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돌 / 고성환 입향조 산소에서 뿌리를 읽는다 예서로 나를 얽어 한 두릅에 묶는다 혈관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기우ㄴ 검은 돌에 아로새긴 사연들이 돋아나고 그 줄기에 줄기가 그림으로 펼쳐진다 이 봄에 또 잎을 틔워 바삐 버는 가지들
힘든 삶을 받쳐주는 디딤돌이 되었다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이정표가 되어주고 가무ㅅ 사라져가는 기억들도 살려준다 단단한 돌에도 생명이 있다는 걸 그로부터 이 한 몸 여기까지 왔다는 걸 비둘기 구구구 대는 산속에서 읽었다
| 봄을 캐다 / 이민숙
봄보다 저 먼저 들판에 나가서 한나절 지도록 캐오는 봄 한 바가지
계절을 건너건너 온 흙 묻은 봄 한 자락 탱탱한 뿌리가 풀어놓은 냉이 맛 희고 달고 상큼하고 속까지 시원하다
쥔 것을 풀어 젖히는 그 향기가 가득하다 내 삶의 뿌리도 월동을 저며서 이 봄에 누군가 그리 맛을 볼 것이면 이 한 생 비바람 천둥 기꺼이 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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