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싸이먼 작성시간:03:17 View:670 Comments See Translation
이것 저것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마누라에게
"죽으면 다 빈몸으로 가는거여...뭔노무 살림살이에 그렇게 애착이 많아?...."
"애기것만 다 챙기고 나머진 다 주든지 아니면 버려..."
추상같은 서방님 명령에 트럭 몇대분은 됨직한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디트로이트 공항에 내린게 어제 같은데 벌써 7개월이 지나가네요..
딸래미 태어난후 세상사 모든일이 귀찮고 그저 자식하고 같이 놀고만 싶어 어디 자연 좋은곳에서 적당히 놀면서 할수있는 일은 없나 암중 모색하던중 우연히 필리핀 세부에 다이빙 리조트 하나가 매물로 나온것을 보고 바로 뱅기타고 건너가서는 술 몇잔 마시고 덜컥 인수해가지고 팔자에도 없던 다이빙샵 사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몇달 동안은...와~~~이거야 말로 내가 꿈에 그리던 직업이다...돈벌이는 서울에서 사업할때 하곤 비교할수도 없이 적었지만 매일 매일 에메랄드 빛 바다로 나가 젊은이들과 어울려 물속을 헤집고 다니고 저녁엔 같이 술퍼마시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딸래미는 내 마음대로 어디든 데리고 다닐수 있으니...지상낙원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좋던 바닷가도 한 일년 지나니 지겨워집니다... 심심하면 들이닥치는 태풍에 리조트 반은 날라가 버리고 보트 3척중에 2척은 완전히 박살나고...
거기다가 더 미치고 환장하는건 필리핀 직원놈들의 도둑질과 거짓말...아주 환장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정나미가 떨어지는게 소위 고문관들...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과 일본인 영어학원 유학생들 상대로 영업했는데 주로 2-30대 젊은이 들이죠...
다이빙 라이센스를 발급해줄려면 소정의 교육과정이 있는데 제 철학은 물속에서 숨만 쉴수 있을 정도면 대충 발급해주자...뭐 저 사람들이 해군 UDT 대원이 될것도 아니고...그래서 제 딴에는 다른 샵의 교육과정보다는 정말 편하게 쉽게 해주는데도 진짜 별 미친 인간들이 많아요...
수심30-40 미터에서 갑자기 패닉 와가지고 호흡기 다 떼버리고 죽는다고 난리치는걸 억지로 제압해서 비상호흡기 물려 가지고 급상승...야간잠수시에 저 혼자 뭔가에 홀려 없어지는 인간들...수심 계측도 못하고 막 내려가서는 질소마취와서 게거품물고 늘어지는 인간들...
매번 이런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면서도 천우신조로 다 구조해 내긴 했지만 이러다간 언젠가는 시체를 볼수도 있겠다...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그러던중 미국 교포라는 사람이 와서는 레스큐 라이센스를 따고싶다고 해요..
오픈워터나 어드밴스는 대충 그냥 발급해주지만 레스큐는 남의 생명을 구조하는 라이센스라 바다 수영은 물론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꺼라고 만류하고 대충 그냥 즐기다 가라했지만 고집을 부려 수영 교육부터 하나씩 교육해가면서 자연히 친분이 생겼습니다.
약 한달간의 교육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 친구가 " 형님...미국으로 같이 갑시다..."
처음엔 취중에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넘어갔는데 이 친구가 끈질기게 설득해요...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어휴...난 미국은 체질에 안맞아...그리고 50 중반 늙은이가 미국가서 뭐해먹고 살것냐....
"형님 저 사업 크게 해요...무슨 문제든 제가 다 해결해 드릴테니 염려 마세요..."
"형님...형님은 이미 인생 다 살았지만 딸래미는 어떻하실거에요?...이 거지 같은 필리핀에서 똑순이 계속 키울거에요?..."
아휴...이 대목에선 걍 목이 콱~막혀요...지금이야 어려서 애미 애비랑 맨날 노는게 좋겠지만 금방 클텐데...
아니..그런데 왜 날 그렇게 미국에 데려갈라고 하냐??
"그냥..형님이 좋아서 그래요...다른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그래서 필리핀 리조트를 헐값에 넘기고 부랴 부랴 한국가서 정리할거 하고 초고속으로 디트로이트를 거쳐 그친구가 살고 있는 오클라호마로 갔어요..
오클라호마가 깡촌인건 알고있긴 했지만 좀 심해요...ㅎ
그런데 도착하고 몇일 지나면서부터 이 친구 행동이...완전 폐가같은 빈 상가를 보여주면서...돈이 되니 뭐니... 멕시칸들까지 몇놈 바람잡이로 동원하는 꼬라지가...채 2주가 지나기도 전에 본색이 드러나요...
그냥 순진한척...고민해볼께...하고는...
" 홀로서기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바로 저녁에 술한잔하면서...그래...떠나자...ㅎ
내가 해결해야할 일을 정리해보니 일단 이 깡촌은 벗어나야겠고 관광비자6개월 짜리를 장기체류비자로 바꿔야겠고 재산 많이 탕진했으니 이젠 벌어서 써야겠다...딱 3가지에요...
