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부대정문 야간 수하 요령에 ‘운전병 하차’가 있는 이유-최주영
이 글은 대열 임관 50주년을 맞아 지난 54년을 회고하는 글의 하나로서, 최주영 동기가 특공대대장 시절 경계시범을 실시해, 참관 군단장으로부터 치하 받은 ‘부대정문 출입 야간 수하요령’ 개선에 관한 사항이다.
원고 마감 시한을 넘겨 회고록 책자에는 수록하지 않고, 대열 홈피의 ‘[특집] 대열 반세기 우리들 이야기’에만 올려 아쉬움이 남지만, 성공적인 부대지휘 사례의 하나로 함께 자랑스러워 해 줄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회고록 책자수록 누락의 이 회고 글을 게재하면서, 이후로는 편집진에 의해 작성된 회고록 주요항목의 개관 글들을 ‘미리보기’ 시리즈로 올릴 것입니다.
이제 회고록의 원고가 발간을 위해 출판사로 넘겨져, 이 대열 인터넷 홈피 ‘[특집] 대열반세기 우리들 이야기’를 통한 대열 동기생들의 임관50주년 맞이 '비대면 회고페스티벌 마당'이 활기를 잃을 것을 우려한, 책자 발간까지 공백 기간의 궁여지책이라 생각하고 적극 열독해주시기 바랍니다. -주(註) 편집위원 김명수-
부대정문 야간 수화요령에‘운전병 하차’가 있는 이유
최 주 영
5군단에서 특공대대장 시 군단 경계시범(1983.6.14)을 하였다. 부대 경계 전반에 관한 문제점들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시범이었는데 , 이때 부대정문 수하(誰何)요령의 문제점도 포함하였다.
당시 시범을 참관한 군단장께서는 “99.99%의 만족을 얻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시범으로 전부 보여주었기에 치하와 갈채만 계속 보낸다.”면서 “여기서 제시된 모든 면의 개선 및 보완 사항은 즉시 시행토록 하라!”고 하였다.
“다만 야간에 차량이 부대 정문을 통과할 때의 수하요령 개선 사항은 전 육군이 시행토록 했으면 좋겠다.”면서“이 사항은 군단장의 권한을 벗어나니 육본에 건의토록 하겠다.”고 하였고, 이후 5군단 시범을 통해 개선된 야간 수하요령은 육본에서 승인돼 전 육군이시행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당시 부대정문에서의 야간 수하요령 실태와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당시의 수하요령은 ‘정지! 라이트 꺼! 시동 꺼! 선탑자 하차!- 수하’의 순서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실제상황에서는 부대 주요간부가 선탑 했을 경우 선탑자가 하차하지 않고 수하도 없이 통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렇게 그냥 통과하기 위해서는 위병과 운전병 간에 어떠한 약속 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시범에 앞서 이렇게 차량이 막 통과될 경우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을까? 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대간첩작전 차원에서 보면 주요간부 차량이 외부세력에 의해 피랍되었을 때 부대 심장부까지 침투가 가능하다.
둘째, 부대 정문을 지키는 위병근무자들은 군기의 표상인데 그들에게 군의 규정은 필요에 따라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함은 물론, 필요에 따라 수하를 하거나 생략하는 무원칙적 근무가 되도록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모범을 보여야 할 선탑자 자신도 본인의 권위와 편의를 위해 소소한 군 규정 위반은 괜찮다 생각하게 할 것이며, 그 결과는 오히려 자신의 권위만을 추락시킨다는 사실을 인지 못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넷째, 차량운행 시 선탑자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부대정문 야간 수하요령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개선방안의 핵심은 잘 지켜지지 않는 ‘선탑자 하차’를 ‘운전병(자) 하차’로 변경한 것이다. 이 경우의 수하요령은 ‘정지! 라이트 꺼! 시동 꺼! 운전병(자) 하차!- 수하’순서로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선될 경우에 기대 효과를 예상해 보자.
첫째, 차량 부대출입 시 운전병은 차를 세우고 하차하여 수하대응 규정을 잘 준수할 것이다.
둘째, 모든 차량이 수하에 임하므로 위병은 위병답게 엄격한 군 규정을 지킬 수가 있다.
셋째, 부대정문을 통한 외부세력 차단이 용이하다. 차량이 혹여 외부세력에 의해 피탈되었다고 할지라도, 운전병이 하차하여 수하에 응하는 동안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간부는 간부답게 모범을 보이고 위엄을 지킬 수 있다.
현역근무에서 늘 볼 수 있었던 한 때의 작은 시범 성과라 할 수도 있지만, 전 육군으로 확산돼 시행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군문에서의 한 토막 회고라 할 수 있겠다.
202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