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도 EBS 신입PD 입사자입니다. 지난해 최종합격 직후 혹시 몰라 전형과정을 복기해 놨었는데 어디에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왔는데 올해 EBS 공채가 뜨면서 언시 동료들의 문의가 있기도 하고, 요 근래 공채가뭄 등의 영향으로 PD후기가 유독 너무 없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니 묵혀둔 글을 이제라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회사 분들이 저인 걸 바로 아실 거 같아서.. 차라리 일찍 올릴 걸 좀 민망하긴 하네요ㅋㅋ 하지만 EBS는 옛날 후기만 있어서 공채전형 정보 자체가 부족해 저도 준비할 때 답답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 후기가 막막한 이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량 스펙은 학점 3.7/4.3, 토익 935, 한국어 760(2-)이었습니다. (참고로 EBS는 서류 심사 기준에 아예 학점과 자기소개서라고 써 있습니다. 2014년까지는 영어자격증도 명시돼 있었다고 합니다.) 크게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점수들입니다. 저는 스펙에 관해서는 '이것 때문에 떨어졌다는 불안감은 없게 하자'는 정도로만 해서 시간 투자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익/한국어 때 아무 준비 없이 시험장에 가기만 한다면 백날 해도 똑같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토익의 경우 시험 2주 전부터 실전 모의고사를 거의 매일 풀고 해설하면서(총 8회분) 실전 감각을 익혔던 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는 기출문제 어휘어법을 쭉 뽑아서 1~2주 전부터 외우고 실전 모의고사도 듣기파트까지 꼭 해서 몇 회분 풀어보고 들어갔습니다.
EBS는 자기소개서가 매우매우 빡센(..!!) 곳입니다. 1000자 항목이 9개나 되고 마치 논술/작문/기획안을 1차에서 다 보는 기분이었죠... (다행히 이번 해에는 작년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네요.) 그리고 2016년도 공채의 경우 1차에서 1000여 명의 지원자 중 210명 정도만 합격했으니 자소서 변별력도 높은 편입니다. 저는 자소서를 서두에 위트 있게 쓰는 걸 선호하지만 EBS는 전반적으로 진중하게 썼습니다(항목들 자체가 그렇게 써질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경험들을 잘 녹이면서 EBS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관심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모든 전형을 다 치러보고 느낀 건, 현 EBS에 꼭 ‘맞는’ 사람이기보다는 EBS를 ‘변화시켜줄’ 사람을 찾고 있지 않나 하는 거였습니다. 따라서 EBS의 정체성을 이해하면서도 자신만의 톡톡 튀는 개성과 매력을 덧붙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론사 재직 경력이 있고 대학원 석사 수료 이력이 있습니다. 그전에 대학 때는 외부활동을 많이 한 편입니다. 동아리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영상 관련 활동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영미권 교환학생, 해외봉사, 유럽/남미 배낭여행 경험도 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아예 쓰지 않았습니다. 면접 때 '그 짧은 기간에 이걸 어떻게 다 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 성격이 워낙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해서 그렇고, 뭔가 그럴싸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스펙 같은 거 고려하지 않고 다 즐거워서 한 활동들인데 열심히 몰입했다보니 저도 모르게 저만의 스펙이 되어 있었습니다. (막상 제가 대학을 저렇게 다닐 때는 ‘쟤는 취업 준비도 안하고 생각이 없다’는 말까지 들어봤습니다.) 어떤 경험이든 스스로 열심히 했고 깨달음을 얻은 바가 있다면 나만의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찬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시고 깨달음을 잘 끌어내보시기 바랍니다.
