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구대학교에서 장애학과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마인드포스트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관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현병 17년차 당사자이기도합니다.
지난 달, 6곳 카페 회원 분들이 본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통계를 분석하고 PPT를 만드느라 이제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카페 운영진과 회원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이 자료가 당사자 분들께 미력하게나마 유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자료는 저와 같이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효정 님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논문입니다. 그리고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8월 20일 목요일, 제 1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컨퍼런스 ‘새로운 대안’에서 발표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먼저 서론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조현병과 같은 진단명을 들으면 ‘비정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예비 범죄자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정작 정신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당사자의 일상은 잘 모릅니다. 왜냐면,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장애인의 일상은 좀처럼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수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밝히는 경험담을 통해 실제 삶의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뿐입니다(김현민, 2019).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 내에서 대중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면 소외당할 것이 두려워 병을 감춘 채 살아가곤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당사자들은 네이버와 다음 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소속감과 동질감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공간은 사람들과 유대를 맺으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과 의미를 공유하는 표현의 장이기도 하죠(김영준, 2007).
이러한 온라인 공간에서 당사자들은 지역 사회에서 나눌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개방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필요에 따라 자신이 주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공간 중에서도 특히, 네이버와 다음 카페에서는 게시판을 통한 글쓰기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온라인 카페는 소셜 네트워크, 즉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비해 개인 신상의 노출이 적고 익명의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온라인 카페 공간에서는 개인이 텍스트화 된 메시지를 통해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고, 텍스트 해석을 통해 정체성을 파악하여 서로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장애정체감은 장애인으로서 갖는 정체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애정체감은 장애수용에서 비롯됩니다. 즉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죠. 그래서 장애로 인한 차별과 배제, 억압에 당당히 맞서고, 장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하나의 문화로서 형성해 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전지혜, 2011).
이러한 장애정체감은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쉽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내가 누구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 보다 어떤 공통적인 주제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가 우선이며 자신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서 주고받는 토론의 주제가 그 개인을 설명하는 정체성이 되죠. 이에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는 당사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장애정체감을 확인하고 다져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 활동이 당사자에게 있어서 장애정체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는 온라인 카페에서 형성한 장애 정체감을 현실 공간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학문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을 넘어 장애문화로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함의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합니다.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은 장애정체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선행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장애 정체감은 무엇인지 기존 논문들을 찾아보았습니다. 2006년 이익섭, 신은경 교수는 한국장애인복지학이라는 학술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장애정체감이란 비장애인은 경험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애 및 장애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이다.
그리고 2011년 전지혜 교수도 한국장애인복지학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장애 정체감이란 “자신을 더 이상 부끄럽거나 열등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당당히 장애인으로서 세상에 커밍아웃하는 심리적 해방의 경험이며 동시에 장애 문제를 정치적 ·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깨닫는 것이다”라고 말하죠.
또한 장애정체감은 심리적, 사회정치적, 문화적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심리적 차원으로서의 장애정체감은 개별적인 정체감으로서만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보편적인 정체감으로서도 존재하며 사회에서 장애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으로 사회·정치적 차원은 심리적 차원과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장애자부심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임파워먼트의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집단적인 협력으로 대응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해 나가는 장애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차원으로서의 장애정체감은 이것을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집단적 소속감과 장애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나의 문화로서 형성하는 것이죠. 특히 장애인 자조집단은 장애인의 문화적 활동의 축이 되고 있고 고유의 문화를 생산해 내는 기초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장애정체감의 효과와 함께 장애정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한 예로, 정신장애는 아니지만, 지체장애인의 장애정체감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07년 이익섭 교수가 쓴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애 및 건강요인으로는 장애지속기간이 길수록 장애정체감이 높게 나타났고, 환경요인으로는 사회적 문제에 느끼는 심각성 정도가 높을수록 장애정체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또한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이 남성보다, 기혼이 미혼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장애정체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선행연구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어떠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정신질환을 보는 관점으로 ‘악마가 개인 몸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Obermann, 1965; 오혜경, 1994에서 재인용).
또한, 근대 유럽은 정신장애인을 일반인과 분리하여 멸시, 냉대, 가치절하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Hardman et. al.,1996; 권명옥, 2004에서 재인용).
우리나라도 정신병은 주로 도깨비나 귀신이 붙어서 생긴 병으로, 굶기거나 복숭아나무로 때리면 낫는다는 미신이 있었죠(이요한, 2009).
