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첫 테이프를 인도의 지성 타고르와 함께 끊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여라
학생들과 뒹굴어야 하는 야간업소(?)를 운영하다 보니 오후 강연들은 언제나 화중지병이었건만 무리와 무리를 거듭해 만들어 둔 광음을 인천문화재단이 성찬을 차려줬다 이 어찌 감사않을쏘냐?
젊은 날 타고르의 극히 평범한 어휘의 나열이었음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에 압도당해 영혼이 사로잡힌 적이 있었는데 오늘 만난 타고르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되어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에 대한 또 하나의 지평을 열게 되었다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고개를 주억대며 필기도 열심히, 뚫어져라 강사님을 째려도 보고ᆢ
아,백수인 채로 남의 액기스들만 뽑아 먹고도 고복격양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ㅋㅋ 아뭏든 인천에는 있다ᆢ요런 알진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대책없는 몽상가 중년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천문화재단이!부러운 사람 요요 붙어라!더더욱 약 올려 줄 터이니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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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아침, 밤을 지새우다시피하고 상기된 채로 페이스 북 타임 라인에 스스로 올렸던 광고이다. 지난 금요일에 만난 인도 시성 타고르에 대한 강연으로 뜨거운 감동을 누리고 왔던 터라 오늘 있을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바라보는 1920년대의 뉴욕과 재즈 에이지에 대한 조망을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서 들었다. 과연 오늘도 장내의 열기는 뜨거웠고, 강연을 펼치는 강사도 청중도 극도의 집중력으로 금요일 밤을 멋지게 불살랐다. 나의 문학적 깊이가 미천한 관계로 무조건적인 감동을 받는 것도 있겠지만, 첫 주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타고르와 지구적 세계문학의 길', 오늘 중앙대 영어영문과 최영진 교수의 '위대한 개츠비와 1920년대의 뉴욕' 두 강의가 모두 깔끔하게 진행되어 한 순간도 건너 뛸 수가 없었다.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희망적인 시로써 한국이라는 나라를 대단한 나라로 찬양했던 우호적 입장의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있다.하지만 이런 평가로는 타고르라는 사람을 지나치게 축소해서 생각한 것이라 타고르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강의를 듣노라니 우리가 타고르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참 많구나 싶어져 바로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타고르는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에 대해 저항했던 일본이 어떤 정신이 있었기에 생존하고 버텼는지 호기심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5차례의 일본 방문 중에 일본의 지식인들을 만나면서 최소한 유럽의 제국주의에 저항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그들처럼 타국을 괴롭히는 만행을 저질러서는 안 될 텐데 조선과 중국을 침략한 사례들을 보면서 극도로 실망하게 되었다. 1910년 조선 유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후에 조선인들에 대한 실태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1916년 유학생 진학문에게 준 '패배자의 노래'라는 시도 이미 발표되었던 시집에 있던 작품으로 조선인을 위해 지어 준 바도 아니며, 1929년 서일식에게 보낸 인터뷰 자료 장문의 글 중에 현재 떠도는 '동방의 불빛'은 조선 해방에 관련한 덕담에 불과한 것이고 시의 형태로 지어준 것이 아니었다. 또한 뱅갈어로 쓰여진 그 인터뷰 내용의 전문을 살펴 보면 그저 해방을 기원하는 의미이기보다 식민지의 상황 하에서 언젠가는 해방이 되겠지만, 해방 후에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더 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국가를 우선시하는 나라가 아닌 시민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라면서 내셔널리즘을 경계하여 조선 역시 그런 자각한 개인들이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타고르는 인류의 당면한 문제로서 내셔널리즘을 들며 제국주의 반대자들 역시 내셔널리즘에 기원을 두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있었다. 백년 전 내셔널리즘의 노예가 되어 있던 당시,이미 그는 국민 국가 체제가 아닌 지구적 시민사회를 건설해야 함을 내다보고 있었으며 21C의 미래를 걱정하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인류의 희망, 인류의 불빛으로서의 '동방의 등불'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뱅갈어로 보존되어 있어 미발표 되었던 '샤쿤탈라'라는 글을 통해 6C 무렵 쓰여진 카리타스의 희곡작품 샤쿤탈라를 천 년도 더 넘어 나온 세익스피어의 템페스와 비교하면서 남녀 사랑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크냐면서 인도의 희곡은 어른 것이고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애들 것이라면서 영국 문학을 전면 부정했다. 그 이후 '세계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유럽 중심의 문학을 세계문학으로 배치하는 풍조를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영국 문학을 모델로 하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인도문학과 비교해 달라는 요구에 세계문학(인도문학)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을 어필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 유수의 출판사들이 편집하는 세계문학 대부분이 유럽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실정인데 오늘날 처한 문제를 타고르는 이미 이미 예견한 바로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싯점에서 정신적 스승으로 삼을만 하다.
