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내에 내걸려 있는 ‘지화자 통제영’이란 깃발이 통영은 어떤 곳이란 것을 짐작케 한다.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이순신 장군이 집무를 하던 고을, 통영(統營). 볼일이 있어 첫째 날 참석 못 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침에 한병호 선생님과 함께 6시10분경에 출발하여 함양휴게소를 거쳐 3시간을 달려 그리고 충무교를 건너 2013 여름시낭송학교가 있는 ‘청소년수련관’에 도착.
예년과 같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카가 반겨주고 있고 신나는 곳에 온 듯 잠시 들뜬 동심(童心)을 갖게 하였습니다. 올해는 재능시낭송협회 2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고 그 현장에 와 있다는 것이 자못 더욱 뜻 깊은 마음이다. 등록접수하는 곳에서 숙소 열쇠를 받아 방에 여장을 풀고 강의장으로 향했다.
둘쨋 날 유자효 시인의 아침 첫 강의. 시(詩)문학의 역사, 시낭송의 가치, 시낭송 교육과 현 주소를 말씀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성경에 가장 많은 시의 작가는 ‘다윗’. 예수도 당시 구약성서에 통달한 대단한 지식인이자 시인이었다. 시(詩)의 보고 라 할 수 있는 석가모니 ‘붓다’ 말씀의 총화는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비롯한 다양한 불교경전(佛經), 송광사의 이른 저녁 무렵 예불에서 승려들의 공양염불 소리는 장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동의 선지자 마호메트의 말씀을 담아놓은 코란도 모두 시의 언어이며, 한편, 최초의 시집을 낸 저자는, 명시를 간추려 시경(詩經)을 펴낸 공자(孔子). 공자는 ‘시삼백 사무사, 詩三百 思無邪 ’라고 했다 합니다. 시 이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말씀.
시를 유치원때 부터 배우기 시작하여 읽기, 쓰기, 문법, 시 등 교육과목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어교육에서 시(詩)는 독립된 교과목이고, 초등학교에 시 100편을 외우게 하고 이것이 평생교양이 된다는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의 소개와 이러한 요인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가장 많이 배출되었고,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라는 걸작이 탄생되었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아울러 여름시낭송학교가 바로 프랑스 시교육활동과 많이 닮아있다는 말씀과 우리나라에서도 시교육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
1967년 제1회 시인만세를 통해 시낭송의 사회적 활동이 시작되었고, 1986년, 1987년 2,3회의 시인만세 행사를 치러냈고, 이를 김성우 고문께서 일구어 내셨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1989년 프랑스에서 귀국 후 서정주, 박재삼 시인과의 만남의 기억, 재능시낭송협회는 시낭송의 본령이며 진원지임을 명백히 하여 주셨습니다.
시낭송을 잘 하기 위해서는 1) 듣기 편안해야 하고 2) 정확하게 낭송하여 전달은 분명해야. 정확히 낭송하는 것에 풍부한 감정을 실어야 한다. 성우와 아나운서의 시낭송을 많이 들어볼것과 북한 TV뉴스같이 너무 신파조, 다시 말해면 촌스럽게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시낭송의 본령을 지키고 수준을 높이는 원조 시낭송 단체로서 위상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씀과 올해는 ‘협회 20주년으로 청년기를 지나고 있고 앞으로 20년에는 더욱 무궁한 발전해 나갑시다’라는 말씀으로 강의를 맺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성수요일의 저녁’ 이라는 시를 넉넉하고 천하가 진동할 듯 한 음성으로 멋있게 낭송해 주셨습니다.
오전 두 번째 범효춘 아나운서의 강의. ‘시낭송의 발성과 발음’에 대하여. 소리는 공기가 성대에 마찰이 되면서 나게 되는데, 바이올린이 현, 활과 함께 공명판, 공명기능으로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이 인체도 입안의 비강(코), 구강(입), 인두강(목구멍)을 잘 알고 활용하여 소리를 내야한다. 발음연습 몇가지. 음~~(허밍), 이~~(구강 앞), 애~~아~~하~~(점점 목구멍 안으로), 아~~아~~하~~아↓(가슴이 떨리게 좀 더 내려와서 배까지). 자신의 발성은 공명은 코, 입안, 목뒤, 가슴 어디에서 오는가.
1989년에 제정된 ‘한국어 표준어 발음’(7장 30항)에 근거하여 헤깔리기 쉬운 발음, 장단음, 받침의 발음, 된소리 발음 등에 대하여. ex) 효과→효과(○), 효꽈(○), 성과→성과(×), 성꽈(○)등.
아울러 자신의 스키마(지식, 경험 등) 요량을 키워야 한다. 스키마와 텍스트가 상호교류가 잘 되었을 때 좋은 발성을 할 수 있다, 큰 한숨과 깊은 숨은 방송 전 훨씬 안정되게 하였고, 복식호흡을 통해 발성을 크고 고르게 하고, 커피와 차는 걸리기(장애) 때문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좋다. 사실 아나운서 시험에서는 목소리 보다 필기시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말씀과 아울러 노력이 발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말씀의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점심 전에, 단체사진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따가운 8월의 햇빛이 눈부신 가운데 모두 밝은 표정으로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파랑 블루베리 열매가 열린 나무 아래에서. 힘찬 함성도 외치며, ‘재능시낭송협회 20주년을 축하하며, 파이팅!!’ ^^
점심 식사를 한 후, 100여명이 넘는 신청자로 예심과 본심을 나누어 시낭송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 한분한분 정성으로 준비한 의상이며, 낭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저도 참가해서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보느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잠시 다음날 강의가 있으신 이숙자 시낭송가님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정일근, 신달자, 유자효 시인과 강병혜 중앙회 회장께서 분주히 심사 해주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최종 본선에는 16분이 선발되었고, 우리 전북지회에서는 정천모, 송인숙님께서 본선에 오르셨고 짐짓 우수상 이상도 기대 했었지만 아쉽게도 장려상 수상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만.
