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협 카페의 배경음악은 클래식입니다.
그래서 클래식과 관련된 글(안내서)를 찾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클래식"에 관련된 지식(정보)를 인천문협 카페에 올려보려고 합니다.
클래식음악의 여러 용어들 가운데 ‘모음곡’(suite)이라는 말만큼 오해를 사기 쉬운 것도 없습니다. ‘모음곡’이라고 하면 여러 악곡들이 별다른 체계 없이 모아놓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모음곡’은 본래 일정한 체계와 구성을 갖추고 있는 엄격한 형식의 음악입니다. ‘모음곡’ 속엔 대개 여러 가지 짧은 춤곡 악장들이 포함됩니다. ‘모음곡’(suite)과 똑같은 철자를 쓰는 ‘스위트(suite) 룸’에도 기본적으로 여러 개의 방이 갖추어져 있듯이 모음곡도 기본적인 춤곡 악장들이 일정한 체계에 따라 배열되지요. 악장 수는 3~4악장으로부터 12악장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아무 춤곡이나 모아놓는다고 모음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음곡’이 성립하려면 꼭 들어가야 할 필수 춤곡들이 순서대로 배치되어야 합니다.
No. | 아티스트 & 연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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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차이콥스키, [모차르티아나] '기도' 중 부분 /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1966 |
(註) 옮긴 글이라서 음악 재생은 되지 않습니다. 아래 같습니다.
모음곡은 일정한 체계에 따라 짧은 악장을 모아놓은 작품을 뜻 한다. <출처 : NGD>
먼저 18세기 중반 이전에 작곡된 고전 모음곡이 어떤 음악이었는지 살펴볼까요? 18세기 중반 이후에 ‘소나타’라는 음악이 독주 기악곡의 중심장르였듯 18세기 중반 이전에는 모음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악음악이었습니다. 17세기경의 모음곡은 주로 ‘류트’라 불리는 옛 현악기를 위해 작곡되곤 했습니다. 류트는 기타와 비슷하게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소리 내는 발현악기이지만 몸통은 기타와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주로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행하던 이 악기는 고즈넉한 울림과 섬세한 표현이 일품이라서 많은 작곡가들이 류트를 위해 멋진 모음곡들을 작곡했습니다. 류트를 위한 모음곡의 악장 배열은 시대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1620년 경 이후의 모음곡은 대개 4개의 기본 춤곡 악장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보통 빠르기의 ‘알르망드’와 조금 빠른 ‘쿠랑트’, 느린 ‘사라반드’, 그리고 아주 빠른 ‘지그’라는 춤곡 악장들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야 고전 모음곡으로서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네 가지 기본 춤곡 사이사이에 ‘미뉴에트’와 ‘리고동’, ‘루레’, ‘가보트’, ‘뮈제트’ 등의 여러 춤곡들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이 작품들이 19세기에 작곡된 ‘근대 모음곡’인 까닭입니다. 똑같이 ‘모음곡’이라 불리는 음악이라 할지라도 작곡된 시대에 따라 그 개념은 많이 다릅니다. 18세기 중반 이전에 작곡된 ‘고전 모음곡’이 주로 춤곡 악장들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형식의 음악이라면, 19세기 이후의 ‘근대 모음곡’은 엄격한 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이고 주로 오페라나 발레 원곡의 발췌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음곡’을 감상할 때는 그 작품이 작곡된 시기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18세기 중반 이전의 고전 모음곡이라면 고풍스런 춤곡과 엄격한 형식을 떠올리며 감상하는 것이 좋지만, 18세기 중반 이후의 모음곡이라면 자유롭고 극적인 표현을 즐기는 것이 감상 포인트가 될 겁니다.
고전 모음곡은 어떤 음악인가?