해방 후 군사정권에 이르러서는 정신장애인은 나약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취급당했습니다. 현대 사회는 정신장애인을 범죄 예방을 위한 치료의 대상으로 머물게 하여 보호, 관리, 통제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습니다(김은아, 2020).
실제로 지금도 대중들은 정신장애인을 혐오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이웃이나 동료로서 관계형성을 맺는 것조차 꺼리는 태도를 보이죠. 심지어 지역사회에서조차 정신장애인과 같은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강방글, 2001).
이처럼 대다수의 정신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가치절하나 편견, 차별 등의 사회적 낙인을 경험합니다. 신체장애인에 비해서도 더 많은 낙인을 경험하며 대인 관계 및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박평화, 2012). 즉, 정신장애인들은 사람들의 낙인으로 인해 자존감 저하와 사회성의 결핍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이경희, 2001). 이로 인해 지역사회 내에서의 정신장애인들의 활동은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정은아, 2014).
이 같은 낙인은 당사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신장애를 은폐하며 살아가도록 만듭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폐쇄적으로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이진의, 2017). 이로 인한 소통에 있어서의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긍정적인 자아상(self-image)과 자아개념(self concept)을 형성하는데 한계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건강한 자아 형성에 필요한 대안적 대인관계 방법이 필요하죠(백정호, 2015). 그런 점에서 온라인 카페 활동은 올바른 자아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네이버와 다음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던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비교적 많은 회원들을 보유한 카페로는 2005년 7월 개설되어 회원수 4만이 넘는 네이버의 ‘코리안 매니아’가 대표적입니다. 많은 회원 수만큼이나 실제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달 평균 6천여 건에 가까운 게시글이 올라왔고, 댓글 수도 매달 수만 여건이 올라옵니다. 또한, 게시물에 1개당 조회멤버 수도 하루 평균 120여 건으로 많은 편이죠.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50여 명의 신규 회원들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희망바라기(회원 수 318명)는 2015년 10월에 개설되어, 현재 3달간 게시글이 50여 건이고 조회 수는 많지 않지만, 사무실을 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높은 소속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리다쿰(기독교정신재활공동체)은 1998년 노명근 목사가 세운 모임으로서, 회원들은 서울 대학로에 모임 장소를 두고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카페 회원 수는 384명에, 현재 3달간 게시글은 50여건입니다.
그리고 8천 5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다음의 ‘사라의 열쇠’는 2014년 7월에 개설되어 하루 평균 250여 명의 회원들이 카페를 방문합니다.
또한, 회원수 6천이 넘는 다음 카페 ‘아름다운 동행’은 2007년 6월에 개설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원 수는 하루 평균 350여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2017년 11월에 개설된 ‘한국조현병환우회: 심지회’(회원 수 655명)는 하루 평균 7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중이죠.
(각 카페별 통계 수치는 현재의 실제 수치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당사자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자신의 병을 쉽게 밝히고 활동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익명성 때문입니다.
회원들은 이름 대신 아이디를 내세워 활동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익명성을 통한 개인 프라이버시의 보장은 회원들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풀 수 있게 해줍니다(백신정, 2011). 가령, 자신의 병명을 밝히고 증상에 대한 고충과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당사자인 가족을 돕기 위한 정보와 조언을 구할 수도 있죠. 그리고 댓글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기도 합니다.
온라인 카페의 두 번째 특징은 집단 소속감의 형성입니다.
회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반응하면서 관계를 맺어 나갈 때, 동질감과 연대를 느끼게 되죠(배근정, 2002). 비록 나이와 성별, 직업과 학력 등 각자 살아온 배경이 다르지만 정신장애라는 공통의 관심사와 경험을 공유하며 당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공감하게 됩니다. 특히 병명과 병의 증상, 약의 부작용, 진료 후기, 정신과 전문 용어 등을 공유하고 서로 확인하며 외부에서 타인과 맺을 수 없었던 돈독한 상호관계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병의 증상이나 고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회원의 글에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댓글이 달립니다. 그리고 글 게시자는 그 댓글을 보며 다시 힘을 얻죠.
온라인 카페의 세 번째 특징은 상호작용입니다.
