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요즘 들어 건망증이 한층 더해진 느낌이 든다.
며칠 전에는 휴대전화기에 알람을 설정해 놓았는데 소리가 나길래
정지해 놓고는 어디 두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지 않았다.
머리맡 라디오 옆 메모장 위에도 컴퓨터 부근 작은방 책상에도
보이지 않으니 황당할 뿐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집 전화기라도 있으면 울리는 소리로도 쉽게 찾을 수도 있을 텐데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한참을 헤맨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자리 이불을 들춰보니 거기에
꼭꼭 숨어있는 게 아닌가.
잠결에 시끄러워 배에다 그냥 올려놓고는 그냥 몸만 빠져나왔으니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고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누굴 원망할 수 도 없었다.
한 달 전쯤에는 외출할 일이 있어서 차 키를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늘 작은방 입구 우측 바닥에 두는 데 거기 있으려니 하고 외출 준비를 하고는 찾으니 오리무중이었다.
큰방에 가서 예비키를 찾았으나 그것 또한 행방불명이었다.
시간은 자꾸 지체되고 마음은 급한데도 보이지 않으니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문을 열어보니 키가 그대로 꽂혀있는게 아닌가. 시동을 걸어봐도 밧데리가 방전되어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은 급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며칠 전에 차를 운행하고는 차안에 키를 그대로 둔게 죄라면 죄였다.
꾸물대고 있을 때가 아니라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서 갈 수밖에 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국그릇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내 방에 와서 천하태평으로 TV를 보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여기 좀 와봐요” 했다.
가보니 타는 냄새가 부엌에 진동했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변명이 통할 리가 없어서 무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건망증이 아니라 착각으로 믿고 위안을 삼고싶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