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성찰 부족은 물론이고 개념까지 상실한 기자로 드러났건만, 엉뚱하게도 진영논리로 무장된 싸움은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MBC 유재광 기자의 ‘구조대와 외교관’이란 보도와 관련된 파장이다.
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하면서 이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유재광 기자라 자처하는 이가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아이티 기사 쓴 mbc 기자입니다.>라면서 말이다. 기자 자신이 직접 쓴 해명성 글이라고 보기엔 비문이 많았고, 언론인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양식마저 읽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비평할 가치조차 없음’이란 결론을 내림으로써, 유재광 기자라 주장하는 이가 아고라에 쓴 글에 대한 신경을 꺼버렸다. 그런데 광풍까지는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회오리처럼 이상한 기류가 아고라에 흐르고 있다. 유재광 기자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을 '민주언론 MBC사수하기‘로 등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못미‘마저 일고 있다. KBS미디어비평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KBS의 김인규 사장 체제에 대한 거부 담론과 <미디어 비평>의 MBC 보도에 따른 박은주 기자의 비평은 별 개의 각각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1월 무죄 판결을 받은 MBC의 <PD수첩>과 유재광 기자의 악의적 왜곡 보도 역시 서로 분리시켜야 한다. 물론 방송제작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보통의 시청자로선 그 분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미 진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한 기자의 보도에 ‘진영논리’를 내세우며 ‘지못미’하는 것은 인터넷 집단 지성의 폐해가 된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혐오스럽기로서니, 분명 이건 아니다. 나는 지금 ‘제5열’이란 지명을 당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양비론자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5열’이 아니며 그렇다고 하여 양비론을 펼치는 게 아니다.
양비론은 대부분의 경우 옳지 않다. 바늘 끝만큼이라도 옳은 편이 있다면 그 편을 들어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는 만족감을 줄 뿐, 양비론은 대부분의 경우 무책임할 때가 많다. 어떤 이들은 이쪽저쪽 그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이 '중용'의 미덕인 줄 안다. 그렇지 않다. "옳은 편에 서되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중용이 가르치는 미덕이다. 중용은 결코 양비론이 아니다. ‘미디어 악법’으로 방송가에 몰상식한 구도 재편이 예상되고 또 자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진영의 ‘좀 더 구체적인 싸움’은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기에 이 ‘대체된 적’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조중동’과 ‘부패한 보수’가 지금 우리에겐 ‘대체된 적’으로서의 대상이 된다. 물론 최근엔 KBS도 포함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적의 백미는 이명박이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즉 우리가 아무런 마음의 불편 없이도 비장하고 순정한 얼굴로 마음껏 욕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할 적의 백미다. 하지만 “모든 게 이명박 때문” “이명박만 없으면”이라는 ‘시대의 신학’은 오히려 싸움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아직은 그 정도가 크게 우려할 건 아니지만, 그 단적인 경우가 ‘유재광기자, 지못미’다. 지금 우리는 “최소한의 상식 회복” 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선 진영 논리에 빠져 “최소한의 상식”을 잃고 있다. 유재광 기자라 자처하는 이의 아고라 글은 그냥 ‘어이없음’수준이다. 유재광 기자의 가장 큰 혐의는 자신의 프렘임 안에 편의적으로 팩트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왜곡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기자의 리포트가 현장을 보도하기보다는 현장이 리포트를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 같은, 그래서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으로 느껴지는 리포트는 방송 제작 경력 21년차의 독립PD가 보기에도 그냥 ‘상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혐오 그리고 외교통상부에 대한 불신 거기에 한국 소방 구조대에 대한 신파주의적 동정심이 뒤섞여 잡탕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일부 누리꾼의 ‘유재광기자, 지못미’는 우리 시대의 블랙코미디가 된다. 그래서 그걸 지켜보는 게 안쓰럽다. 끝으로 유재광 기자에게 부탁이 있다. “자중자애해라” 지금 당신의 아고라 뻘짓은 당신의 조직 MBC를 향한 자해공갈이 된다. 지금 방문진의 비상식적 압박에 맞서는 MBC 구성원들의 힘겨운 투쟁은 당신의 관심권 밖이겠지만.... 2010년 2월 6일 여의도에서, 방송경력 21년차의 일개 독립PD가 쓰다. |
첫댓글 그르게 이 건에 대한 파문이 묘해지더군요.
기도 안차지... 간밤에 엠비씨 사람들과 상가에서 술을 마시는데, 그들도 혀를 끌끌 차더군.. "언제부터 그 넘이 민주 투사였어?" 크크크...
근거가 무었인지 누가 어떤 이익을 보는지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누가 이익을 보고 그런 거는 사실상 없습니다. 의미의 과잉입니다. 철딱서니 없는 기자의 헤프닝에 불과합니다. 그 헤프닝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춤추고 있을 뿐이죠.
아고라 필명을 보고 더 시껍했었다는;;;
글치.. 나도 필명을 보고는 경악을 했어. 참 교묘한 기자야...
ISKRA! 무슨 말이야? 할 분들을 의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립니다. 이스끄라는 1900년 제정 러시아에서 창간된 마르크시즘 신문의 제호입니다. 러시아어로 ‘불꽃’이란 뜻이죠. 기자는 아고라 필명에서 무척 폼을 잡았습니다. "나는 혁명적 좌파로 모든 권위와 압제 그리고 착취를 거부하는 기자다"라고 선언하고 나선 셈이죠. 설마 여기에 속았을 누리꾼은 없으리라 봅니다. 저 정도의 알레고리를 이해할 누리꾼이라면 지금처럼 함께 춤을 추진 않았을테니까요. 그냥 막연한 추정인데, 그 기자는 '미네르바'의 알레고리를 상당 부분 차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교통상부가 사실 좀 많이 거시기하죠. 그 점을 이용해 이분법적 구조를 만들어 구조대를 고통받는 '선', 대사관을 고통의 원천인 '악'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악의적인 프로파간다가 먹혔다는 겁니다. 기자 자신은 본질은 '구조대의 열악한 환경'을 보도하고자 했다는 것인데, 근데 시청자들의 분노가 그리로 튈지 몰랐다고 더들고 다니는데, 그래서 엠비시의 김모 기자는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달은 못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식의 논평을 하고 있는데... 이게 개도 웃을 일이란 것이죠. 언듯 보면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허나 그쪽 엠비시의 구조와 구도를 알고 있는 저로선 '개소리'란 생각 밖에 안듭니다. 참 거시기 합니다.
그 당시에 많은 기자들이 있었다고해서 어느 매체든 촬영원본 공개해주기를 바랬는데.....지금 똠방님 글 보고 미디어 비평 10분 동영상 이제서야 보았네요......국민들 대상으로 왜곡보도 심란하네요.........적색으로 쓰신 하지만 부분 저도 공감이네요.......부끄럽지만 정치경제 분야에 별관심 없었는데 똠방님 글 접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좀 생뚱맞은 이야기인데요.......외국배우들 인터뷰 도중에 반두비영화 남자 배우 인터뷰랑 반두비 영화 소개 TV에서 보다가 똠방님이 생각나더군요........제가 반두비 영화감독님을 똠방님으로 인식하고 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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