+ 2019년 말 수정 추가
오랜만에 신입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 글에도 간만에 들어와 다시 읽어보는 중인데, 1차 자소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나 싶어 보충합니다. 좋은 후배님들이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드리고 싶어 쓰는 추가글입니다. (입사 초기엔 자소서를 공개한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공들여 완성했던 글들이 쓸모없이 사라지기 전에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저는 위에서 말했듯 정말 '생각이 없다' 소리를 들을 만큼 외부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자소서 쓸 거리는 많은 편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 지원자께서 자신은 이만큼의 경험이 없다고 위축되시는 건 아닐까, 그럴 바엔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나을까 고민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자소서가 기본적으로 '다 끄집어내면 있다', '의미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건 아니나, 어떤 활동이었건 그것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그 점을 크게 강조해서 쓰면 됩니다. 그러면 매일 모바일 게임한 것이든, 뒹굴거리며 넷플릭스를 본 것이든 놀러다닌 것이든 다 자소서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경험의 의미는 경험 당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소서 쓸 때 고민해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순간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모든 분들이 좋은 자소서를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쓰겠습니다. (대신 오래, 깊이 고민하셔야 합니다! 자소서 퇴고는 정말 진지하게 여러 번 하고 또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스펙에 얽매이지 말고 단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면서' 좀더 내가 관심 있는 활동, 즐거운 활동을 자유롭게 많이 찾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2016년 공채 전형 당시 자소서는 총 9문항이었습니다.
각 항목마다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제목 위주로 간단히만 적어보겠습니다.
1. EBS 직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차별화된 인성 및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지원 분야 적합성을 갖추기 위해 중점적으로 준비한 사항은 무엇인가요? * [1000자 이내]
[공동체적 휴머니즘을 지닌 따뜻한 인재]
-> 공동체적 휴머니즘이 EBS에 왜 중요한지 초두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2년반의 기자생활을 통해 경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공동체적 고민을 해온 점, 그러나 한계에 부딪히고 PD 그것도 교육공영방송 PD가 되어야 한다고 느낀 이유 등을 이어 적었습니다.
2. 본인이 지원 분야의 적임자라고 판단하는 이유와 지원 분야와 관련된 구체적인 직무경험사례를 기술하세요. * [1000자 이내]
[관찰과 선택의 힘을 지닌 PD]
-> 관찰과 선택의 힘이 중요한 이유를 적고 제가 그런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1)일상관찰을 토대로 만든 영상으로 대학 영상공모전에서 수상했던 경험, 2)기자생활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힘을 길러온 점을 적었습니다.
3. 차별화된 창의적 아이디어 적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거나 주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구체적인 사례를 기술하세요. * [1000자 이내]
[신명나는 클래식 거리 공연]
“덩 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덕…….” 청계천 다리 아래서 천안삼거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장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
-> 대외 오케스트라 활동 중 4중주팀을 따로 꾸려 클래식 거리 연주를 다녔던 일을 적었습니다. 클래식으로 관심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장르의 곡들과 안무를 창의적으로 융합하여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는 이야깁니다.
4. 본인 성격의 장·단점 및 성장과정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던 구체적인 사례를 기술하세요. * [1000자 이내]
[근성과 책임감은 나의 힘, 지나친 집념은 버려야]
-> 장점은 근성과 책임감, 각종 동아리 회장들을 맡았던 경험과 그것들을 맡으며 이뤄낸 성과 등을 적었습니다. 단점으론 집념이 너무 크다는 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감 철칙을 세우고 집념을 열정으로 승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들을 적었습니다.
5. EBS 입사 후 본인이 겪을 수 있는 구성원간의 갈등은 어떤 유형일 것으로 예상하며, 구체적인 극복 방안 무엇인가요? * [1000자 이내]
[귀를 열되 원칙을 세울 것]
-> PD는 협업을 동반하는 만큼 의견 충돌을 많이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되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TV프로그램 제작과정에 참여했을 때 겪었던 일을 엮었습니다.
6. EBS의 미션, 재원구조, 매체 다변화 등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현 EBS의 취약점과 혁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기술하세요. * [1000자 이내]
[EBS의 콘텐츠 도달률을 확대하자]
-> 최근 상황에서는 공적재원뿐 아니라 채널경쟁력 확보를 통한 사적재원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대중성 있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고 적었습니다. 단순 TV '시청률'이 아니라 변화된 매체 환경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도달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7. 한국 사회에서 EBS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어떤 점에서 그러한 EBS의 정체성에 부응할 수 있는지 기술해 보십시오. * [1000자 이내]
[‘OOO’의 연관검색어 ‘EBS’] (OOO는 제 이름입니다)
-> EBS의 정체성을 고품격, 건전 등의 키워드로 적고 제가 그 추구하는 가치관과 부합하다고 적었습니다. EBS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나와 EBS 연관검색어로 떴던 경험, 그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몸으로 깨우칠 수 있었다는 점을 이어 적었습니다.
