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변방에서 외 1편
허 청 미
나는 무지해서
상식 변방에서
서성거리는 이방이어서
거기 누구 없소
소리 지르고 있어
아무도 못 듣는
나는 성대결절
고요하다
진공으로 든 듯 고요하다
벙어리 영혼을 태운 열기구가
상승한다
소실점으로 멀어지는
세상이라는 허구
몽돌이 있는 바닷가에서
차르륵 철썩,
파도는 오대양 육대륙의 파란만장 둘둘 말아
달가닥 달가닥, 이석증으로 아픈
몽돌 귀에 전언하는 듯,
포연 같은 회색구름 황혼을 가린다
먼 저편에선 포화 속에 생떼로 생이 무너지고
수백 살 나이테 두른 채 생나무들 뜬금없이 화형에 들고
단단하다 믿었던 땅이 뒤집어지고 생떼로 생이 수장되고
인면수심 하이에나들 피 냄새나는 하울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천지의 일그러지는 비명이
내 눈과 귀에 당도한 네트워크가 윙윙댄다
아직 나는 육신에 사지 붙어있어
쪽파 한 단 사러 수퍼마켓에 간다
이 지구별의 실록을 사경하는
파도야 몽돌아,
나는 지금 멀쩡하다고 말해도 되나
허청미/ 2002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신작시
허청미/ 상식 변방에서 외 1편
최광임
추천 0
조회 5
23.12.21 12:5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