먼저 18세기 중반 이전에 작곡된 고전 모음곡이 어떤 음악이었는지 살펴볼까요? 18세기 중반 이후에 ‘소나타’라는 음악이 독주 기악곡의 중심장르였듯 18세기 중반 이전에는 모음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악음악이었습니다. 17세기경의 모음곡은 주로 ‘류트’라 불리는 옛 현악기를 위해 작곡되곤 했습니다. 류트는 기타와 비슷하게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소리 내는 발현악기이지만 몸통은 기타와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주로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행하던 이 악기는 고즈넉한 울림과 섬세한 표현이 일품이라서 많은 작곡가들이 류트를 위해 멋진 모음곡들을 작곡했습니다. 류트를 위한 모음곡의 악장 배열은 시대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1620년 경 이후의 모음곡은 대개 4개의 기본 춤곡 악장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보통 빠르기의 ‘알르망드’와 조금 빠른 ‘쿠랑트’, 느린 ‘사라반드’, 그리고 아주 빠른 ‘지그’라는 춤곡 악장들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야 고전 모음곡으로서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네 가지 기본 춤곡 사이사이에 ‘미뉴에트’와 ‘리고동’, ‘루레’, ‘가보트’, ‘뮈제트’ 등의 여러 춤곡들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16~18세까기 유행했던 기타와 유사한 악기 류트 <출처 : NGD>
류트 모음곡 형식은 1650년경부터는 쳄발로 같은 옛 건반악기 모음곡에 계승됐고 18세기 전반기에는 관현악 모음곡에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바로크 음악의 거장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모음곡 분야에 많은 걸작을 작곡했습니다. 그의 기악작품들 가운데서도 모음곡은 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모음곡]과 [영국 모음곡] 등 건반악기를 위한 모음곡이나 첼로를 위한 6곡의 모음곡 뿐 아니라 4곡의 관현악 모음곡도 작곡해서 모음곡의 대가임을 입증해보였습니다.
‘모음곡’은 이탈리아에선 ‘파르티타’(partita)라 불리기도 하는데, 바흐는 ‘파르티타’라는 이름의 모음곡도 작곡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3곡의 파르티타가 대표적이지요. 바흐는 바이올린 파르티타에서 옛 류트 모음곡으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모음곡 형식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중 제2번]의 각 춤곡들을 차례로 들어보면 고전 모음곡이 얼마나 유기적인 악장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1악장 알르망드는 박절을 느낄 수 없는 구불구불한 선율로 시작합니다. 4박자계의 독일춤곡인 알르망드는 비록 춤곡이긴 하지만 모음곡 속에선 강한 박동이 살아있는 춤곡의 성격보다는 일종의 전주곡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청중의 귀를 잘 달래주는 역할을 하지요. 바흐의 파르티타가 시작되면 무한히 이어질 것만 같은 알르망드의 선율이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음악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No. | 아티스트 & 연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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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알르망드 중 부분 / 아돌프 부슈(바이올린) 1929 | |
2 |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쿠랑크 중 부분 | |
3 |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사라반드 중 부분 | |
4 |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지그 중 부분 |
이윽고 조금 빠른 템포의 쿠랑트가 이어집니다. 끊임없이 달리는 듯한 음형으로 진행되기에 ‘뛰는 춤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쿠랑트는 그 병명에 어울리게 음악 역시 좀 더 활기에 넘치는군요. 빠른 쿠랑트에 이어 느리고 명상적인 춤곡 사라반드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좀 더 차분해집니다. 빠른 쿠랑트에 이어지는 느린 사라반드는 모음곡에 다양한 매력을 전해주는 핵심적인 춤곡이지요. ‘차라반다'라는 무용수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 사라반드는 그 고상하면서도 애수 띤 개성으로 모음곡에 각별한 매력을 부여합니다. 대개 3박자로 돼있고 두 번째 박에 강한 악센트가 놓인 것이 특징이죠. 모음곡의 마지막 곡인 지그는 영국과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활기찬 시골 춤곡입니다. 끊임없는 운동감과 경쾌한 리듬으로 모음곡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합니다. 이처럼 고전 모음곡을 이루는 4개의 기본 춤곡들은 각기 가른 리듬과 개성으로 템포와 박자의 대비를 이루며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호두까기 인형]에 등장하는 호두까기 인형 <출처 : NGD>
이처럼 고전 모음곡이 각 악장들이 변화와 통일성을 갖춘 완벽한 형식미를 자랑한다면, 19세기 이후 근대 모음곡의 형식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고 곡의 구성방식도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18세기 후반에 빈에서 고전주의 음악이 찬란하게 꽃피우게 되면서 소나타가 각광을 받고 춤곡으로 구성된 옛 모음곡이 점차 쇠퇴하게 된 까닭이지요. 그래도 그리그를 비롯한 몇몇 작곡가들은 여전히 모음곡을 중요한 장르로 생각해서 옛날식의 모음곡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 형식은 한결 자유롭습니다.