8. 본인이 최근에 시청한 국내외 방송 또는 웹 콘텐츠 가운데 EBS의 정체성과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 콘텐츠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만일 EBS에 방송 프로듀서로 입사해 그 콘텐츠를 참고로 좀 더 발전적인 형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지 기술해 보십시오. * [1000자 이내]
[외국인 소통을 담은 다국적 퀴즈쇼]
-> tvN에서 2016년에 했었던 외국인 대상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고 소통 과정이 EBS의 정체성 중 어떠한 점과 특별히 유사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더 발전시킨 다국적 퀴즈쇼에 대해 꽤 구체적인 방향과 순서를 줄글로 적었습니다.
9. 최근 개인사 또는 국내외 사건 가운데 자신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사건은 무엇이며, 그를 통해 스스로 얻게 된 통찰에 대해 기술해 보십시오. * [1000자 이내]
[먹방, 그리고 몸매공포 사회 대한민국]
‘아프리카 TV 먹방을 대체 왜 볼까?’ 평범한 가정집에 푸짐한 음식 상차림. 한 진행자가 나와 엄청난 양을 먹기 시작합니다. ...
-> 석사과정 중 먹방을 보는 이유에 대한 연구를 하여 충격적인 결론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를 통해 언론학회 우수논문상을 받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시선에 얽매여 사는 사회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때 자소서가 PD라는 직업, EBS라는 곳, 요즘 매체에 대한 고민 등을 다 담았어야 해서 상당히 어려웠고 오래 걸렸습니다. 그냥 머릿속에서 대강 생각해서 얻어낸 답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모든 항목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해서 얻은 제 나름의 대답이니, 적당히 참고하시면 자소서뿐 아니라 전반적인 준비에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합격한 지 좀 지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아서요. (오히려 지망생 때가 더 똑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솔직히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직접적인 조언을 해드리는 게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제가 그런 훈계(?)를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제가 이러이러하게 해서 됐다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게 오만이라 생각하는 게 크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나는 이렇게 했다'고 말씀드리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후차 전형들 글도 방법론 없이 제가 한 것들 위주로만 적혀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잘것없던 나의 경험에 윤기를 칠하는 작업이 자소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상식은 모두 30문제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생각보다는 까다로웠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굵직한 이슈를 위주로 공부하되, 거기서 더 나아가 그 키워드들을 추가로 검색해 관련 내용을 찾아본다든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외 다른 작품을 묻는 문제 등) 아랑에 문제가 자세히 복기돼 있는데 저는 30문제 중 22문제 정도 맞힌 것 같습니다.
2교시 논술 및 작문
-논술: 20~30대를 소구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 기획안+온오프라인 콘텐츠 확산 전략
-작문: 24시간
2교시 때는 논술 문제를 보고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공영방송(KBS, EBS)을 집중적으로 준비했기에 방송논술을 팠고 어느 정도 자신도 붙은 상태였습니다. 공영방송식 논술에 투자한 시간이 전체 공부량의 50퍼센트도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16년에 K는 안 뜨고 E마저 난생 처음 논술의 탈을 쓴 '기획안'이 나온 것이죠 ㅜㅜ 사실 저는 기획안 스터디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 첫해에 두 달 정도 해본 적은 있고 어느 정도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결국 훈련보다도 아이디어 싸움이구나 싶어 작년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편 혼자 끼적여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설명한 뒤 재미있어 보이는지 물어보고 고치는 식으로 했습니다.
기획안 문제를 처음 받았을 때 좀 충격(!)이기는 했지만, 제 자신을 믿고 전에 써놓은 것을 거의 그대로 복기했습니다. 제가 쓴 것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직업&멘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BS가 추구하는 평생교육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직업교육이고, 또 최근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주제이기도 해서 그들을 겨냥한 콘텐츠를 구상했습니다. 무난한 주제지만 장치들을 이것저것 좀 재미있게 넣어보려고 했습니다. 온오프라인 확산 전략은 논술에서 썼던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 관련 논지를 일부 복기해서 썼습니다. 다행히 합격 문자를 받아 내용이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나보다 하고 안도했습니다.
