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PNC파크에서 흔들린다고 했나 (미안) ⓒ gettyimages/멀티비츠 |
[ALDS 프리뷰] 에인절스, 최다승 팀 위력 보일까
[ALDS 프리뷰] 디트로이트 선발 vs 볼티모어 불펜
샌프란시스코(1승) 8-0 피츠버그(1패)
W: 매디슨 범가너(1-0 0.00) L: 에딘손 볼케스(0-1 9.00)
8월 이후 리그 4위(피츠버그)와 리그 5위(샌프란시스코)의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선발 볼케스와 범가너는 1회를 3자범퇴로 넘겼다. 소화한 투구 수도 사이좋게 8개. 타자들이 첫 출루를 이룬 것은 2회였다. 두 팀 모두 선두타자들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더 기회가 좋았던 쪽은 샌프란시스코였다. 1사 후 벨트가 볼넷으로 걸어나가 득점권까지 주자를 보냈다. 하지만 크로포드의 잘맞은 타구가 우익수 스나이더의 정면으로 날아갔고, 이시카와는 볼케스의 체인지업을 참지 못했다. 범가너는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후 후속 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는 모습. 이 과정에서 산체스의 뜬공 때 2루수 패닉과 우익수 펜스가 가볍게 충돌했다. 범가너가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 달리 볼케스는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 상황을 조성했다. 그리고 4회초에 결국 사달이 났다. 첫 세 타자를 안타-안타-볼넷으로 출루시킨 볼케스는 첫 타석에서 위험한 타구를 맞았던 크로포드와 만났다. 초구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벗어났지만, 이후 두 개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3구 파울)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 제구가 들쑥날쑥 했던 커브가 문제였다. 크로포드는 몸쪽 높은 곳으로 오는 커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고, 이 타구는 그대로 우측담장을 넘어갔다(4-0). 불의의 일격을 당한 PNC파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만루홈런을 내줬지만, 볼케스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나머지 세 타자를 안전하게 돌려세웠고, 중심타선을 상대한 5회에도 주자를 모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피츠버그 타선이 범가너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물러났다. 범가너가 5회까지 허용한 출루는 2회 마틴의 안타와 4회 매커친의 볼넷이 전부. 피츠버그 타선은 삼진만 7개를 헌납했고, 범가너의 투구 수만 절약하게 만들어줬다(62구). 마운드에서 범가너가 든든하게 버텨주자 샌프란시스코는 굳히기에 들어갔다. 6회 선두타자 볼넷을 고른 펜스는, 바뀐투수 윌슨의 폭투와 벨트의 적시타로 5번째 득점을 기록했다(5-0).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은 7회초. 패닉과 포지의 안타, 산도발의 볼넷으로 오늘 경기 두 번째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펜스는 2루땅볼로 물러났지만, 벨트가 6회에 이어 7회에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7-0). 샌프란시스코는 8회초에도 포지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피츠버그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피츠버그는 8회말 범가너를 상대로 오늘 경기 처음 주자 두 명을 모았지만(실책-내야안타), 머서와 매커친이 삼진-땅볼로 물러났다. 범가너는 9회에도 등판. 2010년 팀 린스컴 이후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따낸 첫 샌프란시스코 투수가 됐다. 무기력하게 패한 피츠버그는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미소를 짓는 데 실패. 아쉽게도 포스트시즌 축제를 시작과 동시에 끝맺었다.
[mlb.com 영상] 범가너(업데이트 예정) / 크로포드 / 벨트 1 / 벨트 2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것은 1971년 챔피언십시리즈 단 한 번. 당시 피츠버그에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윌리 스타젤, 샌프란시스코는 윌리 메이스와 윌리 매코비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시리즈의 승자는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는 1차전을 패했지만, 이후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해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타율 .438 4홈런 6타점을 기록한 밥 로버슨이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피츠버그는 볼티모어와 격돌했다. 1971년 월드시리즈는 7차전까지 갈 만큼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었다. 볼티모어는 6차전 연장 10회 승부 끝에 피츠버그를 꺾고 시리즈 동률을 만들었지만, 7차전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스티브 블래스에 가로막혔다(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의 그 선수). 시리즈 MVP는 7차전 선제 솔로홈런을 날린 클레멘테가 선정됐다.
