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고 섰노라면 / 이채
흙을 밟고 섰노라면
산 것들의 모두가
비로소 평등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느 나라 제왕도, 위인도
바람불고 비 내리던 사람도
땅을 치며 통곡하던 사람도
흙을 버리고 돌아선 사람도
결국 흙의 가슴으로 돌아가는
산 것들의 역사가 흙내음으로 풍긴다
흙으로 스며들지 않는 것
흙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날마다 흙을 갈고
씨앗을 심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그 얼마나 싱그럽고 풋풋하던가
산바람에 솔향기가 묻은 손으로
텃밭의 푸성귀를 가꾸는 사람의 주름에는
흙이 들려주는 정직한 이야기가 있다
하얀 백지로 돌아가는 사람의 약속보다는
믿음의 땅
흙을 밟고 섰노라면
출처 : 이채 제6시집 중에서
당신은 모르실거야(혜은이) - 김희진
24.08.01 강원래의 노래선물 방송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