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신문＞＞ 제67화, 박물관으로 옮겨진 진흥왕 순수비

[박경룡]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박물관으로 옮겨진 진흥왕 순수비

- 박 경 룡(문학박사, 서울역사문화포럼 명예회장)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유지(巡狩碑遺址)는 1454년 전에 세웠던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가 있던 자리이다.

원래의 순수비(국보 제3호)는 오랫동안 비바람에 깎여 1972년에 경복궁 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고, 본래 위치(종로구 구기동 산 3번지)는 사적 제228호로 지정되어 표석이 세워져 있다.

신라는 진흥왕 때 삼국 전쟁의 대열에 뛰어들어 한반도 전체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한강유역으로 진출하였다.

진흥왕은 재위 12년(551)에 백제와 손잡고 당시 고구려가 점령하고 있던 죽령 이북의 한강 상류로 진격하여 이곳에 10여개의 군(郡)을 설치하였고, 여세를 몰아 14년(553)에는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한강 하류지역으로 나아갔다.

한강 하류지역에 신주(新州)를 설치하고, 광주(廣州)지방을 다스리는 중심지로 삼으면서부터 신라는 현재의 서울 지역을 북쪽 지방의 점령을 위한 군사적 근거지로 삼아 삼국통일의 기틀을 닦기 시작하였다.

진흥왕은 16년(555) 10월, 북한산을 돌아보고 신라의 영토를 확정하였다. 11월에는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통과한 여러 고을에 1년간의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또한 특별히 죄를 면제하는 혜택을 베풀어 사형수 이하의 죄수들을 석방하도록 명령했는데, 북한산 순수비는 이를 기념하여 세운 것으로 짐작된다.

진흥왕 순수비는 승가사 뒤쪽에 위치한 표고 556m의 큰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서 비봉(碑峰)이란 산봉우리 이름이 유래되었다. 순수비는 큰 바위의 꼭대기를 파내어 비석 받침[碑座]을 만들었다. 바위의 남쪽으로 뻗쳐나간 조금 낮고 비교적 평평한 부분을 택하여, 여기에 3층의 단(段)을 만들어 비를 세운 비석 받침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제3단은 그 앞면을 제외하고는 세 방향 모두 떨어져나가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 더욱이 각 단 모두 바위가 삭고, 또한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까닭에 그 넓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비석 받침의 중앙에는 폭 71.5㎝, 두께 16. 6㎝쯤 되는 직사각형의 홈을 파서, 이곳에 비석의 몸체[비신(碑身)]를 깊숙이 세웠다. 지난날 비석의 몸체는 이곳에 동남쪽으로 70°쯤 기울어진 방향으로 세워져서 눈에 띄게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 순수비는 세워진 후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있다가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의 왕심비(枉尋碑), 혹은 글자가 없는 이른바 몰자비(沒字碑)로 알려져 왔다.

19세기 초에 추사 김정희(金正喜)선생이 승가사에 들렀다가 순수비가 위치한 곳에 찾아와 이끼로 뒤덮인 비면을 닦아내고 읽어내어 진흥왕 순수비임을 밝혀냈다. 진흥왕 순수비는 북한산비 이외에도 마운령비, 황초령비, 창녕비 등이 있다.(*)

비봉 위에 세워져 있는 진흥왕순수비

[박종문]

귀중한 금석문 역사자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