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렌들리는 렌돌스를 흘깃 쳐다본 뒤 서둘러 막사를 빠져
나왔다. 캔들키프의 목표물이었던 펍에서 살아남으리라고
생각진 않지만 정말 운이 좋아서 라자르와 노인이 살아있
다고 한다면 또 한번 피의 잔치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버서커 그 고대의 정령 중 하나인 그들은 자
신이 정한 숙주에게 힘을 주고 자신들은 숙주에 의해서 죽어
가는 피조물들을 바라보는 것을 원한다. 뱀이 한번 먹이를
먹으면 몇 달 몇 년 동안 먹지를 않아도 되는 것처럼 이
들도 한번 피를 보면 몇 달 몇 년 동안 보지 않아도 되지만
숙주에게 위험이 닥쳤을 때는 무조건 적으로 힘을 주기
때문에 만약 라자르와 노인이 살아있으면 다시 버서커로
변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바처럼 되지는 않았다. 왼쪽 팔이
잘려나간 라자르가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멀찌감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그의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시 피의 잔치가 시작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
었다.
"네놈! 네놈 때문이야! 네놈이 괴물로 변하지만 않았어도
그자가 마을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야. 모든 건 다 네놈
때문이야! 딸년이 죽은 것도.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것도."
렌돌스는 후렌들리를 뒤쫓아 막사로 나가자마자 라자르의
고함소리를 정확히 들었다. 그는 속으로 「빙고!-」하면서
주위에 있던 프리스트들에게 명령했다.
"메라의 프리스트들이여! 신을 경멸한 이자에게 신의 위대
함을 보여주도록 합시다! 불꽃의 진을 치도록!"
렌돌스의 명령이 끝나자 프리스트들은 일제히 몸을 날려
자신의 위치에 섰다. 그리곤 자신들의 성물인 디바인 마크를
꺼내려고 할 때 갑작스럽게 어디선가 붉은 색 톤의 기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후렌들리가 버서커로 변화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그녀석이다! 그녀석이 살아있어! 크할할 역시 난 실수는
하지 않아! 아니 내 마법이 실패했다는 뜻인가? 크할할 아
무렴 어때 그녀석이 살아 있으니까! 흐흐흐 그녀석이 살아
있으면 된 거야! 움홧홧홧 다시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아니 내가 미쳤나? 다시 외치자. 다시 세상을 미치게
만들 수 있어! 크할할할"
다음 마을로 날아가던 캔들키프가 후렌들리의 기운을 느
끼고는 앞 뒤 안 맞는 이야기를 하며 다시 그 마을로 행로를
변경했다. 그가 날아간 자리엔 따사로운 햇살만 비추고 있
었다.
@
"크윽"
후렌들리의 검이 정확히 한 프리스트의 복부를 뚫었다. 하
지만 이미 버서커로 변한 후렌들리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검을 위로 쳐 올렸고 프리스트의 몸은 복부에서부터 대각
선으로 혈선이 그려지며 쓰러져버렸다.
「크르르-」
"이.. 이 녀석! 메라님의 힘을 느껴라 디바인 파워!"
한 프리스트가 디바인 마크를 후렌들리의 몸 쪽으로 겨냥
하며 디바인 파워를 외치자 디바인 마크에선 갑작스런 폭
발이 일어나며 한줄기의 불꽃이 정확히 후렌들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후렌들리는 자신의 등 쪽에 뜨거운 기
운을 느껴 옆으로 몸을 날렸고 불꽃은 목표물을 놓치곤 후
렌들리의 검에 쓰러져버렸던 프리스트를 강타해버렸다. 그
광경에 주위에 있던 프리스트들은 분노를 토해냈고 다시금
저마다 디바인 마크를 후렌들리 쪽으로 겨냥하며 외쳤다.
"메라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디바인 파워!"
