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style="color: #000000;">[  어제 쓴 글인데 동갑내기 친구들 모임방에 올린 글이라 반말체인점 양해바랍니다.^^ ]</span></p><p> </p><p> </p><p><span style="color: #000000;">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공원</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중 산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평소 때라면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가득할 작은 공원이</span></p><p><span style="color: #000000;">텅 비어있어</span></p><p><span style="color: #000000;">특히 강아지들 산책시키는 사람들은 거의 안 나오시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공원의 터줏대감 배드민턴 어르신들도 없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어 그래도 맨발 걷기 하는 곳에 한분이 라디오 들으시면서 혼자 돌고 있으셔</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비 오는 날 맨발 걷기는 발도 덜 아프고 감촉도 좋아서 굿뜨 ㅎㅎㅎ</span></p><p><span style="color: #000000;">조금있으니 남편인듯한 어르신이 와서 같이 운동하시네</span></p><p><span style="color: #000000;">부부가 우산 쓰고 천천히 느긋하게 함께 맨발 걷기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span></p><p><span style="color: #000000;">솔직히 부러워서 눈물도 살짝 날뻔했지만 잽싸게 팔 휙휙 거리며</span></p><p><span style="color: #000000;">걷기 속도를 올렸지 ^^</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몇 바퀴 돌다 고개 들어보니 어느새 나 혼자</span></p><p><span style="color: #000000;">이동하려고 벤치에 앉아서 발 닦고 있는데 </span></p><p><span style="color: #000000;">다리를 약간 저시는 할머님 한분이 옆에 정자에 앉으려고 하셔</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근데 거기는 물이 흥건해</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그래서 옆에 앉으시라고 나는 벤치 구석으로 </span></p><p><span style="color: #000000;">곰같은 몸을 잽싸게 웅크리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얼굴은 흉악해도 나쁜놈 아니라는 표정으로 </span></p><p><span style="color: #000000;">어색한 웃음을 던져드렸지</span></p><p><span style="color: #000000;">수건으로 살짝 있는 물기도 닦아드렸어</span></p><p><span style="color: #000000;">배드민턴장 벤치들 중에 유일하게 위에 비막이가 있는 곳이었거든</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씨익 웃으시면 앉으시더니 내 발을 보시고는</span></p><p><span style="color: #000000;">수술하셨네요 이렇게 시작하시더니</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본인의 수술이야기 병원 놈들 나쁜 놈들 이야기 ㅋㅋ</span></p><p><span style="color: #000000;">왜 사람들이 강아지 응가 처리한 주머니를 함부로 공원에</span></p><p><span style="color: #000000;">버리는지 화난다는 이야기</span></p><p><span style="color: #000000;">착한 따님 이야기 </span></p><p><span style="color: #000000;">먼저 간 남편 이야기</span></p><p><span style="color: #000000;">어릴 때 연탄가스 사고가 났는데 다행히 다리 혈관만 터져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불구가 되었는데 머리혈관이었으면 죽었을 거라며</span></p><p><span style="color: #000000;">웃으시네 ㅎㅎ</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한 20여분 이야기 꽃을 피우시더니 딸내미에게 전화가 왔는지</span></p><p><span style="color: #000000;">받으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면 얘기 잘했어요 라며 손 흔들고 가시네</span></p><p><span style="color: #000000;">할머님 이야기 상대가 많이 그리우셨나 봐</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이야기하시는 동안 난 계속 발을 닦아야 했지 머야</span></p><p><span style="color: #000000;">발 다 닦고 양말 신으면 혹시 가야 하나 불편하실까 봐 ㅎㅎㅎ</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공원 끄트머리에 있는 어르신들 항상 모이시는 쉼터 같은 곳에 갔어</span></p><p><span style="color: #000000;">거기는 위가 다 막혀있어서 새소리 들으면서 책 읽기 좋은데</span></p><p><span style="color: #000000;">평상시에는 나 같은 어린놈은 접근 금지 구역이라 ㅠㅠ</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역쉬 아무도 없어</span></p><p><span style="color: #000000;">신나서 가방 풀고 책 꺼내고 돋보기 꺼내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아하게 미리 타온 블랙커피도 한 모금하면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독서를 즐겼지. [ 실은 바닷마을다이어리라는 만화책 ]</span></p><p><span style="color: #000000;">이렇게 공원에서 비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커피 향과 함께</span></p><p><span style="color: #000000;">하는 독서의 맛은 진짜 멀로 표현이 안 되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헐 근데 갑자기 대빵 큰 멍멍이 녀석의 등장</span></p><p><span style="color: #000000;">비 오는 날은 작은 강아지 안고 산책하는 분들은 있어도</span></p><p><span style="color: #000000;">일케 큰 녀석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거든</span></p><p><span style="color: #000000;">자세히 보니 엄청 착하고 복스럽게 생긴 20대 초반 정도의 아가씨가</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을 접고있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멍멍이 녀석 훈련을 잘 시켰는지 벤치에 앉아서 엄마인지 누나인지</span></p><p><span style="color: #000000;">하여간 그 아가씨가 주는 간식을 잘 받아먹고 얌전히 있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자세히 보니 참 이쁘게 생긴 녀석이야</span></p><p><span style="color: #000000;">견종을 물어보니 시바랑 멕시코 머시기 혼혈이라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아가씨가 말하는 폼새가 참 예의 바르고 목소리도 밝아서 좋네</span></p><p><span style="color: #000000;">웃는 모습도 머라그럴까 해맑다 ? 