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쓴 포스팅 "흑구와 호구에 대한 고찰"이 모 카페에 소개되면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인들을 통해서 댓글들을 전달 받았습니다. 일부는 제 포스팅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었고, 일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암튼 그 댓글들을 전달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익명의 아이디가 있었기에 거창하게 해명이랄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 포스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번 하편을 통해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저 같은 방구석 백수 잉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철퇴(..)를 휘두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제가 키보드질을 해서 지난 60년의 탄압에서 겨우 벗어나 이제사 다시 싹을 틔우려는 유색견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합니다. 과거 옛 호구와 흑구들이 전멸했다고 장담할 수 없고 일프로라도 남아있다면 너같은 잉여의 키보드질에 싹이 잘려서는 안된다고들 합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저도 입장을 밝힙니다.
과거 진도에 호구와 흑구가 존재했다면 그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주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저입니다. 때문에 백구와 황구사이에서 흑구나 호구가 태어날 수 있느냐는 여러분들의 질문에 누구보다 씁쓸한 쓴웃음을 지으며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야했고, 혹시나 뭔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레퍼런스를 뒤져 단 하나의 경우의 수가 존재함을 찾아낸 것도, 이를 공개한 것도 바로 저 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는 최근들어 백구와 황구 사이에서 태어난 호구/흑구가 있다는 이야기에 설마 혹시??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호구와 흑구가 그 겉모습은 사라졌대도 백구나 황구 속에 숨어있는 유전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은 과학적 진실이지만, 이전 포스팅에서 밝혔듯 그 호구나 흑구가 다른 모색 속에 숨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 입니다. 특정한 유전자 리세시브레드를 가진 배우자를, 그것도 아버지와 아들 2대가 연속으로 만나서 짝을 지어야만 3대째에 가능합니다.
어차피 증명할 수도 없는거 그냥 간단하게 호구나 흑구에서 번식하면 될걸 왜 힘들게 백구/황구 사이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할까요? 우리 개는 호구를 부모로 둔 짝퉁과는 다르다 우리 개는 진정한 옛 혈통의 직계 후속이다라는 정통성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확률과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디 산골 시골마을 백구와 황구사이에서 그런 일이 십년에 한번쯤 있었다고 하면 제가 누구보다 기대를 걸어보겠습니다. 그런데 아는 지인이 진도군 축산과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최근 백구와 황구 사이에서 호구나 흑구가 태어나는 케이스가 매년 10여건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건 저 단 하나의 경우의 수를 통과해 확률적으로 가능한 수치를 이미 아득히 넘어버렸습니다.
만일 누가 로또에 한번 당첨됐다 하면, 저놈 진짜 운좋다, 어떻게 찍었길래, 조상이 꿈이 번호를 가르쳐줬나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놈이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그그 다음주에도 또 당첨됐다고 하면, 누구라도 저새끼 이거 사기 아니야라고 의심하는게 당연합니다.
저는 지금 상황이 바로 그렇다는 걸 알리려는 것이지, 혹시 모르게 살아남아 있을 새싹을 잘라버리고 다시는 싹트지 못하게 짓밟으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지난 60년동안 대가 끊겼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그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 도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냥 대충 하는 시늉만 하고 말았는지, 적당한 수준에서 눈에 보이는 놈들만 치웠는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부모와 형제까지 모두 3족을 멸해 씨를 말렸는지, 그 실체를 정확히 알려면 그시절에 그곳에서 살았던 분들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잘못된 정책임을 알고 꾸준히 대를 이어왔을 것이다?
맞습니다. 그게 가장 확실하게 다른 모색의 진도개들이 이땅에 아직 꿋꿋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를 이어온 증명은 본인이 하셔야 합니다.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 하긴 했는데 내용 전달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못한 제 잘못입니다. 1번은 분명하게 제 뜻을 이해하셨고, 2번은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다시 한번 생물학 이론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유전자는 두개가 한 쌍으로 존재합니다. 물론 엄마에게 물려받은 하나와 아빠에게 물려받은 하나이고, 저 또한 이 둘중 하나를 다시 자식에게 전달합니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우성이니 열성이니 하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열성이란 놈은 똑같은 녀석 두개가 "원페어"를 이루었을때만 겉으로 드러날 수 있고 우성은 자기 짝이 누구던 상관없이 혼자서도 자기 몫을 합니다. 여기서 쉽게 말해서 네눈박이가 바로 대표적인 열성이고, 호구가 우성입니다.
자, 시간을 돌려 1967년 진도로 가봅니다. 한 네눈박이 수컷이 탄압을 피해 도망가다 예쁜 황구 암컷을 만났습니다. 이 네눈박이는 후대를 기약하며 황구에게 자기 씨를 남겼습니다. 네눈박이 "원페어"를 만들려면 엄마한테 하나, 아빠한테 하나씩 받아 하는데 아빠가 가진 두개 중 어느 유전자를 물려주건 무조건 네눈박이 유전자 한개는 전해주지만, 배우자인 황구에는 페어를 맞춰줄 네눈박이 유전자가 없으므로 결국 새끼는 모두 황구로 태어나게 됩니다.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에 검열하러온 사람들은 줄줄이 늘어선 누렁이들만 보고 OK하고는 검열을 통과시킵니다. 이 네눈박이는 그렇게 후대를 기약할 네눈박이 유전자를 비록 겉모습은 누렁이일지라도 새끼들에게 남길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바꿔 이번에 호구 수컷입니다. 호구는 우성이므로 네눈박이와는 달리 황구와의 사이에서 자기를 꼭 닮은 호구 강아지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은 모두 검열당해 도태되었습니다. 호구가 아닌 황구로 태어난 강아지들은 검열을 피할수 있었지만 이녀석들에겐 훗날을 기약할 호구의 블린들 유전자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가진 두개 중에 블린들이 아닌 다른걸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호구는 결국 자신의 블린들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지 못했습니다.