작문의 경우도 전에 써둔 것을 우라까이했습니다. 사실 작문 스타일을 바꿔서 SF, 반전 이야기 등등으로 많이 썼는데, EBS는 차분한 에세이를 선호한다는 얘길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공부 첫해에 써뒀던 에세이를 끼워 맞췄습니다. 다만 작년 키워드는 잘 쓴 글이라면 에세이가 아닌 SF나 판타지여도 전혀 상관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BS도 예전과 달리 점점 교육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묻기보다는 재미와 트렌디함을 원한다고 느꼈습니다. 제 글도 부족하지만 원래 써둔 에세이에 키워드를 어떻게 끼워 맞췄는지 보여드려 보겠습니다. 아래 작문은 ‘스마트폰’을 주제로 쓴 글이었습니다.
내기의 공백
[1문단]
“리어왕의 둘째 딸 이름은 OO이 확실해.”
“아니야, ??이거든? 나하고 내기하자!”
어렸을 적 언니와 종종 내기를 했다. 어떤 주제든 자기 답이 맞다고 우길 때가 바로 승부의 순간이었다. 둘째 딸 이름을 알려면 다음 주 도서관에 가서 리어왕 책을 펼치는 수밖에 없었다. 내기는 즉 ‘공백’의 시간이었다. 언니와 나는 도서관에 가기 전 수없이 논쟁을 벌였다. ‘첫째가 방에서 나가고 리어왕이 그 이름을 불렀어’ 혹은 ‘황야에서 두 번째로 불린 이름이잖아’라며 서로 기억을 더듬어 항변했다. 한 주 뒤 도서관에서 책을 펼쳤을 때 ‘아!’하며 모든 고민이 풀렸다. 둘째 딸 ‘리건’ 때문에 일일 심부름꾼을 지내기도 했지만, 그때의 잔상이 오래 남아 이를 잊지 않게 해주었다.
[2문단]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내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의 내기를 시시하게 만든 건 스마트폰이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면 된다. (이하 스마트폰 때문에 공백이 사라져 내기를 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
[3문단]
언니와 나뿐만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점점 공백을 못견뎌한다. 스마트폰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알려고 애쓰는 과정을 필요 없게 만든다. (이하 공백이 줄어드는 만큼 내면의 깊이도 얕아지고 있다는 내용)
[4문단]
그러나 내기의 공백은 미련하지도, 뒤처지지도 않았다. 잠깐의 시간으로 평생의 기억을 얻었기 때문이다. (공백의 의미 서술. 중략) 새삼 그 공백의 미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진다. ‘언니, 스마트폰 내려놓고, 우리 다시 내기할까?’
여기서 공백에 24시간 키워드를 대입해 썼습니다. 서론에 이어서 ‘~ 바로 승부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기를 시작한 시간이 바로 일요일 오전이었다. 다음날 도서관이 열 때까지 남은 시간은 24시간. 내기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는 식으로 이어갔습니다. 이후에는 써둔 내용에 24시간이라는 말만 약간 섞어가며 거의 똑같이 복기했습니다. 이렇게 폭넓은 개념을 아우르는 작문을 써둔다면 어떤 키워드가 나와도 끼워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요새 타방송사들은 점점 기존 완성 글을 끼워 맞추기 어려운 형태로 문제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발력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는 작문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발상을 많이 쌓아두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에세이가 아니라 기상천외/반전을 강조한 SF스타일의 작문도 여러 편 썼습니다. 이럴 땐 통찰, 생각에 잠김 < 기발함, 스토리텔링)
2~3차 텀
합격자 발표가 나기까지 2주 정도의 텀이 있었는데요. 발표 후 바로 그 주에 시험이었기에 아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공부가 잘 안 돼서... 저는 기획안 3개 완성시키기 + EBS 모니터링하기 + 공부 안 될 때마다 인적성 풀기 이렇게 플랜을 짰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안 들고 머리가 꽉 막혀있을 때, 내가 불합격일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에 공부가 안 될 때 인적성 문제를 풀면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인적성은 해커스에서 나온 17대 대기업 인적성 문제집을 샀고 나름 도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인적성 비중이 크진 않은 것 같지만 아예 안 하는 건 뭔가 찜찜하니 이 정도 벼락치기는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주어진 50분 동안 스토리보드를 작성합니다. 1장당 그림칸+설명칸(+비고)이 5컷씩 있는 답안 작성지를 3장 나눠줍니다. 분량제한은 3장 이내라고 적혀있습니다. (즉 최대 15컷)
문제 (총 50분)
다음 키워드 중 8개를 포함하여 스토리보드를 작성하시오.