회원들은 카페 게시판에 지속적으로 글과 자료들을 올리고 다운받으면서 자신의 정보를 알리거나 타인의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배근정, 2002). 회원들은 활발한 의사소통뿐 아니라, 정신장애 극복 수기나 회원들이 쓴 문학작품을 게재하기도 하고, 당사자의 가족교육, 항정신병 약물에 대한 정보, 정신건강 관련 뉴스 기사들을 공유하면서 상호작용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이근희, 2014). 또한 거주 지역의 권역별, 혹은 취미에 맞는 분야별 소모임 게시판을 따로 두어 오프라인 모임도 가질 수 있도록 장치해 두었습니다. 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회원들의 관계가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이처럼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온라인 카페 활동은 자신을 개방하고 공감,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정신장애’라는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페 회원들은 온라인상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소모임을 통해 직접 대면하여 만남의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코리안매니아’의 경우 매달 ‘힐링캠프’라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대화와 토론, 짧은 강의와 식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모임으로 반려견 동반모임, 등산모임, 다이어트모임, 문예모임 등이 이루어지기도 했구요.
다음 카페인 ‘사라의 열쇠’는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한 재은심리상담센터 배정규 원장이 만든 커뮤니티입니다. 이곳에는 강의 영상과 논문, 번역물 등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들이 올라옵니다. 회원들은 카페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거나 강의 현장에 직접 참여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조현병환우회(심지회)’도 월례회와 서울대학병원 공개강좌를 통해 정신과 의사나 교수는 물론 회복한 정신장애 당사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비영리단체인 ‘희망바라기’ 카페는 활동가 모임을 통해 적극적인 만남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처럼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름다운 동행’의 ‘정신분열병 병명 개정 운동’이죠. 이 카페의 회원들은 기존 ‘정신분열병’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07년 ‘정신분열병병명개정을 위한 서명서’를 대한정신분열병학회에 전달했습니다. 무려 3,689명의 회원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입니다. 결국 여러 과정과 노력 덕에 2012년 2월, 국회 본 회의를 통해 명칭을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개정하기로 확정지었습니다.
온라인 카페의 사회 확장성은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데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카페 운영진들은 세미나와 축제 행사를 개최하여 당사자가 긍정적인 장애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코리안 매니아’가 주최하고, ‘사라의 열쇠’, ‘희망바라기’, ‘심지회’와 KAMI(한국정신장애연대), 한국정신장애인복지협회 등이 공동주관하여 2019년 11월 ‘한국정신건강 회복운동단체 연합 페스티벌’을 개최했습니다. 당사자들은 이 행사를 통해 음악과 공연, 문학 낭독 등으로 저마다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수필과 시와 같은 문학 작품 활동은 당사자들이 정신적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인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변학수 외, 2006).
카페 회원들의 투병기나 문학 작품들은 출판물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리안매니아’ 카페 운영자이자 조울증 당사자인 정안식 님이 쓴 『조울증은 회복될 수 있다』를 비롯해 장우석 님의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고요 님의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이관형 님의 『바울의 가시』, 김수진 님의 시집 『마음 돋이』 등. 많은 회원들이 온라인 카페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죠.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에서의 활동은 장애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함께 활동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 활동이 회원들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공동의 목표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사회참여로 이어진 것입니다(윤수진, 손동영, 2014).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정체감 형성을 위한 당사자 행사와 축제, 그리고 문화·예술 작품의 발표와 공유는 장애정체감을 문화적 차원에서의 장애문화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대중 앞에 나타나 장애에 대한 자부심을 문학과 예술로 표현하며 장애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송정문, 2017). 이는 스스로 긍정적인 장애정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론적 배경이 실제 결과로 나타나는지 증명하고자 양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연구모형은 PPT에 나오는 그림과 같습니다. 독립변수는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입니다. 실제 연구 대상자 모두가 온라인 카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전제 조건 하에 설문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종속변수는 장애정체감입니다. 온라인 카페 활동을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활동하는 지에 따라 장애정체감이 각자 다를 거라는 가정 하에 종속변수로 정했습니다.
또한 통제 변수인 성별, 연령, 학력, 장애등록 유무, 장애지속기간, 혼인상태에 따라 집단 간의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이 장애정체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온라인 카페활동을 하는 정신장애 당사자이고, 2020년 7월 4일부터 7월 12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연구 참여자 표집을 위하여 온라인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개설된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누적 가입 회원이 100명 이상인 정신장애인 카페를 조사한 후 본 연구의 설문조사 협조를 수락한 6곳의 온라인 카페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카페활동이 비공개 및 익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여 ‘구글’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을 카페에 게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카페회원들이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103명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된 당사자가 참여하였고, 총 103부의 설문지를 취합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 측정도구는 윤미진(2004)이 활용한 사이버 커뮤니티 이용 척도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척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현시점과 본 연구의 목적에 맞게 온라인 카페 이용 척도로 수정하였습니다. 척도의 내용으로는 공통관심사, 커뮤니케이션, 정보유용성, 회원활동, 소속감, 몰입, 만족의 총 7개의 하위차원과 총 34문항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점수가 높을수록 온라인 카페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장애정체감 측정도구는 이익섭, 신은경(2006)이 개발한 장애정체감 척도를 활용하였습니다.