타고르는 괴테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괴테가 "오늘날에는 국민문학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세계문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네."라고 처음으로 세계문학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중국의 소설과 페르시아 핫피스의 시를 읽고 감동해서 아시아 문학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갖게 되었다.또 괴테는 계몽주의사상의 자유의 핵심이었던 볼테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볼테르 역시 한 선교사로부터 전해받은 중국의 희곡 작품을 읽고 무한한 감동을 받고 <중국고아>라는 제목으로 각색하여 중국을 경이로운 나라로 여기며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기술문명을 등에 업은 유럽제국주의는 세계를 유럽중심으로 재편하여 지식화 작업을 통해 제도화해서 결국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었다.결국 유럽중심주의가 왜곡되고 굴절된 채 지식화된 채 지금에 이르러 세계문학의 개념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김재용 교수는 뱅갈어로 쓰여졌던 타고르의 '샤쿤탈라'와 '세계문학'을 인도 비평학자로 부터 영어 번역본을 건네받고 100년 전에 이미 예견했던 혜안에 탄복하였으며 자신이 새로운 개념의 세계문학을 위해서 고민하고 있던 문제가 풀리는 느낌으로 <지구적 세계문학>이라는 문학지를 창간하는 싯점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15년 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을 하면서 타고르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타고르의 번역시를 보다 보니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최초 근대시에서 김소월이나 한용운에 이르는 시 형식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 배경을 알 수 있었다면서 결국 타고르가 김 억의 번역시를 통해서 우리 근대시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특히 <집과 세상>이라는 장편소설을 읽고 인류의 문명 미래의 운면에 대한 예견을 보며 참된 지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위대한 영혼을 만난 기쁨에 크다고 전하면서 자신 역시 '샤쿤탈라'를 통한 감동 후 <지구적 세계문학> 창간호에 실으면서 마음 속에 타고르를 담고 세익스피어를 넘어서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그런 과정에서 부디 우리 식의 자의식에만 갇힌 '동방의 등불'을 뛰어 넘어 진정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서의 타고르를 재발견해주길 신신당부를 했다.
평이한 어휘로서도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본질을 관철하던 통찰력이 돋보이던 그의 시를 만나게 되리라던 예상은 빗나갔으되, 더 큰 사상적 의식의 계몽을 주창한 위대한 영혼을 부각시켜 주었던 그 강의가 참 특별했다. 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중심의 신 제국주의의 폐해가 정신과 사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 와중에 지적보고 지적원천으로서의 아시아를 드러내어 맞서자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 어떤 나라이든 내셔널리즘에 함몰되지 말고 범 시민적 사회를 지향하여 인류 서로 사랑하라는 대안을 제시한 타고르의 인자한 음성이 내내 여울진다. 그런 내면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그의 시가 특별한 감동으로 울림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애초 1강의 얘기와 오늘 2강의 얘기를 다 풀어볼 작정이었으나 타고르를 복기하는 일만으로도 벅찬 일이었음을 깨닫는다.이미 새벽 세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난 여전히 불타는 금요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헤매인다. 동 서양을 오가며 한 주 한 주 인간을 다시 알아가는 이 여정이 달뜬 흥분과 설레임을 동반하여 나를 들끓게 하리라. 다음 주 만나게 될 '붉은 수수밭'의 중국 작가 모옌은 또 한 차례의 격정과 감동을 몰아쳐 오게 되리라. 귀하디 귀한 이 가을밤의 순간들이 나를 살린다.
첫댓글 에일린님! 정말 멋지게 사시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에일린님은 너무나 깊은 분이어서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데, 자꾸만 더 깊어지시면...
에일린님의 깊이를 알아보겠다는 오기는 버려야 할 듯요!!
불타는 금요일 라이브쇼~!가 있는 인천으로 이사가고 싶어집니다!! ^^
작가 님, 깊이도 깊이 나름이어서 저처럼 수렁에 빠져 있음 아니되시옵니다.김작가 님께서 이 강의를 듣게 된다면 눈 반짝 귀 쫑긋,정말 정말 행복해 하실 터인데......감사합니다.함께 마음을 나눠주셔서......^^
불타는 금요일의 라이브 쇼라는 제목만 보고는 에일린님께서 홍대 클럽에 가셨나 했습니다.^^
진짜로 멋진 불금을 보내셨는데 저의 상상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가버렸네요. 상상력의 빈곤을 절감...
인천의 한국 근대문학관의 프로그램이 정말 맛깔나는군요. 에일린님이 부럽긴한데 붙을 순 없어 더 약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글로서나마 약간의 위안이 됩니다. 타고르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겠군요.
ㅋㅋ..홍대클럽 저지선을 뚫을 수 있을까요?제가?물 흐린다고 아마......ㅋㅋㅋ 근대문학관이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더군요.문학작품을 낭독하며 연극을 펼치는 공연도 있고 다양한 기획들이 준비 중이었어요.타고르를 보실 때 이왕이면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라즈니쉬가 풀어낸 타고르 시집을 꼭 읽어보시라 권해드립니다.덕무조아 님께서 아주 좋아하실 듯......80년대 말 쯤 나왔던 것인데 절판되지나 않았을까 싶지만......저도 정작 갖고 있진 못해서 .빌려줬던 책이 돌아오질 않아서......
불금 라이브 쇼...모처럼 술맛 한 번 보나 했는데....
지적 상승의 추구도 물론 좋은 감동이지만,
때론 무한히 내려 놓고 떠 내려가는 일탈의 파격도 아름다운 일...
이 가을처럼~!
ㅋㅋ..그러게 말이에요. 안타까워 죽겠는 해리슨로드 님. 무한히 내려 놓을 것조차 없으면서 길게도 버티지요?ㅋㅋㅋ......전 맨날 일탈 중인데요? 이 가을처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요.사상가요.시인이라는 그 타고르를
에일린님의 성찬으로 다시 보게 되네요.
제겐 그 타고르보다 살아서 이리 생생히 전해주는 타고르 후계자처럼 느껴지는
벗님이 더 위대해 보인다고 하면 물론 안믿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우리끼리 관계자끼리 하는 말로~~~ㅋㅋㅋ 뒤늦게 또 차려진 밥상 홀대 않으시고 마음 써주신 아씨 님.
무척 감사합니다. 바쁜 총 중에 이런 마음자락을 내어 놓으시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항상 건강하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