자,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백구와 황구 사이에서 다른 모색이 태어나는 확률은 네눈박이라서 높고 호구라서 낮은게 아닙니다. 여러 색깔의 공이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공을 꺼낼때 까만공이 나올 확률은 색깔이 아니라 그 안에 몇개의 까만공이 들어있느냐로 결정됩니다. 우리 진도개라는 주머니에는 하얀공과 노란공을 빼고는 전부 꺼내서 버렸던 그 시절 흑역사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오직 하얀공과 노란공만 들어 있어야 합니다. 근데 열성인 네눈박이와 재구는 다른색으로 위장해서 그 안에 제법 몰래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우성인 흑구와 호구는 다른 색으로 위장하지 못해서 그 안에 아예 없거나 검열관이 실수로 놓친 한두놈만 들어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생물학적 특성과 우리의 흑역사가 콤보가 되는 바람에 네눈박이나 재구가 호구나 흑구보다 확률이 제법 된다는 것이지 무슨 모색이라서 확률이 높다는게 아닙니다. 굳이 그 순위를 매기자면, 네눈박이 > 재구 >>>> 넘사벽 >>>> 호구/흑구 입니다. 물론, 호구나 흑구보다는 그래도 좀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수치는 네눈박이도 재구도 60년간의 도태를 겪었기에 상당히 낮은 확률일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확률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백구황구사이에서 다른모색, 특히 네눈박이가 가장 심심치 않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자, 이 카페의 어느분께서 말씀 하시길 구전을 믿지는 못한다 증명할 수 없다면 구전은 그냥 아무 쓸데없는 구전일 뿐이라고 했는데 제가 뭐 일일이 출생 기록을 증거 자료로 챙겨 놓지는 못했지만 명백한 입증 자료를 하나 제시합니다.
24년전인 1998년 기사입니다. 대통령인 DJ가 사저에서 부터 키우던 진도개인 "똘똘이"와 "나리" 그리고 "처용"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이 셋은 DJ를 따라 청와대에 같이 입성했고, 1년뒤 청와대에서 "나리"와 "처용"의 새끼가 태어났는데 어떤 모색이었을까요?
1999년 기사입니다. 보시다시피 네눈박이와 백구, 그리고 흐릿한 흑백사진이라 분명하진 않지만 황구로 보이는 강아지들이 한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통령이 뭐가 아쉽다고 네눈박이 만들려고 처용과 나리 윗대부터 사전 작업했을리도 없고, 뉘집 도베르만 같은 네눈박이가 감히 청와대 담을 넘어 씨를 뿌리고 갔을리는 없으니 분명 처용과 나리의 새끼들입니다.
자, 마지막 입니다.
우리집 흑구는 도미넌트블랙이 아니라 리세시브블랙일 수도 있다?
우리집 개는 가슴에 흰점이 있기때문에 일러스트에 있는 모습처럼 리세시브블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도미넌트블랙과 리세시브블랙은 모두 전신 흑색이라 외형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지만 너무나 쉬운 구별법이 있습니다.
리세시브블랙은 매우 희귀하며 오직 극소수의 몇 견종에서만 존재한다. 저먼세퍼드, 셔틀랜드쉽독, 스키퍼키, 풀리.
결론 :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기집 개가 저 견종과의 혼혈이 아니면 그냥 다 도미넌트블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리세시브블랙 : 저먼세퍼드(좌측 상) - 풀리(우측 상) - 스키퍼키(하)
일러스트에 있는 것처럼 가슴에 흰점이 있으니 도미넌트블랙이 아니라 리세시브블랙이라면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위 사진은 각각 저먼세퍼드, 풀리, 스키퍼키입니다. 위 레퍼런스에서 리세시브블랙으로 꼽은 네 견종 중 셋이고 모두가 깨끗한 올블랙의 모색입니다. 반면 아래의 둘은 도미넌트블랙이지만 흰가슴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미넌트블랙 : 패터데일테리어(좌) - 프렌치불독(우)
가슴에 하얀점은 배아 발생과정에서 멜라닌 세포가 척추에서 시작해 신체 말단부까지 뻗어가는 과정에서 신체 최말단인 가슴, 앞발, 꼬리끝, 주둥이까지 도착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유전과는 무관합니다. 흔히 우리가 다리에 양말 신었다, 잎에 나비 물었다라고 말하는 현상인데 모색이 까만 흑구라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뿐입니다.
제가 지어낸 이야기 아니고 여기 근거 자료 제시합니다. 대충 요약해서 해석하면 개들에게서 가슴과 발끝이 흰색인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태아 발달 과정에서 멜라닌 색소의 이동이 늦어졌기 때문이지 MIFT 유전자에서는 그 어떠한 변이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아니다, 우리 개는 리세시브블랙이 맞다고 하신다면 번식을 시켜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리세시브블랙은 열성으로서 오직 흑색 "원페어"만 가지고 있고 도미넌트블랙은 다른 유전자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흑구와 흑구를 교배해서 다른 모색의 강아지가 한마리라도 나온다 → 100% 도미넌트블랙입니다.
더이상 회원도 아닌 카페 문제에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의문점이 있다면 직접와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PS. 호구 얘기를 하니 갑자기 한 20년전 추억이 생각납니다. 모 협회에서 무려 10만원에 발간한 화보집에 실린 백호(?) 모색의 호구라고 합니다. 대체 뭔 마약을 했길래 개장 그림자 드리워진 백구 사진을 백색 호반이라며 약을 팔 생각을 하는지 하긴 저딴 책을 10만원 주고 산 내가 호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