시낭송대회의 긴장을 뒤로하고, 케이블 카를 타고 미륵산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항상 멀리서만 바라보다 올해는 직접 오르게 되는 행운을 맛보았습니다. 숲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허공을 케이블 카를 타고 지나서 미륵산에 도착하여 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묘소 전망쉼터가 있는 전망대 부근에서 한려수도의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득한 잃어버린, 동경했던 꿈을 되찾은 듯 참 시원하고 온 세상이 환희 트인 감격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천모 선생님께서 사주신 맛있는 아이스 바 한입 물고 하산.
저녁 식사 후, 협회 20주년을 위해 특별히 꾸며졌던 대망의 시극경연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전북에서도 전문 연출가의 지도도 받으면서 지난 몇 주간 열심히 준비해왔던 터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습니다. ‘해’(박두진), ‘나그네’(박목월), ‘승무’(조지훈) 등 청록파 시인의 시를 중심으로 자연과 더불어 힘찬 기상과 초연한 삶의 모습을 시극으로 꾸며주신 대전, 충북지회. 아버지, 어머니의 시를 소재로 부모의 한량없는 자식의 사랑을 이야기 해주신 경북, 부산, 강원지회. 제주바다, 남도바다, 울산고래와 바다등 ‘바다’를 소재로 무대를 꾸며주신 제주, 전남, 울산지회. 이근배 시인의 ‘한강은 솟아 오른다’, 김현승 시인의 시를 소재로 시극을 올려주신 중앙회, 광주지회. ‘담쟁이’(도종환), ‘거울’(이상)과 ‘꽃밭의 독백’(서정주), 착한 소(오세영)과 낙타(신경림)의 시를 소재로 시극을 꾸며 주신 대구, 경북, 전북지회. 일요일 한 여름 깊어가는 밤을 아름답게 수(繡) 놓았습니다. 눈물, 감동, 환희가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이근배 시인의 심사평에서, 창의적이고, 완벽했고, 개벽하는 듯 눈물과 감동으로 시극을 잘 감상하였다. 하이데거의 ‘시는 예술의 정상’이라는 말씀과 시는 모든 것을 내포할 수 있다는 시에 대한 소견을 피력해 주셨습니다. 심사결과는 최우수상에는 울산지회, 우수상 중앙회, 전북지회, 장려상 광주, 제주, 전남지회 수상. 우리 전북지회가 협회 20주년 시극에서 우수상을 거머쥐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수련관 오두막에 모여 모두 우수상 수상을 자축하며 감격을 나누기도 하고 숨가프게 달려온 시간을 멈추고 잠시 차분히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허형만 시인도 함께 해 주셨고, 전북 유미숙 지회장님, 시극 유명희 단장님, 시극 주연단원 정일모 선생님등 전북회원여러분과 중앙회 기타 연주가님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통영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며 이젠 ‘시낭송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정천모 선생님께서 시낭송 대회 입상기념으로 통영 앞바다에서 한 턱 내주신 전어회에 소주 한잔으로 2박 3일간을 회상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고독의 보호자가 시인뿐만 아니라 시낭송가도 고독과 상처의 보호자"다는 신달자 시인의 강의 내용, "시는 향기, 시낭송은 울림, 시극은 행복"이라는 유명희 선생님의 멋진 말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서
길동무 되어서
- ‘낙타’ 中에서, 신경림 -
20주년 통영 여름시낭송학교가 또 한번의 그립고 아쉽고 뜨거웠던 열정의 추억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詩三百 思無邪’. 시(詩)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서로 ‘길동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화자 통영, 지화자 재능시낭송협회, 지화자 여름시낭송학교’ *^^*
첫댓글 아구..신동주 선생님..후기 잘 봤습니다..고생하셨네요..장문 올리시느라..
덕분에 생생한 현장을 보는 듯^^
첫째날 셋째날 강의내용은 아쉽지만 실지를 못했습니다 ... 그나마 조금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
ㅎ 역시 신동님의 후기는 통영시낭송 학교 상황을 진솔함과 정확한 핵심을 짚어가며 잘 쓰셨습니다.
모든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재능 행사가 마무리 된 느낌입니다.
글쎄요 ... ^^ 워낙 속필로 기록해 놔서 제대로 썻는지 송구스럽습니다. 말씀처럼 진솔하게 쓰기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알아주시길 ... *^^*
어설프게 시작한 내 속의 야생동물 시극 연습
암기가 되면서 감정을 살려보려 했으나
잘되지 않아 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때 마다 유천명 선생님이 달래고 채찍질 하고
강온 양면으로 시극을 연출했다
내 속의 야생동물들이
선량한 이웃의 심장을 물어뜯기도 하지만
나를 생생히 오래 버티게 하는 힘 이기도 해서
나의 주식으로 한마리씩 잡아먹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상 받아서 좋다^^
첫날은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
둘째날은 통영(삼도수군통제영)의 바닷가에서
전어 한 젓가락에 소맥 한잔으로
달과 별과 바람
그리고 바다를 옆에 끼고 밤새 마셨다
시극에 흠뻑 몰입하게 만들만큼 열정적인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 앵콜, 브라보 ~~
대단하시네요!
'낙타'라는 시가 귓가에 아직도 쟁쟁하게 울리는 듯 합니다 ... *^^* "낙타를 타고 가리라 ... 가장 가엾은 사람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