근대 모음곡 중에는 오페라나 발레의 전곡 중 주요 작품을 발췌해 구성한 모음곡이 가장 많습니다. 이런 종류의 모음곡은 단지 원작의 하이라이트를 발췌해 만든 ‘포푸리’처럼 오해되기도 합니다만 자세히 보면 원작 오페라나 발레 작품을 연주회용으로 편곡한 새로운 작품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모음곡에 맞게 개작된 부분도 있고 악장의 순서도 세심하게 배치되었으니까요. 이런 유형의 주요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이 있습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한 가정을 배경으로 병정 모양의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하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면 꼭 공연되는 발레음악입니다.
차이콥스키는 1892년 4월에 발레 전곡을 완성하기 한 달 전에 연주회에 급히 내놓을 작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8곡을 뽑아 무용 모음곡을 만들었는데, 발췌된 음악은 대부분 발레 2막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춤곡들입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2막에서 왕자와 클라라는 아름다운 눈송이들과 춤을 추면서 과자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들이 금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배를 타고 장밋빛으로 물든 강을 건너자 에메랄드와 루비의 백성들, 과자나라의 여왕과 사탕의 요정, 호두까기 인형의 누이들이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왕자가 여왕에게 클라라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 소개하자 여왕은 몹시 기뻐하며 과자 왕국의 축제를 시작합니다. 이때 사탕과 과자의 요정들이 각종 신기한 춤을 선보이는데, 이 부분은 발레의 줄거리가 진행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즐기기 위한 부분이기 때문에 ‘디베르티스망’이라고 부릅니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은 서곡으로 시작해 행진곡으로 이어진 후 발레의 디베르티스망에 속하는 여러 춤곡들이 변화무쌍하게 등장해서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합니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에선 향진곡이 연주된 후에 먼저 첼레스타의 반짝이는 음색이 돋보이는 ‘별사탕 요정’의 환상적인 춤곡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발레에선 2막에서 별사탕 요정의 환상적인 춤이 뒷부분에 나온 후 왕자와 클라라가 멋진 2인무로 클라이맥스에 이르지만, 연주회용 모음곡엔 춤이 나오지 않고 오로지 음악만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순서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이지요.
[호두까기 인형]의 화려한 디베르티즈망의 한 장면
‘별사탕 요정의 춤’이 마무리되면 갑자기 러시아 농민들의 힘차고 씩씩한 춤 ‘트레파크’가 연주돼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이윽고 ‘커피’가 추는 아라비아의 춤곡이 연주되는데, 커피 향처럼 은은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와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일품입니다. 커피에 이어 이번엔 멋진 향을 자랑하는 ‘차’가 추는 신나는 중국의 춤을 흥을 돋우고, 아몬드 과자로 된 여자 목동들이 갈대피리를 들고 나와 추는 상쾌하고 발랄한 프랑스 춤곡이 이어진 후 하프의 활약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꽃의 왈츠’가 연주되면서 모음곡의 결말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No. | 아티스트 & 연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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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별사탕 요정의 춤' 중 부분 / 스토코프스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39 | |
2 | '트레파크' 중 부분 | |
3 | '꽃의 왈츠' 중 부분 |
옛 춤곡들로 구성된 ‘고전 모음곡’과 주로 극음악의 발췌곡으로 구성된 ‘근대 모음곡’은 각기 독자적인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18세기 중반 이전에는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음악이었던 ‘모음곡’이 19세기 이후에 좀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음악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음악도 시대에 따라 진화해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모음곡’은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음악임에 틀림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음곡 (오케스트라 교실,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