=키워드: 할아버지, 뚜앙, 아기, 손님, 동반자, 떡볶이, 동굴, 극장, 먼지, 의사 등등... (15개 넘게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ㅠ)
* 장르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무관.
* 그림칸에는 그림을 그리고 설명칸에는 설명을 써야 하나, 그림 대신 설명글로 대체해도 좋음.
시험관께서 키워드는 8개 넘게 포함시켜도 무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나중에 들어보니 8개 미만으로 포함한 건 실격 처리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 채점 기준이 써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기출에서는 '채점기준: 창의력, 구성, 영상 연출력'이라고 써 있었고 이번에도 유사하리라 생각하고 썼습니다.
제 것이 결코 '정답'은 아니겠으나, 스토리보드 복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저도 막막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정보 공유 차원에서 올려봅니다. 저는 예전에 썼던 작문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다른 해 합격자는 웹드라마를 썼다고도 하더라고요. 저와 함께 들어간 분들 중에 애니메이션은 없었던 걸로 보아 정말 다양하게들 쓰신 것 같았습니다. 주요 내용은 2016년 한창 이슈가 되었던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엮어서 각색했습니다. 그림은 만화컷처럼 그렸고 말풍선을 달아 대사도 썼습니다. 다양한 컷을 볼 줄 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풀샷, 클로즈업샷, 바스트샷 등 다양한 각을 잡아서 그렸습니다. 아래는 전문은 아니고 기억나는 대로 흐름만 간단하게, 글로만 복기했습니다.
제목: 눈썹이 없는 외계인
- 장르: 청소년,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
1컷: 어느 날 괴상한 우주선이 출몰했다. 수백 명의 외계인들이 떼 지어 내렸다. (외계인 이름: '나누미누' 외계인)
2컷: 그들은 얼핏 보면 지구인들과 비슷해 보였지만 단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눈썹'이 없었던 것이다.
3컷: 눈썹이 없는 외계인들은 자신들이 살던 별에 내전이 발생했다며,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나누미누 = '난민' 상징)
4컷: 다행히도 그들을 처음 발견한 주민들은 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을 찾는 이들은 다 귀중한 (1)손님 이라며, 먹을 것을 주고 극진히 대접했다.
5컷: 그러나 도시의 시장인 트럼프는 그들의 요구를 냉정하게 거절한다. 외계인들 같은 가난한 생명체는 (2)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컷: 그뿐 아니라 트럼프는 그들이 도시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탄압한다.
7컷: 추위를 피하려 (3)극장 에 들어갔던 외계인은 쫓겨나고 만다. 결국 그들은 도시 근처의 (4)동굴 에서 살게 된다.
8컷: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더미에서 (5)아기 를 끌어안은 채 쓰러져있는 (6)할아버지 를 발견한다. 이들은 모두 눈썹이 없었다.
9컷: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의사 는 둘 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영양실조. 동굴에서 굶주리다 배고파 도시로 내려왔던 것. 할아버지에게는 타박상도 발견되는데 먹을 것을 가져가려다 사람들에게 맞은 것으로 추정.
10컷: 이 사건 이후 충격 받은 도시인들이 모여 우리들이 변해야 한다고 한다.
11컷: 결국 이들은 중대한 결정을 한다. 자신들의 ‘눈썹’을 깎기로 한 것이다. 외계인과 구별할 수 없게 하기 위해.
12컷: 많은 사람들이 눈썹 자르기 운동에 동참하여 이 운동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트럼프조차 이를 막을 수 없었다.
13컷: 운동 이후 차별은 사라졌고, 외계인들도 마을에 정착해 함께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운동을 '눈썹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브렉시트(brows+exit)라고 불렀다. 브렉시트는 평화와 관용의 상징이 되었다.
