 편의점이 어느 상권에 위치해 있는지 보면 안다. 법인약국들은 기존 동네약국보다 훨씬 유리한 지점을 공략해 궁극적으로 동네약국의 폐업을 유도할 것이다. 근무약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기는 하지만 근무의 형태가 현행 근무약사들과는 다를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몇 해전 미국 체인약국에 근무했던 한 약사를 만났다. 그는 "내 업무는 체인본부 매뉴얼에 따르는 것 뿐이며 내가 근무하는 모습은 모두 체크돼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인약국으로 실현할 목표로 내세운 약국서비스 향상도 같은 맥락이다. '약국의 기업화, 약사의 직장인화'를 통해 약국 서비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법인약국 본부가 약사의 모든 업무를 매뉴얼화하고, 약사들의 행동양태를 동사무소 직원처럼 강제, 균일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쟁을 촉발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는 필연 자본 규모 크기의 경쟁을 유발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약사들이 공포심을 느끼며 법인약국의 위력과 실체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불합리한 청구불일치 조사와 관련해 '조사중단' 성명을 냈던 경기도 성남시약사회가 법인약국 허용 원천 중단을 선언하고, 서울 송파구 약사회와 경기도 부천약사회가 법인약국 대처 방법을 구하고 성명을 내는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의아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같은 대한약사회의 대처가 이들에 비해 느슨한 느낌을 준다. 시도지부장 회의와 이사회를 통해 원천 반대하기로 방향을 잡기는 했으나 긴박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과정에서 전임 집행부의 안전상비약 수용을 격하게 비판하며, 누구보다 강한 약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던 조찬휘 회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입법예고 되고 나면, 궐기대회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 말이 정부에 얼마나 명징하고 비장한 시그널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강력 반발해도 밀고 나갈 태세인 정부가 금쪽같은 12월의 10여일을 "워밍업 기간으로 삼는다"는 식의 조찬휘 회장의 발언을 어떻게 여길까? 엄중하게 보다 나긋나긋하게 해석하지 않을까? 조 회장은 또 입법예고 후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입법예고된 법안이 이해단체들의 의견개진으로 변경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속된 말로 입법예고되면 버스는 떠난 것이나 다름없다.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결의대회 현장에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비장함을 보인 노환규 의사협회장과 비교된다. 언뜻 보아 비상대책위원회 조직, 순차적 시도지부 성명서 발표와 이를 통한 밑바닦 정서 통합, 입법예고 후 면밀한 분석 등 조 회장의 대처법은 꽤나 신중해 보인다. 약사들의 미래에 관한 조 회장의 결기가 약해진 것은 아닌 것같다. 그 보다 법인약국이 몰고 올 영향력을 일선 약사들보다 덜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기재부가 프랜차이즈형 약국체인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약사회가 약국체인 대표들과 대책 회의를 한 것도 꽤 오래전 일인데 말이다. |
첫댓글 약국의 기업화 약사의 직장인화...우리가 너무 안일했나요? 이런식의 요구가 나오다니...우리도 반성해야겠습니다. 우선 결사반대를 하고 자체 반성도 하고 좀 길게 약국할수있는 여건을 만들어여할것같습니다.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지금의 동네 슈퍼마켓처럼 되는것이 한눈에 확~~보이는데....큰일입니다.
우리가 예전에 의약분업할때도 성분명으로 시작했었지만 지금 이게 뭡니까 정부 절대로 믿어서는 안되고
매사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흘러가니 약사회도 강력한 대응책이 있어야겠습니다
현재 금지하고 있는 도매자본의 약국 침투가 우리 주위에도 널려져 있습니다..양성화 되면 동네약국은 그야말로 초토화 됩니다..문전약국이라서 나와는 관계없다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데 냄새나는 재래시장 외면하는 현실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戰意를 가다듬어야 할 시기입니다
동네약국이 영세하다 보니 기업형 형태의 약국 형태가 틈새 간드려 보기식 이네요. 자성하는 계기도 되고 조금더 정신
빠작차리고 같이 합심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