1971년 NLCS 두 팀의 맞대결
1차전 : 피츠버그 4-5 샌프란시스코
2차전 : 피츠버그 9-4 샌프란시스코
3차전 : 피츠버그 2-1 샌프란시스코
4차전 : 피츠버그 9-0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지면 탈락인 포스트시즌 '일리미네이션 경기'에서 대단히 강했던 팀. 2012년 디비전시리즈부터 벼랑 끝에 놓이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신시내티에게 먼저 두 경기를 내줬지만,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해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2차전 승리 후 두 경기를 패해 1승3패로 몰렸다. 하지만 남은 세 경기를 내리 승리하면서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디트로이트에게 4연패 수모를 안겼다. 당시 팀의 일원이었던 헌터 펜스는 이같은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새로운 시즌이고, 새로운 팀을 만났다. 이러한 과거는 분명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오늘도 승리. 어제 지역 라이벌 오클랜드와 달리 일리미네이션 강세를 이어갔다(오클랜드는 이 경기 7연패). 또한 팀 신기록에 해당하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8연승을 질주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일리미네이션 최근 7경기
2012(DS 3) 샌프란시스코 2-1 신시내티
2012(DS 4) 샌프란시스코 8-3 신시내티
2012(DS 5) 샌프란시스코 6-4 신시내티
2012(CS 5) 샌프란시스코 5-0 세인트루이스
2012(CS 6) 샌프란시스코 6-1 세인트루이스
2012(CS 7) 샌프란시스코 9-0 세인트루이스
2014(WC 1) 샌프란시스코 7-0 피츠버그
*오늘 9이닝 10K 완봉승(4안타 1볼넷)이라는 무자비한 승리(109구)를 거둔 범가너는 소위 말해 '애늙은이' 같은 선수. 데뷔 시즌인 2010년에 이미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나와 2승을 따낸 경력이 있다. 애틀랜타를 상대한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6이닝 2실점 승리투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으로 텍사스 타선을 봉쇄했다. 당시 범가너의 나이는 21세91일로, 월드시리즈 역대 승리투수 중 네 번째 최연소였다(좌완 최연소). 당시 맷 케인은 신인 범가너에게 "긴장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범가너는 망설임 없이 "전혀" 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범가너는 2년 후 월드시리즈에서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큰 무대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늘도 악명 높은 피츠버그 원정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올시즌 원정 최다승(11)을 따낸 투수답게 지난해 자니 쿠에토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 피츠버그 타자들은 범가너의 슬라이더에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4안타 중 3안타가 슬라이더), 범가너는 패스트볼-커브 중심의 볼배합으로 이를 역이용했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은(79구/볼30구) 범가너는 포스트시즌 16이닝 연속 무실점, 원정 19이닝 연속 무실점도 이어갔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실망을 안겼다.
2000년 이후 포스트시즌 10K 완봉승
1. 클레멘스(2000 CS 4) : 9이닝 15K 완봉승 vs 시애틀
2. 랜디존슨(2001 CS 1) : 9이닝 11K 완봉승 vs 애틀랜타
3. 랜디존슨(2001 WS 2) : 9이닝 11K 완봉승 vs 양키스
4. 조시베켓(2003 CS 5) : 9이닝 11K 완봉승 vs 컵스
5. 팀린스컴(2010 DS 1) : 9이닝 14K 완봉승 vs 애틀랜타
6. 벌랜더(2012 DS 5) : 9이닝 11K 완봉승 vs 오클랜드
7. 범가너(2014 WC) : 9이닝 10K 완봉승 vs 피츠버그
올시즌 ML 원정 성적 순위
1. 범가너 : 11승4패 2.22
1. 커쇼 : 11승1패 1.85
1. 웨이노 : 11승6패 1.72
4. 류현진 : 10승4패 3.03
4. 실즈 : 10승2패 2.97
6. 포셀로 : 09승6패 2.66
6. 필휴즈 : 09승5패 2.78
6. 로시 : 09승6패 4.12