다만 이 척도는 신체장애인을 중심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에게 적합하도록 수정하여 활용하였습니다. 척도의 내용으로는 인간으로서의 가치, 장애수용, 권리주장, 공통근거, 외적 장애물의 총 5개의 하위차원과 총 23문항으로 구성되고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정체감이 높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본 연구를 위해 수집한 자료는 SPSS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분석하였습니다.
먼저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각 변수의 하위차원별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고요. 다음으로 변수 간 차이검증을 위해 t-검증과 일원배치분산분석을 실시하고, 변수 간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카페활동이 장애정체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본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는 총 103명으로 남성이 45명, 여성이 58명이였고, 연령은 30세 이상 40세 미만인 30대가 3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30세 미만 30명, 40세 이상 50세 미만 26명, 50세 이상 11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행정적으로 장애를 등록한 참여자는 27명,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는 76명으로 장애를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가 더 많았습니다.
정신장애 중에서도 조현병이 주장애이거나 유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4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조울증이 주장애이거나 유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32명, 우울장이 주장애이거나 유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28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황장애 등의 기타 장애를 가진 사람은 2명입니다.
장애를 지속해온 기간은 5년 미만이 29명으로 가장 많았구요, 다음으로 20년 이상 26명, 10년 이상 20년 미만 25명, 5년 이상 10년 미만 13명의 순으로 이어졌고, 응답하지 않은 참여자가 1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참여자 중 미혼이 76명이였으며, 기혼 13명, 이혼 1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 기타로서 사별, 별거 등이 3명이였습니다.
학력은 4년제 대졸 이하가 58명으로 절반이 넘는 비율이었습니다. 고졸 이하는 24명, 전문대졸 이하는 12명, 대학원 석사이상이 9명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가족 중 정신장애인이 있는 참여자는 22명, 없는 참여자는 8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 정도는 PPT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균점수 124.05로 점수범위 0점에서 170점의 중간 값인 85점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온라인 카페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서, 연구 참여자는 대체로 온라인 카페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 참여자의 장애정체감 정도는 평균점수 87.19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정체감의 점수범위는 0점에서 115점으로 중간 값이 57.5점입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정체감이 높은 것으로서, 평균이 중간 값인 57.5점보다 다소 높아서 연구 참여자의 장애정체감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참여자인 정신장애인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장애정체감에 대한 비교결과는 PPT에 나오는 표와 같습니다.
일반적 특성 중에서 장애등록유무에 있어서 장애정체감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습니다(t=2.246, p<.05). 이를 해석하자면, 행정상 정신장애를 등록한 참여자가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에 비해 장애정체감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외의 특성인 성별, 연령, 정신장애 종류, 장애지속기간, 혼인상태, 학력, 가족 중 정신장애인 유무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유형별 집단 간에 장애정체감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 참여자인 정신장애인의 장애정체감과 온라인 카페활동의 상관관계 여부를 파악하였습니다. 여기에는 통제변수인 성별, 연령, 학력, 장애등록유무, 장애지속기간, 혼인상태를 포함하여 분석하였습니다.
분석은 피어슨(pearson)의 단순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PPT에 나오는 표와 같습니다.
먼저 정신장애인의 장애정체감과의 단순상관관계에서 통제변수로는 장애등록유무(r=-.218, p<.05)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애등록유무와 장애정체감은 부적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장애등록을 한 사람일수록 장애정체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독립변수인 온라인 카페활동(r=.436, p<.01)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정적관계를 보이고 있어서 정신장애인이 온라인 카페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장애정체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본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이 장애정체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선행연구에서 장애정체감과 영향이 있다고 밝혀진 성별, 연령, 학력, 장애등록유무, 장애지속기간, 혼인상태를 통제한 후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1단계는 통제변수를 투입하고, 2단계는 1단계에 투입된 통제변수에 독립변수인 온라인 카페활동을 투입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PPT에 나오는 표와 같습니다.