20여 개의 디바인 마크에서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나며 불
꽃의 줄기가 뻗어나갔다. 뻗어나가던 불꽃들이 한 방향으로
모이더니 갑작스런 대 폭발이 일어났다. 순간 막사에서 얼
굴만 내밀고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선 「아-」하며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고 프리스트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프리스트들의 입고리는 동시에 스르륵 올
라가기 시작했다. 누구도 자신들이 실패하였다고 생각지 않
았고 드디어 불꽃이 폭발했던 곳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벌
어지기 시작했다.
땅이 갈라지고 한 갈래의 불줄기가 치솟아 오르더니 이내
검의 형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바로 불의 신 메라의 검
이자 이성을 가지고 있다던 전설의 검 메릭스소드가 깨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스트들은 저마다 성공에 기뻐하며
함성을 질렀고 자신의 동료를 죽인 저자를 포박할 것을
원했다. 메릭스소드의 본연의 모습이 땅속에서 땅위로 모습을
보였다. 블래이드(Blade : 검날)은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고
힐트(hilt : 손잡이)는 불꽃의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메릭
스소드의 본연의 모습이었다. 과연 이세상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생겼고 그 모습에 막사에서 조심히 구경하고 있던
환자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메릭스소드는 블래이드 포인트(Blade point : 검날의 끝
부분)을 위로하고 키용(kiyong : 가드, 손잡이와 검날 중심에
위치한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에서 갑작스럽게 하나의
눈을 떴다. 그 눈은 이리저리 굴리며 살폈고 이윽고 검이
떨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메라의 종들아. 너희가 원하는 것. 받아드리겠다.」
메릭스소드의 중후한 음성에 프리스트들은 일제히 메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작스럽게 자신을
잊었냐는 듯이 후렌들리의 검이 한 프리스트의 목을 쳐 내
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아무런 대처도 못한 프리스트는 몸과
목이 나뉘어 쓰러져 버리고 그 후에도 두 명이 후렌들리의
공격에 메라의 곁으로 떠났다. 메릭스소드는 굉장한 굉음을
울리며 곧바로 후렌들리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굉장히 빠른
스피드로 날아오는 메릭스소드를 후렌들리는 굉장히 강한
힘으로 검을 들어 밑으로 쳐 내렸다. 메릭스소드는 후렌들
리의 정확한 타이밍에 블래이드가 땅속으로 쳐 박혔고 그
것을 확인한 후렌들리는 다시금 프리스트들에게로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버서커여. 메라의 종은 곧 나의 종이다. 나의 종들을 상
하지 말라.」
메릭스소드가 땅속에서 튀어나오며 말을 했지만 후렌들리는
듣는 척도 인하고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메릭스소드는
다시 한번 빠른 스피드로 후렌들리를 따라잡고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후렌들리는 메릭스소드가 앞을 막자 그때서야
간단한 대답을 했다.
「피.를.원.해.크르르-」
고대의 정령 버서커들은 피를 보기 위해 숙주를 삼아 그
곳으로 들어간다. 그 때문에 피를 몸 속에 가지고 있지 않는
메릭스소드는 후렌들리에게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
황이었다. 후렌들리의 말뜻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은 프리
스트들은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메릭스소드와의 결투에 정신을 잃은 후렌들리를 기대했
건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원했는데.. 이래선 저 사람들 때문에 메라님의
힘을 더 이상 사용하지도 못하잖아!"
불의 신 메라의 힘은 불에 근거해 있어서 만약 이들이 이
곳에서 후렌들리를 잡기 위해 자신들의 신력을 쏟아 붓는
다면 근처에 있는 부상자들은 다시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후렌들리는 메릭스소드를 무시한 체
계속해서 자신들을 공격하니 자신들이 저들을 대피시킬
수가 없었다.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프리스트들에게 렌돌
스가 소리쳤다.
"이 정도 피해는 감안하도록 하죠. 저자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욱더 피해만 늘 뿐입니다. 그걸 쓰도록 합시다."
"찾았다∼귀여운 것∼"
렌돌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늙은이의 사랑스
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제히 머리를 쳐들어 그곳을 쳐
다봤고 그곳에는 마을을 단시간에 파괴해버렸던 미치광이
마법사 캔들키프가 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