*첫 타석부터 심상치 않은 타구를 날렸던 브랜든 크로포드는 오늘 경기 전까지 볼케스와의 상대 전적이 20타수3안타(.150) 7삼진으로 완연한 열세였다. 심지어 통산 피츠버그전에서도 홈런 한 방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첫 타석 잘 맞은 타구를 날린 후, 두 번째 타석에서 볼케스의 커브를 걷어올려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정규시즌 통산 26홈런의 크로포드가 이 중 만루홈런을 기록한 것은 두 차례가 있었다. 2011년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쏘아올렸고, 이듬해 필라델피아전에서도 만루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가 포스트시즌에서 만루홈런을 친 것은 크로포드가 역대 네 번째. 2012년 버스터 포지는 오늘 이전 가장 최근에 포스트시즌 만루홈런을 친 타자였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루홈런을 친 타자는 총 54명이 있었는데, 이가운데 유격수로 출장한 선수는 오늘 크로포드가 유일했다. 크로포드는 2012년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돕기도 했다. 5타수1안타의 크로포드는 나머지 세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남은 포스트시즌에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크로포드의 만루홈런 타석 (4구 커브) |
PS 일리미네이션 경기 만루홈런
1. 빌 스코우런(1956 WS 7) vs 로저 크렉(다저스)
2. 트로이 오리어리(1999 DS 5) vs 찰스 내기(클리블랜드)
3. 자니 데이먼(2004 CS 7) vs 하비에르 바스케스(양키스)
4. 버스터 포지(2012 DS 5) vs 맷 레이토스(신시내티)
5. 브랜든 크로포드(2014 WC) vs 에딘손 볼케스(피츠버그)
*정규시즌에서 두 팀의 공격력은 근소하게 피츠버그의 우위였다. 경기당 평균득점(피츠버그4.21 샌프란시스코 4.10)을 비롯해 팀 타율도 피츠버그(.259)가 샌프란시스코(.255)보다 앞섰다. 하지만 오늘 화력 대결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11안타로 8득점하는 효과적인 공격을 했다. 만루홈런을 친 크로포드를 비롯해 벨트는 3타수2안타 3타점 2볼넷으로 경기 중반 샌프란시스코의 추가점을 담당했다. 포스트시즌에 처음으로 출전한 조 패닉은 3안타 경기. 신인타자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은 2008년 에반 롱고리아 이후 처음이다(롱고리아 3안타 2홈런 3타점). 9월 .218 1홈런으로 고전했던 산도발도 2안타 1볼넷으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산도발은 배드볼 히터 답게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벗어나는 공에 잘 대처해냈다. 반면 피츠버그는 4단타 빈공. 2안타를 친 해리슨을 제외하면 28타수2안타였다. MVP 대결로 주목받은 포지와 매커친은 2안타 1타점을 올린 포지의 승리였다(매커친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NL 스트라이크존 밖 컨택률 (2013-14)
1. 스팬 : 83.0%
2. 프라도 : 82.2%
3. 산도발 : 80.4%
4. 머피 : 79.7%
5. 포지 : 78.6%
6. 루크로이 : 78.5%
*에딘손 볼케스는 올시즌 화려하게 재기했다(13승7패 3.04). 지난시즌 중반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될 때만 하더라도 스스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9승10패 6.01). 더이상 메이저리그 활동이 불투명해 보였지만, 절친한 친구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영향으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볼케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물한 인물은 레이 시라지 투수코치였다. 시라지 코치는 볼케스의 잘못된 투구동작을 수정하면서 딜리버리를 보다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는 올시즌 볼케스의 제구력이 좋아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시라지 코치는 평소 마이너리그 투수와 메이저리그 투수의 가장 큰 차이는 '제구력'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볼케스가 올해 기록한 9이닝당 3.3볼넷은 데뷔 후 최소 기록. 정규시즌 마지막 18이닝은 연속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오늘은 제구력 불안이 다시 발목을 붙잡았다. 5이닝 3K 5실점(5안타 3볼넷)의 패전(83구). 볼케스는 1960년 밥 워크, 1960년 클렘 라바인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만루홈런을 허용한 피츠버그 역대 세 번째 투수가 됐다. 결과적으로 피츠버그로선 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 리리아노-게릿 콜을 투입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볼케스의 9이닝당 볼넷 수 변화
2009 : 5.8볼넷
2010 : 5.0볼넷
2011 : 5.4볼넷
2012 : 5.2볼넷
2013 : 4.1볼넷
2014 : 3.3볼넷
※기록 출처 : ESPN/Elias스포츠/베이스볼레퍼런스/팬그래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