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낙화를 위한 변명』은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소통을 하며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외침이며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다.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십상인 우리네 모든 일상과 체험을 바탕으로 40성상을 공직에 있었던 시인이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깊이 인식하고 있는 사회문제와 다양한 현상들을 파헤쳐 놓고 타인들의 판단을 고대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 많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지식처럼 쉽게 와 닿지 않는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일상의 담박하고 진솔한 사고로 점철되어 있어, 우리 몸과 마음에 착착 달라붙는다. 그래서 더욱 우리들의 정서와 잘 어우러진다.
그저 덤덤한 이야기를 모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시인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금방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소개>
시인 이경옥
경상북도 김천시 감문면에서 출생
1995년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
공무원문예대전 등 수상, 서예가(문인화가), 도시농업전문가 활동
시조집 『막사발의 노래』(2010), 『무의탁 못』(2017)이 있음
<본문 詩 ‘비주류 보법’ 전문>
나는 술을 못 먹는 이른바 비주류다
주당들 술자리에선 분위기 못 맞추고
아깝게 안주나 축내는
괄호 밖 밉상인 셈
거나한 술판이듯 숙취 우거진 세상사
비위 맞춘 몇 순배에 눈도장이 찍히고
짬짜미 의기투합하여
동아줄도 엮으련만
꼽사리 마다하고 물러앉은 뒷전에서
이목구비 덜 갖춘 운주사 석불마냥
맘대로 발 뻗고 뒹구는
이토록 편한 보법
<서평>
이경옥 시인이 6년 만에 출간하는 세 번째 시조집을 읽으며 그가 공무원의 무거운 직책과 가정의 대소사를 무탈하게 지켜온 것과 또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서예에 도전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인은 문단에 이름만 걸어놓고 소홀했다며 세월에 면목이 없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을 훌쩍 떨쳐버리기 바란다. 짚어본 대로 그는 공직을 떠났고 이제 자유롭고 활달한 시인의 길을 더욱 오롯하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행복한 여정이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 ‘청춘’인가. 평상의 많은 사건과 문제들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내려놓고 느긋하게 여유로운 관조의 시안도 다스려 가며 더욱 풍성한 시작 생활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깊은 성찰을 통하여 내면의 깊이를 궁구하고 세월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리라 믿는다. 그가 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이순의 다양한 모습과 걱정들도 평화롭게 풀려나갈 것이다.
(이경옥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20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