14컷: (타임슬립처럼 현재 시점으로 화면 이동)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 ex) 6월 영국 EU 탈퇴 [이민자 나가!],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멕시코 장벽 세운다!]
15컷: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의 (8)동반자 입니다. 차별 없이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겪어보니 50분이 정말 짧은 시간이라, 이런 내용을 시험장에서 오롯이 다 창작하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쓰기보다 제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써둔 작문들 중에 스토리성이 강한 것들을 그림으로 미리 그려봤었습니다. 그래서 키워드가 여러 개여도 당황하지 않고 잘 끼워 맞춰서 쓸 수 있었습니다. 4교시 면접 때 면접관들께서 제 것을 펼칠 때 웃으셨던 걸 보면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들 각자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그려보시면 될 듯합니다.
[2,3교시] 인성·적성 검사
인성 검사는 200여 문제를 40분 만에 빠르게 예 아니오로 응답하는 거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진 않고 그냥 저의 성향을 묻는 것이다 보니 그리 부담은 없었습니다.
적성 검사는 처음 해봐서 생각보다 엄청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사무지각/공간지각/수리/언어/추리 등 영역이 한 8개 가까이 있고 면접관이 '지금부터 XX영역 풉니다 10분 줍니다 시작~' 하면 막 풉니다. 다 못 풀었어도 시간 지나면 '그만~ 다음쪽 넘기세요. 이제 OO영역 풉니다 15분 줍니다 시작~' 합니다. 그러면 또 허겁지겁 다음 영역 풀고 이런 식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ㅎㅎ 너무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은 아닌 것 같으니 굳이 더 자세히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적성 문제집 풀면서 문제 유형 정도 파악해보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독관님이 PD 선배님이셨는데 인적성은 별로 안 중요하다고 하셨고, 저도 별로 못 봤는데;; 붙은 걸로 보아 당락을 결정짓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인성검사는 정상범위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4교시] 실무역량평가
역량면접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교시에 썼던 스토리보드에 대한 질문 및 다른 질문들을 받습니다. 수험번호 순서대로 지원자 4명이 함께 들어가고 일찍 끝난 조는 조기 퇴실할 수 있었습니다. 채점관은 다섯 분이었고, 총 20분 정도 진행됩니다.
면접 질문
-자신의 스토리보드를 1분 내로 요약해 설명하라.(영상내용/타깃시청층 포함)
-자신의 스토리보드의 독창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아하는 EBS 프로그램 하나씩 말해보라(다큐프라임이라면 어떤 편인가) + 개선점 무엇인가.
-EBS 시청률 제고 방안
-자신의 장점 하나씩 말해보라. +좀 재미있게 신선하게 내가 왜 EBS에 꼭 필요한 인재인지 어필해보라.
면접은 크게 압박은 아니었고 모두에게 개인질문 없이 공통질문만 했습니다. 자소서는 아예 안 갖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돌아가면서 답변하는데 서두에 핵심을 말하고 창의적인 답변을 하려고 했습니다. 많이 떨리긴 했지만 면접관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은 잘 어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 후에는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하며 자꾸 그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고 붙을 수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4차 최종면접
3차 발표 나기 전까지 잠깐 여행도 다녀오며 마음을 정화했습니다. 그러다 발표 나고 나서는 예상질문 뽑기-답변 고치기-연습하기를 무한 반복했습니다. 이때 저는 목이 쉴 정도로 수십 번 소리 내어 연습하고 시뮬레이션을 대여섯 개로 돌려보고 농담 던지는 흐름까지도 외워 가는데, 그렇게 해야 현장에서 외운 티 안 나고 자연스럽게 면접 주도권을 쥘 수 있었습니다(제가 별로 순발력이 없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면접 스터디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가족/지인 앞에서 연습하고 영상을 한 번 찍어달라고 해서 표정이나 손짓을 교정하는 정도로 했습니다. 다만 아예 낯선 사람 앞에서 연습해보는 경험이 괜찮을 것 같다고는 생각합니다.
최종면접에는 총 12명이 올라갔고 총 4명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5대1 면접이었고 1인당 10분 정도씩 소요됐습니다. 저는 ‘당당+겸손+천천히+옆집아저씨(편안하게 하자는 취지)’ 주문을 걸고 들어갔습니다.
