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月出山 옥판봉玉版峰이 바라보이는 산자락 아래 비밀의 정원이 있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노李聃老가 산수가 수려한 자리를 찾아 조영造營하고 은거隱居한 별서 백운동 원림이다.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배합한 구성으로 전통 원림園林의 원형을 잘 간직한 까닭에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강진에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도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艸衣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가지 풍경을 시로 지어 <백운첩>을 남겼는데, 이를 근거로 재현한 모습을 지금 만날 수 있다.
나무가 우거져 바깥에선 존재를 알기 힘드나, 숲에 든 뒤엔 정원의 정취가 흥건하게 펼쳐진다. 술잔을 띄워 풍류를 즐긴 유상곡수流觴曲水, 사랑채인 취미선방이 계절로 물들어 가는 마당에 그윽이 깃들였다. 언덕에 지은 정자 정선대停仙臺에선 옥판봉과 정원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몸과 마음이 청신해지는 풍경이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