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산에는 왜 가느냐고 하면 이렇쿵 저렇쿵 말이 많지만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하나 그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다 산에 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에게 왜가리를 왜 쫓아다녔느냐고 물으면 책을 읽자니 골치가 아프고 그냥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앉아서 죽느니 나가서 죽는게 낫겟다 싶어 그냥 헤맸다고나 할까. 그러나 막상 나가려고 하니 갈 곳도 없었으나 지난번 관호산성을 가다가 왜관 어구에서 왜가리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왜관에서 본 것이 왜가리라고 한다. 내 어릴 적에는 그냥 황새로만 불렀는데 자라면서 책에서 학, 두루미, 백로, 백조, 고니, 왜가리, 해오라기 등의 용어를 보았으나 이를 구별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누구하나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나이에 와서 그 것을 알아본들 무슨 소용이겠느냐마는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니 간략히 기록해 본다.
두루미와 학
두루미와 학은 같은 동물이다.
몸집이 상당히 큰 새이다.
특징은 머리부분의 검은색 복면, 붉게 물들인 머리, 꼬리 뒷부분이 검은색이다.
겨울철새인데 길조로서 동양화의 좋은 소재.
황새
우리나라에서 멸종되다시피 한 새.
황새를 되살리기 위하여 예산에는 황새마을이 있다.
꼬리 뒷부분에 검은색이 있기는 하지만 얼굴에 검은색 복면을 하지 않고 머리를 붉게 염색하지도 않았다.
부리가 길고 목이 길고 다리가 길고 날개가 크다.
겨울철새.
백로와 왜가리
이 것도 같은 말이다.
긴 부리, 긴 목, 긴 다리 거대한 날개 등을 지니고 있지만 두루미나 황새보다 훨씬 작다.
특징 중 하나는 머리 뒤에 꽁지머리가 있다.
왜가리 중에 온몸이 하얀 것을 백로라 부른다. 즉 백로란 몸이 새하얀 왜가리이다.
여름철새다.
백로 이야기
세상만물이 태어날 때 제각기 하늘이 부여한 능력대로 살다가 명운대로 죽건만 백로가 암 말 하지 아니하는데도 사람들은 공연히 이를 좋게 보기도 하고 좋지 않게 보기도 한다.
고려 때 어떤 이는 백로에 관한 시 한 수를 지으려고 100일간을 쫓아다니며 관찰하다가 단 한 구절을 얻었을 뿐이란다.
飛割碧山腰 (푸른 산 허리를 날며 가르네.) 그러고는 끝.
백로를 사기꾼 도둑놈으로 본 대표적인 시조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 손 너뿐인가 하노라
또 고려시대의 이규보라는 분은 백로를 이렇게 보았다.
前灘富魚鰕 (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有意劈波入 (유의벽파입) 백로가 물결을 가르고 들어가려다
見人忽驚起 (견인홀경기) 사람을 보고 문득 놀라 일어나
蓼岸還飛集 (료안환비집) 여뀌 꽃 강기슭에 도로 날아가 앉아서
翹頸待人歸 (교경대인귀) 목을 빼고 사람 가기를 기다리는데
細雨毛衣濕 (세우모의습) 가랑비에 털 다 젖었다
心猶在灘魚 (인심재탄어) 마음은 오히려 여울의 물고기에 있건만
人道亡機立 (인도망기립)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다고 말하네.
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청산 허리를 가르며 나는 것도 물고기 때문이었던 것을....
그런데 너는 뭐이관데
온 종일 백로 따라 다니더니 남의 흉이나 케고자 하는가?
왜관의 백로
서식지 앞에는 외관을 그럴사하게 꾸민 음식점이 있었는데 어떻든 접근하기가 고약하다.
그래서 널리 알려지지 못했나보다.
이번에는 찍은 사진을 크롭할 생각을 하고 2배컨버터+200mm 달고 갔다(하기사 그게 내 재산 전부이다)
이 것이 한계였다 더 이상은 무리다.
그러나 왜관까지 와서 단 몇 분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쳐밖혀야 하는가?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새끼들
이 놈들은 어미가 아니라 아직은 새끼들이다.