<면접 질문>
-1분 내로 자기소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과 영화 하나씩 말해보라.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
-어려운 일을 창의적으로 극복했던 경우.
-(개인질문)자소서에 바둑 활동 나오는데 바둑 몇 급?
-(개인질문)악기 활동 많이 했던데 기량은?
-(개인질문)어떻게 이렇게 많은 걸 다 했나. 동력이 뭔가?
-(개인질문)TV에 출연했던데 출연 후 PD지망생으로서 깨달은 점.
-(개인질문)기자할 때 받았던 특종상들 중 하나 경위 설명.
-(연계질문)그 기사를 PD로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본다면 어떻게 만들겠는가?
-(연계질문) 그 프로그램이 EBS 가치에 위배된다고 위에서 만들지 말라고 하면 안 만들겠나? (압박질문으로 몇 번 되물으심)
사실 저는 기자/이전 직장 그만둔 경위를 물어보실 거라 생각하고 이 부분을 가장 열심히 준비했는데, 의외로 그런 질문을 하나도 받지 않았습니다. 자소서에서부터 그 경험이 좋은 PD가 되기 위한 큰 흐름 안에 있었다는 걸 전하고 싶었는데 이게 통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자소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랬지만 직업/직장 바꾸는 분들은 왜 바꾸는지에 대해 아주 확실한 답변을 준비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면접 질문은 대체로 예상한 범위에서 나왔고 반응도 괜찮았어서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최종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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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치른 공채전형 후기입니다. 공부 방법 같은 건 개인마다 편차가 너무 커서 정말 정답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공영방송 언시계의 오래된 정석(?)대로 공부한 스타일인데 요새는 점점 그런 정석 공부가 잘 안 먹히는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추 드리기는 어렵지만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어 간단히만 적어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의 공부 방법]
- 신문스터디 = 월수금 오전 친구와 둘이서 조선/경향 1~2일치씩 브리핑. 상식키워드를 주마다 신문별로 10개씩 뽑아 주초 상식시험.
- 시사상식 = 네이버 상식in 매주 정리&시험. KBS뉴스9 키워드 정리. 공채 직전에는 박문각 시사상식 최근 2-3권 훑음.
- 일반상식 = 기자 준비할 때 SPA일반상식 3번 돌렸고 PD 다시 준비할 때는 안 함. 상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나 효율성이 좀 떨어지므로 시간 많을 때만 추천.
- 방송학 = 방송학개론, 신문과방송, 공영방송 vol. 책시리즈, 계간 방송과문화, 매스커뮤니케이션이론, 방송작가, KBS사보, PD저널 등에서 키워드 취합
- 논술 = KBS/EBS형 예상 논술문제 뽑아보고 퇴고 2~4번 거쳐 완성본 만듦. 각종 책/논문 많이 읽고 글감 모음. (제일 열심히 한 부분인데 K는 안 뜨고 E는 기획안 나와서 써먹어 보지도 못했네요...)
- 작문 = 키워드를 무난한 걸로 잡고 깊은 통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에세이 완성본 만듦, 아예 기상천외한 SF, 반전이 있는 글 써두기. 문장력 좋고 기승전결 뚜렷한 에세이, 단편소설 많이 읽음.
- 기획안 = 감 잡기 전에는 스터디. 이후엔 혼자 써보고 주변 (언시생 아닌) 친구들/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재미있는지 물어보고 수정.
- 모니터링 = 스터디원 모두가 다 봐야하는 공통 2편, 각자 보고 싶은 방송을 보고 소개하는 1편씩을 정함. 공통 2편은 매번 정리 담당을 두고 구성, 장단점, 개선점 등을 함께 논의. 개인 1편씩은 국내&해외로 나눠 각자 정리해오는 식. 창의적 기획력 기르기, 회사의 방향성 이해하기, 방송논술식 글감 확보하기에 도움.
