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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이혼율과 출산율도 위험 수위이다. 이런 현상의 주원인은 경제적인 측면에 있다. 특히 한국 중산층의 절반 이상은 임금 상승 정체와 주택·교육비 급증으로 매월 소득수준을 초과하는 지출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계 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한 방안은 비싼 주택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월 투입하는 엄청난 지출을 줄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지금 높은 주택 가격과 높은 대출 비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주택 가격은 1인당 국민소득 대비 7.7배로 그 어떤 선진국보다 높고,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3배에 육박한다.
특히 내 집 장만 시의 주택 금융은 대부분이 약 10년 만기의 단기 모기지론으로 매월 거액의 원금을 상환해야 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대출의 약 90%가 변동 금리이기에 채무자들은 이자 부담 폭등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주택 시장 거품 및 은행권 부실 방지를 위해 도입한 LTV(Loan To Value ratio·주택 가격 대비 대출 비율로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 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를 일컬음) 규제 정책도 주택 대출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상당수 주택 구입자와 추가 주택 담보대출을 필요로 하는 젊은 층 가구들은 LTV 상한선 규제에서 초래된 주택 구입 자금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제2 금융권 및 사금융의 고금리 추가 대출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 결과, LTV 50%를 상회하는 자금을 대출할 경우 그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LTV 관행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더 많다. 주택 가격 하락 시에는 기존의 LTV 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거액의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대출 기관의 압박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수년째 진행 중인 지금이 그렇다. 주택 가격 하락세에 따른 주택 담보대출 비율의 확대로 LTV 비율이 상승하게 되자, 기존의 LTV 비율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대출 기관들이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첫 단계는 전통적 주택 소유 수요를 완화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주택 소유를 매우 중시해 주택 보유율이 74%에 달한다. 이는 중산층 가구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 임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정부에서 중산층 가구를 겨냥해 시행하기 시작한 임대주택 서비스가 지지부진한 등 주택 보유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 임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거 건물에 대한 은행 및 생보사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현 규제를 전격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생명보험사들의 주택 임대 시장 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도입도 추진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험사가 다가구 임대주택에 대한 주요 장기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방안은 대안적 주택 소유 방식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영국의 공동지분 모기지 프로그램인 홈바이(HomeBuy)는, 부동산 지분의 일부를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100만에 달하는 빈곤층 가구에 내 집 장만 기회를 제공했다. 최초 주택 구매자들을 겨냥한 홈바이 프로그램은 부동산 구입 비용의 일부에 대한 융자를 제공하고, 주택의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는 소유주들에게 상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 도입될 경우, 최초 주택 구매자들이 저비용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로 한국 가계가 안고 있는 높은 월 대출 상환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장기에 걸친 고정 금리 모기지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부분 선진국에서 모기지론 상환 기간은 대체로 20년이 넘는다. 그 결과, 총 대출 비용은 거의 상승하지 않는 반면 매월 부담해야 할 상환액은 훨씬 줄게 된다.
LTV 기준도 주택의 현재 시가가 아니라 당초 구입 가격에 적용해야 한다. 물론 장기 고정 금리 모기지론과 완화된 LTV 조건의 대출을 확산할 경우, 대출 기관들의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대출 기관인 제1 금융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리스크가 수반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지급 여력 보호를 위한 견실한 대책 수립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이 자기 은행의 모기지론을 패키지화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주택 저당채권 유동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 과도한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도 장기 고정 금리 및 높은 LTV의 대출을 발행할 길을 열어준다. 주택 저당채권 유동화 제도는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미국 부실채권의 진원지로 지목돼 명성에 손상을 입었으나, 영국·독일·호주 등은 일종의 주택 저당증권 및 정부 보증을 통해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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