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이클립스/최형심-
한 소년이 흑백으로 서있다.
계단은 달의 목을 매달고 아득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한걸음 내디디자 나선형 계단 귀퉁이가 허물어졌다. 물고기를 찾으러 고비사막으로 떠나던 날, 유리창은 끝내 눈물에 젖지 않아 그는 곧 깊은 잠에 들었다. 어제의 기억을 더듬던 노을은 지고 그는 등부터 저물었다.
야생의 밤을 길들였다. 나의 몸을 빠져나온 달팽이관이 잠시 그의 기억을 다녀갈 동안, 연체동물인 나는 뼈에 대해 생각했다. 다리는 시침과 분침이 되어 스치듯 지나 둥글게 사막을 맴돌았다. 그의 잠이 은빛 통증으로 등에 번졌다.
등 푸른 전갈에게서 바다를 만났다. 그는 발목이 녹아내리는 상상으로 깨어났다. 뒤돌아보니 그는 어느새 한 채의 사막. 파도가 되어 그에게 닿고 싶은,
밤, 불면을 우리는 사랑이라 불렀다. 잠은 어떤 빛깔인지 기억할 수 없었다.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불자, 우리는 서로를 벽에 걸었다. 그는 나의 여백이 되었다. 첫 봄으로 돌아간 바람은 오래오래 파문을 남겼다.
단 몇 장의 겨울로 된 기억, 우리는 서로를 견디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물빛 길이 나 있었다. 서로를 허공의 형상으로 지은,
그림자의 계절이 바람에 쓸려갔다.