동양인이라곤 찿아볼수 없는 곳에 웬 동양인이 찿아와 일하겠다고 하니 미국인 메니져가 신기한지.. 뭐 인터뷰를 하는 건지 서로 신세 타령을 하는건지 한 2시간 가까이 이야기 하다가 OK..하길레 Thank you 했는데 입사 서류주면서 기입하라고...소셜 시큐리티가 없다고 하니 헉~~순간에 표정이 바뀌면서 안된다고...
그래도 포기할 내가 아니죠..." 당신이 스폰서를 서라...그러면 내가 취업비자 금방 만들께....그거 별거 아니야... 그리고 워킹퍼밋 나오기전에 월급만 현금으로 줘..." 그랬더니만 여기 저기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 저것 묻고 지들끼리 고민 고민 하더니 절대 어디가서 신분이야기 하지말라고 신신당부해요...아쉬운게 난데 내가 왜 내 약점을 떠벌릴까?..별 걱정을 다하네..."
이렇게 취직되가지고 스폰서 서류 꾸며 노동청에 서류 접수시켰습니다...그리고 일년도 채 않되 영주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버렸으니 예나 지금이나 멧돼지 같은 추진력하나는 가상하죠...ㅎㅎ
그래도 E-2 니 투자이민이니 해서 몇십만불 날린사람도 많은데 난 완전히 날로 먹은거죠..ㅎ
여기 살다보니 참...이렇게 넓은 땅에 원하는 사람들 좀 와서 살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하는 생각도 납니다..ㅎ
일단 처자식은 호텔에 놔두고 아파트 탐색...정말 한국 같으면 달동네 연립주택 같은곳을 아파트라고...
경악해하는 와이프를 달래고...야...미국 생활은 다 이렇게 시작하는거야...6개월만 살아...옮겨 줄거니까...
그런데 딸래미 학교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요... 담임 선생님 부부하고 같이 저녁 먹으러 갈 정도로 친해져서 그나마 정 붙이고 살만해집니다.
이젠 웬만한 주변 명소도 훤하고...월마트 HEB 질좋은 쇠고기를 한국의 돼지고기 값으로 사는 것도 즐겁고 싸구려 buffet가서 배터지게 먹는것도 즐겁고...아이스링크가서 딸아이하고 엉덩방아 찧는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러다가 시애틀행 포기하고 여기에 정착하는건 아닌지 몰것네요...ㅎ 그런데 아직도...이게 그럼 한국돈으로 얼마냐???....마일?? 파운드?? 아직도 도량형 환산이 잘 않되요...환산하지 말고 그냥 받아드려야하는데 안고쳐지네요...
아쉬운게 있다면 와이프 딸아이 빼고 제 3자와 한국말로 한잔 하고 싶고... 광어회 홍어삼합 청국장에 서울 막걸리 한잔 하고 싶고... 친구하고 산행하고 하산주 한잔 거나하게 하고 싶고... 이른 아침에 해장국집에 가서 뜨거운 국물에 속풀이도 함 하고 싶고... 서초동 교대앞 막창집 방이동 아구찜 송파동 미류나무 보신탕집 ...아이구...내 사랑하는 맛집들...ㅎㅎㅎ
첫댓글필리핀에서의 리조트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이주... 아련히 너울거리는 지난날들, 가장으로서의 애환과 추억이 진하게 와 닿습니다. 백일도 안된 딸래미를 데리고 워싱턴 DC 인줄로 알고 남편 따라온 타코마. 지극히 초라하고 허접한 한인마켓과 식당, 아파트, 등등 실망과 경악?을 금치못한 무지했던 40년전 그시절이 생각납니다. 기억들을 복닥거리게 하는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와서 처음에 어리 버리해가지고 황당한 실수도 많이했지요....주유소가서 한국식으로 만땅! 했더니만 만땅 얼마? 내가 어케알어? 일단 만땅하고 돈주면 되잖아...안돼...카드부터 먼저내고 얼마 넣을껀지 말해...뭐 이런 것들이 다 있나...ㅎㅎ 주유기 손잡이에 고정 클립 있는지도 모르고 주유 끝날때까지 꽉 쥐고...참...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ㅎㅎㅎ
첫댓글 필리핀에서의 리조트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이주...
아련히 너울거리는 지난날들, 가장으로서의 애환과 추억이 진하게 와 닿습니다. 백일도 안된 딸래미를 데리고 워싱턴 DC 인줄로 알고 남편 따라온 타코마. 지극히 초라하고 허접한 한인마켓과 식당, 아파트, 등등 실망과 경악?을 금치못한 무지했던 40년전 그시절이 생각납니다.
기억들을 복닥거리게 하는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와서 처음에 어리 버리해가지고 황당한 실수도 많이했지요....주유소가서 한국식으로 만땅! 했더니만 만땅 얼마? 내가 어케알어? 일단 만땅하고 돈주면 되잖아...안돼...카드부터 먼저내고 얼마 넣을껀지 말해...뭐 이런 것들이 다 있나...ㅎㅎ 주유기 손잡이에 고정 클립 있는지도 모르고 주유 끝날때까지 꽉 쥐고...참...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ㅎㅎㅎ
가장의 무게는 가장만 압니다.
아내님들이여~~
서방님 섬기기를 하늘같이......
ㅎㅎ
맞습니다...ㅎ 지아비 섬기길 하늘같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