제 동기들만 해도 공부 방법이 달라 보여서 뭐가 맞다고 말씀드리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같은 PD직군이라도 회사나 분야에 따라 선호하는 인재상이 너무 다르고 공부 방법도 다른데, 일단 분야 가리지 않고 모든 전형과정에 최선을 다해보면 자기 스타일을 점점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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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마치며
저는 제가 과연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간을 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슨 근자감인지 모르나 그냥 당연히 PD가 되기는 되는데 언제 되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3년 안에 안 된다면 제 적성이 아니라 판단하고 깔끔하게 접으려고 했습니다. 목표가 분명했고 매우 현실적인 플랜 B도 세워둔 채 준비했기에 사실 저는 언시 기간에 정말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언시가 공부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공부에 감을 잡고 나면 저는 후천적 노력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보시다시피 첫 기자시험에서 최종합격하는 '운'을 이미 경험한 적 있습니다. 그래서 PD를 다시 준비할 때는 '노력하면 된다'는 걸 더욱 꼭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을 쓰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늘 트렌드와 사회에 촉을 곤두세우고, 기자 준비생처럼 시사 공부에 너무 빠지지는 마시고, 놀기만 하고선 공부라 착각하지 마시고, 보고 들은 것에 대한 느낌과 자취를 어떤 방식으로든 남기시길 바랍니다.
현재 조연출 나부랭이라 답글은 일일이 달아드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양해말씀 드립니다. 좋은 분들께서 오셔서 이곳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같은 공채가뭄에도 지치지 말고 끝까지 달려 좋은 결과 얻으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답글 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적어주셨지만, 작문에 대한 감을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질문 남깁니다. 혹시 작문 준비하시면서 읽으셨던 것 중에 에세이나 단편소설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다면 여쭤봐도 될까요?ㅠㅠ
답이 너무 늦었네요ㅜ 사실 특정 책이 딱 도움됐다! 하는 건 없었어서 추천 드리기가 조금 어렵네요. 스토리력을 키우려고 할 때는 최대한 짧은 단편소설 찾아 가리지 않고 보면서 기승전결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그 단락은 어떤 단어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일일이 분석하면서 읽었습니다. 기승전결 서사구조에 대한 기초책 같은 것도 여러 권 읽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는 한터 김창석 강의의 합격자 글 모음집도 구해서 봤었구요, 이어령 글이나 신문 칼럼 같은 것 등도 도움 됐습니다. 어떤 식으로 글을 확장시켜 나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었어요. 아주 잘 쓴 글을 찾기가 힘들어서 많은 글을 보고 장점을 취합하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첫댓글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 잘읽었습니다! 자세하고 현실적이라서 큰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소중한 후기들이 아랑의 보석인 것 같습니다. 보석이 되어주신 현직피디님 감사하고 화이팅하십쇼! ㅎㅎ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답글 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적어주셨지만, 작문에 대한 감을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질문 남깁니다. 혹시 작문 준비하시면서 읽으셨던 것 중에 에세이나 단편소설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다면 여쭤봐도 될까요?ㅠㅠ
답이 너무 늦었네요ㅜ 사실 특정 책이 딱 도움됐다! 하는 건 없었어서 추천 드리기가 조금 어렵네요. 스토리력을 키우려고 할 때는 최대한 짧은 단편소설 찾아 가리지 않고 보면서 기승전결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그 단락은 어떤 단어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일일이 분석하면서 읽었습니다. 기승전결 서사구조에 대한 기초책 같은 것도 여러 권 읽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는 한터 김창석 강의의 합격자 글 모음집도 구해서 봤었구요, 이어령 글이나 신문 칼럼 같은 것 등도 도움 됐습니다. 어떤 식으로 글을 확장시켜 나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었어요. 아주 잘 쓴 글을 찾기가 힘들어서 많은 글을 보고 장점을 취합하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아뇨 그건 아니에요 ㅎㅎ 나중에 프로그램으로 나올 수 있다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이 후기는 앞으로 EBS 공채가 뜰 때마다 핫한 글이 되겠네요ㅎ
잘 읽었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
후기 감사합니다!!!!!!!!
정말 정성스러운 후기네요. 서류내고 헛헛한 마음에 찾아봤는데 큰 도움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브렉시트 이야기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ㅠㅠ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하며 pd의 꿈을 키울게요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EBS] 정말 감사합니다. 브렉시트 이야기 대단하네요 ㅠ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19년에도 큰 도움이 되고 계십니다!
EBS2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