곧 성조가 되어 이소를 할 놈들인데 사실 나의 방문은 좀 늦었다.
새들의 재롱도 없고,
재롱이 있은 들 멀어서 재미 없고 해는 중천에 떠서 뜨거웠다.
백로는 한여름에 털옷을 입고도 덥지 않은가?
합바지 입은 놈보다 보는 놈이 먼저 죽는다더니 널 보는 내가 먼저 죽겠다.
하는 수 없이 생각해 낸 것이 한티재를 오르내리며 보아 둔 매곡리 백로가 생각났다.
느그 엄마, 아부지는 아침 언제 해 온다냐?
몰라. 배고파 죽겟다.
밥 언제 줄나나?
배곱아 죽겠다 그지?
울 엄마 아부지 밀가루 사러 갔나봐. 그자?
느그 엄마, 아부지만 그런줄 아남?
제2석굴암의 부처님
긴 렌즈를 가져간 탓에 모처럼 만에 부처님을 대면할 수 있었다.
백로 좀 잘 보게 해주이소
열심히 빌면 소원성취할 것입니다.
그래서 헌화하고 기도,
매곡리 백로는 마을 앞 뒤산에 있었는데.
주인 없는 골목길에는 개소리만 요란하고.
접근의 어려움은 왜관에 못지 않다
모처럼 인심 좋은 주인의 허락을 얻어 옥상에 올라갔는데
이 놈들의 부모 기다림은 왜간 백로에 못지 않다.
그래서 또 포기....
부처님께 공을 그렇게 소흘히 해서야 원.........
시원한 냉콩국수 한 그릇 먹고나니 며칠 전 tv방송에서 의성 신평면 어디에서인가 왜가리축제를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생겨났나 보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바에야 거기에 가보기로 하자.
나중에 안 일이지만 워낙 오지라서 네비에도 안 나온단다.
도리원에서 길을 물었다.
안평면까지는 그럴싸하게 갔는데 거기서 부터 엄청 멀다.
2차선 아프팔트 포장도로도 끊어지고 1차선 시맨트 마을 뒷길로 이어지기에 마을 노인에게 길을 물었더니 앞에 보이는 산을 가르키며 이 길을 따라 저 산 고개를 넘어서 한참 가야 한단다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앞 도로는 포장을 준비중인 모양이고,
앞 동산 솔숲의 백로는 뭐 하러 오셨느냐고 한다.
역시 축제를 할만큼 접근성이 좋기는 좋았다.
그런데도 새들도 영리해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가급적 피해서 둥지를 틀었다.
어미가 저녘식사를 준비해 온 모양이다.
어미 목 떨어지겠다.
이번 차례는 누구더라....
나부터 좀 줘 나는 점심도 굶었어.
형아 말은 거짓말이야
나는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어
차례대로 기다리거라
엄마! 정말 이러기야?
으아 밥이다.
그런데 내꺼는...
난 못 먹었어
그래 너는 힘이 약해 매번 빼았기기만하니 너만 먹어라
형아한데 빼았기지 말거래이
엄마, 그러기 있냐?
누구는 따로 주고 정말 너무 해
엄마 고마워, 형들은 미워
야 너 엄마한데 자꾸 알랑방구 낄래?
야들아 엄마도 좀 쉬자
엄마, 우리들 아직 배고파
아부지는 어디 갔노?
그 집은 밥 묵었는가베?
울 아부지는 안 오시나?
저누무 시키들 즈그끼리만 먹노
마싯나?
아침밥 구해오지 못한 부부가 싸움을 벌입니다.
여태 내가 밥 지었으니 이번엔 당신이 밥 좀 짓지.
아~들 키우는 것은 네 책임이 아닌감?....
첫댓글 좋은 작품 잘보고 또한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행을 빕니다.
뙤약볕에 수고했어요. 어찌 새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잘 아노. 탄복하지 않을 수 없네요..
친구야,오랜만인데 언제 글 공부를 열심히하여 사실 묘사를 그리도 잘하노? 대단하고 재미있데이,,,,,,
별 볼일 없는 그림을 모두들 좋게만 보아 주니 고맙습니다. 그저 한 번 보고 웃어주면 건강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