참하다 ?</span></p><p><span style="color: #000000;">하여간 개나 주인이나 참 인상이 좋더라구</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짜 먹는 강아지 간식 있는데 하나 주어도 될까요? 했더니</span></p><p><span style="color: #000000;">감사한데 더 먹으면 살찐다고 정중히 사양하네</span></p><p><span style="color: #000000;">녀석이 요즘 비만이라 비 오는 날임에도 운동시키려 나온 거래</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녀석의 머리와 목덜미를 연신 쓰다듬으며 대화를 하는 아가씨의 모습이</span></p><p><span style="color: #000000;">또 참 보기 좋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좀 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나만 좋지 상대는 불편한 시간일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span></p><p><span style="color: #000000;">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어</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조금 더 책 읽다 이쁜 가을단풍들과</span></p><p><span style="color: #000000;">행복한 빗소리를 간직한 </span></p><p><span style="color: #000000;">공원을 떠나 집으로 향했어</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입구 쪽에서 아까 그 어르신 부부가</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 쓰시고 나란히 서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역시 또 천천히 걸어가시네</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나도 모르게 속으로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세요</span></p><p><span style="color: #000000;">이런 기도가 울리네 </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근데 종교도 없는 내 기도가 효과가 있으려나</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모르지 특정한 신을 믿지 않으니</span></p><p><span style="color: #000000;">세상 모든 신에게 내 기도가 통할지도^^</span></p><div class="figure-img" data-ke-type="image" data-ke-style="alignCenter" data-ke-mobilestyle="widthOrigin"><img 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BgV1/30aeac99dc87b2160461af27f06703e595f36776" class="txc-image" width="417" height="626" data-img-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BgV1/30aeac99dc87b2160461af27f06703e595f36776" data-origin-width="554" data-origin-height="832"></div><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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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꽃장수님
참 사려깊으시네요.
양말을 신으면
그 할머니가 불편하실까봐
발만 20분 닦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할머니 말벗이 되어드리고
아가씨와는 또 그분이 불편할까봐
책으로 눈을 돌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주 익숙하시네요.
저도 오늘은
강아지 안고 산책을 했습니다.
강아지 데리고 혹은 안고 산책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개도 없으면서 산책 가방에 싸구려지만
강아지 간식 몇 개 넣고 다녀요 ㅎㅎ
흔전 남겨주시고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소소
비 오는 가을 날의
공원 산책에서
그럴싸한 분을 만나실 줄 알았네요.
우산을 함께 쓰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마~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봤네요.
공원의 텅 빈 공간이
한적한 까닭에
아가씨와 노부부와의 만남이
좋은 느낌이네요.
콩꽃님의 댓글도
좋은 향기와 느낌이 난답니다^^
감사해요
배려를 참 수줍게 하십니다.
맨발 걷기가 위험하대요.
가시 박이지 않게 조심 하십시요.
조용조용 일러주는 공원 풍경이
자장가처럼 부드라워요.
잘 읽었습니다.
네 조심해서 할게요
발이 곰바닥이라 ㅋㅋ
날이 춥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가만가만 조용히 읇조리듯 풀어 나가는 내용이
분주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아 편안하게 따라가며 읽었습니다
편안하게 읽으셨다니 너무 좋네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느끼고 본 것들을 적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배려까지는 아니구요
그저 대화할때 상대의 이야기에 경청하면서
맞장구 쳐주려고 노력하는 정도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님의 마음이
아름답네요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에공 그저 짧은 시간
어르신 말씀 들어준 이야기인데
좋게 생각해주니 제가 감사^^
지혜님의 흔적 감사^^
우중 공원에서의 소소한 일상에
배려와 살핌이 담겨있어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읽었습니다.
그리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안전운행 행복하세요^^
포근한 일상을 보았네요
짜먹는 강아지 간식까지 준비하고 ㅎㅎ
여기에서는 츄루라고 하는데 개나 고양이가 환장하게 좋아하지요
잠시 스치는 인연도 모두 인연이라여기고 배려하는
겨울꽃장수님~~
제가 기도 할게요
하루하루 평안하기를.........
그게 제일 싼 간식을 사다보니 ㅎㅎ
근데 강아지들이 어마어마 좋아해요
짜서 먹여주는 재미도 있구요
간식 이름이 " 드시개 " 랍니다 ㅎㅎ
여행 잘 다녀 오시구요~~
비오는 날 나도맨발 걷기 도전해 보겠습니다
네^^ 그런데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우중 산책하면서 산책 나오 신
다양한 사람들과의 진솔한 이야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느낌을 글로 옮긴 것에 불과한데
칭찬 너무 감사합니다^^
나무랑님 좋은 저녁시간 되셔요
조그만 소공원을 우중 산책하며 묘사한 풍경들이
따뜻하고 낯설지가 않은 것은 그만큼 잔잔하게
서술 되었던 모양입니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신 분이 묘사한 글이어
등장인물 사물들도 다 따뜻하고 정겨운 것들이어
마음이 포근해 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스님^^
따스한 댓글에 제가 오히려 따스해 지는 시간이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