1단계 선행연구에서 장애정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모두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2단계에서도 1단계와 마찬가지로 투입된 통제변수인 성별, 연령, 학력, 장애등록유무, 장애지속기간, 혼인상태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단계의 결과를 보면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이 장애정체감에 미치는 영향력은 β=.403(p<.05)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습니다.
회귀모형 적합도인 F값이 18.081(p<.05)로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장애정체감을 15.7%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1단계에서의 설명력보다 14.9%(⊿R²=.149, p<.05)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온라인 카페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장애정체감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나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입니다.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이 장애정체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이는 온라인 카페 속에서 정신장애인이 형성한 장애정체감을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데까지 확장하고, 장애정체감을 넘어 장애문화로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함의를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사자 103명이 설문에 참여하여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분석하였습니다.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활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 활동이 장애정체감을 높이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당사자들은 저마다 병의 증상이나 치료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사회에서는 병을 쉽게 드러낼 수 없음으로 인해 자기표현에 제한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카페 공간에서는 익명성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 인해서 장애정체감을 높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카페 활동은 단순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넘어, 당사자들의 장애정체감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어져야 합니다.
둘째, 온라인 카페 활동이 오프라인 카페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연구에 참여한 카페 회원들은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교육이나 강연, 혹은 등산이나 친목모임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나눕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모임은 당사자 온라인 카페에서 자연스레 확장된 것이지만. 정부와 사회의 지원과 제도 정책이 세워진다면, 당사자들은 온라인 카페 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도 서로의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며 장애정체감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온라인 동료지원가 양성 제도의 구축 및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장애인의 건강한 자립생활과 환경조성, 개인별 주체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동료지원센터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동료지원가는 먼저 회복된 정신장애 당사자들로서 이들은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료지원가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구축된다면 다른 당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많은 공감과 경험을 나누는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넷째, 정신장애인의 온라인 카페를 통한 문화적 활동이 장애운동과 장애문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이 온라인 카페에 게시하는 수필 등의 글들은 자기표현이자 소통의 수단이죠. 이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또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러한 자기표현과 소통이 온라인 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책과 강연으로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장된다면 장애로 인한 억압과 차별에 맞서 나가는 장애운동으로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장애정체감은 정신장애인의 장애문화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카페에서의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고, 다양한 강연의 장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온라인 카페에 공개하는 연구결과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논문을 쓰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고, 심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해 주신 많은 카페 회원 분들과 여러 당사자 분들의 응원으로 결국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당사자로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이 논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논문 작성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
혹 논문 나오면 한권 받아볼 수 있을까요?
종이로 읽어 보는게 편해서요. ~~^-^
감사합니다^^
다만, 이 논문이 졸업 논문이 아니라, 다른 학회지에 투고 용으로 만든거라서요..
중복게재 여부 때문에 따로 인쇄는 하지 않을 예정이에요..ㅠㅠ
@이관형 아~~그러세요. ^-^
제목에 [연구논문 발표] 라고 되어 있어서 논문인줄 알았는데
논문이 아니시군요. ㅎ
@푸른하늘 은하수 아! 논문은 논문인데,
학위 취득용 졸업을 위해 인쇄해야 하는 논문이 아니라,
학회지에 실기 위한 투고용으로 쓴 논문이라서
따로 인쇄하지는 않아요..^^;;;
@이관형 틈틈히 다 읽어볼께요. ^-^
코로나 조심하시고 화이팅하세요.~~^-^
@푸른하늘 은하수 감사합니다!
은하수님도 건강관리 잘하시고, 함께 화이팅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4.26 07:45
이관형대표님 늘 응원합니다^^
논문 매우 훌륭합니다~!
주말 쉼 가지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주말엔 사무실서 책 읽으면서 쉬어요ㅎㅎ
아프면서 대단 하십니다.계속 힘내서 하고싶은 모든 것 이루세요
진심으로 아플때는 힘들죠..ㅎㅎ
그래도 하고 싶은거 해야 살 수 있는거 같아요^^
논문 내용 잘 읽었습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늘 기사 업로드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관형씨 논문에서 심지회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지회는 온라인 카페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페 관련 논문이라 심지회 활동 소개가 조금 아쉽네요.
제가 많이 부족해요.. 아는게 많지 않다보니 논문 결과도 아쉬울 수 밖에요..
@이관형 아니요 논문 그 자체는 훌륭합니다.
많은 당사자들이 함께할 문화와 공간이 절실합니다
힘들었겠지만 통계자료로 보여주셔서 더 와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